(161) 기욤 뮈소 <인생은 소설이다>
고등학교 교사였던 기욤 뮈소는 2004년에 출간한 두 번째 소설 <그 후에>로 작가적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세 번째 소설 <구해줘>는 아마존 프랑스 85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우리나라에서는 무려 200주 이상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인생은 소설이다>까지 17권의 소설이 모두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기욤 뮈소는 일간지 <르 피가로>와 프랑스서점연합회가 선정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순위에서 8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45개국의 독자가 그의 작품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발표하는 소설마다 1위 기록을 세우는 비결은 한마디로 재미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소설이다>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놀라운 발상에 감탄하다 결국 이마를 치게 되는 소설이다. <인생은 소설이다>는 <아가씨와 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에 이어 세 번째로 작가가 주인공을 통해 ‘작가란 어떤 존재이고, 소설이란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내용이다.
사석에서 작가들이 나누는 대화가 고스란히 담긴 <인생은 소설이다>는 특히 창작하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읽는 작품이다. 어떤 분야든 창작자의 마음이 궁금하다면 이 책으로 ‘골치 아픈 작업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충분히 엿볼 수 있을 것이다.플로라 콘웨이와 로맹 오조르스키<인생은 소설이다>에는 소설가 두 명이 등장한다. 세 편의 작품을 발표한 스코틀랜드 출신 소설가 플로라 콘웨이는 프란츠 카프카상을 수상한 여성 작가다. 또 한 명은 프랑스인 남성 작가 로맹 오조르스키로 그동안 쓴 소설 19권이 모두 베스트셀러에 오른 인물이다.
소설은 먼저 딸 캐리와 함께 사는 플로라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캐리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숨바꼭질이다. 그날도 몬테소리학교에 다녀온 캐리가 엄마한테 숨바꼭질을 하자고 졸랐고, 플로라가 스물을 세고 나서 눈을 떴을 때 감쪽같이 사라진 캐리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파리에 사는 로맹은 아들 테오를 목숨처럼 사랑한다. 하지만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 알민의 계략에 걸려들어 아들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소설 쓰기에 빠져 일상을 도외시해온 로맹은 알민이 자신의 휴대폰에 이혼 소송 시 불리한 문자를 마구 발송한 사실도 알지 못했다. 함께 쓰던 부부 통장에 대한 접근도 막아 돈 한 푼 없는 신세가 되었다. 게다가 알민은 테오를 데리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생태 오두막에 가기로 결정한다.
딸의 실종으로 괴로운 플로라, 아들과 생이별하게 된 로맹. ‘하루의 대부분을 픽션 세계 속에서 헤매다 보면 종종 현실 세계로 나가는 길을 잃게 되는’ 소설가들은 이 힘든 과정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소설은 중간쯤에서 독자를 놀라운 반전의 세계로 초대한다. 너무 괴로운 나머지 권총을 관자놀이에 대고 “앞으로 3초를 줄 테니 어디 한 번 나를 말려보시지. 하나, 둘, 셋…”이라고 외치는 뉴욕의 플로라 앞에 파리의 로맹이 나타난다. 플로라는 로맹이 쓴 소설 속 인물이었던 것. 미스터리와 판타지를 결합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인생은 소설이다>에서 로맹은 플로라에게 “당신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소설을 중단할 생각입니다”라고 선언한다. 그러자 플로라는 “난 당신이 마음대로 집필을 중단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예요”라고 강하게 말한다.개연성 있는 인물들의 독창적 향연소설가들은 사석에서 “소설을 쓰다 보면 등장인물들이 자기들끼리 알아서 움직인다”는 말을 종종 한다. 왜 그런 현상이 벌어질까. 플로라의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이 본성과 정체성, 은밀한 삶의 이력에 위배되지 않는 결정을 내리도록 해야 해요. 개연성 없는 소설은 가치를 잃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작가들이 ‘개연성 있는 인물’을 창조하기 때문에, 이들은 예측 가능하면서도 독창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로 인해 작가들은 글을 쓰면서 ‘마치 누가 뒤에서 불러주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곤 한다.
소설 속에는 로맹과 플로라 둘 다 잘 아는 출판 전문가 팡틴 드 빌라트가 중요한 제3의 인물로 등장한다. 팡틴은 로맹과 어떤 관계였고, 플로라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뒤쪽으로 갈수록 세 사람과 얽힌 놀라운 사연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면서 캐리와 테오의 행방도 밝혀진다.
이 책은 챕터마다 유명 작가들의 소설에 대한 단상으로 시작하고, 본문에서도 여러 실존 소설가의 행적이 그들의 명문과 함께 등장한다. 능란한 필력을 지닌 기욤 뮈소의 소설을 숨 가쁘게 흡입하며 교양도 한껏 챙길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