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투르니에 외 <나무 동화>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나무에 얽힌 아름답고 재미있는 이야기](https://img.hankyung.com/photo/202508/AA.41407928.1.jpg)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나무에 얽힌 아름답고 재미있는 이야기](https://img.hankyung.com/photo/202508/AA.41407929.1.jpg)
자동차를 얻어 타고 모르는 동네에 내린 피에르는 밤길을 헤매다 8명의 딸과 함께 사는 오게르 씨의 집에 묵게 된다. 그 집에서 피에르는 오게르 씨가 들려주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 ‘나무’에 대한 얘기를 듣는다.
오게르 씨는 최초로 인간이 살게 된 에덴동산을 “나무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고, 서로 멀리 떨어져 드문드문 자라고 있었으며, 서로 다른 나무들이 있었던 정원”이라고 설명한다. 에덴동산을 만든 하나님이 먹지 말라고 한 선과 악을 분별하는 열매를 따 먹은 아담과 이브는 ‘나무가 없는 들판’으로 쫓겨난다.
오게르 씨는 “이것이 바로 인간에게 내려진 저주”라며 “인간은 식물의 세계에서 쫓겨나 동물의 세계로 떨어졌다”고 말하면서 동물의 세계는 “사냥, 폭력, 공포가 난무하는 세계”라고 설명한다. 그와 함께 식물의 세계는 “태양과 땅의 협력 속에서 고요히 성장하는 세계”이며 “모든 지혜는 나무에 관한 명상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움직일 수 없는 나무가 주인공24편의 동화가 움직일 수 없는 나무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대단히 흥미롭다. 주인공이 움직일 수 없으니, 사람이나 동물이 나무를 찾아올 수밖에 없다. 가만히 서 있는 나무와 움직이는 동물들이 어울리면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이한 이야기, 오싹한 이야기와 함께 교훈을 담은 작품도 많이 실려 있다. 러셀 호번의 ‘난쟁이사슴과 원숭이’에서 두 동물은 먹을 걸 찾기 힘들자 함께 농사를 짓기로 한다. 나무를 심어 돌본 뒤 열매를 공평하게 나누자고 약속한다. 각자 바나나 나무를 한 그루씩 심었는데, 원숭이는 새순도 돋기 전에 나무에 오르내려 열매가 하나도 열리지 않는다. 사슴은 나무를 잘 돌봐 바나나가 가득 달린다. 나무에 올라갈 수 없는 사슴이 원숭이에게 바나나를 따면 둘이 공평하게 나누자고 한다. 하지만 원숭이는 위에서 바나나를 다 까먹고 사슴에게 껍질만 준다.
비열한 원숭이와 친구 된 것을 후회한 사슴은 몇 주 후 새 줄기가 나오자 또 열심히 나무를 돌본다. 사슴의 나무에 바나나가 가득 열리자 원숭이가 와서 기웃거렸고, 사슴은 눈곱만큼도 주지 않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무에 오를 수 없는 사슴은 별수 없이 원숭이에게 부탁한다. 원숭이는 이번에도 나무에 올라가자마자 바나나를 까먹기 시작한다.
그러자 사슴이 원숭이의 화를 돋우기 위해 계속 욕을 한다. 기분이 상한 원숭이가 바나나 껍질을 아래로 던지다가 나중에는 바나나 열매까지 던진다. 결국 원숭이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사슴에게 열매를 전부 따서 던져주고 만다. 제비와 꿩이 안고 간 나무현대사회에서는 기구를 이용해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 심는 일이 보편화되었다. 나무가 주인공인 동화에서는 어떻게 해야 나무를 옮길 수 있을까. 라픽 샤미의 ‘날으는 나무’에서는 제비들이 작은 나무를 뽑아 안고 날아간다. 러셀 호번의 ‘네 친구와 복숭아나무’에서는 꿩이 33일 만에 신비한 복숭아나무 새싹을 갖고 돌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