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 <노 휴먼스 랜드>
미드저니
미드저니
2044년 제1차 세계 기후 재난 발생, 2050년 제2차 세계 기후 재난 발생, 2051년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오클랜드 협약 체결, 두 차례 기후 재난으로 인해 지구 육지의 57%를 사람이 살지 않는 땅으로 지정, 대한민국 전체가 노 휴먼스 랜드(No Human’s Land)로 지정되다.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대한민국 전체가 사람 못사는 땅으로 지정됐다
제3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 어덜트 소설상 대상 수상작 〈노 휴먼스 랜드〉의 배경이다.

디스토피아 소설이 앞다퉈 발표되고 있지만 현실감이 떨어지거나, 지나치게 혐오스럽거나, 억지스러운 전개로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세계적으로 기후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읽는 〈노 휴먼스 랜드〉는 실화인 듯 빠져들게 만드는 소설이다.

2070년, 19년간 방치해온 대한민국 서울 용산공원에 ‘노 휴먼스 랜드 조사단’ 대원이 도착한다. “향후 10년 안에 지구의 평균온도가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보고서에 힘입어 과학자들이 적극적인 연구를 주창하자 유엔기후재난기구(UNCDE)에서 조사단을 파견한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용산공원에 내린 대원은 단장이자 지질학자 파커, 기상학자 한나, 동물행동학자 아드리안, 학생 인턴 크리스, 이 소설의 화자 미아까지 모두 5명이다.

기후 난민인 18세 소녀 미아, 할머니와 엄마와 함께 캐나다의 난민 캠프에 살다가 그곳이 도시로 변하면서 집세가 올라가자 엄마 혼자만 남고 할머니와 둘이 알래스카로 떠난다. 할머니에게 말로만 듣던 땅,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땅을 직접 찾은 것이다.

비행기 고도가 서서히 낮아지면서 미아는 “빽빽하게 자리한 높은 건물들과 그 사이를 촘촘하게 잇는 도로들이 빈틈없이 땅을 메운” 광경을 본다. 땅과 가까워지면서 “무너진 다리의 잔해, 죄다 깨져 있는 고층 빌딩의 유리창과 뚝뚝 끊어져 있는 아스팔트 도로, 죽은 벌레의 다리처럼 솟아 있는 철근 가닥들”을 보고 놀란다. 할머니와 함께 오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던 미아는 할머니가 오지 않은 것을 너무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기후 우울증을 앓는 아이들2025년 현재, 세계 곳곳에 자연적인 노 휴먼스 랜드가 생겨나고 있다. 기온 때문에 혹은 자연재해로 인해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변해버린 곳들이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지방 소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만 해도 마을 전체가 텅 비어버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고 우리나라 농촌 지역도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이 생겨나는 중이다.

기후 우울증을 앓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내가 어른이 되기 전에 온도가 1.5℃ 높아져 지구가 멸망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에 휩싸인 초등학생이 많다”는 보도도 있었다. 해수면에 잠긴 세계지도를 비롯해 갖가지 흉흉한 예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상기후로 전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실질적인 기후 고민들이 표출되는 시대여서 〈노 휴먼스 랜드〉가 더욱 실감 나게 읽힌다.

대원 5명은 사람이 살지 않는 황폐한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남아 있는 사람들을 목격한다. 모두가 떠난 땅에서 원시인처럼 사는 이들, 그들을 만나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처음 파견한 탐사팀에 학생 인턴이 포함된 걸 대원들은 이상하게 생각한다. 크리스는 장차 일어날 여러 사건의 키를 쥔 중요 인물로 그의 활약을 따라가면 복잡한 구도의 해법이 풀린다.불온한 물질을 개발하다미아의 할머니는 한국에 있을 때 스타트업을 경영하며 ‘탄소 포집 벼’를 개발한 CEO였다. 세계 기후 재난이 일어나자 할머니는 나라의 명령을 받고 해외로 이주한다. 당시 부하 직원이던 앤은 서울에 몰래 남아 연구를 계속하며 크리스의 양어머니 이사벨과 함께 어마어마한 규모의 첨단 연구소를 형성한다. 앤은 노 휴먼스 랜드가 해제되면 사람들이 돌아올 테고, 세계 각지에서 난민으로 지낸 사람들의 불만이 팽배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미 그 반발의 싹을 자르기 위한 불온 물질을 개발했고, 위험한 실험을 이어가는 중이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어머니의 잘못된 판단을 저지하려는 크리스와 앤의 비뚤어진 음모를 잠재우려는 미아의 활약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근미 작가
이근미 작가
올겨울 혹한이 계속되고 있지만, 2025년을 사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대개 따뜻하고 편안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우리의 일상에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요소가 얼마나 많은지 따져본 적 있는가. 2070년 대한민국은 과연 안전할지 상상하며 읽으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