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름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한경DB](https://img.hankyung.com/photo/202501/AA.39291436.1.jpg)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삶에 지쳤다면 휴남동 서점 들러보세요"](https://img.hankyung.com/photo/202501/AA.39313232.1.jpg)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대개 너무 지쳐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사람들인데 이 책을 쓴 황보름 작가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LG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한 황 작가는 몇 번의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면서도 매일 읽고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프로필에 작가가 된 경위를 “첫 책을 내기도 전에 전업작가 생활로 뛰어들어 작가처럼 살았다. 작가처럼 살다 보니 정말 작가가 되었다. 주로 읽고 썼으며, 자주 걸었다. 혼자서 누구보다 잘 노는 사람으로, 단순하고 단조로운 일상이 주는 평온함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분주한 세상의 고민 많은 이들에게 ‘느긋하게 살아도 행복합니다’라고 다독여주는 소설이다. ‘느긋함’은 ‘내가 좋아하는 열심’의 다른 말이어서 새로운 선택에 대한 삶의 태도를 생각하게 한다.너무 바쁘고 아팠던 사람들이 소설에는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데, 특징적인 몇 사람을 살펴보자면 우선 휴남동 서점의 대표 영주가 있다. 그는 누구보다 치열한 직장인이었다. 어느 날 번아웃 증후군으로 몸이 말을 듣지 않으면서 직장을 그만두었고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그간 모은 돈으로 어릴 때부터 꿈꿔온 서점을 연 영주는 매일 울면서 손님을 맞이한 인물이다.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을 졸업했으나 취직에 계속 실패한 민준은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바리스타 경험을 살려 휴남동 서점에서 커피를 만든다. 책 판매만으로는 운영이 힘들어 음료도 판매하는 휴남동 서점에서 민준은 여전히 암담하지만 맛있는 오늘의 커피를 만드는 일에 열중한다.
거의 매일 휴남동 서점에 들르는 정서는 몇 시간이고 뜨개질하다가 멍하니 앉아 있곤 한다. 정규직이 되기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계약직을 벗어나지 못한 정서는 다 던지고 나와 피폐해진 마음을 휴남동 서점에서 명상과 뜨개질로 달래고 있다.
모든 게 귀찮은 고등학생 민철은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다. 학교를 다녀와 그저 침대 위에서 뒹구는 민철에게 엄마는 일주일에 몇 번 휴남동 서점에 가서 시간을 보내면 학원에 안 가도 된다고 말한다. 하는 수 없이 서점에 와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민철을 어른들은 자연스럽게 대한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다’면서.
그 외에도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데 대부분 너무 바쁜 일상에 지쳐 휴식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그 책은 잘 팔리겠는가’를 따지기보다 ‘그 책은 좋은 책인가, 그 책을 팔고 싶은가, 그 책은 휴남동 서점과 잘 어울리는가’를 기준으로 삼는 영주와 어울리며 점차 비슷해져간다.내가 살고 싶은 삶을 원한다이혼한 딸을 경멸하는 엄마, 취직을 재촉하는 엄마가 부담스러운 영주와 민준은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사는 삶보단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사는 게 더 맞지 않을까”라는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이렇게 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니 받아들이기, 자책하지 말기, 슬퍼하지 말기, 당당해지기”를 같이 읊조린다.
편안한 휴식 같은 휴남동 서점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느덧 ‘내 평화는 내가 찾는 것’이라는 자각을 하며 ‘좋아하는 취미 생활 계속하면서, 좋은 사람들 계속 만나면서, 힘든 세상을 이겨내보려고’ 마음먹는다. 바쁜 세상이 요구하는 삶이 아닌 나의 삶을 살기 위해 점점 단련되어 가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이근미 작가](https://img.hankyung.com/photo/202501/AA.26119914.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