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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 '포퓰리즘' 새 정부 출범… 재정 위기 가능성
이탈리아가 3개월간의 무정부 상태를 끝내고 이달 초 새 정부를 출범시켰다. 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연정이 실패해 재총선이 치러지면 이탈리아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이탈렉시트’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게 국제 금융시장의 평가다. 새 정부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월 780유로(약 98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또 난민 추방 등 ‘반(反)EU’를 부추기는 정책을 펼 가능성도 높다.불안한 재정정책…EU 갈등 고조 우려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 ‘동맹’이 손잡은 연립정부는 최근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으로부터 내각 구성 승인을 얻었다. 두 당은 당초 유로존 탈퇴에 찬성해온 경제학자 파올로 사보나를 경제장관 후보로 추천했다. 하지만 친EU 성향인 마타렐라 대통령의 반대로 정부 구성에 난항을 겪었다. 시장의 혼란이 커지자 두 당은 온건 성향의 조반니 트리아 토르베르가대 교수를 지명하는 절충안을 내놨다. 트리아 후보자는 유로존 탈퇴에 동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통령 승인을 얻는 데 성공했다.이탈렉시트 우려는 일단 수그러들었다. 급락했던 밀라노증시는 반등했고, 한때 3%포인트 넘게 벌어졌던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 10년물 간 금리차는 2%포인트대 초반으로 줄었다. 코메르츠방크는 “연정 재개와 함께 56억유로 규모 이탈리아 국채 입찰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며 “당분간 국채 금리가 하락세(국채 가격 상승)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불안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EU의 긴축정책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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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vs 0%… 한·일 일자리 격차 제조업이 갈랐다
“원하는 기업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동료는 없습니다.” 올해 와세다대 상학부를 졸업하고 석사과정에 입학한 유학생 공모씨(27)가 전한 일본 대학가 풍경이다. 일본에서 취업을 걱정하는 대학생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대졸자 취업률은 98%다. 취직 의사가 있는 대졸자 100명 중 98명이 취업했다는 얘기다. 체감실업률은 사실상 ‘0%’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한국 청년층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23.4%)과 비교가 안 된다.일본은 채용전쟁, 한국은 취업전쟁일본이 청년고용을 걱정하지 않게 된 것은 2012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경제 활성화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본격 추진한 뒤부터다. 투자 확대책 등에 힘입어 실적이 좋아진 기업들이 채용을 늘린 데다 급속한 고령화로 퇴직자가 증가한 것도 청년층 신규 채용이 많아진 요인이다. 지금 일본에서는 ‘취업 경쟁’이 아니라 기업들 사이에 ‘채용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한국은 정반대다. 치솟은 청년실업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올해 3월 기준 11.6%로 일본(4.5%)의 두 배를 웃돈다.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취업준비생과 구직단념자를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20%를 훌쩍 뛰어넘은 지 오래다.日 제조업, 실적 바탕으로 꾸준히 일자리 늘려한국과 일본의 청년 고용 형편이 엇갈린 요인으로는 제조업 일자리 증감 여부가 우선 꼽힌다. 일본은 고령화가 더 빨리 진행돼 퇴직자가 많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유지되면서 고용 안정의 든든한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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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협상으로 '통상전쟁' 고비 넘겼지만 구체적인 수치 없어 '알맹이 없는 합의' 지적도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19일(현지시간) 통상전쟁을 해소하기 위한 공동성명서를 내놨다. 서로 관세폭탄을 퍼부으며 전면전으로 치닫는 최악은 막았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뇌관을 그대로 남겨둔 ‘봉합’이라는 분석이 더 많다. 합의는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서다. 언제 어떻게 다시 폭탄이 터질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지렛대로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응하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외견상으론 미국의 승리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각각 이끄는 미·중 통상협상 대표단은 워싱턴DC에서 지난 17~18일 이틀간 2차 무역협상을 벌였다. 이들은 3~4일 중국 베이징에서 1차 협상을 했다. 베이징 협상이 서로의 속내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엔 구체적 성과를 내려는 자리였다. 미국은 크게 두 가지에 초점을 맞췄다. 연간 3750억달러(지난해 기준)에 달하는 대(對)중국 상품수지 적자를 절반 이상 줄이고 중국의 무분별한 기술 탈취를 차단하는 게 핵심이었다.공동성명서에는 이같은 내용이 모두 담겼다. 중국이 상품수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고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수입을 의미있는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 측 실무대표단이 곧 베이징에 가기로 했다. 또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이 특허법을 개정하는 것을 포함해 관련법과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숫자 빠진 알맹이 없는 합의”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양국의 성명서 발표에도 불구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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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업 또 파업… "에어프랑스 사라질 수 있다" 경고
지난 14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의 노동개혁이 국적항공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국영철도공사(SNCF)의 방만 경영을 개혁하기 위해 철도노조와 전면전을 치르는 가운데 프랑스 최대 항공사 에어프랑스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툭하면 파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장마르크 자나이악 에어프랑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일 사원총회에서 사측이 제시한 임금인상안이 부결되면서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지만 프랑스 정부는 “경쟁력이 없으면 에어프랑스도 사라질 것”이라며 ‘긴축’을 강조하고 있다. 에어프랑스 모기업 에어프랑스-KLM은 지난 7년(2011~2017년) 중 6년간 적자를 낼 만큼 경영이 악화된 상태다.佛 재무 “경쟁력 안 갖추면 에어프랑스 사라질 것”브루노 르 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지난 6일(현지시간) “프랑스 정부는 에어프랑스 지분 14.3%를 보유한 소수 주주에 불과하다”며 “무슨 일이 일어나면 정부가 에어프랑스 구출에 나서서 손실을 흡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특히 “에어프랑스가 경쟁력을 갖추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사라질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프랑스 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에어프랑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이 회사의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에어프랑스 노조는 지난 2월 올해 6%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1% 인상안을 제시했다.노조는 사측 안을 거부하며 올해 들어서만 13일간 파업을 벌여 노선 운항률을 70% 안팎으로 떨어뜨렸다. 에어프랑스는 운항 차질로 3억유로(약 38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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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상 움직임에 신흥국에서 자금 속속 빠져나가
아르헨티나, 브라질, 터키 등 신흥국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미국 금리 상승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본격화하면서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페소, 브라질 헤알, 터키 리라,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올 들어 미국 달러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국채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급등하는 등 이들 국가의 신용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6월 이후엔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6월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다.美 금리 인상 이후 신흥국 통화 가치 급락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은 Fed가 지난 3월21일 기준금리를 연 1.5~1.75%로 올린 뒤 본격화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3%를 넘어서면서 신흥국 자산의 투자 매력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외국인 자금은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환율은 최근 한 달 만에 7% 이상 급등(가치 급락)했다. 만성적인 재정 적자에다 연 20%가 넘는 물가상승률 등 아르헨티나 경제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지난달 도입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자본이득세가 자금 이탈을 부추겼다.터키 통화 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달러당 리라 환율은 이달 들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달 사이 6% 정도 급등(리라 가치 하락)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터키 국가신용등급을 지난 1일 BB에서 BB-로 내렸고 그 뒤 통화 가치 하락 폭은 더 커졌다. 러시아 루블화는 미국이 지난달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나선 이후 급락해 한 달 만에 달러 대비 가치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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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애플·아마존·알리바바·페북까지…글로벌 IT기업들 'AI 반도체' 개발경쟁 뜨거워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인공지능(AI) 기술 주도권 다툼이 반도체 칩 자체 개발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아마존 구글 애플 등이 AI 칩 자체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세계 최고 소셜미디어 기업인 페이스북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도 AI 반도체 개발에 새로 뛰어들었다. IT 공룡들이 AI 칩 개발에 앞다퉈 진출하는 이유는 반도체 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비용을 줄여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도시바 등이 독과점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과 달리 AI 반도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선점하면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AI 칩 개발에 뛰어드는 테크기업들CNBC 등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최근 중국 반도체 설계기업 C-스카이마이크로시스템을 인수하고 AI 반도체 개발에 본격 뛰어들었다. 알리바바는 그동안 산하 연구소인 달마원에서 신경망 반도체 칩인 알리-NPU를 연구해왔다.알리바바는 알리-NPU의 가격 대비 성능이 기존 제품보다 월등히 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용화 시점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오양 달마원 연구원은 “AI 분야에 축적한 앞선 컴퓨팅 기술 경쟁력을 토대로 최소 비용으로 최대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설립된 달마원은 향후 3년간 150억달러(약 16조원)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페이스북도 지난달 18일 ‘반도체 개발 조직을 신설하기 위해 전문가를 찾고 있다’는 구인광고를 올리며 AI 칩 개발에 뛰어들었다. 채용 부문은 시스템온칩(SoC)과 주문형반도체(ASIC), 펌웨어 등이다. 업계에선 페이스북이 반도체를 생산하지는 않더라도 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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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가파른 상승에 美·산유국 갈등 고조
국제 유가 상승세가 무섭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도의 원유 감산을 비판하고 나섰는데도 국제 유가 오름세가 이어졌다. 미국이 취할 조치가 마땅치 않은 데다 원유 재고 감소, 미국 등의 시리아 공습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 OPEC 주도의 감산 연장 조치 등이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OPEC 측은 “미국의 원유산업 역시 감산으로 수혜를 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비판에 반발하고 있다.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유가가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트럼프 “국제 유가 매우 높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트위터를 통해 “OPEC이 또 그 짓(담합)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바다 위에 꽉 채워진 배를 포함해 곳곳에 원유가 기록적으로 많은데, 유가가 인위적으로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좋지 않으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트럼프 대통령의 이 트윗은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모여 작년 1월 시작한 하루 180만 배럴(OPEC 120만 배럴, 비OPEC 60만 배럴) 규모의 감산을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기간 연장을 거듭 다짐한 뒤 나왔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아직 사명이 완수되지 않았다”고 했고,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석유장관은 “내년까지 감산 파트너십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 트윗 이후 배럴당 67.50달러까지 내리기도 했지만 곧 회복해 배럴당 0.09달러(0.1%) 상승한 68.38달러에 마감됐다. 브렌트유는 0.28달러(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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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대리전으로 번지는 시리아 7년 내전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영국, 프랑스와 함께 시리아 현지시간으로 14일 새벽 4시 다마스쿠스 북동쪽 바르자의 과학연구센터와 중서부 홈스에 있는 화학무기 저장시설 등 세 곳에 미사일 105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7일 시리아 정부가 자행한 것으로 의심되는 화학무기 공격으로 반군 장악지역인 두마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70명 이상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진 지 1주일 만이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그를 후원하는 러시아를 겨냥한 서방의 강력한 무력 시위라는 게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의 분석이다.미국·영국·프랑스의 ‘3각 공조’시리아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이번까지 두 번 이뤄졌다. 미국은 지난해 4월 단독으로 샤리아트에 있는 시리아 정부군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쏟아부었다. 1년 후인 이번 공습엔 영국과 프랑스가 동참했다.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 선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던 미국 영국 프랑스는 일제히 군사공격 사실을 밝히며 시리아와 러시아를 압박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을 가리켜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 괴물의 범죄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시리아 공습은 세계 어디서든 화학무기 사용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경고”라고 말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은 프랑스가 설정한 한계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공습 규모는 작년의 두 배이며, 공습 목표물도 두 곳 더 많아졌다”고 전했다. 미국 국방부는 공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