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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클럽' 가입 20년, 한국은 선진국됐나
대한민국이 선진국 모임체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20년이 됐다. 한국은 1996년 10월25일 29번째 OECD 회원국 가입을 선언했다. 현재 가입국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34개국이다. 아시아에선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OECD 회원국이 된다는 것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다는 의미가 있다.한국은 OECD 가입 이후 20년간 경제적으로는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가파르게 성장했다. 국내총생산(GDP)은 3배 가까이 늘었고, 교역 규모는 1조달러 수준으로 가입 당시 세계 15위에서 6위로 뛰어올랐다. 1997년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가 지금은 가난한 국가를 도와주는 나라가 됐다.그렇다면 한국은 과연 선진국이 된 것일까. 그렇다고 말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국민소득이 여태 3만달러도 안 된다. 고용률, 노후 빈곤, 자살률 같은 지표는 OECD 회원국 평균치에 한참 못 미친다. 이뿐만이 아니다.대중의 인기만 따라가는 정치는 성장의 가치를 무시하며 시장경제와 기업의 앞길을 막고 있고, 시민의식은 성숙하지 못해 상대방에 대한 배려, 희생, 관용, 화해 같은 보편적인 가치보다 자기 자신과 본인이 속한 단체, 지역의 이익만을 앞세운다. ‘선진국 클럽’에 가입했을 뿐 국격(國格)은 선진국 수준이 아니다. 국민소득이 4만달러가 되고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삶의 질이 높아지려면 경제는 물론 정치·사회·문화 모든 분야가 한 단계 성숙돼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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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GDP 커졌지만 10년째 2만달러…싱가포르처럼 규제·간섭 과감히 없애야
‘30·50 클럽’이라는 것이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이고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인 나라로만 묶은 모임이다. 클럽 회원은 전 세계에서 5개국 뿐이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이다. 이탈리아는 작년에 2만9848달러로 간당간당 했다. 이탈리아를 대체로 끼어주기 때문에 클럽 멤버는 6개국으로 본다.무역규모 세계 6위인 경제 강국일곱번째 멤버가 될 후보는 어느 나라일까? 한국이 가장 많이 이야기된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작년 1인당 국민소득은 2만7931달러다. 세계 27위다. 인구 5000만 명은 이미 넘었으므로 국민소득을 조금 더 끌어올리면 된다. 하지만 이것이 어렵다. 3만 달러 근처에 갔다가 미끄러지곤 했다. 한국은 왜 번번이 좌절될까?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한 1996년 이후 거둔 경제 성적표가 나쁜 건 아니다.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할 정도이다. 부문별로 보자.국내총생산(GDP)는 1996년 6585억 달러였다. 작년 GDP는 1조7487억 달러였다. 20년간 거의 3배 성장했다. 1인당 국민소득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1만2243달러에서 2만8000달러에 근접할 정도로 컸다. 20년간 56.2% 증가다.수출과 수입을 합한 무역규모는 1996년 3237억 달러에서 2011년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었다. 수출만 보면 당시 1205억 달러에서 2014년 6961억 달러로 급증했다. 세계 6위 수준이다. 수입도 2032억 달러에서 2014년 6115억 달러로 늘었다. 수출과 수입이 증가했다는 것은 경제 덩치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1년 예산을 보면 우리나라의 살림 규모가 얼마나 불었는지도 알 수 있다. 1996년 63조원이었던 예산은 올해 387조원으로 급증했다. 내년에는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한다.경제가 성장하면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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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선진국, 정치는 후진국…시민정신도 성숙해져야
어느 나라가 선진국인지를 가늠하는 잣대는 다양하다. 국민소득, 정치 수준, 시민의식, 문화 수준, 국제사회 영향력, 복지 수준 등이 대표적 기준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여부는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선진국 진입 여부의 주요한 기준이 된다. 아시아에서 OECD 회원국이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라는 사실은 ‘선진국 클럽’ 가입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는 것을 보여준다. OECD는 다양한 조건을 붙여 ‘선진국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OECD 회원국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나름 증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경제는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정치나 시민의식 등은 선진국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선진국 문턱 못 넘는 소득 3만달러흔히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는 선진국 진입의 기준으로 여겨진다. 경제적으로 일류국가를 가르는 잣대이자 한 나라가 시민사회에 진입했는지를 보여주는 가늠점이기도 하다.한데 우리나라는 경제의 덩치(국내총생산·GDP)는 크게 키웠지만 내실은 여전히 선진국 기준에 못 미친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 2만달러를 넘은 뒤 10년간 3만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국민소득은 2만7931달러로 OECD 평균 3만2411달러(2013년 기준)를 크게 밑돈다. 지난해 OECD 회원국 내 순위는 23위다. 고령화와 노동생산성 하락으로 3만달러 진입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경직된 노동시장은 경제성장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된다. 근로시간은 많지만 생산성은 낮은 게 우리나라의 특징이다.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2124시간(2014년 기준)으로 OECD 평균(1770시간)보다 많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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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선들 서해 불법조업…정부 "앞으론 침범땐 포격"
중국 어선들이 우리 서해안에서 불법 조업을 서슴지 않고 있다. 꽃게철인 요즘 중국 어선들이 우리측 배타적 경제수역(EEZ)까지 들어와 게를 싹쓸이 한다. 중국 어선들은 ‘해적 깡패’다. 우리측 단속 인원에게 쇠파이프와 갈고리를 휘둘러 부상을 입히는 일이 다반사다. 최근엔 불법 조업을 단속중이던 인천해양경비안전본부 소속 고속단정을 들이받아 침몰시키기도 했다. 정부는 중국 측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앞으로 수역을 침범하는 중국 어선에 대해선 포격하겠다고 경고했다. 떼로 몰려 다니면서 서해 어족자원을 고갈시키는 중국. 세월호 사태로 해경이 해체된 허점을 노리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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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농사가 풍년일수록 더 걱정이라는데…
쌀농사는 올해도 풍년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더 걱정이다. 쌀이 남아돌아 보관하기가 어려운 지경인데 쌀을 더 많이 사줘야하기 때문이다. 쌀 소비는 오래전부터 크게 감소하는 추세인데 정부가 계속 쌀을 사주고 있으니 농민들이 쌀 농사를 포기할 리 없다.농업, 특히 쌀농사는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의 고비마다 늘 논란의 중심이었다. 외국의 값싼 쌀을 수입하면 우리나라 농업이 피폐화된다며 쌀시장 개방을 반대하는 농업 보호론자들의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쌀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대가로 한국은 매년 엄청난 규모의 외국산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했다. 이른바 의무수입물량(최소시장접근, MMA)이다. 그러다 지난해 고율의 관세를 물리는 조건으로 쌀시장이 개방됐다. 그렇지만 정부는 여전히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해 많은 지원책을 펴고 있다. 시장 가격보다 비싼 값에 쌀을 사주는 추곡수매제를 2005년에 폐지한 대신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농업직불금을 주고 있다. 여기에 쌀값이 기준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그 차액의 85%를 농가에 현금으로 지급한다. 이와 함께 과잉 생산으로 남아도는 쌀을 정부가 전량 수매한다. 풍년일수록 정부의 재정 부담이 더 커지는 이유다.한국 농업이 이렇듯 보호받고 있지만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쌀이 남아돌아도 정부가 계속 과잉생산된 쌀을 사주고 또 보관하는데 막대한 돈을 헛되게 쓰는 일이 반복돼서는 한국 농업의 미래가 없다. 농업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는 이유다.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 @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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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맛없는 쌀을 비싸게 사먹나
우리나라는 쌀이 남아돈다. 올해 쌀 생산량은 420만t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인구를 대략 5000만명으로 할 때 1인당 80㎏(한 가마니)씩 돌아가는 양이다. 이 가운데 밥을 지어 먹는 쌀은 1인당 63㎏뿐이다. 비축용과 가공용 등을 빼도 7㎏씩, 35만t이 남는다. 이 남는 쌀은 정부가 전량 사들인다는 방침이다. 풍년이 들수록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는 이유다.과잉생산에도 쌀보조금을 준다우리나라는 농업인의 소득 안정을 명목으로 다양한 형태의 보조금을 준다. 이른바 ‘농업직불금’이 그것이다. 현재 시행되는 직불금은 경영이양직불제(1997년 시행), 쌀고정·변동직불제(2001), 피해보전직불제(2004), 폐업지원금(2004), 조건불리지역직접지불제(2004), 경관보전직접지불제(2005), 밭농업직불제(2012) 등 8개다. 이 중 경영이양, 피해보전, 폐업지원은 농업경영 포기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사실상 5가지 형태의 농업직불금이 있는 셈이다. 보조금은 주로 쌀 생산량이나 가격 변동에 관계없이 논농업에 종사하는 농업인에게 농사면적당 일정액을 지불(고정직불금)하는 방식과 쌀 가격이 정부의 기준 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그 차액의 85%를 정부가 추가로 농가에 지불(변동직불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농가의 소득 안정을 위해 정부가 지출하는 돈은 상당하다. 정부가 2015년에 지불한 변동직불금은 7257억원이다. 전문가들은 2016년산 쌀 변동직불금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재고량이 많고 올해도 풍년이 예상돼 산지 쌀 가격이 지난해보다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지난해 변동직불금은 전년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어났다. 현재 정부가 보유한 쌀 재고는 135만t으로 적정량의 2배에 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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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보호'가 농업 망치고 있다는 목소리 커
쌀을 둘러싼 경제적, 정치적 논쟁은 늘 뜨겁다. “쌀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자”는 말을 선뜻 꺼내는 사람이 드물다. 정치인인일수록 더욱 그렇다. 자칫 잘못 말을 했다가는 농민 단체로부터 뭇매를 맞는다. 농민들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해도 쌀을 사는 소비자들 중에서도 쌀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왜 그럴까? 쌀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쌀은 신성하다” vs “쌀은 흔하다”인류의 곡물 사랑은 깊고 깊다. 오래 전 수렵·채집 시대에 곡물을 얻기 위해 조상들은 들과 산으로 끊임없이 유랑(流浪)을 해야 했다. 그렇게 하고도 인류는 입에 풀칠을 할 수 있을까말까였다. “흰쌀밥과 빵을 배불리 먹고 싶다”는 소망은 인류의 DNA에 새겨졌다. 이런 과정에서 쌀과 밀은 거의 신성시됐다. 얻기 힘든 것은 귀하고 신성해지는 법이다.우리나라에선 쌀이 그런 경우다. 1960년대까지도 우리는 ‘보릿고개’에 시달렸다. 쌀농사는 국가의 근본이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었다. 이런 탓에 농업의 경제적, 정치적 입김은 강했다. 1년 간 농사에 종사해 국민에게 주식(主食)인 쌀을 제공한다는 명분은 어떤 논쟁에도 우위에 섰다.이에 대한 반론이 바로 “쌀은 흔해졌다”이다. 쌀은 인류 역사상 가장 흔한 상품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만 올해 풍작으로 420만t이 생산된다고 한다. 1인당 쌀 소비량이 1970년대 약 136.4㎏에서 작년 62.9㎏로 절반 이상 줄었다. 창고에 보관돼 있는 재고쌀 135만t과 올해 생산량 중 이월될 재고량 약 35만t을 합치면 전체 재고쌀은 적정량의 2배 이상인 170만t에 육박한다. 유엔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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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의 가을 여행, "힘들지?"…"아니 좋아!"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단풍이 산을 타고 내려올 시간이 멀지 않았다. 교정에는 이미 제 성질을 못 이긴 나뭇잎이 뒹군다. 이맘때 우리는 시집(詩集)을 들고 벤치에 앉기를 원한다. 바람이 스치면 윤동주도 좋고, 정지용도 좋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도 좋고, 보들레르도 좋다. 문학소년과 문학소녀는 이제 찾아보기 힘든 것인가? 아니다. 주위에 있는 모두가 시인이고 소설가다. 아빠와 딸이 길을 나섰다. 우리는 여행이라고 부른다. 언덕길을 다 올라왔다. 두 사람은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힘들지?” “아니, 아빠랑 함께 있어서 좋아!” 사진 속 대화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