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노동유연성
27조 달러 vs 18조 달러, 세계은행(WB)이 발표한 2023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국내총생산(GDP)입니다. 2012년 미국이 EU를 추월한 이후 점점 격차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한때 유럽은 세계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한 적이 있지만, 이제는 미국의 비중이 더 커지고 있지요. 상황이 바뀐 요인은 무엇일까요? 유연한 미국 vs 경직된 유럽
노동유연성
![[테샛 공부합시다] 유럽과 미국의 머니파워, 노동시장이 갈랐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502/AA.39580957.1.jpg)
반면 EU는 경직적인 노동시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EU는 팬데믹 시기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으로 고용안정을 중시했지요. 하지만 보조금이 아니었다면 청산됐을 기업이 유지되면서 생산성은 하락했습니다. 인력 재배치가 어렵고 자원도 비효율적으로 사용된 탓이지요. 결국, 2010∼2023년 미국의 노동생산성이 22% 증가하는 동안 유로존은 5%에 그쳤습니다. 이는 지난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8% 성장했지만, 유로존은 0.7%로 정체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경직된 노동시장은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져한국의 노동시장은 유럽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요? 미국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한 ‘2024 경제자유지수 보고서’에서 한국의 노동시장은 57.2점으로 부자유 등급을 받아 184개국 중 87위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은 유럽보다 더 경직적인 노동시장이라는 평가를 받은 겁니다. 당연히 노동생산성도 주요국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77.9달러, 독일 68.1달러, 프랑스 65.6달러에 이르지만, 한국은 44.4달러로 주요국에 못 미치는 수준을 기록했지요. 지난해 한국이 경제 규모가 더 큰 미국보다 낮은 경제성장률(2.0%)을 기록한 것도 생산성 차이가 중요한 요인입니다.
물론 노동유연성을 중시하는 과정에서 해고된 근로자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업급여와 같은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직업교육 강화, 일자리 정보망 확충 등을 통해 근로자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돕는 적극적인 노동정책도 필요합니다. 유연성과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유연 안전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