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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읍사

    현전하는 유일한 백제 노래정읍사는 현전(現傳)하는 유일한 백제 노래다. 정읍은 전주의 속현(屬縣)이다. 고려시대에 향유된 음악과 관련한 가장 권위 있는 기록인 ‘고려사악지’에는 이 노래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배경 설화가 전한다. 정읍 사람이 행상을 떠나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으므로 그 아내가 산 위의 바위에 올라 남편이 간 곳을 바라보며 남편이 밤길을 오다가 해를 입지나 않을까 염려하여 고개에 올라 달에 의탁하여 이 노래를 불렀다. 세상이 전하기를, 오른 고개에 아내의 망부석이 있다 한다.행상 나가 오래도록 귀가하지 않는 남편을 아내는 기다린다.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기다리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 시절 평범한 민초에게 통신 수단이 있었겠는가.아내는 남편이 걱정되었으리라. 걱정 끝에 달을 보며 소망을 말한다. 높이 돋아서 멀리 비추시오. 세상을 훤히 비추어 우리 서방님 밤길 무사히 걷도록 해 주시오. 아내는 남편이 ‘즌 (진 데)’를 디딜까 염려한다. 진 데, 진 곳, 진 땅. 이는 남편에게 닥칠 수 있는 위해에 대한 염려이다. 또는 남편에게 다른 여인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의심으로도 읽힌다.임이 없다면···달은 메신저물론 의심은 연모의 다른 얼굴이다. 그리고 또 아내는 염려한다. ‘내 가논 ’가 저물까봐. ‘내 가논 ’는 ‘내가 가는 길’, ‘남편이 가는 길’, 또는 ‘임과 내 앞에 놓인 길’ 등 다양하게 해석된다. 어떻게 해석해도 이것이 임의 부재가 초래할 순탄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내가 바라보는 저 달, 아마 남편도 바라보고 있겠지. 아내는 어딘가에서 저 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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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도하가

    공무도하가. 대한민국에서 고교 과정을 이수한 사람이면 모를 수 없는 작품이다. 길이는 짧아서 달랑 네 구. 그러나 그 네 구의 이면에 존재하는 서사는 심상치 않다. 고조선의 뱃사공 곽리자고가 새벽 강가에서 백수광부(머리가 하얗게 센 미친 사내)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술병을 들고 어지러이 물을 건너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아내가 쫓아가서 막으려 했으나 그 사람은 결국 물에 빠져 죽었다. 그의 아내는 슬퍼하며 공후를 타면서 이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자 남편의 뒤를 따라 물에 뛰어들었다. 곽리자고가 집에 돌아와 아내 여옥에게 그 광경을 이야기하고 노래를 들려주자 여옥은 곧 공후로 그 소리를 본받아 탔는데 듣는 이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 그리고 여옥은 그 소리를 이웃 여자 여용에게 전했는데 이를 공후인이라 일컫는다.이것이 ‘공무도하가’에 얽힌 배경 설화이다. 고교 시절 이런 의문을 품었다. 왜 둘이나 되는 사람이 한 사람의 죽음을 말리지 못하고 사후에 슬퍼만 했을까. 또 노래라니. 왜 저들은 죽음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은 알 것 같다. 말리지 못한 것이 아니라 말릴 수 없는 비극이 그를 삼켰음을. 미처 손 써 볼 틈도 없이 급습하는 찰나의 이별이 세상에는 그리 드물지 않음을. 또 삶에는 누구와도 함께할 수 없는 비애와 아픔이 있고 배우자와도 나눌 수 없는 고통에 내몰리는 사람도 있음을. 그리고 또 이제는 안다. 통곡과 하나인 노래가 터져 나오는 순간, 노래는 남겨진 자들이 애도를 표하는 가장 순일한 형식이라는 것을. 고통은 광부의 것이고 슬픔은 남겨진 아내의 것이다. 그 슬픔을 다시 나누는 것은 뱃사공과 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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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이란 삶의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죠"

    몽골에서는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자르고 묻어 준단다다음 생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사람으로 태어난 나는 궁금하다내 꼬리를 잘라 준 주인은 어떤 기도와 함께 나를 묻었을까가만히 꼬리뼈를 만져본다/이운진, ‘슬픈 환생’ 중에서시선을 사로잡는 문학작품첫눈에 시선을 붙들어 매는 문학 작품들이 있다. 이런 작품들은 읽는 이가 자각하기도 전에 그를 낯선 시공으로 이동시킨다. 최근에 읽은 작품 중에서는 이 시가 그랬다. 시행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는 고비 사막 모래 바람 속에서 눈물을 훔치며 개의 꼬리를 자르는 몽골인이 된다. 주인의 품에서 잠든 것을 마지막 행복으로 여기는 개가 된 듯도 하다. 그러다가 또 금세 서재로 돌아와 사막에 묻힌 꼬리들을 세어 본다. 얼마나 많은 꼬리들이 모래언덕 사이에 숨어 있을까. 꼬리들 하나하나가 품고 있을 사연과 주인의 기도 내용을 궁금해 한다.이 시를 읽은 많은 이들이 아마도 몽골로 시간 여행을 했으리라. 칭기즈칸의 시대로 가 환란의 어지러움에 휩쓸리기도 하고 연대 불명의 사막으로 가 낙타의 쌍봉에 올라타기도 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반려 중인 강아지를 껴안으며 꼬리를 만졌을 것이고 누군가는 오랜 시간을 함께했으나 지금은 별이 된 고양이를 떠올리며 환생을 빌었을 것이다. 또는 시인처럼 ‘개보다 훨씬 길게 슬픔과 싸워야 할 시간’을 버거워하거나 꼬리와 맞바꾼 삶이 꼬리보다 무거움에 또는 가벼움에 고민했을지도 모르겠다. ‘양 떼를 몰고 초원을 달리던 바람의 속도’를 기억하려 애쓰다 망각의 슬픔마저 초원의 건조함에 빼앗겨버렸을 수도 있다.상상을 하고 삶을 돌아본다어쨌든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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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7·끝) 알퐁스 도데 '마지막 수업'

    서정성 짙은 사실주의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을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어디선가 잔잔한 선율이 들려오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짧은 얘기로 마음을 안온하게 감싸면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건 놀라운 솜씨가 아닐 수 없다. 자극적이면서 폭력적이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판을 치는 세상이라 알퐁스 도데의 소설이 더욱 가슴 깊이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알퐁스 도데의 소설이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는 것은 순수하고 낭만적인 분위기 뒤에 강력할 사실주의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퐁스 도데는 1840년 남프랑스 님에서 태어났다. 리옹의 고등중학교에 들어갔으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공부를 중단하고 중학교 조교사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열일곱 살에 파리로 가서 신문 기자로 일하며 문학에 전념하게 된다. 그 시절 도데는 당대 사실주의의 정점에 올랐던 귀스타브 플로베르, 에드몽 드 공쿠르, 에밀 졸라 등의 문인들과 우정을 나눴다. 다양한 경험과 사실주의 분위기 속에서 도데는 특유의 시적 서정성과 감수성을 곁들여 19세기 말 프랑스 소시민들의 삶을 날카롭게 그렸다.알퐁스 도데의 여러 단편소설 가운데서 ‘마지막 수업’과 ‘별’이 가장 유명하다. ‘별’은 한때 교과서에 수록됐는데 ‘국민단편’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랑받는 작품이다. 국내 서점가에 나온 ‘별’의 판본이 70종이 넘는다고 하니 열기가 충분히 전달되는 듯하다.‘별’의 주인공 양치기는 몇 주일씩이나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 개와 양떼와 함께 목장에서 외롭게 지낸다. 2주일마다 농장 머슴이나 늙은 아주머니가 보름치 양식을 실어다 줄 때가 가장 즐거운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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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6)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

    인간의 욕망을 그린 비극설명이 필요 없는 작가라면 셰익스피어를 능가할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그의 가장 유명한 희곡 『햄릿』을 읽은 사람은 얼마나 되려나. “숫자를 셀 수 없을 것이다”라고 단정하긴 힘들지 않을까. 문학청년이라면, 교양인이라면 셰익스피어 희곡 정도는 당연히 읽는 시절이 있었지만 종이책을 도외시하는 요즘은 그렇지가 못하다. 『햄릿』 대신 『라이언 킹』을, 『로미오와 줄리엣』 대신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보고 환호하는 세상 아닌가. 셰익스피어 작품을 각색한 작품이 많아 ‘셰익스피어 이후에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작가가 태어난 영국이 아닌 미국과 캐나다, 호주에서 매년 여름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이 열리는 이유는 뭘까. 1564년, 그러니까 453년 전에 태어난 작가의 작품이 지금도 뜨거운 환호를 받는 건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딜레마에 빠져 최고조의 갈등을 극화한 비상한 작품들은 독서 중에 호흡이 가빠질 정도로 절묘하고 재미있다.세계 최고의 극작가인 셰익스피어는 37편의 희곡, 2편의 장시, 154편의 소네트를 남겼다. 대표적인 작품인 4대 비극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를 비롯하여 『로미오와 줄리엣』,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니스의 상인』, 『한여름 밤의 꿈』 등 유명한 작품이 셀 수 없이 많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단연 『햄릿』이다.네 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연극 구경을 다닌 셰익스피어는 열한 살 때 입학한 그래머스쿨에서 다양한 학문을 익혔으며 특별히 『성서』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 매료되었다. 햄릿이 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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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끝> 청년들이여, 기업가가 되라

    스마트폰, 컴퓨터, TV, 집, 자동차, 마트?.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것들의 곳곳에 기 업가 정신이 배어 있다. 혁신적 기업가일수록 우리 생활에 크고 많은 혜택을 줘왔다. 한국 경제의 성공은 기업가와 떼어 생각할 수 없다. 전자산업, 조선산업, 자동차산업 등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들은 대부분 기업가들이 일으키고 성공시켰다. 기업가들에 게 큰 역할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독립한 다른 수많은 독립국들과 확연히 다르다.파키스탄이 망한 이유대다수의 신흥 독립국들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 즉 국가기간 산업을 국영기업 방식으로 추진했다. 민간 기업이던 것들조차도 국유화시키는 일이 잦았다. 파키스탄은 눈에 띄는 사례다. 이 나라는 1950년대에 이미 미국의 GM, 포드와 합작으로 상당한 수준의 자동차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당시 한국은 드럼통을 펴서 ‘시발자동차’를 만들던 수준이었다. 1971년 인도와의 전쟁이 끝나자 부토 총리는 대기업들에 대한 국유화를 선언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철강, 석유화학 등 10개의 중화학 분야가 국유화돼 갔다. 기업가 자리는 공무원들로 채워졌다. 결과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그 파키스탄의 모습이다. 국유화된 거의 모든 산업은 끝없이 추락해 갔다.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파키스탄 기업은 찾기 어렵다.한국의 성공 비결은 민간기업 육성반면 한국은 전혀 다른 길을 갔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3년 중화학공업 투자를 선언하고 기업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조선산업은 정주영(현대)이라는 사업가에게 맡겼고, 전자산업은 이미 해오고 있던 이병철(삼성)과 금성사(지금의 LG) 구인회를 앞세웠다. 자동차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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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 농업 기업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농업도 미래산업이 될 수 있다. 그러자면 위생적이고 맛있는 농산물을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좋은 일자리도 만들어내야 한다. 농민 기업가 김홍국은 쉽지 않은 그 일에 성공해서 하림그룹이라는 큰 기업을 일궜다. 닭 기르는 일 로 시작해서 연간 매출 6조원의 종합농식품 기업을 이뤄냈다. 미국 등 해외 진출은 물 론 최근에는 큰 해운회사를 인수해 국제 곡물거래 사업에도 진출했다. 협력농가들에 는 연수익 2억원에 육박하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초등학생 때 닭과 인연맺다김홍국의 농사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외할머니가 선물해준 병아리 10마리를 키우면서 시작됐다. 49년 전의 일이다. 홍국의 닭과 돼지 기르기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18세가 되던 해에는 본격적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농장을 세워 황동농장이라 이름도 붙였다. 돈도 잘 벌어서, 고등학교 때 이미 ‘학생 사장’으로 불렸다고 한다.양계-양돈업자였던 홍국은 고통스러운 시련을 겪으면서 농식품기업가로 성장하게 된다. 1982년 홍국이 25세 되던 해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했다. 사업을 확장한다며 겁 없이 가져다 쓴 빚이 문제를 일으켰다. 원리금을 갚을 수 없게 되자 사채업자들이 들이닥쳤다. 홍국은 그들을 피해 도망다니는 신세가 됐다. 돼지우리에까지 숨어들어갔지만 피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돼지 파동… 쓰러지다 …돼지우리를 나와 빚쟁이들을 찾아다녔다. 반드시 갚을 테니 기회를 달라고 읍소를 했다. 식품회사 영업사원을 해가며 빚을 갚아나갔다. 그러는 중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생고기값은 늘 오르내리기 마련이고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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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5) 오 헨리 '마지막 잎새'

    유명한 작품이 즐비마지막 잎새마저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드러낸 가로수들이 겨울을 재촉하고 있다. 올해는 추위가 일찍 찾아와 은행잎이 노란색으로 채 물들기 전에 낙하해 보도가 녹색으로 물들었다. 찬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작가는 역시 《마지막 잎새》의 오 헨리다. 10년 남짓 활동하는 동안 300편 가까운 단편소설을 발표했는데 그의 소설은 너무 익숙해 때때로 민담처럼 여겨질 정도다. 그래서인지 출처를 밝히지 않고 설교나 강연에 인용하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오 헨리의 소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면 《마지막 잎새》와 《크리스마스 선물》을 들 수 있다. 폐렴에 걸린 존시는 창밖의 담쟁이덩굴의 잎이 다 떨어지면 자신도 죽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침대에 힘없이 누워있다. 그런 친구가 너무나 안타까워 수는 아래층 베어만 영감에게 하소연을 했고, 실패한 화가 베어만 영감은 존시를 위해 벽에 마지막 잎새를 그린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떨어지지 않는 마지막 잎새를 보고 존시는 회복되지만 비를 맞고 그림을 그린 베어만 영감은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다.《크리스마스 선물》에 등장하는 부부의 사랑은 삭막한 세태에 늘 따뜻함을 안긴다. 크리스마스를 맞은 가난한 부부, 서로에게 줄 선물을 준비한다. 델라는 긴 머리를 잘라서 판 돈으로 남편을 위해 심플하고 수수한 디자인의 백금 회중 시곗줄을 산다. 짐은 자신의 시계를 팔아 아내의 옆머리와 뒷머리에 꽂을 머리핀 세트를 구입했다. 오 헨리는 ‘이 두 사람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선물을 줄 아는 사람들이다. 선물을 주고받는 모든 사람 가운데 이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현명하다’로 소설을 끝맺었다.두 소설만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