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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양 기타

    (48) 피천득의 '인연'

    산문체로 쓰는 소설과 수필2017년이 밝았다. 올 한 해 어떤 인연들이 삶의 모퉁이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피천득 선생은 수필가이자 시인이며 영문학자이다. 교과서에 실린 ‘인연’ ‘수필’ ‘플루트 플레이어’ 같은 글들로 많은 이에게 익숙한 문학가이다.지금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각박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문 기사나 방송 뉴스에서 걸핏하면 ‘소설 쓰지 말라’는 말이 들려온다. 이 말은 어느덧 ‘거짓말을 하지 말라’라는 의미가 되었다. 사실은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하라’라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허구적인 이야기를 꾸미는 산문체의 문학 양식이다. 작가는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시, 소설, 수필, 희곡 등 여러 문학 양식 가운데서 선택하여 글을 쓴다. 창조적인 이야기를 개성적인 인물과 완벽한 구성에 담아내는 ‘소설’을 ‘거짓말’과 동일시하는 행태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기분은 과히 좋지 않다. 허구가 아닌 사실에 바탕에 두고 그리는 소설도 얼마든지 있다. 사실이든 허구든 ‘소설 쓰지 말라’며 인격체를 모독하고 닦달하는 행태를 지켜보는 건 피곤하고 딱한 일이다.소설이 상상력에 바탕을 둔다면 수필은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 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담은 산문 형식의 글이다. 소설과 수필은 같은 산문이지만 소설이 허구의 이야기라면 수필은 사실을 담는 것이다. 뉴욕에 가본 적 없는 소설 주인공 ‘나’가 타임스퀘어 광장을 거닐고 브로드웨이 연극을 본 것처럼 표현하는 건 괜찮지만 수필에서는 간 적도 없는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새

  • 경제 기타

    트럼프 당선 이후 글로벌 채권금리가 상승하는데…

    ◆트럼프와 글로벌 경제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아시아·신흥국 등의 금융시장에서 글로벌 자금 탈출이 일어나고 있다. 불확실성 증가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는 데다 강(强)달러 신호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와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이후인 지난달 10일부터 3주간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70억달러(약 20조원)에 이른다. -12월 5일 한국경제신문☞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후 세계 금융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트럼프 발작(Trump tantrum)’으로 불리는 이 변화는 △채권 금리 상승 △신흥국의 달러 유출 △신흥국 통화가치 약세 및 달러 강세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트럼프 탠트럼’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 배경에 대해 알아보자.초저금리 시대 저무나트럼프 당선 이후 세계 채권 금리는 급등세를 보였다. 미 대선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당선 시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 탓에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돈이 몰려 금리가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한 전문가가 많았다. 하지만 실제 트럼프가 당선되자 채권 금리는 크게 출렁였다. 선거일인 11월8일 연 1.85%였던 3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4일 2.24%까지 올라갔고, 연 2.62%였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00%로 상승해 거래됐다.독일 국채(10년 만기 기준)도 미 대선 전 연 0.19%에서 14일 0.32%로 올랐고, 30년 만기 금리는 5월 이후 처음으로 1% 위로 상승했다. 일본 국채 금리는 -0.07%에서 0.00%로 올라 9개월 만에 마이너스에서 벗어났다. 한국 국채 금리도 오름세를 보였다. 3년 만기 한국 국채 금리는 지난달 9일 연 1.40%에서 지난 5일 현재 1.75%로 올랐다.이처럼 채권 금리가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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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 찰스 디킨스 - '선 오브 갓, 예수'

    아이들에게 들려준 예수의 발자취매년 12월이면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크리스마스 트리가 아름답게 불을 밝힌다. 크리스마스가 예수의 탄생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예수의 생애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국이 낳은 위대한 소설가 찰스 디킨스가 쓴 <선 오브 갓, 예수>를 통해 예수를 만나보자.이 책은 찰스 디킨스가 세상을 떠난 지 64년만인 1934년에 출간되었다. 디킨스가 세상을 떠나기 21년 전에 썼는데 왜 뒤늦게 세상에 나온 것일까. 디킨스가 “내 생각을 자녀들에게 전하기 위해 쓴 것이니 출간하지 말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 헨리가 “가족이 출판을 찬성한다면 내가 죽은 후에 출판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하여 뒤늦게 책이 나온 것이다.예수의 발자취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쓴 얇은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성경 이야기 사이사이 찰스 디킨스는 자신의 해석과 지식을 담았다. 디킨스는 예수를 ‘지금까지 살았던 사람들 중에서 그처럼 선하고 자비롭고 다정한 분은 결코 없었단다. 죄인들과 여러 면에서 병들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그 보다 더 불쌍히 여긴 사람은 여태껏 없었단다’라고 소개한다. 이후 예수의 탄생과 어린 시절 이야기, 기적을 베풀고 병을 고친 이야기, 제자들을 훈련하는 과정이 찬찬히 이어진다.예수가 12명의 가난한 자를 제자로 선택한 과정을 소개한 뒤 디킨스는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자, 세상에서 가장 뒤틀리고 추악하게 생긴 자라도 지상에서 선하게 산다면 천국에서 눈부신 천사가 되지. 이 사실은 너희가 어른이 되어서도 절대 잊지 말거라. 가난한 남자,가난한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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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전문가들의 예측도 자주 빗나간다. 기존의 지식과 고정관념에 얽매이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하지도 마라’는 문장 속에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깃들 틈이 없다. 영국의 작가이자 역사가인 앨버트 잭이 쓰고 김아람이 옮긴 《지금은 당연한 것들의 흑역사》라는 책에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사실들이 가득하다.“우주여행이란 완전한 헛소리다.” 영국 정부의 우주고문 리처드 울리 박사가 1956년에 한 말이다. 불과 1년 후인 1957년 10월4일, 소련은 ‘동반자’라는 뜻의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한다. 1960년 8월에는 개 2마리와 쥐 40마리를 태운 스푸트니크 5호를 발사했다. 동물들은 우주여행을 마치고 다음날 지구로 귀환했다. 최초의 유인 우주선은 1961년 4월12일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을 태우고 비행한 보스토크 1호다. 이후 미국과 소련 사이에 본격적인 우주비행 경쟁이 벌어지고, 미국이 아폴로 계획을 통해 우주인을 달에 보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우주비행이 문제가 아니다. 1902년 캐나다 출신인 천문학자 사이먼 뉴컴은 “공기보다 무거운 기계로 비행한다는 것은 실용적이지 않다. 물론 애초부터 불가능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프랑스 육군 5성 장군이었던 페르디낭 포슈는 1904년 “비행기는 흥미로운 장난감일 뿐 군사적인 가치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나는 기계’의 특허를 획득한 때는 1906년 5월이다. 이후 비행기가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터다.IBM회장 “컴퓨터 수요는 5대가 전부”“세계 컴퓨터의 수요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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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부터 은행 대출이 더 깐깐해져요 "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금융회사 빚을 이미 꽤 가진 사람이라면 앞으로 대출을 새로 받기가 더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대출 신청자가 한 해 대출금을 갚는 데 정확히 얼마를 쓰는지 은행이 알 수 있게 되면서 빚 갚을 능력이 있는지를 더 깐깐하게 들여다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국신용정보원은 다음달 9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출을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고 은행권에 정보 제공을 시작한다. -11월 28일 한국경제신문☞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에 나섰다. 13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 추세인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새 대책의 핵심은 새로운 소득심사 지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도입이다.DSR은 돈을 빌리는 사람의 연간 소득 대비 연간 금융부채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액 비율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연간 소득이 5000만원인데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돈 중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연간 2000만원이라면 DSR은 40%가 된다. 한국신용정보원은 다음달 9일 DSR 산출을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고 은행권에 정보 제공을 시작한다. 한국신용정보원은 여러 기관에서 나눠 맡던 신용정보 집중 기능을 한 기관에서 통합·운영하기 위해 설립된 종합 신용정보집중기관이다.현재 소득 대비 빚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판단하는 지표로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쓰이고 있다. 이 비율이 60%, 즉 연간 소득 대비 이자 합계가 60%를 넘어서면 대출 한도가 제한된다. 하지만 원금 상환 부담은 제외하고 이자 부담만 추정해 고려하는 게 DTI의 한계다. 만기에 원금을 한 번에 갚는 거치식 주택담보대출, 중도금대출, 신용대출 등은 상환부담이 실제보다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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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증시 통해 중국 선전 증시 직접투자 할 수 있죠"

    ◆선강퉁과 후강퉁중국 선전증시와 외국인 투자가 자유로운 홍콩증시 간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선강퉁이 5일부터 시행된다. 중국과 홍콩의 증권거래당국은 25일 네트워크 점검 시험을 거친 뒤 12월5일 선강퉁을 개통한다고 밝혔다. 선강퉁이 시행되면 한국 개인 투자자도 홍콩증권거래소를 통해 선전증시에 상장된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 -11월 26일 한국경제신문☞ 우리나라는 자본시장이 개방돼 있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국내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자본시장을 완전 개방한 건 1997년 외환위기 직후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 우리처럼 자본시장이 자유화돼 있지 않다. 중국 정부는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외국 투자자에 한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중국 증시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이게 적격 외국기관투자가(QFII) 제도다. 외국인이라면 QFII를 따야만 중국 자본시장에 투자할 권한이 생긴다. 중국 정부가 QFII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급격한 외국 자본 유출입을 관리해 나라 경제의 건전성을 유지하자는 뜻이다.따라서 중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는 제한돼 있다. 중국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QFII의 중국 투자상품에 투자하는 것과 후강퉁을 이용하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후강퉁은 해외 투자자들이 홍콩 증권거래소를 통해 상하이증시의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제도다. 상하이를 뜻하는 ‘후’와 홍콩을 의미하는 ‘강’을 조합해 만들어진 용어다. 상하이증권거래소와 홍콩증권거래소 간 교차매매를 허용한 것으로, 해외 개인 투자자들도 홍콩증시를 통해 중국 본토 주식 투자가 가능하다. 후강퉁은 2014년 1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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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 무라카미 하루키 - '1973년의 핀볼'

    하루키 문학의 가벼움에 환호무라카미 하루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다. 올해 가장 유력한 후보자였던 하루키에 대해 한 스웨덴 소식통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의 가벼움이 수상의 장애가 되고 있다”고 평한 바 있다. 실은 ‘하루키 문학의 가벼움’에 세계가 환호하고 있다. ‘가벼움’은 ‘독특한 상상력, 난데없는 비유, 서정성과 우울함, 상실이 주는 감성’으로 대치될 수 있을 것이다.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한 하루키는 똑같은 등장인물로 다른 이야기를 만든 《1973년의 핀볼》을 두 번째로 발표했다. 두 소설에 대해 하루키는 “습작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애착을 갖고 있다. 처음으로 나 자신의 생각을 한 대상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하루키는 나중에 전집을 묶으면서 단편들을 손질했지만 초기에 쓴 두 작품만은 손대지 않았다. 자전적 소설 속의 주인공이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자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하루키는 일하는 틈틈이 부엌 테이블에서 두 작품을 쓴 뒤 서른 살에 전업 작가가 됐다. 작가 초년기 때 쓴 자전적 소설 《1973년의 핀볼》에서 풋풋한 하루키를 만날 수 있다.스리 플리퍼 스페이스십과 대화하다이 책에 하루키 독자들에게 익숙한 ‘나오코’가 등장한다. 나오코가 한 이야기를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기억하는 주인공 나. 사랑했던 그녀는 이미 죽었지만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1970년 겨울, 대학 수업에 거의 가지 않고 아르바이트 수입의 대부분을 핀볼 기계에 쏟아붓는다. 허전한 마음을 스리 플리퍼 스페이스십과 대화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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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 플레밍과 이항복 전설

    스코틀랜드 농장에서 일하는 휴 플레밍은 성실한 농부였다. 어느 여름날 아침 ‘살려달라’는 외침을 듣고 그는 농기구를 집어 던진 뒤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다. 허리 높이의 진흙 늪에 한 소년이 빠져 들어가는 중이었다. 플레밍은 늪으로 뛰어들었고 소년을 구했다. 다음날 귀족 한 사람이 플레밍의 집 앞에 마차를 세웠다. 소년의 아버지였다. 귀족은 아들의 목숨을 구해줘서 고맙다며 보답의 표시로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플레밍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이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때였다. 플레밍의 아들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현관을 나와 아버지 옆에 섰다. 생전 처음 보는 귀족의 ‘실물’이었다.플레밍이 항생제로 처칠을 살렸다?귀족은 플레밍에게 “이 아이가 아들이냐”고 묻고 “그렇다”는 대답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를 데려다 최고의 교육을 받도록 학비를 대겠습니다. 아이가 아버지와 닮았다면 우리가 자랑스러워 할 남성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플레밍은 동의했다. 가난을 탈출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플레밍의 아들은 런던 세인트메리의과대학을 졸업했다. 그리고 귀족의 아들이 훗날 폐렴에 걸려 생명이 위독했을 때 자신의 발명품인 페니실린으로 그의 목숨을 한 번 더 구했다. 귀족의 이름은 랜돌프 처칠, 귀족 아들의 이름은 나중에 영국 총리가 돼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끄는 윈스턴 처칠이다.이 이야기는 당대 유럽에 널리 퍼졌을 만큼 유명한 일화였으나, 알렉산더 플레밍이 쓴 책 《페니실린 맨-알렉산더 플레밍과 항생제 혁명》에는 나오지 않는다. 아니 나오기는 나온다. 다만 ‘놀랍도록 꾸며낸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