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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69) 구로야나기 테츠코 '창가의 토토'
제비에게 말을 거는 토토···수업 방해초등학교 1학년 때 퇴학당한 토토. 수업 시간에 신기한 책상을 수없이 여닫고, 창가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집을 짓는 제비에게 말을 걸어 도대체 선생님이 수업을 할 수 없게 한 아이다. 어머니는 가장 빠르게 퇴학당한 딸을 전교생이 채 50명이 안 되는 도모에 학원으로 데려간다. 전철 6량을 교실로 사용하는 작은 학교에 들어서는 순간 토토는 “와!”하고 함성을 지른다.첫날 토토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들어준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을 마음껏 뛰놀며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무슨 일을 하든 제지하지 않고 “끝나면 전부 원래대로 해놓거라”라고 말할 뿐이다. 아이들이 가장 배우고 싶은 과목으로 수업을 시작하니 시간표가 따로 없다. 새로운 전철 한 량이 더 들어오는 밤, 그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학교에서 재웠다가 보게 해주는 학교다.토토의 첫 번째 친구 야스아키는 소아마비 장애가 있다. 몸이 불편한 친구가 여럿 있지만 선생님은 다같이 옷을 벗고 수영하도록 해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공부하고, 운동회 때 상으로 채소를 주는 학교가 바로 도모에 학원이다.천편일률적인 학교61개의 짧은 이야기로 이어지는 《창가의 토토》는 수필 같기도 하지만 잔잔하나마 기승전결을 갖춘 소설형식을 띠고 있다. 출간 첫해에 500만 부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고 세계 34여 개국에 소개돼 독자들이 ‘토토짱앓이’를 할 정도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2000년 한국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창가의 토토》가 사랑받는 이유는 문제아로 찍혀 전학 온 아이들이 밝게 자라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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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68) 에드거 앨런 포 '어셔가의 몰락'
추리소설 개척자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는 러시아의 안톤 체호프, 프랑스의 기 드 모파상과 함께 세계 3대 단편 작가로 꼽힌다. 포는 시인이자 소설가, 비평가로 활동했는데 SF, 팬터지, 추리, 공포 문학의 원조를 따질 때 반드시 거론될 정도로 대단한 작가이다. 현대화된 소설의 틀을 마련한 독창적인 이론가면서 추리소설 개척자인 포에 의해서 본격적으로 현대 단편소설이 체계화되었다.포의 추리는 소설 앞부분에 단서를 제공하고, 특정한 인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지금까지 모든 추리 형식의 소설이 그대로 따르고 있는 정석이다. 사건을 시간 경과에 따르는 평이한 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매듭을 동시다발적으로 풀어나가는 새로운 서술법으로 문학을 풍부하게 만든 것이다.<어셔가의 몰락>은 단편의 요체를 환상과 추리에서 찾은 포의 문학론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환상과 현실의 연결 속에서 단서가 계속 제시되는 어셔가의 몰락 과정을 따라가 보자.‘음산하고 어둡고도 조용하던 가을 어느 날, 구름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낮게 하늘을 내리누르고 있었다’로 시작하는 소설은 요즘처럼 더울 때 딱 읽기 좋은 내용이다. ‘나’는 음침한 저택의 주인 로데릭 어셔와 몇 주일을 함께 지내기로 한다. 어렸을 적 유쾌한 친구였던 로데릭이 ‘몸이 극도로 쇠약하고 정신이상으로 괴롭다’는 편지를 보내왔던 것이다.음산하고 곰팡이 낀 풍경 묘사 ‘탁월’음산한 주변 풍경, 곰팡이와 거미줄이 뒤덮은 저택, 부서진 석조물 등 포는 소설 앞부분을 온통 저택과 주변 분위기 묘사에 할애하며 사건을 예고한다. ‘눈에 띌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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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21) 쓰러진 기업들
서울 종로2가 사거리에서 남산 쪽으로 걷다 보면 3·1교라는 다리가 나온다. 청계천 위에 걸쳐진 다리다. 사실은 그 길의 이름 자체가 3·1로다. 그리고 그 다리 입구에 서 있는 건물의 이름은 3·1빌딩이다. 층수도 지상 31층, 1971년 지어진 건물인데 근 1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이 건물을 지은 건축주는 삼미그룹이었고 오랫동안 삼미그룹의 사옥으로 쓰였다. 삼미가 도산하는 바람에 건물 주인도 바뀌었다. 현재는 홍콩의 스몰락인베스트먼트 소유다.30대 대기업 중 16개 쓰러져삼미그룹은 특수강 분야에 전문화해서 크게 성공한 기업이었다. 특수강이란 철판에 크롬, 니켈 등을 섞거나 열처리를 해서 만든 금속이다. 스테인리스가 대표적 특수강이다. 1990년대 초반에는 세계 특수강업계 2위에 오를 정도로 사업이 잘됐다. 그러나 경기는 위축되었고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무너졌다.기업도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는다. 한편에선 생겨나고 다른 쪽에선 죽는다. 특히 1997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많은 기업이 죽었다. 30대 재벌기업 중에서 16개가 도산하거나 해체됐다. 삼미뿐만 아니라 기아자동차그룹, 한보그룹, 쌍용그룹, 쌍방울그룹 등이 그 이름이다. 오늘은 그들의 이야기다.한보그룹도 철강에 투자했다가 무너졌다. 한보는 세무서 직원을 하던 정태수가 세웠다. 대치동의 쓸모없어 보이는 땅에 아파트를 지었는데 대박이 났다. 지금의 은마아파트다. 그 후로도 여러 가지 사업을 벌려서 돈을 벌었다. 1990년대 초부터 충남 당진에 대규모의 제철소를 세우기 시작했는데 1997년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도산했다. 사업 중 문제가 생기면 뇌물을 주는 방법으로 해결하곤 했다.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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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67) 최인훈 '광장'
남북 이데올로기 동시 비판6·25전쟁 67주년이 다가왔다. 1950년 6월25일에 발발해 1953년 7월27일에 휴전한 상태일 뿐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6·25전쟁을 소재로 한 소설이 무수히 많은데 그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지고 많은 논쟁을 낳았으며 지금도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작품은 바로 《광장》이다.《광장》의 주인공 명준은 남에서 북으로 가지만 작가 최인훈은 북에서 남으로 왔다. 1936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그는 원산고등학교 1학년 때 6·25전쟁을 겪었다. 그해 12월 해군함정 LST 편으로 전 가족이 월남하였다.그의 나이 24세이던 1960년 《광장》을 발표했는데 이 소설이 주목받은 이유는 과연 뭘까. 이전에 나온 6·25전쟁 소설과 다르게 ‘남북한 이데올로기를 동시에 비판’하는 가운데 주인공이 남북을 오가는 절묘하면서도 파격적인 스토리 속에 철학적 사유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이명준이 남한도 북한도 아닌 제3국을 향하는 배 안에서 회상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철학과 3학년인 이명준은 친구 태식의 집에서 지낸다. 아버지는 8·15 광복 때 월북했고 얼마 후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 아버지 친구였던 은행가의 집에 살게 된 것이다. 명준은 사람에게 밀실과 광장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명준에게 밀실도 그리 안온하진 않지만 광장은 불만 그 자체이다. ‘정치는 추악한 밤의 광장이자 탐욕과 배신과 살인의 광장, 경제는 사기의 안개 속에 협박의 꽃불이 터지고 허영의 애드벌룬이 떠도는 광장, 문화는 헛소리의 꽃이 만발하는 광장’일 뿐이다.어느 날 명준은 느닷없이 형사에게 끌려간다. 북으로 간 아버지가 대남방송에 나오자 형사는 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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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20) 대림그룹 창업주 이재준
재계 순위 18위인 대림그룹은 부림상회라는 목재소에서 출발했다. 일본 건설업자들이 광복과 함께 떠나자 건설 사업에 기회가 있다고 보고 창업주는 건설업에 뛰어들었다.서울 D타워의 D는?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뒤편으로 특이하게 생긴 빌딩이 하나 생겼다. 서로 다른 색깔의 블록을 쌓아 만든 듯한 모양! 이 재미있는 빌딩의 이름은 광화문 D-타워다. D는 Daelim의 첫자에서 따왔다. 대림그룹이 지었기 때문이다. 대림은 건설업으로 성공한 기업이다. 원래 대림그룹 사옥은 근처 미국 대사관 뒤편의 허름해 보이는 건물이었는데 초현대식 건물을 지어서 이사했다.대림의 창업자는 이재준이라는 사람이다. 1917년 일제 강점기에 태어났다. 정미소를 하던 부친이 둘째 아들인 재준의 사업가 기질을 알아보고는 대학도 안 보낸 채 밑에 두고 사업을 배우게 했다. 청년 이재준의 첫 사업은 1939년 부평에 차린 목재소 부림상회였다. 사촌형과 같이 시작했는데 풍림산업으로 분가해 나가고 부림상회는 이재준이 독자 경영을 하게 된다.이재준의 사업은 번창했다. 서울을 놔두고 부평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인천에 공업단지가 들어설 것을 내다봤기 때문이었다. 그 예상은 들어맞았고 부림상회를 찾는 손님이 많았다. 그냥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기보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먼저 물어서 맞춰주다 보니 더욱 손님이 많이 들었다. 수금할 때도 머리를 썼다. 외상값을 받으러 낮에 찾아가면 사람을 만나기 어려우니까 새벽에 찾아다녔다. 이 덕분에 외상값을 떼이는 일이 그만큼 줄었고 가게 형편도 좋았다.태국 고속도로 공사 수주광복 후 2년째인 1947년 이재준은 건설업을 시작했다. 일본인 건설업자들이 떠난 상태라 건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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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66)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톨스토이 단편선'
교훈과 진리를 담은 단편소설세계적인 대문호이자 사상가인 톨스토이는 새삼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가다. 소설, 희곡, 수필, 평론, 종교론, 인생론 등 방대한 저서를 남긴 그는 도스토예프스키, 투르게네프와 더불어 ‘러시아 3대 문호’로 불린다. 세계 100개가 넘는 다국어로 번역된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같은 걸작을 쓴 톨스토이에게 ‘인류의 스승, 고귀한 거장’ 같은 찬사가 늘 따라다닌다.장편소설도 많은 사랑을 받지만 톨스토이가 남긴 50여 편의 중편과 단편 가운데 여러 작품은 세계 거의 모든 언어로 번역된 필독서가 됐다. 러시아 민화에 기반을 둔 톨스토이의 단편들은 ‘진정한 교훈을 주며 삶의 의미를 반추하게 만든다’ ‘보편적이지만 중요한 진리를 전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러시아에서 구전된 전설이나 민담에 톨스토이가 추구하는 소박한 진리를 더해 작품을 완성시켰기 때문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촘촘한 구조와 난해한 스토리, 수식이 과한 문장으로 독서를 방해하는 일단의 단편소설과 달리 톨스토이의 작품은 편하게 읽으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톨스토이의 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면 단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꼽을 수 있다. ‘OO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식으로 계속 패러디되는 데다 진중한 질문을 담고 있어 제목만으로도 생명력이 있다 하겠다. 제목은 내용만큼이나 중요해 작가들이 마지막까지 고심하는 부분이다.《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톨스토이의 답은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것이다. 툴툴거리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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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19) 효성그룹 세운 조홍제
경남 의령군에는 정암리라는 마을이 있다. 솥 정(鼎)자에 바위 암(岩)자, 솥바위마을이 그 뜻이다. 실제로 마을 앞을 흐르는 남강 물 가운데 솥 모양의 바위가 서 있다. 솥뚜껑을 세 개의 다리가 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솥은 부의 상징이어서 예부터 솥다리가 뻗은 방향대로 세 명의 큰 부자가 날 것이라는 전설이 있었다. 우연이겠지만 정말로 세 명의 큰 부자가 났다.의령군 정암리와 세 부자 ‘신화’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은 근처 의령에서 났고, LG그룹의 창업자 구인회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승산리 사람이다. 두 사람은 1923년 같은 해에 지수보통학교 같은 반의 급우이기까지 했다. 또 다른 한 명의 큰 부자는 효성그룹을 창업한 조홍제다. 한때 재계 랭킹 5위까지도 했던 대단한 기업의 창업자다. 조홍제 역시 솥바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군북에서 태어나고 자랐다.조홍제의 첫 직장은 1940년 군북금융조합장이었지만 큰 사업을 한 것은 1948년부터였다. 해방이 되자 삼성상회를 하던 이병철이 무역회사를 하자며 조홍제를 찾았다. 조홍제는 이병철의 형과 친구 사이였으니 이병철이 고향 선배를 찾은 셈이었다. 그렇게 둘은 삼성물산공사를 세우고 이병철은 사장, 조홍제는 부사장이 돼 사업을 펼쳐나갔다. 그러던 중 서로 뜻이 안 맞아 1962년 조홍제가 삼성을 나왔다. 조홍제의 나이 56세였다.삼성 나온 뒤 자기 사업 시작삼성을 나온 조홍제의 손에 들려진 것은 한국타이어와 한일나일론의 주식이었다. 그것을 밑천으로 그는 효성물산을 새로 세웠다. 56세! 당시로선 자리를 내놓고 여생을 즐기기 시작해도 이르지 않을 나이에 새 사업에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호는 만우, 늦을 만(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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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65) 프랑수아즈 사강 '슬픔이여 안녕'
철없는 부녀를 찾아온 안느프랑스 작가라고 하면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떠올릴 사람이 많을 듯하다. 20~30년 전에는 사르트르와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계약결혼, 프랑수아즈 사강의 천재성에 매혹되어 프랑스를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사강이 1954년에 발표한 《슬픔이여 안녕》은 18세 소녀가 썼다고는 믿기 힘들 만큼 삶을 보는 눈과 그 속에서 꺼낸 통찰의 깊이가 크다. ‘도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감성과 섬세한 심리묘사’가 뛰어났다고 평가받는 이 소설은 혼자 사는 사람과 한 부모 가정이 흔해진 요즘 훨씬 더 공감을 줄 듯하다.《슬픔이여 안녕》의 주인공은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따분한 기숙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 2년째 아빠와 함께 지내는 17세 소녀 세실이다. 두 살 때 엄마가 사망했고 대학 입학 자격시험에 떨어졌지만 슬픔이라곤 모른 채 살아온 세실은 자유분방함에 취해 인생이 온통 보랏빛이다.딸에게 대범한 옷을 입혀 사교장에 데려가고, 자주 바뀌는 여자 친구 문제를 스스럼없이 상의하는 쿨한 아빠가 여름 휴가를 계획한다. 세실과 아빠의 여자친구 엘자는 바닷가 멋진 별장에서 여름을 즐기게 됐고 세실은 해변에서 대학생인 시릴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반전은 별장으로 차갑고 이지적인 안느가 찾아오는 데서 시작된다. 세실은 가끔 죽은 엄마의 친구였던 안느 집에서 지낸 적이 있다. 세련되고 침착한 안느 앞에서 스물아홉 살의 예쁜 엘자는 빛을 잃고 만다. 아빠의 눈길이 안느에게 계속 꽂히는 모습을 세실은 불안하게 바라본다. 안느는 휴가지에서도 마치 엄마처럼 세실에게 공부를 강조하는가 하면, 시릴과 키스하다 들키자 남자친구를 사귈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