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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양 기타

    정도전 《신도가》

    악장은 조선 초기의 송축가다. 궁중의 의식과 행사와 왕의 행차 등에 사용하던 음악의 가사로 조선의 창업과 문물제도를 찬양하거나 왕덕을 기리는 내용이다. 새로운 왕조의 이념과 지향을 펼치는 데 적합한 노래 양식을 갖추고 있었다.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신도가, 감군은, 상대별곡, 정동방곡 등이 그 대표작이다.그중 신도가는 개국공신 정도전의 작품이다. 전반부에서는 한양의 아름다운 풍경과 새 왕조를 연 태조 이성계의 성덕을 찬양하고, 후반부에서는 배산임수의 명당에서 태조의 만수무강을 빌고 있다. 다소 틀에 박힌 내용으로 읽히지만 정도전의 생애를 알고 읽으면 느낌이 달라진다. 새로운 나라를 열고 도성의 기틀을 닦은 거인의 활달한 기상이 뿜어져 나온다고나 할까?정도전은 봉화 지역의 토착세력 출신이다. 과거를 통해 등용돼 정몽주, 이숭인 등과 함께 공민왕의 유학 육성 사업에 참여했으나 공민왕 사후 우왕 때 정국을 주도한 이인임 등에게 축출돼 전라도 나주 회진현에서 유배생활을 하게 된다. 유배지에서 정도전은 한 촌로에게서 ‘관리들이 국가의 안위, 민생의 안락, 시정의 득실, 풍속의 좋고 나쁨에는 뜻이 없고 녹봉만 축낸다’는 질책을 듣는다. 이때 정도전은 백성을 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오랜 방랑 생활을 하며 곤궁한 백성의 삶을 생생히 목격한다. 그가 제시한 민본사상은 이렇듯 삶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진정성 있는 것이었다.태조 이성계와 정도전의 운명적 첫 만남은 우왕 재위 시절에 이뤄졌다. 여진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함경도 동북면도지휘사 이성계를 찾아간 정도전은 이성계가 자신의 이상을 펼치게 해줄 사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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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림별곡》

    고려가요가 고려 민중의 노래라면 경기체가는 고려 귀족의 노래다. 위 작품은 최초의 경기체가인 한림별곡이다. 한림별곡은 한림제유, 즉 왕명을 받들어 문서를 꾸미는 관청이었던 한림원의 선비들이 부른 노래다. 전 8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시부(문장가와 시인의 문장 찬양), 서적(학문 수련과 독서의 자긍심 찬양), 명필(유명한 서체와 명필 찬양), 명주(귀족의 주흥과 풍류 찬양), 화훼(화원의 경치 노래), 음악(흥겨운 주악에 대한 취향 노래), 누각(후원의 경치 노래), 추천(그네 뛰는 정경과 풍류 찬양) 등을 소재로 당시 선비들의 생활을 노래했다.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 노래의 표현상 특징은 나열이다. 즉, 시적 대상을 나열하거나 제시하면서 흥취를 시구 ‘경(景) 긔 엇더니잇고’로 영탄하고 있다. 경기체가라는 명칭은 이 시구에서 비롯됐다. 나열과 영탄의 반복이니 시적 기법은 몹시 단순하다 하겠다. 한림제유는 이 시가를 인간 본연의 감정을 서정적으로 형상화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 그들의 목적은 사랑하는 소재를 찬양하면서 자신들의 능력과 기개를 과시하는 데 있는 것 같다.제1장을 풀이해 보자. <유원순의 문장, 이인로의 시, 이공로의 사륙변려문, 이규보와 진화의 쌍운을 내어 빨리 짓는 시, 유충기의 대책문, 민광균의 경서 풀이, 김양경의 시와 부. 아, 시험장의 광경, 그것이 어떠합니까?>이 시가의 두드러지는 또 하나의 특징은 ‘물(物)’의 소재화이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사물을 소재로 삼은 것은 추상적인 ‘의(意)’를 노래한 이전의 문학적 관습과는 확연히 구분된다.한림별곡을 비롯한 경기체가의 이런 특징은 이 노래의 주된 창작자인 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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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과정》

    연시가 아니었다.고교 시절 교과서에 실린 정철의 ‘사미인곡(思美人曲)’을 연시(戀詩)로 읽었다가 수업 시간에 연정의 대상이 연인이 아니라 임금임을 알고는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충신연주지사(忠臣戀主之詞)라는 ‘각이 잔뜩 잡힌’ 용어까지 배우고 나니 낭만적인 한 편의 연시는 시험용 텍스트가 돼 버렸다.그런 경험은 나만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시인 고은은 ‘정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은 감상을 남겼다. “지난날 나는 이것을 읽고 무척이나 좋아했다. 사랑의 갈등으로 하여금 더욱 진한 사랑이 되는 옛사람들의 열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섬기던 임금에 대한 호소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얼마나 업신여겼던가. 이제 호오(好惡)를 지나 하나의 작품으로 본다.”정서는 고려 중기의 문인인데 역모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동래로 귀양을 가게 됐다. 의종은 유배 가 있으면 곧 다시 부르겠노라 약속했다. 그러나 유배지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었으므로 자신의 결백을 밝히고자 거문고를 잡고 이 노래를 불렀다. 그의 호가 과정(瓜亭)이었으므로 후세 사람들은 이 노래를 ‘정과정’이라 이름 붙였다. 이 노래를 불렀던 곡조의 이름을 따서 삼진작(三眞勺)이라고도 한다. 고려가요 중 향가의 흔적이 남아 있는 대표적 작품으로 마지막 행의 ‘아소 님하’를 통해 10구체 향가의 형식적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고려가요 중 유일하게 작가의 이름이 전해오는 작품이며 무엇보다 유배문학 효시라는 문학사적 의의를 가지고 있다. 유배지에서 신하가 임금을 그리워하는 정을 절절하게 노래했다고 해 충신연주지사로 널리 알려졌고 궁중의 속악 악장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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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리 화랑의 《후예》

    변화의 시대에 과거에 살다스페인의 문호 세르반테스의 대작 《돈키호테》가 17세기 초의 작품이니 중세의 기사계급이 몰락하고도 한참 뒤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인공 키호테 씨는 기사도 소설에 푹 빠져서 사냥도 그만두고 일상도 팽개친다. 책을 사기 위해 경작지까지 팔아치웠건만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몸소 악당을 제거하고 세상을 구하고자 모험을 떠난다. 기이한 동기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살아버린 인물이다.변화한 시대를 받아들이지 않고 과거를 사는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 우리에게도 있다. 김동리의 ‘화랑의 후예’의 주인공 황진사가 바로 그이다. 작품 속 서술자인 ‘나’는 숙부의 손에 이끌려 파고다 공원 뒤 점쟁이에게 가서 관상을 보게 되고 거기서 황진사를 알게 된다. 그는 황후암의 육대 종손인 황일재라는 사람으로 육십이 다 된 나이에 거무스름한 두루마기를 입고 얼굴이 누르퉁퉁하며 벗겨진 이마와 불그스름한 핏물 같은 것이 도는 눈을 가졌다.숙부가 집을 비운 어느 가을날 황진사가 찾아온다. 그는 ‘쇠똥 위에 개똥 눈 것’을 명약이라며 내게 맡기려 하다가 마침 식사 시간이라 밥을 얻어먹고 간다. 또 친구라는 사람과 함께 먼지투성이의 책상을 하나 가져와서 사라고 한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이십 전을 줘서 보낸다. 숙부를 통해 그가 문벌이 놀라운 양반 집안이어서 자부심이 크고 조상 중에 정승 판서가 많았음을 알게 된다.황진사는 문벌 양반 출신숙부의 부재중에 다시 ‘나’를 찾아온 그는 화로를 끼고 몸을 녹이며 《시전》을 외다가 《주역》을 읽는다. 그리고 툭하면 찾아와서 음식 대접을 받고 간다. 그러던 어느 날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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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의 《채식주의자》

    남편인 ‘나’와 동침을 거부하는 영혜평범한 회사원인 ‘나’는 지극히 평범한 여자 영혜를 아내로 맞아 가정을 꾸린다. 뭔가 요구하는 법이 없으며 끼니때 말없이 맛난 음식을 요리하는 아내와 사는 일은 재미있지 않지만 과분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딱히 불만도 없다. 오히려 성가시게 굴지 않는 것이 아내의 장점이라 생각된다. 아내에게 특이한 점이 있다면 브래지어를 싫어하여 잘 착용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 정도다.그러던 아내가 어떤 꿈을 꾼 뒤로 갑자기 육식을 거부한다. 냉장고의 고기와 생선, 우유, 계란까지 갖다버린 아내는 오로지 채소, 김치, 말간 미역국이 전부인 밥상을 차린다. 고기 냄새가 난다며 ‘나’와의 동침도 거부한다. 아내는 자주 꿈을 꾸고 잠을 설쳐 눈에 핏발이 서고 밥을 먹지 못하여 꼬챙이같이 말라간다. ‘나’는 영혜의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그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처형이 초대한 식사 모임에서 처형과 장모는 영혜에게 어릴 때 영혜가 좋아했던 소고기볶음과 굴무침을 권하지만 소용이 없다. 장인은 ‘나’와 처남이 영혜의 두 팔을 붙들도록 하고 입에 탕수육을 억지로 밀어넣고 영혜가 이를 거부하자 호되게 손찌검한다. 영혜는 결국 과도로 손목을 긋고 병원에 실려가고 ‘나’의 가정은 파국을 맞이한다.어린 시절, 동물들이 새끼를 다 돌볼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약한 새끼를 죽이고 개체 수를 조절해 살아남는 길을 선택한다는 것을 알고 약육강식이라는 자연계의 냉혹한 법칙에 진저리를 쳤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라 여겼다. 인간이라면 약자를 배려하고 함께 공존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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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엄석대의 교실은 잘 돌아간다.엄석대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문열, 1987년)의 ‘영웅’이다. 엄석대는 담임 교사를 대신해 아이들을 지배하고 통제한다. 엄석대가 ‘다스리는’ 학급은 겉으로 보기에 완벽하다. 그가 이끌고 나가는 운동팀은 모든 반 대항 경기에서 우승했고 학급 비품은 어느 반보다 넉넉했으며 교실은 깨끗하고 화단은 환하다. 성적도 우수할뿐더러 그가 실습 감독을 하는 실습지는 수확이 가장 많다. 학급은 일사불란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된다. 물론 이 완벽함의 이면에는 영웅 엄석대의 폭력적 권력이 도사리고 있다. 그의 권력은 막강해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그리고 직접 나서지 않고도 마음에 들지 않는 급우를 괴롭힐 수 있을 정도로 그의 통치술은 교묘하다.석대에게 순응하지 않고 도전했던 한병태는 한 학기 내내 괴롭힘을 당한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 오는 주먹 싸움에서 매번 참패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임에도 집단적 기세에 눌려 싸움 등수는 꼴찌로 밀려났고, 철저한 따돌림을 당해 함께 놀 친구 하나 없는 상태가 된다. 딴 아이들이 다 하는, 어쩌다 걸려도 가벼운 꾸중으로 끝날 뿐인 잘못들, 예를 들면 동네 만화 가게에서 만화를 읽은 것 따위도 엄청난 비행으로 자치회에 고발돼 처벌을 받고 학교 전체에 알려질 만큼 말썽 많은 불량 학생이 돼버린다. 이러니 공부도 제대로 될 리 없다. 상위권이던 성적은 어느새 겨우 중간을 웃돌 뿐인 정도로 내려가고 만다. 한 학기를 버틴 병태는 결국 석대에게 굴복한다. 저항을 포기한 순간 병태가 흘린 눈물은 무력함과 외로움을 온전히 노출했기에 몹시 굴욕적인 것이었지만 항복의 열매는 굴욕을 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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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글 논술·구술 모의고사'는 대입 수시 '도우미'

    고교 수업에서 토론과 글쓰기 과정이 연계되고 성신여대와 한국기술교육대가 논술전형을 새로 도입하면서 한경 생글생글 논술·구술 모의고사가 고교생과 학부모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다. 2019학년 논술과 면접전형을 준비 중인 고교 3학년생뿐 아니라 글쓰기 역량을 미리 키우려는 1~2학년생의 문의도 많다.생글 논술·구술 모의고사는 고교 1학년생의 경우 요약, 비교분석, 비판, 자료 해석 등 글쓰기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최대한 쉽고 실질적으로 학습 성취를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2학년은 인문계, 자연계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인문계 논술은 기초적인 독해 능력과 글쓰기, 자기 생각을 조리있게 표현하는 기초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자연계 논술은 교과 과정을 기반으로 출제된 수리논술 모의고사를 통해 실전적으로 수시논술을 준비하도록 설계했다.올해 수시전형을 준비하는 고교 3학년은 크게 구술면접과 논술 두 가지로 나눠 대비할 수 있다. 구술면접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교육대 사범대 등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심층면접을 하는 대학에 지망하고자 하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다. 실제 출제 양식에 맞춰 예상 문제를 출제하고 예시 답안 및 답안 작성 방향 제시, 관련 주제 읽기 자료를 제공한다.3학년 인문계 논술은 연세대와 수학능력시험 4개 영역 최저등급 합이 7 이내를 충족해야 하는 상위 학교군 유형, 최저등급 2개 영역의 합이 5~6 이내이거나 최저등급이 없는 학교군, 인문수리논술을 출제하는 학교군으로 분류돼 있으며 지원하고자 하는 유형에 맞춰 지도받을 수 있다. 자연계 논술은 한 가지 유형만 지원할 수 있으며, 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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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20살 두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이 소설은 아주 못생긴 여자를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다. 스무 살 두 남녀가 아름다운 사랑을 한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대개 그렇듯 이 이야기는 꽤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다.여주인공은 못생긴 외모로 놀림 받고 상처 받으며 나이를 먹었다. 사랑받을 자신이 없는 그녀는 남자의 진심을 믿지 못하고 멈칫거리는데, 외모만 수려하고 불성실하기 짝이 없어 어머니를 불행하게 했던 아버지를 가진 남주인공은 그녀의 주위를 맴돌며 손을 내민다. 어렵게 여자가 마음을 열고 둘은 서로를 응시한다.그러나 그것도 잠시 여자는 마음속의 어둠을 이기지 못하고 달아난다. 남자가 여자를 찾아 헤매고 둘은 간신히 재회한다. 남자가 여자의 오랜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둘 사이에는 드디어 애틋한 시공이 열린다. 그러나 그 만남을 끝으로 둘의 사랑은 비극적 종말을 맞게 된다. 내용이 궁금하면 일독을 권한다.사진은 이 소설책의 표지로 쓰인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다. 한가운데 서 있는 소녀는 마르가리타 왕녀. 왕녀 양쪽에서 시녀들이 시중을 들고 있고 큰 캔버스 앞에는 벨라스케스 자신이 궁정화가의 위용을 뽐내며 서 있다. 애견 오른쪽에는 왕녀를 즐겁게 해 주기 위해 동원된 두 명의 광대가 있고 그림 뒤편 작은 거울에는 왕녀의 부모인 펠리페 4세 부부가 비친다. 이 그림은 해석이 분분하다. 벨라스케스가 마르가리타 왕녀를 그리는 중에 국왕 부부가 방문한 상황이라고도 하고 「시녀들」 자체를 제작하는 상황이라고도 하고 벨라스케스가 그리는 대상이 국왕 부부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볼수록 묘한 그림이다.벨라스케스의 그림을 표지로벨라스케스는 왜 저런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