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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과 놀자

    몇 달간 생존 '불멸의 세포'…의학의 역사 바꿔

    과학과 의학의 역사를 바꿔놓은 '불멸의 세포'가 있다. 최초로 배양에 성공한 이 인간 세포는 70년간 전 세계 실험실에서 배양되며 11만 건 이상의 과학 논문, 1만 건 이상의 특허, 3건의 노벨상 수상에 기여했다. 이 세포 덕분에 소아마비 백신과 코로나19 백신, 암을 포함한 각종 질병에 대한 지식을 얻고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이 세포는 우주로도 보내져 우주 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이 세포의 이름은 ‘헬라(HeLa) 세포’(사진)다. 헬라 세포의 주인은 헨리에타 랙스(Henrietta Lacks)라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이다. 그의 이름과 성의 앞글자를 따서 헬라 세포라는 이름이 붙었다. 담배 농장에서 일하면서 가정을 이뤘던 랙스는 1951년, 31세의 나이로 자궁경부암 판정을 받았다. 당시 그가 찾은 존스 홉킨스 병원은 지역에서 유일하게 아프리카계 미국인 환자를 진료해주는 병원이었다. 랙스는 라듐을 이용한 항암 치료를 받았지만, 암은 전신으로 퍼졌고 결국 그해 사망했다. 문제는 의료진이 랙스의 암세포를 그의 동의 없이 채취해 배양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의사가 환자의 사례를 연구에 사용할 경우,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반드시 환자에게 알리고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런 절차가 없었고, 연구를 위해 세포를 샘플로 채취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랙스는 앞으로 자신의 세포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사망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세포는 몸 밖에서 며칠 내로 죽었기 때문에 배양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랙스의 세포는 몇 달이 지나도 죽지 않고 빠른 속도로 증식하고 성장했다. 이 세포가

  • 커버스토리

    '젖과 꿀이 흐르는 땅' 팔레스타인의 비극

    “내가 너희를 애굽의 고난 중에서 인도하여 내어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곧 가나안의 땅으로 올라가게 하리라.” 구약성경의 한 구절입니다. 모세가 이집트(애굽)에서 노예로 살던 유대인을 이끌고 새로운 땅을 찾아나서는 대목이죠. 그들이 갔다는 가나안은 지중해 남동쪽 연안, 팔레스타인 지역입니다. 성경에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했지만 지금 이곳엔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대립과 충돌, 갈등과 분노가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 7일 새벽(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하고 이스라엘 군인과 민간인을 사살 또는 납치했습니다. 이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폭격하면서 양쪽에서 막대한 사상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지난 70여 년간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아 ‘세계의 화약고’로 불립니다. 갈등의 당사자는 그곳에서 쭉 살아온 아랍계 팔레스타인인과 1948년 건국한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입니다. 민족 갈등, 종교 갈등, 영토 갈등 등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갈등이 얽히고설켜 있죠. 젖과 꿀이 흘러야 할 땅이 어쩌다 피와 증오로 얼룩지게 됐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분쟁 시작 평화 노력 물거품…'피의 복수' 반복이스라엘은 지중해 남동쪽 연안에 있습니다. 그 옆에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도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 가자지구를 합친 면적은 2만8070㎢로 경상남북도를 합친 것보다 작습니다. 이 좁은 땅을 놓고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이 각자 자기 땅이라며 지난 75년간 무수한 피를 흘렸습니다. 분쟁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분노와 방황 속에서도 사랑을 갈망하는 여인

    저메이카 킨케이드는 1949년 5월 25일 서인도제도의 안티과섬에서 태어났다. 의 주인공 루시도 1949년 5월 25일생이다. 소설은 작가의 경험이 요소요소에 녹아들기 마련인데, 책장을 조금만 넘기면 루시가 곧 저메이카 킨케이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루시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고난은 위장된 축복”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킨케이드가 힘든 시간을 보냈기에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카리브계 여성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첫 장편소설 은 안티과섬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엄마와의 애증 관계를 강렬하게 그린 작품이다. 은 애니가 미국으로 떠나는 날로 끝을 맺는다. 5년 후 펴낸 는 주인공이 고향을 떠나 미국에 도착하는 날로 시작한다. 주인공의 이름은 다르지만, 는 의 후속 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부모의 외면과 ‘악마’라는 이름루이스와 머라이어 부부의 네 자녀를 돌보며 아무런 기대도 없이 살아가는 19세의 루시. 상하수도 시설이 없는 가난한 집에서 자란 루시는 ‘서로 사랑하는 가족, 풍족한 먹을거리, 조화로운 환경’ 속에 머물게 됐지만 마음이 늘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그녀는 부모와 함께 사는 게 지긋지긋하다는 페기와 함께 남자를 만나고 마리화나를 피워대는 것으로 분을 달랜다. 루시의 마음을 들끓게 만드는 그의 부모와 가난한 고향은 그리움과 증오라는 양가감정으로 그녀를 괴롭힌다. 아홉 살까지 외동이던 루시는 이후 5년 동안 남동생 셋이 태어나면서 부모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한다. 아빠는 그렇다 쳐도 엄마까지 아들만 바라보는 상황에서 루시는 가족과의 절연을 계획한다. 엄마로부터 “악마 이름을 붙인 거야. 루시는 루시퍼를 줄인

  • 교양 기타

    조심하게! 웃음 속에 칼을 감춘 사람 [고두현의 아침 시편]

    술이나 마시게(不如來飮酒) 백거이 먼지 자욱한 세상에 얽혀 힘겹게 마음 쓸 일 어디 있겠는가 달팽이 뿔 위에서 서로 싸운들 얻어야 한 가닥 쇠털뿐인걸 잠시 분노의 불길을 끄고 웃음 속 칼 가는 것도 그치고 차라리 여기 와 술이나 마시며 편히 앉아 도도히 취하느니만 못하리. * 백거이(白居易, 772~846) : 당나라 시인 1200여 년 전에 백거이가 쓴 시입니다. 요즘 나라 꼴이 말이 아닌데,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이죠? 먼지 자욱한 ‘홍진의 세상’은 늘 인간이 만듭니다. 간사하고 야비한 사람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웃음으로 상대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뒤로는 제 잇속을 챙기면서 결국엔 비수를 드러내지요. 작은 권력이라도 잡으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분탕질을 칩니다. 황제까지 협박…엄청난 뇌물 챙겨당나라 고종 때 이의부(李義府)도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고종이 아버지의 후궁이던 무씨(武氏, 훗날 측천무후)를 황후로 삼으려 할 때 앞장서 찬동하며 큰 신임을 얻었습니다. 속으로는 음험하면서도 겉으로 겸손한 척하며 미소를 잃지 않는 캐릭터였지요. 머잖아 본색을 드러낸 그는 정적들을 온갖 죄로 얽어 숙청했습니다. 사형수 중에 미녀가 있는 걸 알고는 간수에게 명해 석방시킨 뒤 첩으로 삼기도 했지요. 사법부 책임자가 이를 알고 상소했지만, 두려움에 떨던 간수만 자살하고 그는 무사했습니다. 이를 다시 비판하던 어사 왕의방(王義方)은 먼 곳으로 좌천됐고요. 이의부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관직을 원하거나 출세하려는 이들이 그의 집으로 밤낮없이 몰려들었지요. 보다 못한 고종이 그를 불러 경고하자 되레 “누가 그런 일을 고했습니까”라고 반문하며 날

  • 키워드 시사경제

    콘서트·테마파크…언제 이렇게 비싸졌어?

    미국 아마존에서 일하다가 올 초 정리 해고를 당한 앤절라 웬팅크(48). 그녀는 딸에게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 입장권을 선물해주려다가 가격표를 보고 포기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톱스타인 스위프트의 콘서트는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았다. 액면가 평균이 254달러(약 34만4000원)에 달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소비자가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선 ‘티켓 마스터’와 같은 입장권 판매 사이트에 적게는 49달러(약 6만6000원), 많게는 449달러(약 60만 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녀는 “해고 위로금으로 받은 돈을 값비싼 입장권을 사는 데 쓰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행동일지 자문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美 공연·놀이동산 입장권 가격 천정부지미국 경제 매체 (이하 WSJ)은 공연 관람, 놀이공원 입장 등 오락 비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다면서 이 같은 현상에 ‘펀플레이션(funflatio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재미를 뜻하는 ‘펀(fun)’과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신조어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고 일상 회복이 이뤄진 뒤로 오락 비용이 급등하면서 일반 미국 가정은 아예 관람을 기피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펀플레이션 현상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대중음악 공연이다. 올해 들어 북미 지역을 순회한 가수들의 공연 입장권 평균 가격은 120.11달러(약 16만2300원)로 집계됐다. 지난해에 비해 7.4% 오른 가격이고,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보다 27% 뛰어오른 수치다. 열성 팬들의 수요가 높은 인기 가수의 공연 입장권일수록 더 크게 올랐다. 공식 사이트에서 순식간에 매진되는 데다 엄청난 웃돈이 붙어 재판매된다. 스위프트 공

  • 시사 이슈 찬반토론

    불황에 고물가, 미국은 고금리…한은, 금리 올려야 하나

    경제가 나쁘면 정부는 다양한 사업으로 돈을 풀고, 중앙은행은 양적완화로 이런 정책에 보조를 맞춘다. 이때는 금리가 내려간다. 반대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거나 경기과열, 인플레이션이 분명할 경우 중앙은행은 돈을 거둬들인다. 금리인상이 단행되고, 자금시장에서 선제적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 와중에 고물가에 직면해 있다. 전자(불황)로 보면 금리인하가 자연스럽고, 후자(고물가) 관점에선 금리를 올려야 한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인플레이션 대처로 코로나19 때 풀었던 막대한 자금을 거둬들이면서 고금리로 가는 것도 변수다. 증권시장의 자금 이탈, 고환율을 막으려면 미국을 쫓아 금리를 올려야 한다. 하지만 경영이 어려운 기업과 빚 많은 가계에 고금리는 부담이다. 그래도 한은은 금리를 올려야 하나. [찬성] 저금리 유지 땐 외자이탈·고환율·고물가…풀린 돈이 야기한 부동산 거품 해소도 절실충격적인 코로나19 대책으로 각국은 경쟁적으로 돈을 풀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정부가 나서 온갖 명목으로 돈을 풀었다. 유례없는 초저금리가 장기간 계속되면서 적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했다. 돈이 돈 가치를 잃게 됐고, 미덕으로 여겨졌던 저축 심리도 많이 사라졌다. 코로나19 충격기에는 돈 풀기와 저금리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도 이제는 금융을 정상화해야 한다. 돈이 가치를 잃는 것의 다른 측면이 고물가다. 물가가 오르는 데는 억지로 끌어올린 최저임금 등 임금 요인과 국제 지정학적 변화에서 비롯한 원자재 가격 인상 요인 등이 겹친다. 그래도 가장 큰 원인은 과도하게 풀린 돈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가 이어지던 3년 동안 1조3000억 달러가 풀려나

  • 역사 기타

    '짝퉁 제국'이 남긴 건 인종청소와 헬게이트

    남의 나라의 의사결정을 대신 해주는 나라를 ‘제국’이라고 부른다. 재미있으라고 지어낸 말이 아니다. 제국을 뜻하는 ‘empire’는 라틴어 동사 ‘imperare’에서 파생한 말로, 원래 의미는 ‘명령하다’ ‘지시하다’다. 그렇다고 제국을 지배와 권리 대행의 폭압적 존재, 영토와 자원에 환장한 약탈자로만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그런 제국은 아무리 강성해도 문 닫는 데 한 세기도 걸리지 않는다. 제국은 식민지에 ‘제약’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 지배당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굴종의 스트레스를 압도적으로 뛰어넘을 때 제국은 첫 관문을 통과한다. 그리고 여기에 포용과 관용이 토핑되면서 비로소 롱런 가도에 진입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알렉산드로스에게 피정복 민족을 동물이나 식물 다루듯 하라고 조언했지만, 제자는 스승의 말을 철저히 무시했다. 조언대로 했더라면 그의 제국은 암살과 폭동으로 몸살을 앓았을 것이다. 로마제국의 지배 이념은 윤택하고 편리한 생활 방식의 유혹이었다. 알프스 북쪽과 지중해 서쪽의 식민지들은 정치적 자유를 빼앗긴 대신 도시와 목욕과 청결을 얻었다. 윈스턴 처칠이 로마가 브리타니아에 상륙했을 때 드디어 영국에 문명이 시작됐다고 말한 것은 그런 의미겠다. 중세 끝 무렵 시작된 대항해시대는 대륙과 대륙에 걸친 제국이 다시 등장한 시기다. 오스만제국이 동지중해를 봉쇄하자 “지중해만 바다냐 대서양도 바다다” 하며 서쪽으로 훌쩍 나가버린 일이 대항해시대를 열었다. 포르투갈과 에스파냐가 개막한 대항해시대는 세계를 하나로 연결한 문명사적 사건이었지만,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아프리카와 남미에는 헬 게이트가 열린

  • 경제 기타

    어려운 나라 돕는 이면엔 국익 확보 경쟁

    “아프리카에 한국의 벼 농업 기술과 종자 등을 전수하는 ‘K라이스벨트’ 프로젝트에 코트디부아르와 시에라리온이 참여하기로 했다. 애초 8개국이던 참여국은 10개국으로 늘었다. K라이스벨트는 한국이 통일벼를 아프리카 기후에 맞게 개량한 신품종과 재배 기술을 아프리카에 전수해 쌀 증산을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들어가 2027년까지 연 3000만 명이 먹을 수 있는 200만t의 쌀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2023년 10월 21일 자 한국경제신문 기사- 정부가 아프리카의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올해부터 추진 중인 ‘K-라이스벨트’ 프로젝트에 코트디부아르 등 아프리카 국가들이 추가로 참여하기로 했다는 기사입니다. 주로 한국과 같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돕기 위해 원조를 제공하는 것을 ‘공적개발원조(ODA)’라고 합니다. 어려운 나라를 도와주는 일이라고 하니 ODA가 ‘착한 일’로 느껴지는데요, 그 이면엔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국익’을 확보하려는 국가 간 치열한 경쟁이 있습니다. 오늘은 ODA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ODA에서 도움을 주는 국가를 ‘공여국’, 원조를 받는 국가를 ‘수원국’이라고 합니다. 공여국은 주로 ‘선진국 클럽’이라 불리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국입니다. 그중에서도 공여국 협의체 개발원조위원회(DAC)에 들어가 있는 30개국이 ODA를 주도하고 있지요. 한국은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세계 최초의, 유일한 국가입니다. 한국은 1996년 OECD에 가입했고, 2010년 DAC 회원국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 직후 세계 최빈곤국에서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