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뇌
최근 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운동은 단순히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기억력과 집중력 등 뇌 기능 향상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지며 운동의 긍정적인 효능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과학과 놀자] 청소년기 운동, 기억·학습능력 향상의 '열쇠'
흔히 새해가 되면 꾸준히 운동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야심 차게 세운 계획은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으나, 최근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과거와 달리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홈트’ ‘러닝크루’ 등 다양한 운동 방식이 유행하고, SNS에 ‘오운완’ 인증 사진 업로드는 일상이 됐다. 남녀노소 모두가 건강하고 튼튼한 몸을 자랑하는 것이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셈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운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다소 낮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10대의 규칙적인 체육 활동 참여 비율은 47.9%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같은 조사에서 20대는 57.6%, 30대 이상은 전부 60% 이상으로 나타났다. 앞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건강증진활동 조사’에서 한국 청소년의 건강 활동은 전 세계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장은 문제없어 보일 수 있으나, 청소년기 운동은 훨씬 더 중요하다. 이 시기 운동 부족은 신체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비만이 발생할 경우, 청소년기에는 지방세포 수가 증가하는 ‘지방세포 증식형 비만’으로 발전할 수 있다. 어린 시절에 형성된 지방세포는 성인기까지 지속된다. 지방세포 수가 늘어난 상태에서 체중 감량은 어려워지고, 만성 비만으로 이어진다. 청소년기 운동은 비만 예방뿐 아니라 건강한 성장과 성인기 체중 관리를 위한 기초가 된다.

체중 관리를 위해서만 운동이 필요한 게 아니다. 수많은 연구에 따르면 운동은 인지 기능과 학업 능력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에 따르면, 유산소운동은 청소년 뇌에 긍정적 영향을 주며 인지 능력 향상에 필수 요소로 작용한다. 유산소운동은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의 분비를 촉진해 뇌세포의 성장과 발달을 돕고, 학습과 기억 능력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효과는 동물실험으로 확인했으며, 현재 인간에게도 유사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한 지난해 과학 저널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미국 일리노이대 어배나샴페인캠퍼스 연구에 따르면, 운동은 근육과 신경의 상호작용을 유도해 뇌 기능을 향상시킨다. 연구진은 운동 중 근육을 활성화하는 신경이 글루타메이트라는 신경전달물질 방출을 촉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글루타메이트는 신경이 분포된 근육을 자극하고, 이 신경 자극은 뇌를 촉진하는 호르몬 마이오카인과 세포외소포의 생성을 증가시킨다. 이들은 뇌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외에도 운동은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자극해 뇌 기능을 향상시키고 기분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파민은 동기부여와 학습, 기억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세로토닌은 우울증과 불안을 완화하고 감정 안정에 기여한다. 또한 노르에피네프린은 주의력과 집중력을 높이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청소년기 운동은 수십 년 뒤인 노년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1월 11일 영국 옥스퍼드대와 런던대 의과대학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어린 시절의 건강 상태가 뇌 영역에 변화를 일으켜 장기적으로 치매와 관련될 수 있다. 성인의 건강 상태와 치매 연관성을 다룬 연구는 많았으나, 어린 시절 건강 상태가 치매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7~17세 청소년 860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의 높은 혈압이나 비만이 뇌의 회백질 두께와 표면적에 차이를 만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래보다 높은 혈압이나 급격한 체질량지수(BMI) 증가를 보인 대상은 뇌 회백질 두께와 표면적이 얇고 작게 나타난 것이다. 회백질은 주로 사고와 기억 같은 고차원적 인지 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곳이다. 연구에 따르면, 특히 치매 관련 영역에서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는 뇌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 발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시사하며, 중년 이후 뇌 건강과 기억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고대 로마 속담 중 “건강한 몸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운동은 이제 단순히 신체 건강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뇌 건강을 위한 중요한 투자임이 명확해지고 있다. √ 기억해주세요
조혜인 과학칼럼니스트
조혜인 과학칼럼니스트
유산소운동은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의 분비를 촉진해 뇌세포의 성장과 발달을 돕고, 학습과 기억 능력을 증진한다. 또한 근육을 활성화하는 신경을 통해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물질을 방출하게 하며, 이 과정에서 뇌 기능 향상과 관련된 호르몬과 세포외소포의 생성을 증가시킨다. 최근 연구에서는 청소년기 건강 상태가 노년기 뇌 기능, 특히 치매와 관련한 인지 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