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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배시원 쌤의 신나는 영어여행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우리 사회를 떠도는 정체불명의 말들 (1)“한우고기가 수입산 소고기보다 맛을 좋게 하는 물질 함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은 소고기 맛을 결정하는 물질 함량을 분석한 결과 한우고기가 수입산보다 단맛과 감칠맛을 좌우하는 성분이 많고 신맛과 쓴맛을 내는 성분은 적었다고 밝혔다.”최근 농촌진흥청에서 한우고기의 품질 우수성을 입증한 보도자료를 하나 냈다. 국내 소고기 시장 개방으로 늘어난 수입 제품과 국내산 한우고기의 맛과 품질 차이를 처음 객관적으로 밝힌 것이기에 여러 언론에서 이 자료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하지만 우리말 관점에서는 치명적인 오류를 안고 있는, 부실한 자료였다. ‘수입산’이란 정체불명의 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우리 농산물이 수입산보다 좋은 이유’ ‘값비싼 수입산 새우’ ‘국산 대 수입산 맥주 전쟁’…. 우리말에 ‘수입산’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여기저기 가져다 쓰는 데도 많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이 세계 각국과 무역협정 협상을 벌이면서 신문에 가장 빈번히 오르내린 용어는 아마도 FTA(자유무역협정)일 것이다. 그와 함께 우리 눈에 익숙해진 표현이 ‘수입산’이다.하지만 ‘수입산’이란 말은 들여다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미적으로 매우 비논리적인 단어다. ‘-산(産)’은 어디에서 산출되거나 생산된 물건임을 나타내는 접미사다. 한국산, 미국산, 일본산처럼 쓴다. ‘수입산’은 국산 또는 국내산에 대응하는 말로 쓰는 것 같은데, 수입이란 ‘외국의 물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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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알파고, 우리말에 '略語 숙제'를 남기다인류를 대표한 이세돌 프로바둑 9단과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 간 5번기가 숱한 화제를 뿌린 채 15일 막을 내렸다. 알파고의 4 대 1 승리로 끝난 ‘세기의 대결’은 우리말과 관련해서도 여러 생각거리를 남겼다. 그중 하나가 우리말 속에 넘쳐나는 영문약어(略語) 현상이다.반상 대결이 벌어지는 동안 화제의 핵심은 단연 ‘인공지능’이었다. 하지만 그 옆에는 늘 ‘AI’라는 영문약어가 등장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AI는 ‘인간의 지능이 가지는 학습, 추리, 논증 따위의 기능을 갖춘 컴퓨터 시스템’을 가리키는 ‘artificial intelligence’의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2001년 미국의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개봉돼 화제가 된 이 영화는 우리말 속에 AI가 널리 퍼지고 뿌리 내리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AI의 우리말 대체어가 ‘인공지능’이다. 두 말은 언어세력 면에서 경쟁 관계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인공지능’과 ‘에이아이(AI)’를 모두 표제어로 올리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과 ‘AI’가 전문용어의 단계를 넘어 둘 다 일반적인 쓰임새를 보인다는 것으로, 우리말 체계 안에서 동등하게 단어의 지위를 얻었다는 뜻이다.AI는 또 다른 의미에서 우리에게 낯익다. ‘조류인플루엔자’로 알려진 AI(avian influenza)가 그것이다. 이때의 AI는 닭, 오리 등 조류에서 발생하는 전염성 독감을 말한다. 초기에는 ‘조류독감’으로 불렸는데 이 말이 본격적으로 언론에 등장한 것은 1997년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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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나파륜'은 살아있다2008년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이른바 ‘금융위기’였다. 한국 역시 주가와 원화 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경제 한파에 떨어야만 했다. ‘서부포람(西富泡濫).’ 서브프라임 사태가 맹위를 떨치던 당시 한 신문에 소개되면서 알려진 이 용어는 한자를 이용한 조어다. ‘서양의 부(富)가 거품으로 넘쳐난다’쯤으로 풀이되는 이 말은 서브프라임과 발음도 비슷하면서 의미에서도 사태의 본질을 꿰뚫은, 절묘한 음역어였다.우리 외래어표기법은 외국어를 현지 발음에 가깝게 한글로 적는다는 게 기본 정신이다. 하지만 1986년 나온 현행 외래어표기법이 자리 잡기 전, 우리는 오랫동안 한자를 빌려 비슷한 소리로 음역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음역어는 소중한 가치를 안고 있는, 우리말 역사를 보여주는 거울인 셈이다. ‘서부포람’같이 일반명사에도 쓰였지만, 지난 호에서 살폈듯이 국명 등 지명과 인명을 옮기는 데 주로 사용됐다.‘나파륜(拿破崙), 피택고(皮宅高), 색사비아(索士比亞), 야소(耶蘇), 석호필(石虎弼)….’암호처럼 보이는 이 말들의 정체 역시 음역어이다. 모두 외국 인명을 한자로 옮기고 우리 한자음으로 읽은 것이다. 나파륜은 나폴레옹, 피택고는 피타고라스, 색사비아는 셰익스피어다. 지금은 이런 이름을 쓰지도 않고, 기억하는 이도 없겠지만 지난날 우리말에서 쓰이던 이름이다. 이 중 나파륜과 피택고, 야소는 당당히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다. 야소는 예수(Jesus)를 음역한 말이다. 예전에 개신교를 ‘야소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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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아라사'와 '독일',  닮은 듯 다른 음역어지난 회에서 살폈듯이 ‘러시아’는 우리말 진화 과정에서 조금씩 다른 표기로 등장한다. 중국에서 음역한 아라사(俄羅斯)나 일본의 로서아(露西亞) 이전엔 ‘나선(羅禪)’으로도 불렸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나선정벌(羅禪征伐)’의 ‘나선’이 러시아를 뜻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나선정벌을 ‘조선 효종 5년(1654)과 9년(1658) 두 차례에 걸쳐 청나라의 요청으로 러시아를 친 싸움’으로 풀이한다. ‘羅禪’은 중세 러시아를 가리키는 말 ‘루스(Rus)’를 음역한 것이다. 중국어사전에는 羅禪이 ‘러시안(Russian)의 한자음’으로 올라 있는데 발음은 [뤄산]쯤 된다. 그것을 한국 한자음으로 읽은 게 ‘나선’이다.과거 러시아가 중심이 됐던 ‘소비에트 연방’을 줄여 ‘소련(蘇聯)’이라 부른 적도 있다. 이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소비에트(Soviet)란 민주주의 국가의 ‘의회’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이 소비에트의 머리글자를 취음한 한자 ‘소(蘇)’와 연방의 ‘련(聯)’을 합성해 만든 게 ‘소련’이었다. 지금은 말의 대상이 해체돼 없어지면서 단어의 세력도 점차 약해져 가는 중이라 하겠다.아라사를 비롯해 노서아, 나선, 소련 따위의 말은 지금은 효용성을 거의 잃었지만 우리말 한 귀퉁이엔 그 흔적이 지금도 화석처럼 남아 있다. 잘 쓰이는 말은 아니지만 우리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아라사버들’도 그런 예 가운데 하나다. 이는 아주 곧고 뻣뻣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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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아관파천'에 담긴 우리말 역사‘대군주 폐하께서 1년 동안을 아라샤 국기 밑에 아라샤 병정의 호위를 받으시고 지내신 것은 (중략) 지금은 대군주 폐하께서 다시 조선 대궐로 환어하셔서 조선 국기가 다시 한 번 대군주 폐하 앞에 서게 되었으니 (하략)’열강의 각축 속에 조선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던 구한말.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은 1897년 3월 1일자 ‘론셜(지금의 사설)’에서 고종의 환궁 소식을 이렇게 전했다. 1895년 일제에 의해 ‘국모 시해’라는 만행을 당한 고종은 신변의 위협을 느껴 이듬해인 1896년 2월 극비리에 경복궁을 나와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겼다. 우리 역사는 그것을 가리켜 ‘아관파천(俄館播遷)’이라고 한다. 한 나라의 국왕이 자국 땅 안에서 외국 공관에 피신해 나랏일을 본 이 사건은 역사의 치욕으로 남아 있다. 지금으로부터 꼭 120년 전 이맘때 일이다.‘아관’은 러시아 공관을 이른다. ‘아’는 ‘아라사(俄羅斯)’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독립신문 기사에 보이는 ‘아라샤’가 당시 러시아를 가리키던 우리말 표기였다. 줄여서 ‘아국(俄國)’이라고도 했다. ‘파천(播遷)’이란 임금이 도성을 떠나 다른 곳으로 피란하는 일을 말한다. 그러니 ‘아관파천’이란 말은 ‘임금이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함’이란 뜻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864년 고종 1년 이후 러시아를 한자로 ‘俄羅斯’로 기록했다고 한다(위키백과). 동아일보가 1922년 1월 22일자에서 당대의 문장가인 김윤식 선생의 부고를 전하면서 ‘아관파천’을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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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오랑캐가 전해준 ‘호주머니’“뷔페식당은 특성상 ‘한복 소매’에 음식이 묻어 위생 문제가 제기되는 등 한복과 관련된 고객불만 사례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고객 편의를 위해 안내한다는 것이 미숙한 대응으로 엉뚱한 오해를 받은 것 같다.”몇 해 전 국내 한 유명호텔 뷔페식당에서 손님이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한 일이 벌어져 논란을 빚었다. 호텔 측에서 당사자에게 서둘러 사과하면서 파문은 가라앉았지만 이를 계기로 한복에 대한 갑론을박이 무성했다.한복에서 소매는 양복 소매에 비해 훨씬 넓으면서도 아름다운 곡선을 지녀 눈에 특히 잘 띄는 부분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복 소매는 실용적인 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던 곳이다. 주머니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본래 우리 전통 한복에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소지품을 넣는 주머니가 없었다. 대신에 간단한 소지품들을 윗저고리 소매에다 넣었다. 이곳을 넓게 만들어 손을 감추기도 하고 물건을 넣어 간수하기도 했다. 그래서 예로부터 한복에서 주머니 역할을 대신한 이 소매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우리말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요즘은 권위주의적 표현이라 해서 잘 쓰지 않지만 언론에서 간혹 여야 정당 대표 간의 회담을 ‘영수회담’이라 할 때가 있다. 이때 ‘영수(領袖)’가 옷깃과 소매를 가리키는 말이다. 전통의상에서 옷깃과 소매가 가장 두드러지고 중요했는데, 그로부터 ‘여러 사람 가운데 우두머리’란 뜻이 생겼다. 어떤 일에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둔다는 ‘수수방관’에도 ‘소매 수’자가 쓰였다. ‘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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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아랫사람은 ‘세배’하고 어른은 ‘덕담’한다‘남녀 어린이들은 모두 새 옷으로 단장하는데 이것을 세장(歲粧)이라고 하고 우리말로는 설빔이라고 한다. 집안 친척 어른들을 찾아뵙고 인사드리는 것을 세배(歲拜)라고 한다. 이날 찾아온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만든 시절 음식을 세찬(歲饌)이라 하고, 대접하는 술을 세주(歲酒)라고 한다.’조선 순조 때의 학자 홍석모가 지은 민속 해설서 ‘동국세시기’(정승모 풀어씀, 도서출판 풀빛)는 예로부터 전해 오는 연중행사 및 풍속에 관한 얘기를 담은 책이다. 새해 첫날 관련한 여러 일 중 ‘세(歲)’자가 붙은 우리말 자료도 엿볼 수 있다.설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만, 예전에 우리네 어머니들은 새해를 앞두고 아이들에게 입힐 새 옷을 정성껏 마련했다. 그것이 ‘설빔’이다. 한자어로는 ‘세장’이라 하는데, ‘설에 옷을 차려입는 일 또는 그 옷’을 가리킨다. ‘빔’은 명절이나 잔치 때 차려입는 옷을 가리키는 우리 고유어다. 명절에 따로 입는 새 옷을 ‘명절빔’이라 하고, 때에 따라 설빔 까치설빔 추석빔 단오빔 생일빔 등으로 불렀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하는 동요에 나오는 설이 까치설날이다. 이는 설날의 전날, 곧 섣달그믐을 이르는 말이다. ‘섣달’이란 음력 12월을 뜻한다. ‘그믐’은 그달의 마지막 날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날 아이들은 까치설빔으로 색동저고리를 입는데 이를 ‘까치저고리’라 부른다.설에는 웃어른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데, 그때 하는 절이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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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구정’ 말고 ‘설’을 준비하자“설날에는 차례 상에 술 대신 차(茶)를 올립시다.”2010년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부설 불교생활의례문화원은 연중행사로 이색적인 캠페인을 펼쳤다. 예로부터 차례를 지낼 때 본래 술보다 차를 올렸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제사문화를 되살리자는 취지에서였다.새해를 맞은 지 한 달여가 돼 가지만 사람들 마음은 다시 2월 초순에 있는 ‘설’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설날 떡국을 먹어야 비로소 한 살 더 먹고, 한 해를 시작하는 기분이 드는 것은 뿌리 깊은 민속의식 때문일 것이다.설은 예전에 음력을 쓰던 시절 한 해가 시작하는 첫날, 즉 정월초하루를 명절로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에 양력이 도입된 것은 1894년부터 1896년까지 추진된 갑오개혁 때다. 이때부터 ‘양력설’이란 게 시작된 셈이다. 이후 일제 강점기를 거쳐 광복 이후에도 줄곧 정부에서는 양력설을 유도했다. 민간에서도 일부 양력설을 쇠는 사람이 있었으나 뿌리 깊은 음력설을 대체하지는 못했다. 여기서 나온 말이 ‘신정(新正·양력 1월1일)’과 ‘구정(舊正·음력 1월 1일)’이다. 설을 두 차례에 걸쳐 쇤다는 뜻에서 ‘이중과세(二重過歲)’란 말도 생겼다.이중과세는 경제활동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도 득보다 실이 컸다. 청마 유치환은 1963년 내놓은 수필집 《나는 고독하지 않다》에서 ‘설 기분이 흐리멍덩한 이유는, 어쩌면 음력 과세와 양력 과세의 설날이 우리에게는 둘이나 있어 오히려 이것도 저것도 설 같지 않은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결국 정부는 1985년 ‘민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