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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배시원 쌤의 신나는 영어여행
맞춤법 공략하기 ⑦ '아지랑이-아지랭이' 판별법30도를 오르내리는 막바지 무더위가 한창이다. 한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는 도심에서는 아스팔트 위로, 또는 건물들 사이로 아른아른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지랑이’다. 사전에서는 ‘(주로 봄날에) 햇빛이 강하게 쬘 때 공기가 공중에서 아른아른 움직이는 현상’으로 설명한다. 이를 좀 더 과학적으로 풀면 ‘고온의 햇볕으로 지면이 뜨거워지면서 지표면 공기가 주위 공기와의 온도 차이로 위로 올라가는 현상’이다. 멀리서 볼 때 공기가 일렁이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온도에 따라 빛의 굴절률이 다르기 때문이다.아지랑이는 한자말로는 ‘야마(野馬)’라고 한다. 들판 여기저기에 흩어져 한가하게 풀을 뜯기도 하고 달려가기도 하는 야생의 말에 빗댄, 그럴싸한 표현이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말이라 하니(전관수, 《한시어사전》, 국학자료원, 2002) 우리나라에서도 예부터 써왔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일상에서 쓰는 말은 아니다. 한자어가 절대적으로 많은 우리말에서 토박이말의 위세가 한자어를 압도하고 있는, 살갑고 정겨운 말 가운데 하나다.그런데 이 말을 ‘아지랭이’로 읽고 적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아지랑이를 아지랭이로 쓰게 되는 것은 이른바 ‘이’모음 역행동화(또는 전설모음화, 움라우트라고도 한다) 때문이다. ‘이’모음 역행동화란 후설모음인 ‘아, 어, 오, 우, 으’ 발음이 뒤 음절의 전설모음 ‘이’의 영향으로 같은 전설모음인 ‘애, 에, 외, 위, 이’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뒤에 있는 ‘이’모음의 영향을 받아 앞 음절의 발음까지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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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공략하기 ⑥ '등굣길'로 적고 [등교낄]이라 발음한다사이시옷은 우리말의 수수께끼를 푸는 중요한 열쇠 중 하나다. 그 첫 번째 열쇠는 ‘소리적기’다. ‘산뜻하다(산듯×), 일쑤(일수×), 등쌀(등살×), 팔짱(팔장×), 혼쭐(혼줄×)’ 따위가 소리 적기의 예이다. 이들은 어원이 밝혀지지 않은 채 읽을 때 까닭 없이 된소리로 나는 것이므로 소리대로 적는다. 이에 비해 ‘눈곱(눈+곱, 눈꼽×), 눈살(눈+살, 눈쌀×), 울상(울+相, 울쌍×), 울적(鬱寂, 울쩍×)’ 등은 어원이 드러난 말이므로 원형을 밝혀 적는다. 이것이 두 번째 열쇠인 ‘형태 밝혀 적기’다. 발음은 된소리로 나더라도 어원이 있는 말이므로 소리대로 적지 않고 그 형태를 고정해 적는다는 뜻이다. 사이시옷은 합성어에서 소리 나는 대로 적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형태를 살려 적자니 실제 발음과 너무 차이가 날 때 개입한다. 일종의 ‘세 번째 열쇠’인 셈이다. 첫 번째 열쇠와 두 번째 열쇠를 연결하는 절충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등교’와 ‘길’이 결합할 때 누구나 [등교낄]로 발음한다. 이때 이를 소리대로 적자니 원형을 너무 심하게 훼손하고, 그렇다고 원형을 살려 ‘등교길’로 적자니 표기가 실제 발음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고민 사이에서 나온 방식이라 이해하면 된다. 사이시옷을 덧붙임으로써 ‘등교’의 말음을 폐쇄시켜 뒤에 오는 ‘길’을 자연스럽게 [낄]로 발음하게 만든 것이다. ‘한글 맞춤법’이 1988년 고시됐으니 시행한 지 벌써 30여 년이 돼 간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여전히 사이시옷을 낯설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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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공략하기 ⑤ '조갯살'과 '조개젓'의 차이지난주는 한여름 불볕더위를 앞두고 장마가 이어졌다. 중부지방에는 호우경보가 발령되는 등 전국 곳곳이 물난리를 겪었다. 장마 때 내리는 비를 ‘장맛비’라 쓰고 [장마삐]라 읽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장마비’라 적고 [장마비]라 발음하기도 한다. 이것은 규범에 어긋난다. 이른바 ‘사이시옷 적기’의 난제 중 하나다.사이시옷 적기는 규정상으로는 복잡한 듯하지만 다음 세 가지만 이해하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사이시옷은 ①반드시 합성어에서만 나타나며, ②뒷말이 된소리로 나거나(나뭇가지, 바닷가, 횟집, 킷값 따위) ③앞말과 뒷말 사이에 ‘ㄴ’ 또는 ‘ㄴㄴ’ 소리가 덧날 때(잇몸, 빗물, 베갯잇, 깻잎, 예삿일 따위) 붙인다. 여기에 사이시옷을 붙이는 한자어 6개만 외워두면 된다. 한자어에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는 예외로 했다.사이시옷 적기의 핵심은 ‘합성어 중에서, 뒷말이 된소리로 나거나 무언가 덧나는 소리가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흔히 틀리는 표기 중 하나로 ‘햇님’이 있는데, 이는 ‘해님’으로 적어야 한다. ‘해님’은 존칭 접미사 ‘-님’이 붙어 생긴 파생어이고, 사이시옷은 단어끼리 어울린 합성어에만 적용하기 때문이다. 발음 역시 [핸님]이 아니라 [해님]이다.문제는 같은 음운 환경 아래에서도 어떤 것은 뒷말이 된소리로 나고, 어떤 말은 예삿소리로 발음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조개’와 ‘살’이 결합한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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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공략하기 ④ 단어는 살아있다: '녹슬다'의 변신지난달 25일은 6·25전쟁 발발 66주년이었다. 남북 분단의 고착화를 가져온 이 전쟁으로 수백만 명이 죽거나 다치고 1000만 명에 이르는 이산가족이 생겼다. 실향민들은 더 이상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분단의 아픔을 노래로 달랬다.“전해다오 전해다오~ 고향 잃은 서러움을 녹슬은 기찻길아~.” 가수 나훈아가 구성지게 불러 인기를 얻은 이 노래는 1972년에 나왔으니 벌써 40년도 더 됐다. 끊어진 경의선 철길을 ‘녹슬은 기찻길’로 표현해 실향민의 아픔을 드러냈다.그런데 이 노랫말에는 옥에 티가 하나 있다. ‘녹슬은’이란 표현이 그것이다. 노랫말에 나오는 문구를 두고 굳이 ‘옥에 티’라 한 것은 어법적 측면에서 봤을 때 그렇다는 뜻이다. 실제론 노랫말이나 시어 등 예술적 표현을 단순하게 어법의 잣대로 잴 수 있는 것은 아니다.어찌 됐건 이 말은 기본형이 ‘녹슬다’로, ‘ㄹ불규칙 용언’에 속한다. 어간의 받침이 ‘ㄹ’로 끝나는 용언(동사와 형용사)은 모두 이에 해당한다. 활용할 때 일정한 규칙에 따라 단어들이 변신을 하는데 일정한 환경 아래서는 불규칙적인 모습을 보인다.(학교문법에서는 음운탈락 현상으로 설명한다.)가령 ‘녹슬다’를 보면 ‘녹슬어, 녹슬게, 녹슬지, 녹슬고…’처럼 일정하게 바뀌지만 ‘녹슨, 녹스네, 녹습니다’ 식으로 일부 어미와 어울릴 때는 불규칙하게 받침 ‘ㄹ’이 탈락한다. 이를 무시하고 습관적으로 ‘녹슬은’과 같이 ‘으’를 넣어 쓰는 경향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우리말에서 ‘으’가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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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공략하기 ③ 내 마음을 '뺏아간' 그녀?지난 호에서 살펴본 모음조화 원칙은 합성어와 준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합성어 중에선 대표적으로 ‘본뜨다’를 잘못 적는 경우가 많다. 준말에선 ‘뺏다, 뱉다’ 같은 말을 활용할 때 조심해야 한다.우선 모음조화의 요체는 어간의 모음이 양성이면 어미도 양성을, 음성이면 어미도 음성모음을 취한다는 것을 상기하자. 어간의 ‘으’가 줄어지는 단어는 남아있는 어간의 형태에 따른다는 점도 함께 알아둬야 한다. 따라서 ‘바쁘다, 아프다, 나쁘다’ 같은 ‘으’불규칙 단어를 ‘바뻐, 아퍼, 나뻐’로 적는 것은 잘못이고, ‘바빠, 아파, 나빠’라고 써야 한다. 이제 ‘(김치를)담그다, (술을)따르다, (자물쇠로)잠그다’ 같은 단어들에 응용해 보자. 발음을 잘못 배운 사람이라면 이를 ‘담거(또는 담궈), 따러, 잠거(또는 잠궈)’로 쓰기 쉽지만, 모음조화 원칙에 따라 ‘담가, 따라, 잠가’로 적어야 한다.그런데 ‘본뜨다’의 활용형은 좀 더 헷갈리기 쉽다. 이 말은 ‘본+뜨다’로 된 합성어다. 이때 모음조화가 적용되는 ‘뜨다’는 어간이 음성모음이므로 활용형 역시 ‘떠’가 되는데, 이는 ‘본’과 결합할 때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본떠’로 적는 게 맞는 표기다. 그런데 한글학회 사전 등 일부 사전에서는 ‘본뜨다’와 형태가 살짝 다른 ‘본따다’를 표제어로 올려놨다. ‘본따다’를 따로 단어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활용형은 당연히 ‘본따’가 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말의 기준으로 삼는 국립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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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공략하기② "바뻐요"가 아니라 "바빠요"라 적는 이유지난 6월6일은 현충일이기도 했지만 계절적으로는 망종(芒種)이었다. 망종은 ‘까끄라기 망(芒), 씨 종(種)’으로 이뤄진 한자어다. 이때 망은 ‘벼나 보리 따위의 껄끄러운 수염’을 말한다.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24절기 중 하나인 이 날을 전후해 보리는 충분히 익어 베어내고 논에는 모를 심는다. 보리 베기와 모내기가 겹치는 이 무렵이 농부들에겐 한 해 중 제일 바쁜 시기로, 본격적으로 농번기에 들어간다.농부들은 자연히 “바쁘다 바뻐!”를 입에 달고 산다. 그런데 이때 말하는 ‘바뻐’는 바른 표현이 아니다. “마음이 너무 아퍼요.” “거짓말하는 것은 나뻐!” 일상에서 흔히 말하는 ‘아퍼’ ‘나뻐’ 같은 것도 모두 같은 오류로, 맞춤법에 어긋나는 말이다.한글맞춤법은 제16항에서 “어간의 끝음절 모음이 ‘ㅏ, ㅗ’일 때에는 어미를 ‘- 아’로 적고, 그 밖의 모음일 때에는 ‘- 어’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말의 특성 중 하나인 모음조화를 풀이한 조항이다. 하지만 이를 규정 그대로 외워선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모음조화란 한마디로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어울리는 현상’을 말한다. 어간의 끝음절 모음이 양성모음, 즉 ‘아, 오’일 때는 어미도 양성인 ‘-아’로 적는다는 게 이 규정의 요체다. 그 밖의 모음, 즉 음성모음(‘애, 어, 외, 우, 위, 으, 의, 이’ 등)일 때는 이어지는 어미도 음성인 ‘-어’로 적는다.그런데 현실적으로 일부 사람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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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공략하기① 원칙을 알면 응용할 수 있다‘당신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읍니다. 번영된 조국, 평화통일을 이루는데 모든것을 받치겠읍니다.’(이명박 후보)‘대한민국을 한단계 더 엎그레이드시켜 영령들께 보답하겠습니다.’(정동영 후보)2007년 10월 제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당 대선 후보들이 국어실력이 들통 나는 바람에 때 구설에 올랐다.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각각 국립현충원에 가서 방명록에 적은 문구가 알려지자 “대통령 후보들이 우리말도 제대로 못 쓴다”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이 후보의 경우는 이미 6월에 있었던 일인데 작가 이외수 씨가 그해 한글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새삼 주목거리가 됐다. 띄어쓰기야 눈감아 준다 해도 ‘않겠습니다’ ‘바치겠습니다’란 표준어를 몰라 틀리게 적은 것은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동영 후보의 우리말 실력 역시 오십보백보이긴 마찬가지였다. ‘업그레이드’라 해야 할 것을 ‘엎그레이드’라고 쓴 것이 금세 드러나 망신을 당했다. 외래어표기를 할 줄 몰랐다는 얘기다.독특한 말투로 곤혹을 치르기는 김영삼 전 대통령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다. 공식적 자리에서조차 몸에 밴 경상도 발음이 거침없이 나와 국민 입방아에 오르내리곤 했다. 당시에도 ‘경제 살리기’가 국정의 핵심과제였는데, 그의 입을 통하면 언제나 ‘겡제 살리기’로 바뀌었다. 관광자원을 확대한다는 말을 할 때는 어김없이 ‘강강자언 학대’가 됐다. 고개를 갸웃하며 전후 문맥을 잘 파악해 들어야 알 수 있었던 ‘기제 안하’는 바로 ‘규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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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를 뱃지로 적지 않는 까닭남성 화장실의 소변기 앞에 포스터가 오랫동안 붙어 있었다. 오줌을 소변기 밖으로 흘리지 말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화장실 관리자가 고심 끝에 소변기에 파리 한 마리를 그려 넣었다. 밖으로 흘리는 소변량의 80%가 줄어들었다. 소변을 보는 남성들이 ‘조준 사격’을 하는 재미로 파리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이런 얘기를 담은 책이 2009년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서점가에 깔리자마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하는 영어 단어가 제목으로 쓰인 이 책의 이름은 ‘넛지(nudge)’다.이번엔 설명을 좀 바꿔보자. ‘팔꿈치로 슬쩍 쿡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란 뜻으로 쓰는 영어 단어는 ‘nudge’다. 이를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답은 ‘너지’다. 국내에서도 ‘넛지 열풍’을 불러일으킨 이 책은 우리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됐지만 우리말 관점에서는 그리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표기 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마켓팅(marketing), 팩키지(package), 셋트(set), 맛사지(massage), 브릿지(bridge), 캣치(catch).’ 흔히 쓰는 이들 외래어는 모두 틀린 표기다. 외래어를 옮길 때는 자음 표기에서 앞 음절의 받침을 중복해서 적지 않는다는 게 외래어표기법 규정이다. 이에 따라 ‘마켓팅’ ‘팩키지’라 하지 않고 ‘마케팅’ ‘패키지’라 적는다. ‘셋트’나 ‘맛사지, 브릿지, 캣치’도 ‘세트, 마사지, 브리지, 캐치’라고 써야 맞는다. 외래어 표기를 단순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