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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배시원 쌤의 신나는 영어여행

    맞춤법 공략하기 ③ 내 마음을 '뺏아간' 그녀?지난 호에서 살펴본 모음조화 원칙은 합성어와 준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합성어 중에선 대표적으로 ‘본뜨다’를 잘못 적는 경우가 많다. 준말에선 ‘뺏다, 뱉다’ 같은 말을 활용할 때 조심해야 한다.우선 모음조화의 요체는 어간의 모음이 양성이면 어미도 양성을, 음성이면 어미도 음성모음을 취한다는 것을 상기하자. 어간의 ‘으’가 줄어지는 단어는 남아있는 어간의 형태에 따른다는 점도 함께 알아둬야 한다. 따라서 ‘바쁘다, 아프다, 나쁘다’ 같은 ‘으’불규칙 단어를 ‘바뻐, 아퍼, 나뻐’로 적는 것은 잘못이고, ‘바빠, 아파, 나빠’라고 써야 한다. 이제 ‘(김치를)담그다, (술을)따르다, (자물쇠로)잠그다’ 같은 단어들에 응용해 보자. 발음을 잘못 배운 사람이라면 이를 ‘담거(또는 담궈), 따러, 잠거(또는 잠궈)’로 쓰기 쉽지만, 모음조화 원칙에 따라 ‘담가, 따라, 잠가’로 적어야 한다.그런데 ‘본뜨다’의 활용형은 좀 더 헷갈리기 쉽다. 이 말은 ‘본+뜨다’로 된 합성어다. 이때 모음조화가 적용되는 ‘뜨다’는 어간이 음성모음이므로 활용형 역시 ‘떠’가 되는데, 이는 ‘본’과 결합할 때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본떠’로 적는 게 맞는 표기다. 그런데 한글학회 사전 등 일부 사전에서는 ‘본뜨다’와 형태가 살짝 다른 ‘본따다’를 표제어로 올려놨다. ‘본따다’를 따로 단어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활용형은 당연히 ‘본따’가 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말의 기준으로 삼는 국립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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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춤법 공략하기② "바뻐요"가 아니라 "바빠요"라 적는 이유지난 6월6일은 현충일이기도 했지만 계절적으로는 망종(芒種)이었다. 망종은 ‘까끄라기 망(芒), 씨 종(種)’으로 이뤄진 한자어다. 이때 망은 ‘벼나 보리 따위의 껄끄러운 수염’을 말한다.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24절기 중 하나인 이 날을 전후해 보리는 충분히 익어 베어내고 논에는 모를 심는다. 보리 베기와 모내기가 겹치는 이 무렵이 농부들에겐 한 해 중 제일 바쁜 시기로, 본격적으로 농번기에 들어간다.농부들은 자연히 “바쁘다 바뻐!”를 입에 달고 산다. 그런데 이때 말하는 ‘바뻐’는 바른 표현이 아니다. “마음이 너무 아퍼요.” “거짓말하는 것은 나뻐!” 일상에서 흔히 말하는 ‘아퍼’ ‘나뻐’ 같은 것도 모두 같은 오류로, 맞춤법에 어긋나는 말이다.한글맞춤법은 제16항에서 “어간의 끝음절 모음이 ‘ㅏ, ㅗ’일 때에는 어미를 ‘- 아’로 적고, 그 밖의 모음일 때에는 ‘- 어’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말의 특성 중 하나인 모음조화를 풀이한 조항이다. 하지만 이를 규정 그대로 외워선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모음조화란 한마디로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어울리는 현상’을 말한다. 어간의 끝음절 모음이 양성모음, 즉 ‘아, 오’일 때는 어미도 양성인 ‘-아’로 적는다는 게 이 규정의 요체다. 그 밖의 모음, 즉 음성모음(‘애, 어, 외, 우, 위, 으, 의, 이’ 등)일 때는 이어지는 어미도 음성인 ‘-어’로 적는다.그런데 현실적으로 일부 사람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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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춤법 공략하기①  원칙을 알면 응용할 수 있다‘당신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읍니다. 번영된 조국, 평화통일을 이루는데 모든것을 받치겠읍니다.’(이명박 후보)‘대한민국을 한단계 더 엎그레이드시켜 영령들께 보답하겠습니다.’(정동영 후보)2007년 10월 제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당 대선 후보들이 국어실력이 들통 나는 바람에 때 구설에 올랐다.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각각 국립현충원에 가서 방명록에 적은 문구가 알려지자 “대통령 후보들이 우리말도 제대로 못 쓴다”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이 후보의 경우는 이미 6월에 있었던 일인데 작가 이외수 씨가 그해 한글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새삼 주목거리가 됐다. 띄어쓰기야 눈감아 준다 해도 ‘않겠습니다’ ‘바치겠습니다’란 표준어를 몰라 틀리게 적은 것은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동영 후보의 우리말 실력 역시 오십보백보이긴 마찬가지였다. ‘업그레이드’라 해야 할 것을 ‘엎그레이드’라고 쓴 것이 금세 드러나 망신을 당했다. 외래어표기를 할 줄 몰랐다는 얘기다.독특한 말투로 곤혹을 치르기는 김영삼 전 대통령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다. 공식적 자리에서조차 몸에 밴 경상도 발음이 거침없이 나와 국민 입방아에 오르내리곤 했다. 당시에도 ‘경제 살리기’가 국정의 핵심과제였는데, 그의 입을 통하면 언제나 ‘겡제 살리기’로 바뀌었다. 관광자원을 확대한다는 말을 할 때는 어김없이 ‘강강자언 학대’가 됐다. 고개를 갸웃하며 전후 문맥을 잘 파악해 들어야 알 수 있었던 ‘기제 안하’는 바로 ‘규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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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지를 뱃지로 적지 않는 까닭남성 화장실의 소변기 앞에 포스터가 오랫동안 붙어 있었다. 오줌을 소변기 밖으로 흘리지 말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화장실 관리자가 고심 끝에 소변기에 파리 한 마리를 그려 넣었다. 밖으로 흘리는 소변량의 80%가 줄어들었다. 소변을 보는 남성들이 ‘조준 사격’을 하는 재미로 파리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이런 얘기를 담은 책이 2009년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서점가에 깔리자마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하는 영어 단어가 제목으로 쓰인 이 책의 이름은 ‘넛지(nudge)’다.이번엔 설명을 좀 바꿔보자. ‘팔꿈치로 슬쩍 쿡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란 뜻으로 쓰는 영어 단어는 ‘nudge’다. 이를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답은 ‘너지’다. 국내에서도 ‘넛지 열풍’을 불러일으킨 이 책은 우리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됐지만 우리말 관점에서는 그리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표기 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마켓팅(marketing), 팩키지(package), 셋트(set), 맛사지(massage), 브릿지(bridge), 캣치(catch).’ 흔히 쓰는 이들 외래어는 모두 틀린 표기다. 외래어를 옮길 때는 자음 표기에서 앞 음절의 받침을 중복해서 적지 않는다는 게 외래어표기법 규정이다. 이에 따라 ‘마켓팅’ ‘팩키지’라 하지 않고 ‘마케팅’ ‘패키지’라 적는다. ‘셋트’나 ‘맛사지, 브릿지, 캣치’도 ‘세트, 마사지, 브리지, 캐치’라고 써야 맞는다. 외래어 표기를 단순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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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경범죄' 발음이 [경범-쬐]라고?“‘경범죄’란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대부분 이 말을 [경범-쬐]라고 발음합니다. 심지어 방송의 뉴스 전달자들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이는 틀린 것입니다. [경-범죄]라고 해야지 이를 된소리로 발음할 이유가 없습니다.”문화체육관광부·한글학회가 선정한 ‘우리말 지킴이’ 김선덕 선생은 젊은 시절 한국마사회에서 아나운서로 활약한 재야의 우리말 연구자다. 우리말 발전과 육성을 위해 언중 사이에서 잘못 쓰는 우리말 실태를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그가 얼마 전 사전에 잘못 올려진 발음정보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한글학회에서 펴내는 ‘한글 새소식’ 524호(2016. 4월호)를 통해서다.그에 따르면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 ‘경범죄(輕犯罪)’는 우리가 잘못 알고 발음하는 대표적 사례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비롯해 대다수 사전이 발음정보를 [경범-쬐]로 올리고 있는데 이는 틀린 것이라는 주장이다. 발음정보가 잘못 된 까닭은 이 말의 구성을 ‘경범+죄’의 결합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 말은 ‘경+범죄’로 풀어야 이치에 맞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범죄의 가볍고 무거운 정도에 따라 말이 ‘경+범죄’ ‘중+범죄’로 달라진다는 게 그 근거다. 그리 보면 이를 [경범-쬐] [중범-쬐]로 발음할 까닭이 없는 셈이다(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중범죄’는 표제어로 다루지 않았다). 성(性)과 관련한 범죄를 가리키는 말 ‘성범죄’(성+범죄)를 [성-범죄]로 발음하지 이를 [성범-쬐]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인 셈이다.[OO-쬐]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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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세종대왕 태어나신 날“수레의 두 바퀴를 부모라 치면/ 이끌어 주시는 분 우리 선생님/ 그 수고 무엇으로 덜어드리랴(하략)…오월에도 보름 날로 날을 받아서/ 세종날을 스승의 날 삼았습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걱정 안끼쳐(하략)….”‘동요의 아버지’로 불리는 윤석중 작사, 김대현 작곡의 ‘스승의 날 노래’다. 지난 5월15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그런데 이 노랫말은 우리가 익히 아는,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로 시작하는 ‘스승의 은혜’(강소천 작사, 권길상 작곡)와는 전혀 다르다. 이 날을 처음 기념하기 시작한 대한적십자사에서 애초 보급한 노래는 이 ‘스승의 날 노래’였다고 한다. 스승의 날은 대한적십자사 중앙학생협의회에서 1963년 스승의 고마움을 기념하는 사은행사를 연 데서 비롯했다. 처음에는 5월26일이었다. 대한적십자사가 국제적십자연맹에 가입한 날을 잡은 것이다. 그 뒤 스승의 날과 국제적십자연맹 가입일이 별 연관이 없어서 날짜를 지금의 5월15일로 바꿨다.이날이 스승의 날로 정해진 데는 까닭이 있다. 스승의 날 노래에 그 단서가 드러나 있다. ‘세종날을 스승의 날 삼았습니다.’ 이날이 바로 세종대왕 탄신일인 것이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한민족의 큰 스승으로 받들고 기린다는 의미에서 세종대왕이 태어난 날을 스승의 날로 삼았다. 그래서 한글학회를 비롯해 한글 단체들은 이날 따로 ‘세종날’ 기념행사를 연다. 올해가 탄생 619돌이다.한글이 한자에 치이고 영어에 밀려 앓고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누구나 우리 글자로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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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서울지하철이 되살린 '학여울'서울지하철 3호선은 경기 고양시 지축역에서 출발해 서울 강남구를 거쳐 송파구를 잇는 도시지하철도다. 1993년 10월30일 서울 양재~수서역 구간이 연장개통하면서 강남구 대치동에 ‘학여울역’이 생겼다. 지난 호에서 살핀 ‘탄천(숯내 또는 검내)’과 양재천이 만나는 지점인 이곳에 1999년 서울무역전시장(지금은 SETEC으로 이름을 바꿨다)이 들어서면서 ‘학여울’은 우리에게 더욱 친근한 말로 다가왔다.학여울은 ‘학(鶴)’과 순우리말 ‘여울’의 합성어다. ‘여울’은 ‘강이나 바다의 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 물살이 세게 흐르는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 옛날 양재천이 곡류하면서 탄천과 만나는 곳에 자연스럽게 여울이 생겼는데, 이곳에 백로가 빈번히 날아들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학여울’이다. ‘학이 노닐던 여울’이라니…. 정겹고 멋스러운 그 말 속에서 우리 조상들이 즐겼을 풍류가 고스란히 느껴진다.원래 이 지역은 대동여지도에서 ‘학탄(鶴灘)’으로 전하던 곳이다. 고유어 ‘여울’을 한자로 옮긴 게 ‘탄(灘)’이다. 예로부터 학탄으로 알려져 있던 것을 지하철 개통 때 학여울역이란 이름을 붙이면서 우리 고유어가 되살아난 셈이다.2015년 10월에는 서울지하철 2호선 ‘신천역’이 ‘잠실새내역’으로 이름을 바꿔달기로 했다. 서울시지명위원회에서 주민 민원을 수용해 결정했다. ‘새내’는 한자어 ‘신천(新川)’에 대응하는 우리 고유어다. 서울지명사전에 따르면 송파구 신천동은 이 마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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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에 있는 판교고등학교는 예전 이름이 삼평고등학교였다. 2015년 4월 삼평고는 학교 이미지 제고를 위해 판교고로 교명 변경을 추진했다. 이 학교는 그동안 “4평도 안 되는 3평 학교냐”는 등 교명으로 인해 놀림 소리를 들어왔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인접한 판교동 주민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판교동에 고교가 추가 설립되면 ‘판교’라는 명칭을 써야 하는데, 다른 곳에서 이를 먼저 써서는 안 된다”는 게 요지였다. ‘판교’를 둘러싼 삼평동-판교동 주민 간 갈등은 교육청에서 삼평고의 손을 들어줘 올해 3월 교명을 판교고로 바꾸면서 일단락됐다. ‘판교(板橋)’는 시쳇말로 요즘 뜨는 지명이다. 2000년대 들어 판교신도시가 개발되고 판교테크노밸리 등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곳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1970년대 이전만 해도 경기 광주군 낙생면에 속해 있던 이름 없는 작은 마을에 지나지 않았다. ‘판교’라는 지명이 우리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1970년 산업화의 상징인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되면서부터다. 1972년 ‘판교나들목(판교IC)’이 개통되면서 판교는 ‘경제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를 서울과 수도권으로 퍼져나가게 잇는 교통 요충지로 떠올랐다. ‘판교톨게이트’도 낯익은 말이 됐다. ‘판교’는 그렇게 경부고속도로의 탄생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지금의 성남시 분당구 일대다. 판교가 각광 속에 우리 곁으로 다가온 뒤안길에는 사라져간 우리말도 있다. 원래 조상 대대로 불러오던 ‘널다리’ 또는 ‘너더리’란 지명이 그것이다. 우리말과 땅 이름에 관심을 두고 전국 각지의 지명을 연구해온 배우리 선생은 “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