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야! 놀자
설레는 것은 마음이 들떠 마음이 두근거리는 것을 말해요. 어릴 적 소풍을 기다리면서,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우리는 많이 설레죠. 그런 상태를 ‘설렘’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말을 ‘설레임’으로 많이 쓰는데 이는 틀린말이에요.^^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맞춤법 공략하기 (28) 그녀를 만나는 날은 '설레이지' 않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702/AA.13348986.1.jpg)
설레는 것은 마음이 들떠 마음이 두근거리는 것이다. 어릴 적 소풍을 기다리면서,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우리는 설렌다. 그런 상태를 ‘설렘’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말을 ‘설레임’으로도 많이 쓴다. 특히 문학 작품이나 대중가요 등 이른바 ‘시적 표현’을 하는 데서 즐겨 쓴다.
아이스크림 ‘설레임’은 어법 측면에서 보면 바른 말이 아니다. 다만 상표 등 고유명사를 비롯해 문학적 표현은 어법의 잣대로 따질 수 있는 게 아니므로 논외다. 하지만 일반적인 글쓰기에서는 ‘설레임’은 ‘설렘’의 틀린 표기일 뿐이다.
‘설레다’의 명사형은 ‘설렘’
우리말에서 부족한 명사를 보완해주는 방식이 있다. 그중 하나가 접미사 ‘-이, -기, -음/-ㅁ’을 붙이는 것이다. 가령 동사나 형용사에 이들을 붙여 ‘길이, 높이, 사재기, 크기, 죽음, 젊음, 꿈, 슬픔’ 같은 말을 만든다. 그래서 ‘-이, -기, -음/-ㅁ’을 명사화 접미사라 부른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단어는 전성명사로 분류돼 따로 사전에 올라 있다.
명사와 쓰임새는 비슷하지만 문법적으로 구별되는 게 명사형이다. 이 역시 용언의 어간에 ‘-기, -음/-ㅁ’을 붙여 만든다. 이들은 접미사가 아니라 어미로 분류된다. ‘배우다→배우기, 예쁘다→예쁘기, 받다→받음, 높다→높음, 밝히다→밝힘’ 같은 게 그런 것이다. 이는 영어의 동명사 같은 것으로, 품사는 바뀌지 않으면서 그 말이 명사 구실을 하게 만든다. 무수한 동사 형용사가 이런 방식으로 문장 안에서 명사처럼 쓰인다.
어간에 받침이 있으면 ‘-음’이 오고, 받침이 없으면 바로 ‘-ㅁ’을 붙이는 게 요령이다. 앞에 예로 든 ‘설레임’은 기본형이 ‘설레다’이므로 이를 명사처럼 쓰고 싶으면 ‘설렘’이다. ‘이’ 모음이 끼어들어갈 이유가 없다. 철수가 일기장에 다음 같은 문구를 적었다고 치자.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 약간 설렘.’ 이때 서술어 ‘설렘’이 명사형으로 쓴 것이다. 하지만 품사는 여전히 동사다. 그래야 ‘약간’이라는 수식어를 받는 게 설명된다. 문장성분은 서술어다.
◆잔치를 베품? 베풀음? 베풂!
![한경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https://img.hankyung.com/photo/201702/01.13146365.1.jpg)
이를 자칫 ‘살음, 알음, 만들음’ 또는 ‘삼, 암, 만듬’과 같이 적기 쉽지만 이는 현행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기다. 발음이 [삼, 암, 만듬]으로 나는 데 이끌려 표기도 그리하기 쉬운데, 적을 때는 어간 받침 ㄹ을 살려 겹받침으로 해야 한다.
이 규칙은 표기를 틀리는 경우가 많으니 정확히 알아둬야 한다. 다음 문장을 통해 이 규칙이 쓰이는 사례를 좀 더 살펴보자. 가)아버지가 동네에 잔치를 크게 (베풂/베품/베풀음). 나)월등한 체력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끎/이끔/이끌음). 다)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듦/만듬/만들음). 모두 맨 앞의 표기가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