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먼지는 터는 게 아니라 떠는 거죠"

    ‘먼지떨이식 수사’에서 ‘-식’은 ‘방식’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그러니 도구(사물)인 ‘먼지떨이’에 붙는 것은 어색하다. 행위(동작)를 나타내는 ‘먼지떨기’에 붙을 때 자연스럽다. 정리하면 ‘먼지털이식 수사’는 다 틀린 말이다. ‘먼지떨기식 수사’라고 해야 바른말이다.언론에서 많이 쓰는 표현 중 하나가 ‘먼지털이식 수사’다. 검찰의 수사행태를 비유적으로 꼬집은 말이다. 검찰에서 수사 성과를 내기 위해 혐의 대상자를 샅샅이 뒤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무심코 보아 넘기기도 하지만 어법적으론 온당치 않은 표현이다. 우선 우리말에는 동사 ‘털다’와 비슷한 ‘떨다’가 있다. 따라서 ‘먼지털이식 수사’에서 그 말의 적정성 여부를 살펴야 한다.그 다음 ‘먼지털이’는 ‘털다’를 명사형으로 바꿔 쓴 말인데, 우리말에는 이 경우 ‘털이’와 ‘털기’ 두 가지가 있다.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 ‘말이 되는지’가 결정되므로 이 역시 따져봐야 한다.‘먼지털이식 수사’는 틀린 말‘털다’와 ‘떨다’의 차이부터 살펴보자. ‘털이’는 동사 ‘털다’에서 온 말이다. ‘털다’의 사전 풀이는 ‘달려 있는 것, 붙어 있는 것 따위가 떨어지게 흔들거나 치거나 하다’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불을 털다/먼지 묻은 옷을 털다/노인은 곰방대를 털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등을 용례로 보이고 있다. 용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털다’는 어떤 몸체에 달려 있는 무언가를 떨어지게 하기 위해 그 몸체를 흔드는 것이라는 점이다. 즉 &lsqu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에 대한/대해'는 우리말을 아프게 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5일(현지시간) 경기력을 올리려고 약물을 사용한 혐의로 로드리게스에 대해 내년 시즌까지 211경기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 문장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에 대해’가 들어감으로써 글이 어색해진 게 드러난다.교육부는 지난해 한글날을 앞두고 초중등 교과서에 나오는 일본어투 등 외래어를 올바른 우리말로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당시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교과서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일본어투 표현은 ‘~에 대하여(대해)’인 것으로 나타났다.글쓰기에서 ‘~에 대한/대해’ 식의 표현이 일본어투란 지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으나 막상 글을 쓰다 보면 대부분 자기도 모르게 이런 표현이 튀어나온다. 이는 애초에 글쓰기 습관이 잘못 들었기 때문이다. 무심코, 상투적으로 남발하는 게 늘 문제다.문장 내 군더더기로 쓰일 때 많아다만 ‘~에 대한/대해’가 일본어투라고 해서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다. 또 무조건 쓰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틀린 얘기다. 비록 외래어 또는 외래어투라고 해도 우리말 체계에 없는 것, 그래서 우리말 표현을 풍성하게 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 특히 이 ‘~에 대한/대해’를 딱히 일본어투라고 단정지어선 안 된다는 국어학계의 연구결과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과 같은 용법과는 조금 차이가 있으나, 옛 문헌을 보면 우리는 이미 15세기부터 ‘~을 대하다’란 표현을 써왔다.(이동석 한국교원대 국어교육과 교수)‘~에 대한/대해’를 남발해선 안 되는 더 중요한 이유는 이 표현이 문장에서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맞춤법 공략하기 (30) '야 이놈아'를 줄이면 얀마? 얌마?

    '이놈아'가 줄면 어떻게 될까. '임마'가 아니라 '인마'다. '놈'의 첫소리가 앞말의 받침으로 가 '인'이 되고, 끝소리 'ㅁ'은 뒷말의 머리로 연음돼 '마'가 된다.  '야 이놈아'를 줄이면? 마찬가지로 '얌마'가 아니라 '얀마'다(야 이놈아 → 야 인마 → 얀마).“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국기에 대한 맹세문이다. 예전엔 길을 가다 애국가가 들리면 너나없이 멈춰서서 태극기가 있는 쪽을 향해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럴 땐 이 맹세문이 함께 흘러나왔다. 그런데 맹세문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잘못 표기된 곳이 하나 있다. ‘자랑스런’이란 부분이다. 실제 표기는 ‘자랑스러운’이다. 하지만 이를 ‘자랑스런’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자랑스런’은 비표준형‘자랑스럽다’는 그동안 살펴본 것처럼 ㅂ불규칙 용언이다. 활용할 때 ‘자랑스러워/스러운/스러우니/스러웠다’ 식으로 받침 ‘ㅂ’이 ‘우’로 바뀐다. ‘괴롭다, 밉다, 무겁다, 맵다, 아름답다’ 등 ㅂ불규칙 용언은 모두 예외 없이 어미가 ‘우’로 바뀐다. 그런데 유난히 이 ‘-스럽다’는 ‘-스런’으로 읽고 쓰는 경향이 있다(물론 이 역시 ‘-스러운’이 맞는 표기다).그런 데는 사연이 있다. 예전부터 ‘-스럽다’는 입말에서 활용할 때 ‘-스러운’과 함께 ‘-스런’도 많이 써왔다. 지금 쓰고 있는 ‘국기에 대한 맹세문’도 2007년 수정된 것이다. 그 전에는 “나는 자랑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맞춤법 공략하기 (29) '~지 말아라/마라/말라'

    2015년 전에는 "놀리지 말아요"라고 하면 틀린 말이고 "놀리지 마요"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었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말아요'를 워낙 많이 써서 2015년 12월 국립국어원은 이 역시 표준형으로 인정했어요. 지금은 '말아요'와 '마요'가 모두 맞는 표기입니다.^^“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수줍어서 말도 못하고~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스쳐가는 얘기뿐인 걸~.” 얼핏 들어도 ‘아! 소녀시대’ 하고 제목을 떠올리던, 중독성 있는 노래다. 가수 이승철이 발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여러 가수가 리메이크해 불렀다. 처음 나왔을 때가 벌써 1989년이다. 그런데 여기 보이는 ‘말아요’는 우리 어법에 맞는 것일까? 대중가요 노랫말을 어문 규범의 잣대로 재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워낙 언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한번 짚어볼 만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은 표준 어법이다. ‘지금은’이라고 한 까닭은 2015년 말까지는 비표준형이었기 때문이다.‘말라’는 ‘말아라/마라’의 간접명령형‘말아요’는 기본형 ‘말다’에 종결어미 ‘-아요(어요)’가 붙은 형태다. 본래 용언의 어간 끝 받침 ‘ㄹ’은 어미 ‘-아’ 앞에서 줄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이 ‘말다’란 단어는 관행적으로 ‘ㄹ’이 줄어진 형태로 쓰인다. 한글맞춤법 제18항에서는 관용상 ‘ㄹ’이 줄어진 형태가 굳어져 쓰이는 것은 준 대로 적는다고 했다. 즉 ‘말아요→마요’다. 그래서 전에는 “놀리지 말아요”라고 하면 틀린 말이고 “놀리지 마요”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었다.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맞춤법 공략하기 (28) 그녀를 만나는 날은 '설레이지' 않다

    설레는 것은 마음이 들떠 마음이 두근거리는 것을 말해요. 어릴 적 소풍을 기다리면서,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우리는 많이 설레죠. 그런 상태를 ‘설렘’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말을 ‘설레임’으로 많이 쓰는데 이는 틀린말이에요.^^롯데제과는 2003년 3월 짜 먹는 방식의 신제품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 ‘설레임’이란 이름을 단 이 제품은 출시 첫해에 매출 300억원을 올리며 단박에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아이스크림이라는 것 외에도 특이한 작명도 한몫했으리란 것이 시장의 평가다.설레는 것은 마음이 들떠 마음이 두근거리는 것이다. 어릴 적 소풍을 기다리면서,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우리는 설렌다. 그런 상태를 ‘설렘’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말을 ‘설레임’으로도 많이 쓴다. 특히 문학 작품이나 대중가요 등 이른바 ‘시적 표현’을 하는 데서 즐겨 쓴다.아이스크림 ‘설레임’은 어법 측면에서 보면 바른 말이 아니다. 다만 상표 등 고유명사를 비롯해 문학적 표현은 어법의 잣대로 따질 수 있는 게 아니므로 논외다. 하지만 일반적인 글쓰기에서는 ‘설레임’은 ‘설렘’의 틀린 표기일 뿐이다.‘설레다’의 명사형은 ‘설렘’우리말에서 부족한 명사를 보완해주는 방식이 있다. 그중 하나가 접미사 ‘-이, -기, -음/-ㅁ’을 붙이는 것이다. 가령 동사나 형용사에 이들을 붙여 ‘길이, 높이, 사재기, 크기, 죽음, 젊음, 꿈, 슬픔’ 같은 말을 만든다. 그래서 ‘-이, -기, -음/-ㅁ’을 명사화 접미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맞춤법 공략하기 (26) '손이 시렵다'란 말은 없다

    우리는 흔히 쓰는 “손이 시려워, 발이 시려워”란 말은 잘못된 어법. ‘시려워’란 표현이 있기 위해선 ㅂ불규칙인 기본형 ‘시렵다’란 말이 있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우리말에 그런 단어는 없어요. 이 말의 바른 형태는 ‘시리다’이고, 이를 활용하면 ‘시려’가 됩니다.^^아직은 한겨울 추위가 가시지 않았지만 남녘에는 어느새 봄이 가까이 다가왔다. 지난 7일 부산에서는 매화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려 때이른 봄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절기상으로도 입춘(2월4일)을 지나 우수(2월18일)를 앞두고 있다. 우수(雨水)는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때이니,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을 맞는 시기다.‘시려워’가 아니라 ‘시려’가 바른말그러니 이번 겨울엔 눈 내리는 속에 손을 호호 불어가며 눈싸움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럴 때 흔히 “손이 시려워, 발이 시려워”란 말을 쓰지만 우리가 그동안 살핀 용언의 활용으로 보면 잘못된 어법이다. ‘시려워’란 표현이 있기 위해서는 ㅂ불규칙인 기본형 ‘시렵다’란 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말에 그런 단어는 없다. 이 말의 바른 형태는 ‘시리다’이고, 이를 활용하면 ‘시려’다. 전에 살펴봤듯이 ㅂ불규칙이란 ‘ㅂ’ 받침으로 끝나는 용언 중 일부가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로 활용할 때 받침 ‘ㅂ’이 ‘우’로 바뀌는 현상이다. ‘괴롭다, 밉다, 무겁다, 맵다, 아름답다’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예외 없이 어미가 ‘워’로 바뀐다.그런데 ‘시렵다’란 말 자체가 없으니 “찬바람에 코끝이 시려워…” 같은 표현은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맞춤법 공략하기 (26) '라면이 불면 맛없다'가 틀린 이유

    ‘ㄷ불규칙’은 어간이 ‘ㄷ’ 받침으로 끝나고 그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올때 받침 ‘ㄷ’이 ‘ㄹ’로 바뀌게 되는 현상을 말해요. ‘걷다[步], 긷다, 깨닫다, 눋다, 닫다[走], 듣다[聽], 묻다[問], 붇다, 싣다[載], 일컫다’ 등이 있어요.규칙 용언과 불규칙 용언을 구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모국어 화자라면 단어 어미를 여러 형태로 말하듯이 바꿔봄으로써 자연스럽게 불규칙 용언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중에서도 ‘ㄷ불규칙’과 ‘ㅅ불규칙’은 단어 형태가 같거나 비슷한 게 섞여 있어서 활용법을 더 헷갈리게 한다.‘ㄷ불규칙’은 어간이 ‘ㄷ’ 받침으로 끝나는 용언들로서, 이 가운데 일부는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로 활용할 때 받침 ‘ㄷ’이 ‘ㄹ’로 바뀐다. 여기에 해당하는 말은 ‘걷다[步], 긷다, 깨닫다, 눋다, 닫다[走], 듣다[聽], 묻다[問], 붇다, 싣다[載], 일컫다’ 등이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어간 끝 받침 ‘ㄷ’이 모음 앞에서 ‘ㄹ’로 바뀌어 나타난다. 그러나 ‘걷다[收, 撤], 닫다[閉], 돋다, 뜯다, 묻다[埋], 믿다, 받다, 벋다, 뻗다, 얻다, 곧다, 굳다’ 등은 ‘ㄷ’이 ‘ㄹ’로 바뀌지 않는다.ㄷ불규칙 활용: ‘붇+으면→불으면’가령 “이번 홍수로 강물이 많이 불었다” 같은 문장을 보자. 서술어로 쓰인 ‘불었다’의 기본형이 ‘붇다’이다. 이 말은 두 가지 뜻으로 쓰인다. ①(물체가) 물기를 흡수하여 부피가 커지다.(예: 물에 불은 손. 국수가 불어 맛이 없다.) ②(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다.(예: 체중이 붇다. 재산이 붇다. 식구가 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