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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이코노미

    챗GPT, 검색 시장의 지각변동 불러올 수도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기술 분야는 특히나 그렇다. PC산업을 지배했던 IBM이, 모바일 분야의 강자였던 노키아가 무너질지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기술전환의 물결에 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근 약 25년간 검색시장의 강자로 자리잡았던 구글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예측이 급부상하는 이유다. 대화형 인공지능(AI) 검색엔진 챗GPT가 등장했다. 챗GPT의 등장스타트업 오픈AI가 개발한 챗GPT 모델이 공개된 지 두 달 만에 세계 1억 명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앱인 셈이다. 오늘날 AI 자체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많은 상품의 제작 과정에 사용되고 있고, 서비스 분야에서 AI가 중심 역할을 하는 경우도 이제는 그리 놀랍지 않다. 하지만 AI와 직접적인 대화와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은 다르다. 게다가 단순 검색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타일의 에세이 작성을 요구할 수도 있고, 어려운 개념을 쉽게 설명해달라는 구체적인 요청도 가능하다. 이미 미국 대학에서는 챗GPT에 의해 리포트가 대리 작성되고 있고, 이를 모니터링하는 탐지기(GPTZERO)도 개발됐다. 검색엔진으로서의 역할은 더할 나위 없다. 조건에 맞는 식당을 찾아주고, 원한다면 어떤 재료를 쓴 음식이 어떤 방식으로 제공되는지에 대한 답변도 들을 수 있다. 간단히 말해, 기존 검색엔진보다 훨씬 편한 방식으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바이두 모두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다. 기술적 한계와 비즈니스 모델완벽해 보이는 챗GPT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를 안고 있다. 첫 번째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다. 원래는 환각현상을 의미하는 영단인데, 여기서는 AI가 오류가 있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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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기술 발전하면 현금 없는 사회 가능할까

    1983년 맥주왕 프레디 하이네켄이 납치됐다. 납치범들은 몸값으로 추적이 쉽고 교환이 어려운 고액권이 아니라 네 종류의 지폐(100네덜란드 길더, 100달러, 500프랑스 프랑, 100독일 마르크)로 약 2000만 달러를 요구했다. 준비된 돈은 400㎏에 육박했다. 자전거로 도주 계획을 세운 납치범들은 약 25%만 회수한 시점에 붙잡히고 말았다. 21일 만에 풀려난 하이네켄은 ‘그들이 나를 고문했어요. 칼스버그를 먹였다니까요!’라는 인터뷰로 건재함을 과시했다.고액권과 화폐신뢰많은 국가에서 고액권은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되진 않는다. 오히려 지하경제에서는 자주 사용된다. 1달러 100만 장으로 100만달러를 구성하면 그 무게만 1t이 넘지만 500유로 지폐라면 2㎏에 불과하다. 실제 2004년 한 마약 운반책이 20만유로어치의 500유로짜리 지폐 다발을 삼킨 채 콜롬비아로 가다 붙잡히기도 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고액권 화폐 발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2000년 캐나다는 1000달러 발행을 중단했고, 싱가포르는 2014년 1만달러 발행을 중단했다. 하지만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는 고액권 지폐 발행을 중단하면 다른 지폐에도 유사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된다고 주장했다. 500유로 지폐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으면 200유로도, 100유로 지폐도 거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금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깨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화폐에 대한 신뢰 하락은 엄청난 통화가치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09년 11월 북학은 갑작스러운 화폐 개혁을 단행했다. 지폐에서 0을 2개씩 뺀 다음, 구권 지폐를 법정 통화에서 제외하고 신권으로 교환 가능한 화폐 수량을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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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페이가 성공하기 위한 근본 과제는?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 소식이 뜨겁다. 삼성페이 외에는 스마트폰을 가져다대면 바로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 없었던 터라 아이폰 사용자들의 기대가 한층 커지고 있다. 게다가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를 준비한 현대카드가 독점 계약을 포기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결제의 정의오늘날 스마트폰을 이용한 결제가 이뤄질 수 있는 근간에는 ‘결제’라는 과정이 존재한다. 결제 수단은 기술 변화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 근본은 언제나 동일하다. 먼저 결제란 채무를 이행하는 방법이다. 2만원짜리 탕수육을 주문했다면 2만원어치의 빚을 진 셈이다. 식당 문을 나서기 전 결제하는 과정은 탕수육으로 표현되는 채무를 갚는 행위다. 오늘날 대부분의 결제는 사실 돈이 움직이지 않는다. 물론 2만원을 현금으로 갚았다면 나의 계좌에서 2만원이 줄어들고, 실제 중국집 주인의 계좌에 2만원이 늘어나므로 돈이 이동하게 된다. 하지만 카드로 결제한다면 돈은 움직이지 않는다. 돈은 그 자리에 있고 장부에 기록된 내용만 바뀐다.그동안 결제 기술은 몰라보게 발전했지만, 18세기 은행원이 계좌 이체를 위해 깃털 펜을 이용해 은행 원장을 수정했던 방식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금도 마찬가지다. 실제 금을 사고팔 때 대부분은 금괴의 등록 서류를 거래하는 것일 뿐 실물 금이 오가지는 않는다. 20세기 초 세계 금 보유량의 상당 부분은 영란은행의 금고에 있었고, 그 다음은 미국 연방준비은행에 있었다. 외국 중앙은행들이 이들과 서로 금을 주고받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 금은 이동하지 않고, 장부에 이동 내역이 기록될 뿐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이처럼 결제의 본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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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적 아이디어가 실패하는 이유는?

    총알은 1초에 400m를 날아간다. 가장 좋은 괘도를 그린다면 3㎞는 충분히 날아갈 수 있다. 총알이 앞으로 나가는 힘은 화약에서 나온다. 방아쇠를 당길 때 폭발하는 힘이 총알을 튀어나가게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뾰족하게 만들어진 총알의 모양이다. 총알이 날아갈 때 발생하는 마찰력의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총알이 그토록 빠르고 정확하게 날아갈 수 있는 건 화약으로 추진력을 얻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모양이 공기역학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총알은 자신을 방해하는 마찰력을 줄일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공기역학은 고려하지 않고 엔진의 힘만 생각하면 제대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만들 수 없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실제로 구현되는 일이 매우 드문 이유도 비슷하다. 아이디어의 매력만 강조할 뿐 이를 가로막는 요인은 고려하지 않는다.맞춤형 소파를 만드는 한 스타트업이 있다. 이들은 디지털로 정교하게 구현된 홈페이지를 이용해 기존 맞춤형 소파 회사보다 75%나 싼 가격에 제작이 가능했다. 자기만의 가구를 갖고 싶어하는 젊은 세대에게 엄청난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결제 단계에서 모두 주문 버튼을 누르지 않고 사라져버리는 게 문제였다. 이유는 엉뚱하게도 기존 소파에 있었다. 쓰던 소파를 어떻게 처분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새로운 소파의 주문을 막아버린 것이다. 이 무거운 소파를 내가 직접 밖으로 옮길 수 있을지, 쓰레기차가 가져가는 것인지 등에 대한 우려가 새로운 소파 구입을 방해했다. 이처럼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언제나 마찰이 존재한다. 로런 노드그런 캘로그경영대 교수는 이런 마찰을 고려하지 못하면 그 누구도 생각한 적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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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혁신은 사회문제 해결에 기반한 시장 창출

    전체 파이가 증가하지 않았다. 2차 산업혁명과 오늘날 진행 중인 디지털 혁명의 차이다. 물론 많은 측면에서 혁신으로 새로운 시장이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약 20년 동안 나타났던 새로운 혁신이 실제로는 낮은 경제성장률을 반전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 효과가 그다지 획기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혁신이라는 환상사실 혁신이 경제성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 인터넷 혁명이 시작된 지 약 30년이 지났지만, 경제의 저성장을 막지 못했다. 인터넷이 보급된 1990년대에도, 스마트폰이 전 지구에 확산된 2000년대에도, 인공지능이 보급되기 시작한 2010년대에도 마찬가지다. 인터넷과 인공지능 기술이 21세기의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인터넷 보급 이후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였고, 반전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브히지트 바네르지와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는 그들의 책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에서 선진국에 관한 한, 인터넷의 출현으로 새로운 성장이 시작되었다는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기술혁명과 경제성장의 관계를 증명하는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2016년 세계은행이 발간한 <세계 개발 보고>에서도 인터넷이 경제에 미친 영향력에 관해서는 아직 결론 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혁신의 문제혁신이 경제성장률 상승에 기여하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새로운 시장 창출과 무관했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새로운 소비자를 창출하거나 새로운 영역을 개발하기보다 기존 시장에서 돈을 이전시키는 데 지나지 않은 것이다. <비즈니스의 미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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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전환으로 완성되는 애덤 스미스의 가치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기업의 책임을 그 누구보다 먼저 강조했다. 경제학자이기 전에 18세기 스코틀랜드 출신 철학가였던 그는 “소비는 모든 생산의 유일한 목표이자 목적”이라고 강조하면서 “생산자의 이익은 소비자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기업의 이익은 언제나 소비자 이익 다음이라는 의미다. 초기의 자본주의애덤 스미스가 기업의 이익보다 소비자 이익을 우선한 이유는 중상주의 경험 때문이다. 중상주의 시절에는 산업과 상업의 궁극적인 목적이 소비가 아니라 생산이라고 믿는 시각이 만연했다. 이런 관점은 식민지 경쟁으로, 약탈 경쟁을 낳았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는 소비자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관점과 ‘보이지 않는 손’으로 표현되는 이익 추구 현상을 활용해 소비자의 이익이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푸줏간 주인이나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이 자비로워서가 아니라 그들이 각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라는 <국부론>의 문장은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졌다.하지만 애덤 스미스 시대에는 시장 밖에 존재하는 이기적인 투자집단을 알 수 없었다. 투자 이익 극대화를 위해 빵집 주인에게 비용을 줄이고 값싼 재료를 사용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럼에도 1980년대 이전까지 자본주의는 대체로 애덤 스미스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기업들은 부자는 물론 평범한 시민에게도 투자할 기회를 줬고, 기업 임원은 스스로를 주주뿐 아니라 채권자, 협력업체, 직원, 지역사회를 위한 관리인이라 생각했다. 자본주의의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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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 경제의 발목을 잡은 마킬라도라

    멕시코가 이렇게 된 것은 효율성을 지나치게 추구한 탓이었다. 효율성이란 가능한 한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결과물을 내는 특성을 의미한다. 어떤 기업이 기존에 있던 자원이나 새로 확보한 자원에서 더 많은 것을 뽑아낼 때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효율성에만 매몰되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으며, 새로운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없다.멕시코 경제가 침체된 핵심에는 마킬라도라의 확산이 있다. 이는 제품 수출 시 해당 제품 제조에 사용한 원재료와 부품, 기계 등을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는 제도를 의미한다. 1965년 도입된 이후 수많은 외국계 공장이 등장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에는 가속화됐다. 마킬라도라에 따른 고용이 증가했고, 수출이 늘었으며 해외 직접투자가 급증했다.멕시코에는 아우디, 포드, 닛산 등의 자동차 공장은 물론 소니, LG, 필립스 등의 전자회사 공장도 많아졌다. 표면적으로는 경제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수익을 높이는 핵심은 효율성이었다. 멕시코를 찾는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포화된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수익을 높여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쟁자들과 시장 점유율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했다. 결국 생산비용을 낮춰 제품의 이윤을 줄이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2008년 포드가 멕시코에 조립공장을 세운 이유도 수익성 회복이었다. 멕시코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미국 노동자의 6분의 1 수준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생산된 자동차 대부분을 미국 소비자에게 팔았다. 하지만 자동차 가격이 낮아진 것은 아니었다. 원가 절감을 통해 확보한 수익이 모두 포드와 그 주주들에게 돌아간 탓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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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독감 트렌드' 빅데이터 마법 같았지만…

    ‘데이터가 충분하면 스스로 말한다.’ 2008년 <와이어드(Wired)>에 실린 도발적인 기사다. 이는 데이터가 전체 모집단에 가까워진다면, 오랜 통계적 표본 추출 기법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주장이다. 과학적 모형도 필요없다는 주장마저 담겼다. 해당 결과가 맞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이론을 개발할 이유도, 검증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구글 엔지니어들은 ‘구글 독감 트렌드(Google Flu Trends)’를 만들면서 어떤 검색어가 독감 전파와 관련있는지에 대해 가설을 세우지 않았다. ‘김동영’보다 ‘독감 증상’ ‘근처 약국’ 같은 검색어가 독감 발생과 밀접하다는 상식적인 추론이 가능하지만 구글팀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단지 상위 5000만 개의 검색어를 입력하고 알고리즘이 파악하도록 했다. 한때 구글의 독감 트렌드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만들어 낸 새로운 세상의 상징이었다. 구글 독감 트렌드는 5000만 개의 검색어를 분석하는 패턴 인식 알고리즘이다. 이를 통해 추가 독감 발생 사례에 관한 질병통제예방센터 발표와 일치하는 검색어를 찾는다. 실제 여러 해 겨울에 독감 발생 현황을 안정적으로 알려줬지만 이들의 추정은 과장됐음이 입증됐다. 느리지만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데이터는 이들 추정이 실제보다 두 배만큼 과장된 경우가 있음을 찾아냈다. 문제는 2009년에도 발생했다. 여름 독감이 발생하자 구글 독감 트렌드는 아무런 힘을 쓸 수 없었다. 겨울의 징후에만 반응하도록 설계된 탓이었다. 이번에는 실제 발병 사례가 구글의 추정보다 네 배나 높게 나왔다. 연구진은 구글 독감 트렌드를 특별한 이유 없이 폐기해버렸다. 빅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