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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이코노미

    의료혁신 효율성만 추구해선 곤란…수요자에 초점 둬야

    “무덤에는 햇볕이 들지 않는다.” 국민의 행복도가 가장 높다고 알려진 부탄의 철학적 연원을 표현한 문장이다. 확실한 행복감을 느끼려면 하루 다섯 번 죽음을 떠올려야 한다는 믿음이다.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앱인 ‘위크록(WeCroak)’은 이에 착안해 사용자에게 하루 다섯 번씩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문장을 보내준다.많은 기술기업이 의료 서비스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의료 시스템은 미국과 영국에서도 아직 완성하지 못한 분야로 악명이 높다. 미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보건 지출 규모가 크지만 미국의 평균 수명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의료비로 인해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빈곤선 아래로 떨어진 탓이다. 의료비 지출이 소득 불평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영국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영국 적십자는 구급차와 병원에 대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인도주의의 위기’에 처했음을 고백한 바 있다. 이런 문제 상황에서 실리콘밸리의 3대 거물이 힘을 합친 것은 놀랍지 않다. 제프 베이조스와 워런 버핏, 제이미 다이먼이 2018년 1월 새로운 합작 투자 형태로 의료보험 사업에 뛰어든다고 발표했다. 현재의 의료 시스템은 여력이 있는 이들을 제외하고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은 아니더라도 기존 의료 거물에 맞서 적어도 새로운 경쟁자를 만들고 업계 판도를 바꾸고자 의료시장에 진출을 선언했다. 의료혁신의 명과 암이후 많은 기술기업의 진출이 이뤄졌다. 신기술로 무장한 이들의 노력 덕분에 고도로 전문화된 검사이면서 맞춤형 분석이었던 제품들이 더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제공돼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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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 노조가 로봇 도입을 반기는 이유는

    삼각형은 그 자체로 완벽한 도형이다. 사각형은 정사각형도 마름모도 될 수 있지만, 삼각형은 길이가 설정되면 모양이 바뀌지 않는다. 종교에서, 정치에서, 예술에서 삼각형이 자주 차용되는 이유다. 삼위일체도 그중 하나다. 종교적 색채를 빼고 나면, 삼위일체는 세 가지 것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통합되는 일로 정의된다. 디지털 경제 시대, 이는 정부와 기업, 노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경제전환싱가포르는 한국, 홍콩, 타이완과 더불어 아시아의 호랑이 중 하나다. 오늘날 싱가포르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0%가량이지만, 경제 성장의 초석은 1960년대 노동집약적 제조업이었다. 1960년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였으나 이후 1970년대 말에는 25%로 커졌고, GDP는 연간 6% 이상 증가했다. 값싼 제조업 중심지 기능을 수행하며 일본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싱가포르로 모여들게 했고, 그 덕에 1965년 500달러에 불과하던 1인당 GDP는 1990년 1만3000달러로 급등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2015년에는 1인당 GDP가 유럽의 경제 강국인 독일보다,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미국보다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는 1980년대 이미 경제구조를 서비스와 지식 중심으로 전환한 결과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새로운 개발도상국이 추격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가치사슬 상단으로 옮겨 간 것이다. 문제는 노동자들이었다. 제조기술에 익숙한 노동자들을 고부가가치의 서비스업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정부가 아동과 성인 모두를 위한 새로운 유형의 교육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전자 분야를 비롯한 고숙련 산업에 중점을 둔 훈련센터를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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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개혁 성공하려면 사회의 가치관·문화 담아내야

    규제가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경제 시대, 이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가 등장하면서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는 볼멘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타다 금지법’은 제도가 혁신을 가로막은 대명사로 여겨지기도 하고, 미국과 같은 네거티브 체계로의 전환 혹은 강한 힘을 가진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해결책이 제시되기도 한다. 제도와 사회하지만 오랜 세월을 거쳐 진화해온 기존의 복잡한 사회구조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새로운 제도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세계은행이 오랜 기간 투자한 개발도상국의 제도적 지원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2006년부터 2011년 사이 세계은행이 지원한 여러 사업에 투입된 500억달러 넘는 자금은 개발도상국의 제도 개혁에 집중됐다. 가난한 나라들의 건강한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좋은 제도가 전제돼야 한다는 아이디어에 기반했다. 서유럽의 시각으로 동유럽의 법률을 개정하거나, 케냐 일부 지역에 영국이 사유재산권을 도입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기존 사회와 단절돼 억지로 밀어붙여진 제도들은 작동하지 못했다. 효율성과 투명성 모두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렌트 프리쳇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하버드대 케네디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중요한 것은 법률이나 제도 그 자체가 아니라 한 사회의 규범이라고 설명한다. 덴마크에는 보건과 관련해 200쪽에 달하는 법률이 존재하지만, 명문화된 법률만으로는 이 법률로 인해 덴마크 의사들이 어떻게 동기부여가 되고, 덴마크에서 보건에 대한 지원이 왜 우선순위에 놓이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가치관과 문화하버드경영대학원의 고(故) 클레이턴 크리스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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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프라 투자 하려면 창조되는 가치부터 생각해야

    언제부터인가 인프라 투자는 발전을 약속하는 동의어가 됐다. 사실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경제 발전의 전제조건이라는 발상은 비교적 최근 아이디어다. 1950년에 뿌리 내린 이론으로, 여러 논문이 경제 발전의 선행요소로 추켜세우기 전에는 ‘인프라’라는 용어조차 일반적이지 않았다. 인프라 문제가 아니다인프라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핵심은 인프라 자체가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는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높이 걸려 있는 고가도로를 볼 수 있다. 난간조차 없이 허공에 세워진 이 고가도로는 40년째 방치돼 있다. 케이프타운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이 더 높은 임금을 받는, 좋은 일자리가 있는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건설을 시작했지만 정작 이들에게 허락된 고임금 일자리는 없었다. 이에 따라 고가도로를 이용할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반면 스코틀랜드에는 1907년 건설된 싱어 철도역이 그대로 남아 있다. 볼티모어와 오하이오 투자자, 기업가들이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역은 지금도 역할을 맡고 있다. 비슷한 사례는 도로 건설에도 많이 있다. 굿이어타이어 회사의 회장이던 프랭크 세이버링은 이사회와의 상의도 없이 도로 건설사업에 30만달러 제공을 약속했다. 달릴 도로가 있어야 타이어 판매가 늘어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성공적인 인프라의 핵심은 ‘무엇을 위해’ 인프라가 필요한지에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드 인프라·소프트 인프라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도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2017년 말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마레아’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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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창조 혁신'이 일자리 만들고 경제주체 역량 강화

    혁신은 발명과 다르다. ‘파괴적 혁신’의 아버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혁신은 어떤 조직이 노동, 자본, 원재료 그리고 정보를 한층 더 높은 가치의 제품과 서비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화로 정의하면서 과거에 없던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과정인 발명과는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지속적 혁신과 효율적 혁신혁신은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그리고 한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빌리고 빌려주는 것이며, 이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된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그의 유작 《번영의 역설》을 통해 혁신을 지속적 혁신과 효율적 혁신 그리고 시장 창조 혁신으로 구분한다.지속적 혁신은 기존의 해법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미 자신의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추가 만족을 주기 위해 기존 제품의 향이나 색깔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지속적 혁신 노력은 분명 중요하지만, 소비자 시장을 새롭게 창조하는 것은 아니다.효율적 혁신은 한정된 자원으로 더 많은 결과물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기존에 보유한 생산자원에서 최대한 많은 걸 뽑아낸다는 것이다. 해당 산업에 참여하는 기업 수가 점점 늘어나고 경쟁이 심해질 때 효율성 혁신은 기업 생존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문제는 효율적 혁신은 기업에 유리하지만, 기존 직원에겐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아웃소싱이 대표적이다. 아웃소싱의 강화는 공장이 문을 닫거나 혹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도록 부추긴다. 효율적 혁신이 그 자체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지 않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효율적 혁신은 현금 흐름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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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발 페북의 급성장 비결은 '로컬네트워크의 공감효과'

    연결의 막강한 힘을 눈치챈 것은 마크 저커버그만이 아니었다. 벨 전화회사의 두 번째 CEO였던 시어도어 베일은 1908년 연말 결산 보고서에서 네트워크 연결의 경제적 힘을 소개했다. 보고서를 통해 그는 “전화선의 반대쪽 끝에 다른 전화기가 연결되지 않는다면 전화기는 과학도구나 심지어 장난감도 되지 못한다. 전화기의 가치는 연결과 그 연결의 증가에 있다”고 설명했다.베일의 설명은 디지털 경쟁과 플랫폼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네트워크 효과’와 정확히 통한다. 네트워크 효과란 제품이나 시장의 가치는 이에 연결된 사람이 많을수록 올라간다는 것이다. 시난 아랄은 그의 책 《하이프 머신》을 통해 네트워크 효과를 중력에 비유한다. 한 네트워크에 모이는 사람의 수는 ‘질량’과 같고, 사람이 많아져 질량이 커지면 ‘중력’ 또한 커진다는 것이다. 중력이 커지면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강해져 고객들이 현재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직간접 측면으로 주로 정의되는 네트워크 효과에서 가장 알려지지 않은 부분은 ‘로컬 네트워크 효과’다. 이는 가치가 네트워크 내 연결의 지리적 인접성에 비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서울에 사는 새로운 사용자 한 명이 SNS에 가입한다면, 이로 인해 서울에 사는 사용자들의 서비스는 향상되지만, 창원에 사는 사용자들의 서비스 질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로컬 네트워크 효과는 지리적 인접성 외에 사회적 인접성에도 영향을 받는다. 한 제품의 사용자들이 네트워크 내 다른 소수 사용자, 즉 자신과 ‘연결된’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 영향을 받을 때 그 제품은 로컬 네트워크 효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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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뉴스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 진짜뉴스의 3배

    백악관에 폭발 사고가 발생해 오바마 대통령이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트윗은 단 5분 만에 4000번 넘게 리트윗됐고, 수십만 명의 사람이 해당 뉴스를 접했다. 주식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주춤하던 시장 반응은 곧 궤도를 이탈해버렸다. 일반투자자뿐만 아니라 시장 동향을 예측해 매수 혹은 매도를 제안하는 데이터 회사들이 만든 자동 거래 알고리즘이 작동해 주식을 팔아치워버린 것이다.문제는 해당 소식이 ‘가짜뉴스’였다는 점이다. 해당 뉴스는 해커들이 AP통신의 트위터 계정에 침투해 퍼뜨린 가짜뉴스였다. 테러의 사상자는 주식시장에서 발생한 셈이 됐다. 가짜뉴스에 기반해 주식을 사고판 사람들은 돈을 잃었다. 실제 많은 가짜뉴스가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주가 조작을 목적으로 한 상장기업들의 가짜뉴스를 잡아내기 위해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10년간 발표된 7500개 이상의 기업에 대한 35만 건의 기사를 대상으로 언어 분석을 했다. 이들의 분석에 의하면 진짜뉴스가 발표된 뒤 주식 거래 물량은 평소보다 37% 늘었는데, 가짜뉴스가 발표된 뒤에는 50% 늘어났다. 투자자들이 가짜뉴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이는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기관투자가보다 소매 투자자 비율이 높을수록 더 심했다. 가짜뉴스는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더 컸다. 진짜뉴스에 비해 평균 세 배 컸으며, 발표 3일 전이나 3일 후 해당 주식의 절대 수익에 미치는 영향도 가짜뉴스가 진짜뉴스보다 훨씬 컸다. 가짜뉴스 생성의 목적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목적은 다양하다. 금융시장 교란이 될 수도 있고, 정치적인 목적에서 이뤄지기도 한다. 2019년 4월 발표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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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바티스가 디지털전환 전략을 급선회한 사연은?

    국가와 기업 모두 마찬가지다. 디지털 전환에 아무리 투자해도 만족할 만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다.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는 비슷한 실패를 경험한 수많은 기업 중 하나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기술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이전하고, 데이터를 통합했으며 인공지능(AI) 전문가와 데이터 과학자를 채용했다.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했던 바람과 달리 조직의 비효율성은 더 커졌다. 도메인 지식의 중요성다행히 모든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일부 파일럿 프로젝트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확인하면서 비즈니스 리더들은 실패한 프로젝트와 성공한 케이스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전환은 기술자나 데이터 관리자가 아니라 일선 비즈니스 현장의 실무자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바티스는 비즈니스 현장의 실무자들이 직접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작했다. 모든 종류의 기회에 대응하는 능력이 갖춰지자 변화는 강하고, 빠르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판매예측 분야에서, 의료서비스 고객을 위한 주문 프로세스에서, 처방전 작성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접근과 개선이 이뤄진 것이다. 파편적인 혁신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전사적인 측면으로 확장됐다. 각 사업부문이 데이터 과학자와 협력해 공급망 중단을 관리하고, 심각한 물량 부족을 예측했으며,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해 위험한 상황에 놓인 환자를 찾기 위한 분석이 이어졌다. AI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테크 인텐시티의 개발마르코 이안시티 하버드대 교수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노바티스의 사례를 모든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지 관심을 갖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