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디지털 경제와 인센티브
인센티브 설계는 시장 확장의 중요한 요인. 수요자 인센티브를 고려한 제도설계가 변화의 핵심.
[디지털 이코노미] 우버의 팁 제도는 왜 실패했을까
인간은 가장 쉬운 답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회사의 성공 요인을 리더의 훌륭함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성공은 여러 요인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상호작용의 결과임에도 말이다. 리더의 스타일과 성격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기업 성공에 중요한 기본적 요인을 간과하게 된다. 무엇보다 구성원의 동기부여 방식을 놓치게 된다.

많은 경우 ‘누가’ 일하느냐보다 ‘어떻게’ 일하느냐가 중요하다. 정확한 인센티브의 설계는 일하는 방식과 관련있다. 인센티브는 구성원으로 하여금 공동 목표를 향해 달려가도록 만드는 힘이다.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만 가득하면 좋겠지만, 조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인센티브가 제대로 설계된다면 구성원 성격에 따라 조직의 성공 여부가 달라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한편, 인센티브는 사람들의 행동과 결과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조직 규모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게다가 인센티브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힘이 있다. 우버의 팁 제도 설계제도 설계에서 인센티브의 중요성은 우버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다.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반이민 행정명령은 큰 반발을 초래했다. 이민자 중심으로 구성된 뉴욕 택시기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들은 항의의 의미로 택시 운전을 중단했다. 문제는 우버였다. 모든 택시가 멈춘 와중에도 영업을 지속했다. 여론은 혼란을 틈타 돈을 버는 기회주의적 행동이라고 비난하며 우버 삭제 운동으로 이어졌고, 운전자가 우버 서비스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우버 입장에서 운전자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요소다. 어떻게든 운전자 신뢰를 확보해 이들이 되돌아오도록 해야 했다. 시카고 경제학과 교수이자 우버의 최고경제책임자인 존 리스트는 팁 제도를 제안했다. 우버 모델에서 운전자는 너무나 중요했기에 팁 제도를 통해 운전자를 확보하고,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의 인센티브로 활용할 수 있다면 고객도 이를 수긍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시행 초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기사의 평균 수입이 증가하면서 많은 운전자가 돌아왔다. 하지만 팁 제도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승객을 태울 때마다 버는 돈은 늘었지만 전체 소득이 오르지 않은 탓이다. 운전 팁 제도 덕분에 더 많은 운전기사가 우버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져 운전자 한 명이 손님을 만날 기회가 이전보다 줄어든 것이다.

유인 체계의 중요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누가 팁을 주었느냐다. 전체 손님의 1%만이 우버를 탈 때마다 팁을 줬다. 39%는 가끔, 60%는 아예 팁을 주지 않았다. 팁 문화가 일반적인 미국 상황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였다. 팁을 주는 방식에 원인이 있었다. 택시에서 직접 주고받는 팁과 달리 우버는 승객이 내린 뒤에 플랫폼을 통해 팁을 주도록 했다. 자신이 팁을 주는지 안 주는지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상황에서 팁을 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제도와 인센티브의 중요성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미국 사회에서 팁은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요인이다. 대부분의 경우 팁을 받은 사람은 그 자리에서 확인하고, 팁을 준 사람은 그 반응에 주목한다. 이처럼 팁은 공적이고 개방된 장소에서 사회적 규범을 지키며 자기 평판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하나의 요인이다. 팁을 주는 행위가 사업모델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면, 그 행위가 사적인지 혹은 공적인지에 따라 동기가 다를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도미니카공화국도 좋은 사례다. 2017년 기준으로 법인의 62%, 개인의 57%가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탈세의 이득이 감당해야 할 손실보다 크다고 판단한 결과다. 따라서 탈세의 잠재적 비용이 편익보다 크다는 점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킨다면 성실납세가 늘어날 수 있다. 이를 해결한 것은 문자메시지 한 통이었다. 납세 시즌이 되자 2만8000명의 자영업자와 5만6000개 기업에 탈세 시 징역형에 관한 내용과 탈세자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문자를 발송했다. 그 결과 전년 대비 1억달러가 넘는 세금이 납부됐다.

이처럼 제도 수요자의 동기를 먼저 고려하면 큰 변화 없이도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기업도, 정부도 마찬가지다. 근로자에게 억지로 일을 시킬 수는 있지만 업무 성과를 담보할 순 없다. 정부가 보조금을 제공할 경우 일시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무한정 존재하지 않은 재원이 마르고 나면 해당 사업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수요자 스스로 동기를 느끼고 행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기업의 디지털 전략도, 정부의 규제혁신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