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혁신 동력과 마찰력
아이디어 동력과 마찰력을 동시에 고려해야 혁신이 구현돼.마찰력은 공감에서 발견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총알은 1초에 400m를 날아간다. 가장 좋은 괘도를 그린다면 3㎞는 충분히 날아갈 수 있다. 총알이 앞으로 나가는 힘은 화약에서 나온다. 방아쇠를 당길 때 폭발하는 힘이 총알을 튀어나가게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뾰족하게 만들어진 총알의 모양이다. 총알이 날아갈 때 발생하는 마찰력의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총알이 그토록 빠르고 정확하게 날아갈 수 있는 건 화약으로 추진력을 얻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모양이 공기역학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총알은 자신을 방해하는 마찰력을 줄일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공기역학은 고려하지 않고 엔진의 힘만 생각하면 제대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만들 수 없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실제로 구현되는 일이 매우 드문 이유도 비슷하다. 아이디어의 매력만 강조할 뿐 이를 가로막는 요인은 고려하지 않는다.아이디어 동력과 마찰력을 동시에 고려해야 혁신이 구현돼.마찰력은 공감에서 발견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맞춤형 소파를 만드는 한 스타트업이 있다. 이들은 디지털로 정교하게 구현된 홈페이지를 이용해 기존 맞춤형 소파 회사보다 75%나 싼 가격에 제작이 가능했다. 자기만의 가구를 갖고 싶어하는 젊은 세대에게 엄청난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결제 단계에서 모두 주문 버튼을 누르지 않고 사라져버리는 게 문제였다. 이유는 엉뚱하게도 기존 소파에 있었다. 쓰던 소파를 어떻게 처분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새로운 소파의 주문을 막아버린 것이다. 이 무거운 소파를 내가 직접 밖으로 옮길 수 있을지, 쓰레기차가 가져가는 것인지 등에 대한 우려가 새로운 소파 구입을 방해했다. 이처럼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언제나 마찰이 존재한다. 로런 노드그런 캘로그경영대 교수는 이런 마찰을 고려하지 못하면 그 누구도 생각한 적 없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라도 현실에서 구현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구현되는 혁신의 특징동력은 아이디어를 더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게 보이도록 만드는 힘이다. 해당 아이디어의 이점을 부각하고, 그 아이디어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힘이 동력이다. 하지만 이런 동력은 비싸고 순간적이다. 동력의 대표적인 요인은 ‘돈’이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사람들을 길게 줄 세우는 모습은 돈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미국의 도시나 주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돈을 동력으로 쓴다. 위스콘신주는 아이폰을 제작하는 대만 기업 폭스콘을 유치하기 위해 40억달러를 지급했고, 네바다주는 테슬라에 10억달러를 줬다. 아마존이 제2의 본사를 짓겠다고 했을 때 200개 넘는 도시가 경쟁에 참여한 것도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언제나 혜택보다 비용이 컸다. 변화로 이어지려면 대대적인 혜택과 감세가 필요한데, 그러면 본전을 뽑기 쉽지 않은 탓이다. 결국 동력은 일시적인 동조를 만들어낼 뿐 장기적인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새로 취임한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이 밤낮으로 회사의 미션을 고민하길 바란다. 직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매력적인 요인을 여럿 사용한다. 우수직원을 선정해 포상한다. 그리고 내년에 올해 대비 두 배의 목표를 달성하자고 소리 높인다. 이런 태도는 직원들 사이에 정서적 마찰력을 만들어낸다.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는 직원들의 경우 비현실적인 목표에 직면하면 의욕이 아니라 모욕을 느낄 것이다. 이처럼 혁신은 마찰력을 이해할 때 성공할 수 있다.보이지 않는 마찰력 문제는 마찰력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서에 호소하거나 금전적 인센티브를 줘서 어떤 아이디어로 인한 변화를 사람들이 받아들이게끔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마찰력은 다르다. 어떤 마찰이 있는지 정확히 찾아야 한다.
맞춤형 가구 스타트업이 결제하지 않는 고객을 잡기 위해 ‘친구 추천 시 할인’을 제공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고객이 느끼는 마찰력과 무관한 해법이기 때문이다. 마찰력은 상대의 관점에서 세상을 볼 때 찾을 수 있다. 즉, 공감할 때 보이는 힘이다. 많은 경우 변화를 설득할 때 아이디어 자체에 집착한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싶다면 관심의 초점을 아이디어에서 듣는 사람으로 옮겨야 한다.
스타트업이 강조하는 혁신성도, 정부가 주장하는 규제 혁신도 마찬가지다. 아이디어의 훌륭함만을 강조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아이디어가 세상에 녹아들 방법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마찰력에 공감하지 않은 새로운 아이디어는 만들다가 만 혁신임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