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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투자가 해외로 빠져 나가는 이유
국내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다섯 분기 연속 줄어든 반면 해외 투자는 두 분기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높은 인건비와 세금, 각종 규제 등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장벽을 피해 기업들의 ‘한국 탈출’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기획재정부는 올 2분기 해외직접투자액이 150억1000만달러로 지난 1분기 기록한 사상 최고치(141억1000만달러)를 또다시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17억6000만달러(13.3%) 급증한 규모다. 2017년 12.6%, 2018년 11.6% 증가한 해외투자는 올 상반기 30.4% 늘어나 급증세가 뚜렷하다.반면 국내 투자는 줄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총투자 금액은 올 2분기 149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0.4% 줄었다. 작년 2분기부터 다섯 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한 금액을 뜻하는 외국인직접투자액도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45.2% 줄어든 56억1000만달러에 그쳤다. 그만큼 한국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투자처로서 매력을 잃고 있다는 얘기다.기업들이 투자하는 돈이 국내에서 돌지 못하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건 ‘한국에선 기업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저임금과 법인세율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을 강행하고 공정거래, 산업안전, 화학물질 등 관련 규제를 쏟아내면서 경영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은 무엇인지, 기업들이 탈출하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4, 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성수영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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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국내 투자 줄이고 싱가포르 등 해외 투자 늘려
국내 기업 또는 개인이 해외 기업에 10% 이상 지분을 투자하거나 생산공장 등을 짓는 해외직접투자가 올 들어 2분기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반면 국내 투자는 작년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내림세다. 각종 규제가 날로 심해지는 한국보다 법인세 등 세금 부담이 작고 각종 투자 혜택도 풍부한 외국으로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규제 과잉·노동비용 부담 커지난달 말 기획재정부는 올해 2분기 해외직접투자액이 150억1000만달러로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해외직접투자는 지난해 2분기 이후 다섯 분기 연속으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 투자된 금액은 올 2분기 149조61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0.4% 줄었다.국내 투자는 얼어붙었는데 해외투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인한 기업의 인건비 급증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과 최저임금 및 법인세 인상 등으로 노동·경영 비용이 급격히 올랐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반면 해외 주요국은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등 기업 친화적 정책을 펴고 있으니 해외 투자에 매력을 더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해외투자 증가 속도가 더 가파른 게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중소기업은 평균 임금이 낮아 최저임금 상승의 직접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올 상반기 중소기업의 해외직접투자액이 7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5.1% 증가하는 동안 대기업 해외투자는 21.3% 늘었다. 가전제품 부품 제조 중소기업 A사가 올 2월 국내 공장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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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일자리 50만개 증가 속 정작 기업은 7만개 줄어
올 들어 고용 상황이 나아졌다는 정부 발표가 잇따르자 대부분 전문가는 “공공부문 중심의 일자리 증가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추정을 뒷받침하는 통계가 나왔다. 통계청이 지난 26일 발표한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을 보면 올 1분기 회사법인, 즉 민간 기업이 새로 창출한 일자리는 10만3000개였다. 작년 1분기(17만8000개)보다 42.1% 감소한 수치다. 반면 정부·비법인단체 일자리 증가 폭은 두 배 넘게 뛰었다. 민간 일자리는 기업이 투자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해야 생기는 게 정상이다. 정부가 신산업을 규제하고 기업을 옥죄는 정책을 쏟아내니 기업 고용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기업의 고용 기여도 21%로 낮아져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임금 근로자 일자리는 총 1824만8000개였다. 1년 전보다 50만3000개 늘었다. 이는 작년 1분기(31만5000개)보다 20만 개 가까이 많은 수치다. 일자리 총량 측면에선 개선세가 뚜렷하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 일자리가 쪼그라들고 있어서다.작년 1분기만 해도 민간 기업의 일자리는 17만8000개 늘어 전체 고용 증가분의 56.5%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 1분기 민간 기업의 일자리 증가 기여도는 20.5%로 줄었다. 자영업자가 고용한 근로자를 의미하는 개인 기업체 일자리는 4만9000개 증가했지만 대부분 단기 아르바이트 성격이어서 양질의 일자리라고 보기 어렵다.전문가들은 생산·투자·소비 등 기업 부문이 침체되다보니 기업들이 일자리를 원활하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용과 연관이 깊은 지표인 설비투자지수는 지난해 2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네 분기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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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은 韓·日 경제인들…"양국 갈등은 모두에 피해"
한·일 관계가 상대국에 대한 수출 규제 등으로 급속히 악화된 가운데 양국 기업인들이 모여 ‘해빙’ 분위기를 조성키로 뜻을 모았다. 글로벌 분업 체제에서 두 나라 간 공급망 유지가 중요한 데다 냉랭해진 양국 정부가 대화의 물꼬를 트려면 민간 영역에서 먼저 창구를 열어 놓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양국 관계 악화로 한때 취소설까지 나돌던 한일경제인회의가 지난 24~26일 서울에서 열렸다. 김윤 한일경제협회장(삼양홀딩스 회장·사진 가운데)은 개회사에서 “한·일 양국은 숙명적인 이웃으로, 세계 시장에서 선의로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며 공존공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사키 마키오 일한경제협회장(맨 오른쪽)은 “경제가 잘 굴러가려면 양국 간 정치·외교 관계 복원이 꼭 필요하다”고 답했다. 양국 기업인들은 “한·일 갈등이 깊어지면 모두에게 피해”라며 “경제인들의 포용력으로 정치·외교적으로 꽉 막힌 양국 관계를 풀자”고 했다. 사진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왼쪽 두번째) 등 회의에 참석한 한·일 기업인과 정부 측 인사들이 손을 맞잡고 화합을 다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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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 성공한 밀양 vs 실패한 예산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기업 유치다. 기업이 들어오면 그만큼 고용이 늘어 인구가 증가한다. 기업이 내는 세금 덕분에 곳간도 더 풍족해진다.경남 밀양과 충남 예산은 이 같은 기업 유치 과정에서 명과 암이 엇갈린 지자체다. 두 지역은 동시에 주물산업단지 조성에 나섰지만 성공한 밀양에는 3500억원 투자에 2200개 일자리가 생기게 됐고, 예산은 긴 소송전 끝에 기업과 주민 모두 큰 손실을 봤다.2009년 인천 경인주물단지 기업들은 예산을, 경남 진해 마천주물공단 기업들은 밀양을 이전 대상지로 정했다. 10년이 지나고 나란히 신규 산업단지 조성 공사까지 마쳤지만 결과는 엇갈렸다. 100만㎡로 조성된 밀양 하남산업단지에는 2024년까지 28개 주물 관련 기업이 이전한다. 기존 일자리 1700개가 그대로 옮겨오고 500개는 새로 생긴다.예산으로 이전하는 기업은 애초 23개에서 1개로 줄었다. 주민 반대 탓이다. 산업단지 지정 취소를 놓고 대법원까지 이어진 5년간의 소송전을 치르는 동안 기업들이 하나둘 이전을 포기했다. 기업들은 각각 3억~6억원의 계약금을 포기했다. 시행사에 냈다가 돌려받은 중도금 등 각종 비용까지 고려하면 기업들의 전체 손실은 10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인근 주민 600여 명은 가구당 150만~200만원을 소송과 시위 등을 위한 ‘투쟁 기금’으로 내야 했다. 당시 마을 이장이던 김영범 씨는 “소송까지 지면서 주민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어떤 것이 두 지역의 운명을 갈랐을까. 기업들은 지자체와 지역사회에 어떤 공헌을 할까. 4면과 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노경목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autonomy@hankyung.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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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도시로 변모한 당진·첨단산업 클러스터된 천안…
전국의 주요 산업도시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기업이 몰리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경제가 활기를 띤다. 충청남도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매년 700개 넘는 기업이 충남으로 유입되고 있다. 당진·천안 등 충남 서북부 도시가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은 자동차·IT(디스플레이·반도체)·철강 분야의 대기업과 협력기업이 자리잡고 있다. 충남 전체 사업장의 52.9%, 100인 이상 사업장(722개소)의 71.6%(517개소)가 몰려 있다. 기업이 해마다 늘어나면서 구인·구직·취업자 수도 늘고 있다.당진지역 제조업체 10년간 2배 증가당진은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충남 서북권 해안에 있는 전형적인 농촌 도시였다. 하지만 2000년 11월 서해대교 개통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2010년에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당진공장을 준공하면서 지역 산업은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빠르게 변모했다.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678개였던 당진지역 제조업체 수는 2016년 1170개로 10년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2000년 1조8000억원에서 2016년 12조6000억원으로 7배가량 늘었다. 기업이 늘어나면서 인구도 증가했다. 2000년 12만2818명에서 2015년 17만 명을 넘어 지난해에는 17만3514명을 기록했다. 당진에는 석문국가산업단지(1201만2000㎡)를 비롯해 아산국가산업단지, 고대부곡지구 등 산업기반 시설이 구축돼 기업하기 좋은 도시의 여건을 갖췄다. 당진시 관계자는 “2000년 서해대교가 개통하면서 교통과 물류 인프라가 개선된 것은 물론 국내외에서 적극적으로 기업유치 활동을 벌인 효과”라고 강조했다.산학연 인프라 갖춘 천안…5개 산단 추가 조성천안은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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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돌아오는 밀양 vs 공장 반대로 소송비만 날린 예산
주물은 13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금속을 녹여 틀 안에 넣은 뒤 응고시킨 다음, 원하는 모양의 금속제품을 제조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화학물질이 사용돼 악취가 난다. 거푸집 재료인 유연탄에서는 분진이 발생한다. 충남 예산은 물론 경남 밀양 주민들도 처음에는 주물단지 이전을 반대했던 이유다. 국내 양대 주물산업단지인 인천 경인주물단지와 경남 진해 마천주물공단은 2009년 나란히 이전을 추진하게 됐다. 공장 가동 25~30년 만에 한계에 다다르면서 기존 설비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주물기업 탐방부터 갈린 운명기업들의 대응은 초기부터 갈렸다. 마천주물공단 기업들은 밀양 주민 대표 14명의 일본 나가노 주물공장 탐방을 주선했다. 최신설비를 적용하면 악취와 분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탐방 후 주민들은 “나가노 공장 내부의 공기가 외부와 똑같이 깨끗하다. 냄새나 뿌연 연기가 없다”며 편견을 내려놓기 시작했다.비슷한 시기 예산 주민도 주물기업 탐방에 나섰다. 기업들이 아니라 반대위원회 주도로 인천과 경북 영양 등지의 노후 주물기업을 돌아본 것이다. “먼지가 날려 작물을 키우기 쉽지 않다”는 주민 반응을 들으며 반대 뜻은 더 굳어졌다. 이는 주민들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 2011년부터 충청남도를 상대로 공단 지정 취소 소송에 나서는 결과로 이어졌다. 대법원까지 가는 5년간의 소송 과정에서 공단 조성 공사가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주물기업 이전 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평가할 환경보존위원회 구성을 놓고도 결과가 엇갈렸다. 예산에서는 기업과 주민 대표를 각각 몇 명 정할지를 놓고 줄다리기가 벌어졌다.밀양 이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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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율 100% '아프리카돼지열병', 한국에서도 발생 '비상'
폐사율이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한국에서 처음 발생했다. 지난 16일 경기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된 데 이어 17일에는 연천군의 농가에서도 확인됐다. 중국에선 지난해 8월 ASF 감염 발표 이후 9개월 만에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1억3000여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북한도 지난 5월 감염됐다. 돼지열병은 급성형의 경우 치사율이 100%에 달해 ‘돼지 흑사병’으로도 불린다. 돼지과를 제외한 다른 동물에게는 전염되지 않아 사람에게 옮기지는 않는다. ASF 바이러스는 70도 이상에서 30분 이상 조리하면 사라지지만 말린 고기에서는 300일가량 생존하고, 냉동고기에서도 1000일 가까이 살아 있을 정도로 생존력이 강하다. ASF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4~7일이어서 이번주가 확산 여부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한 가운데 방역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