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AI는 무엇을 물어야 할지, 그 답이 맞는지 판단하는 능력을 대신 만들어주지 못합니다. AI 시대 공부는 더 좋은 질문을 하고 더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한 준비 과정에 가깝습니다.
[대학 생글이 통신] AI가 답해주는 시대, 공부의 의미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사용하다 보면 ‘AI가 이렇게 똑똑한데 내가 왜 공부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수학 문제를 찍어 올리면 풀이가 바로 나오고, 영어 문장도 고쳐주고. 과학 개념도 정리해줍니다.

최근 전기정보공학부의 프로그래밍 수업을 들으면서 공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교수님이 “AI의 등장으로 코딩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 생산성 차이는 오히려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말씀했습니다.

이유는 질문 방식에 있었습니다. 코딩을 잘하는 사람은 AI에게 질문하거나 명령할 때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어떤 상황에서 오류가 날 수 있는지, 어떤 조건을 고려해야 하는지까지 정리해서 입력합니다. 그러면 AI도 훨씬 정확한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반면 코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이거 이상한데 고쳐줘”, “빨리 만들어줘”처럼 두루뭉술하게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AI도 사용자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프로그램 구조를 이상하게 바꾸거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결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처럼 같은 AI를 사용해도 결과에서 큰 차이가 나게 됩니다.

질문을 잘하려면 기본 개념이 머릿속에 있어야 합니다. 수학에서 함수와 극값 개념을 이해해야 “왜 그래프가 이렇게 변하는지 설명해줘”라고 질문할 수 있고, 역사에서 시대 배경을 알아야 “이 사건이 왜 중요한지”를 물을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무엇을 질문해야 할지조차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AI가 풀이를 보여줘도 본인이 개념을 모르면 그 풀이가 맞는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암기 공부의 의미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많은 학생이 “어차피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왜 외워야 하지?”라고 반합니다. 무언가를 외우는 것은 단순히 시험에서 정답을 맞히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머릿속에 생각의 재료를 넣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기본 용어와 개념을 알고 있어야 새로운 설명도 이해할 수 있고, AI의 답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AI는 많은 것을 빠르게 알려줍니다. 하지만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지, 나온 답이 맞는지 판단하는 능력까지 대신 만들어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AI 시대에도 공부는 여전히 필요합니다. 공부는 혼자 모든 답을 찾아내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더 좋은 질문을 하고 더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한 준비 과정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지원 서울대 경제학부 22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