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성의 경제학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45년 G클래스 역사를 기념하는 한정판 모델 ‘G클래스 스트롱거 댄 더 1980 에디션’을 4일 출시했다. 1980년대 G클래스의 상징적 색상과 디자인 요소를 반영했다. G450d와 G500 두 가지 버전으로 460대 생산하는데, 한국에는 G450d 25대가 배정됐다. -2025년 9월5일자 한국경제신문-
많은 이가 ‘드림카’로 꼽는 벤츠의 SUV ‘G클래스(G바겐)’ 한정판 모델이 공개됐다는 뉴스입니다. 주문 후 인도까지 2년이 걸릴 정도로 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차인데, 한국에 단 25대만 배정됐다고 하니 애호가 간 경쟁이 상당했을 것 같네요..
이처럼 우리는 매일 자동차뿐 아니라 시계, 카메라, 위스키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한정판 출시를 알리는 뉴스를 보게 됩니다. 기업들은 왜 한정판을 내놓는 것일까요. 오늘은 ‘한정판의 경제학’을 주제로 희소성·베블런 효과·리셀 시장 등 다양한 개념을 풀어보겠습니다.
경제학의 기본 원리 가운데 하나가 희소성의 법칙입니다.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가 널리 구할 수 없고 수량이 제한적일수록 사람들은 그것을 더 가치 있게 여깁니다. 물은 생존에 필수지만 흔하기 때문에 값이 싸고, 다이아몬드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희소하기 때문에 비쌉니다.
자동차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G바겐은 원래부터 생산량이 제한적이지만, 이번처럼 기념 에디션으로 숫자를 더 줄이면 그 자체가 ‘부의 상징’이 됩니다. “나만 가질 수 있다”는 희소성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입니다.
행동경제학에선 한정판이 ‘희소성 효과’와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를 자극해 구매욕을 극대화한다고 설명합니다. 보통 공급이 제한될수록 소비자는 더 큰 구매 압박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희소성 효과’라고 합니다. 소유 효과는 자신이 소유한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심리를 의미합니다.
한정판을 살 기회가 눈앞에 다가왔을 때 소비자에겐 기회를 놓치기 싫어하는 심리, 이른바 포모(FOMO)가 생겨납니다. FOMO는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Fear Of Missing Out)’의 약자지요. FOMO는 즉각적인 구매로 이어집니다.
희소성과 연결되는 중요한 개념이 바로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입니다. 이는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설명한 개념으로,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실용성보다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소비한 결과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고, 내리면 수요가 늘어나는 일반적인 수요의 원칙과는 반대지요. 이 같은 재화를 ‘베블런재(Veblen goods)’라고도 합니다.
벤츠뿐 아니라 에르메스, 루이 비통, 롤렉스 등 대표적 명품 브랜드는 매년 부자들의 주머니를 열 매력적인 한정판을 내놓습니다. 많은 경우 한정판 제조 비용은 기존 제품과 비슷하지만, 그 이상의 ‘프리미엄’을 붙여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나는 다르다’는 차별감을 느끼고 싶은 이의 욕구를 소비를 통해 충족시켜주고, 기업은 추가 수익을 얻는 전략인 셈입니다.
한정판 상품은 중고·리셀(Resell)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가 더해지기도 합니다. 중고 시장에선 이미 사용한 제품이 거래되고, 리셀 시장에선 희소성 있는 새 제품을 구매해 가치가 오르면 되파는 투자 성격의 거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요.
희귀성이 큰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가치가 높아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나이키와 유명 디자이너가 협업한 스니커즈는 발매가는 수십만원 수준이었지만 리셀 시장에서는 수백만 원에 거래되기도 합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한정판 모델은 이미 사용된 중고차임에도 오히려 프리미엄이 붙어 중고차 가격이 신차보다 높게 거래되기도 합니다. 이는 희소성과 베블런 효과가 결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한정판이 반드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아닙니다. 너무 특이해 범용성이 떨어지거나, 브랜드 신뢰도가 낮을 경우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많은 명품 가방 브랜드가 가장 인기 좋은 스테디셀러에 색다른 디자인을 입힌 한정판 시즌 백을 내놓지만, 시간이 흘러 중고·리셀 시장에선 오리지널 디자인이 더 높은 가치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이 흘러서도 소비자가 욕망할 정도의 브랜드가치, 희소성에 대한 인정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지요.
한정판은 분명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몇 가지 그림자도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나친 과시 욕구나 충동구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이는 합리적 소비보다 ‘비합리적 선택’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또한 리셀 시장의 과열은 부작용을 낳습니다. 소수의 리셀러가 한정판을 독점 구매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면, 일반 소비자는 정가로 살 기회를 잃고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NIE 포인트
2. 베블렌재는 일반 재화와 무엇이 다른지 알아보자.
3. 한정판의 경제적 부작용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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