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현상의 경제 비용

이 사업은 서해안 태안화력발전단지에서 생산된 6.5GW 규모 전기를 아산·탕정산업단지로 보내기 위해 45km 길이의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2003년 3월에 처음 시작됐고, 2012년 6월로 예고된 준공 시점이 여섯 차례나 연기돼 작년 말 개통됐다. 12년(150개월) 지각 끝에 21년이나 걸려 송전선을 깐 셈이다.
-2025년 4월 3일 자 한국경제신문
충남 태안에서 생산한 전기를 45km 거리의 산업 단지로 보내는 송전선로가 주민 반발과 소송으로 무려 21년 만에 만들어졌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송전선로 등 전력 인프라는 인공지능(AI)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힙니다.
하지만 송전선이 깔리면 인근 지역의 상업적 개발이 어려워지다 보니 지역 주민의 반대로 건설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론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결사반대하는 ‘님비(Not In My Backyard, NIMBY)’ 현상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정부가 반도체 산단 조성 등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힌 송전선로의 길이만 2036년까지 2만2491km에 달합니다. 45km를 뚫는 데 21년이 걸렸는데, 과연 차질 없이 구축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님비현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님비현상을 경제학적으로 바라보면 단순한 이기심이 아니라 공공재의 특성, 외부성 등 다양한 이론이 얽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공공재란 어떤 사람이 소비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소비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고(비경합성), 돈을 내지 않더라도 소비를 막을 수 없는(비배제성) 재화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깨끗한 공기나 국방은 모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입니다. 그런데 공공재는 시장에서 잘 공급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으로 인해 경제주체들이 공공재의 혜택은 누리면서도 비용은 내지 않으려는 ‘무임승차(free-rider)’ 행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님비현상도 이와 비슷합니다. 예를 들어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선 발전소가 필요하고, 생산한 전기를 옮기는 송전선이 필요합니다. 전력 인프라는 일단 구축되고 나면 어떤 사람의 소비가 다른 사람의 소비를 방해할 수 없습니다. 전기료가 존재하긴 하지만 보편적 복지처럼 국민 모두에게 제공되고 있지요.
보통 전력 인프라 건설 예정지의 주민들은 환경오염부터 부동산 가격 하락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풍부한 전력의 혜택은 누리면서도 그 비용은 회피하려는 것이지요.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집단적으로는 비효율을 초래하는 셈입니다.
이 같은 공공재는 ‘외부성(externality)’ 때문에 구조적으로 과소 생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외부성은 어떤 사람의 행동이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정 지역에 발전소를 설치하면 전국적으로는 에너지 안보와 전기요금 안정 등 긍정적 외부성이 있지만, 해당 지역 주민에게는 소음, 환경오염, 부동산 가치 하락이라는 부정적 외부성이 집중됩니다. 편익은 전국적으로 분산되지만, 비용은 지역적으로 집중되는 것이지요.
아무리 사회 전체적으로는 이득이 되는 프로젝트라도 지역 주민의 강한 반대로 무산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이에 따라 긍정적 외부성을 가진 재화나 서비스는 시장 수요에 비해 과소 생산됩니다. 결국 자원은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전체 사회적 후생은 감소하게 되지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학자들은 적절한 보상 메커니즘의 설계와 정부 역할의 강화 등을 주문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력 인프라처럼 사회 전체엔 이롭지만 특정 지역이 피해를 보는 경우 해당 지역 및 지역 주민에 대해 파격적인 경제적 보상을 주거나 개발 이익을 공유해 공공재의 공급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비용이 늘어나는 후생보다 크다면 사회 전체적 후생은 감소할 수도 있겠지요. 지역 이기주의로 인해 국가 차원의 공공재 공급이 막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수준에서 중앙정부가 조정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것 역시 지역 여론과 표심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현실 정치를 감안하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엔 정부가 송·변전 시설 주변 주민에게 보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국가의 개발 비용 지원을 확대하는 등 님비 문제 해소를 위한 보상 장치가 다수 담겼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결국 주민들을 만족시킬 정도로 보상이 이뤄지느냐가 갈등의 핵심인 만큼 법 통과가 곧바로 님비 문제 해결로 이어지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NIE 포인트

2. 님비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해보자.
3. 님비 문제의 해결책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