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기준금리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미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 없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은행의 대출 기준이 강화되면서 금리 인상과 같은 긴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Fed가 오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을 깬 발언이라 주목된다. 반면 월가 거물들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여전히 높아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미국 기준금리가 지금이 꼭대기여도 괜찮다고 이야기했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옐런 장관이 근거로 든 건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들의 위기가 금리인상과 같은 효과를 냈다는 건데요. 대체 은행의 위기와 금리인상 효과가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요?
- 2023년 4월 17일자 한국경제신문 기사 -
지금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지난해 초부터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물가 상승, 영어로는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물가는 왜 오를까요? 물건이 부족하거나, 돈이 너무 많거나 할 때 물건 가격이 오릅니다. 지금의 문제는 코로나 이후에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돈이 너무 많이 풀려서 물가가 올랐던 영향이 컸던 겁니다. 그래서 금리를 올려서 시장에 있는 돈을 은행 안으로 모이게 하려는 게 중앙은행들의 목적입니다.
시장에 흩어져 있는 돈을 은행 안으로 모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은행에 들어오는 예금이 많아지고, 대출은 줄어들면 됩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뱅크 사태 이후 은행들은 대출 기준을 엄격하게 세워서 대출을 줄이고 있습니다. 무리하게 대출을 내어줬다가 은행에 문제라도 생기면 안되니까요. 이렇게 대출이 줄어들면 시장에 풀린 돈은 그만큼 줄어들겠죠. 이건 결국 금리 인상의 목적, 즉 유동성 흡수와 똑같은 결과를 낳습니다.
물론 시장참여자들은 아직 다음 달 FOMC에서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한 번 더 올릴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보고 있기는 합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패드워치에선 다음 달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확률을 83%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옐런 장관의 발언 이후 금리를 더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쪽으로도 미묘하게 무게가 실리는 상황입니다.
옐런 장관의 발언이 정답은 아닙니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는 옐런의 발언과 비슷한 시기에 오히려 “더 높은 금리가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미국 중앙은행이 앞으로 기준금리를 0.5%P 혹은 0.75%P 더 올릴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고요.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쪽에서는 그만큼 물가가 생각보다 쉽게 잡히지 않을 거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건 중앙은행이지 옐런 장관이 속해있는 행정부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옐런 장관이 직접적으로 금리에 관해 이야기한 건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정부가 지지를 얻으려면 지금보다 금리가 올라가는 것보다는 내려가는 게 더 유리합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사람들이 힘들어지거든요.
지난해 금리인상이 시작된 뒤부터 뉴스에는 고금리로 인해 힘들어진 다양한 이야기들이 실렸습니다. 빚내서 집을 산 사람들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부터 기업들이 필요한 만큼 돈을 빌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금리를 제때 올려주지 않으면, 물가가 지나치게 빠르게 오르면서 화폐가치가 휴지 조각이 되는 비극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공공질서를 위해 단속하는 경찰처럼 사람들이 고통스럽더라도 제때 금리를 올려야 합니다.
나수지 한국경제신문 기자NIE 포인트1. 중앙은행은 왜 기준금리를 올리나요?
2. 기준금리를 더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요?
3. 반대로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