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11) 국제무역의 굴곡
17세기 영국과 네덜란드가 해외 무역을 통해 성장하면서 프랑스는 위기를 느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루이 14세 시절 재상이었던 콜베르는 프랑스 제품을 많이 팔기 위해 수출을 장려하고, 외국 제품의 수입을 억제했죠. 이는 금·은의 유입을 늘려 정부 곳간을 부유하게 하고, 군대를 육성해 해외 식민지 개척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런 정책을 ‘중상주의’라고 부릅니다. 그대로 해석하면 상업을 중시한다는 의미입니다. 궁극적인 목적은 국가의 부(富)를 늘리는 것이죠. 하지만 이는 주변 국가의 반발을 불러와 서로 수입을 억제하고, 수출을 늘리려는 제로섬 게임이 되었죠. 경제가 어려우면 이런 갈등은 빈번했습니다. 경제가 나빠지면 고개 드는 보호무역미국은 1929년 발생한 대공황으로 불황에 빠지게 되죠. 이때 미국은 스무트-홀리 관세법으로 외국 상품의 수입을 막습니다. 2만여 개의 수입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죠. 미국이 이 같은 정책을 펼치자 세계 주요국도 마찬가지로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해 관세를 부과하는 이전투구식 무역 다툼이 발생합니다. 과도한 보호무역에 따른 무역 분쟁은 결국 두 번의 세계대전이 일어나게 된 하나의 요인이 되죠.(111) 국제무역의 굴곡
세계대전 이후 세계 무역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립니다. 하지만 1970년대 미국은 달러가치 하락과 경상수지 적자 누적으로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하는 등 다시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게다가 오일쇼크가 더해져 세계 경제는 침체에 빠졌죠. 이쯤에서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국가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해 보호무역을 강화한다는 점이죠. 하지만 결과는 전쟁이나 더 깊은 침체였습니다. 세계는 이를 방치하기만 했을까요? 자유무역을 추구하려는 노력과 현재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은 세계 지도자들은 1947년 제네바에서 23개국이 참여한 무역협정인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를 통해 자유무역을 추구했습니다. 각종 무역 차별을 철폐하고 관세를 낮춰 세계 무역이 활발해졌죠. 이를 더 발전시키고자 1995년 세계무역기구인 WTO를 설립했습니다. 다만, GATT와 WTO는 여러 나라의 의견을 일치시켜야 해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래서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두 국가 사이 혹은 권역별 나라끼리 무역협정을 맺어 교역을 촉진하려 했죠.
하지만 이런 흐름에 다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1990년대 고성장 속에 물가가 안정되는 골디락스 경제를 겪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지나며 세계 경제 성장에 제동이 걸립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코로나19로 저성장을 겪으면서 관세를 다시 올리고, 자국에서 생산한 상품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보호무역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이전 역사의 불행한 결말을 맞지 않도록 국제사회는 협력해야 합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