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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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독려나 제한 없이 두 나라 간에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이뤄지는 무역은 두 나라 모두에 이익이 된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1723~1790)는 1776년 펴낸 《국부론》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로 싸우지 않고 무역하는 나라들은 서로에게 손해가 아니라 이익을 준다는 의미입니다. 스미스가 중상주의(수출을 많이 해서 금과 은을 모으고 수입을 금지해서 금과 은이 유출되는 것을 막아야 잘산다)를 비판했던 이유가 이 한 문장에 담겨 있다고 하겠습니다.

스미스의 한마디는 오늘날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주고받으면 되는 것이죠. 자기가 가진 것을 앞세워 다른 나라를 압박하면 피해국이 합심해서 대체재를 만들거나, 다른 나라에서 필요한 것을 사서 쓸 수 있습니다. 힘자랑 하다간 국제사회에서 큰코 다치는 것이죠.
[커버스토리] 한 나라가 모든 것 생산 못해…공급망 붕괴는 지구촌 손해
자유무역의 유용성은 이미 경제학적으로 증명됐습니다. 스미스의 주장은 이후에 등장한 여러 학설의 근본을 이뤘습니다.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1772~1823)는 비교우위론으로 무역의 이점을 스미스보다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습니다. 리카도는 한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생산 능력 면에서 뒤떨어지더라도 상대적으로 잘하는 영역을 전문화해 생산품을 교환하면 두 나라 모두 이득을 본다고 했어요. 그는 영국과 포르투갈의 교역을 예로 들었습니다. 두 나라는 모직물과 와인 두 상품만 생산하는데, 포르투갈이 두 상품 모두 영국보다 낮은 비용으로 생산한다고 가정합시다. 영국은 아마도 포르투갈과 교역하지 않으려고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리카도는 ‘기회비용’을 비교해보면 포르투갈은 와인 생산에, 영국은 모직물 생산에 비교우위가 있어서 서로 한 생산물에 특화해서 교환하면 모두가 이익을 본다고 설명했어요. 포도 생산에 기후가 맞지 않는 영국은 모직물 생산에 노동력과 자원을 투입하는 게 낫고, 포르투갈은 기후 조건에 맞는 포도 생산을 늘려 영국과 교환하면 이익입니다.

국제 분업을 존중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지구촌 경제는 안 보이지만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석유화학 제품, 철강 등을 잘 만들어 다른 나라로 수출하고 대신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미주 등지에서 필요한 원자재와 농림축산식품 등을 수입합니다. 나라마다 잘하는 영역이 연결돼 있어서, 즉 분업으로 맺어져 있기 때문에 적절한 가격으로 수출과 수입하는 것이지요. 1면에서 연필을 예로 들었습니다만, 모든 것은 국제 분업이 모여서 이뤄집니다.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커피를 우리가 마실 수 있는 이유 역시 분업의 결과입니다. 커피 한 잔이 우리 눈앞에 올 수 있는 것은 국내외 도매상, 소매상, 운반자, 항해사, 원주민 등 수천 명이 분업한 결과입니다.

무역은 갈등할 때보다 평화로울 때 늘어납니다.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상인과 물자는 다른 곳으로 향하고 맙니다. 이마누엘 칸트는 《영구평화론》에서 “상업정신은 전쟁과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빚고, 그 갈등이 대만 해협에서 전쟁 가능성을 높인다면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더욱 악화되고, 그 결과는 지구촌 경제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지요.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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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해소하는 방법 중 최악은 한 나라가 모든 것을 다 생산하려는 태도입니다. 21세기 경제에선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자급자족은 원시 시대나 가능한 마인드입니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빼곤 나머지를 세계 곳곳에서 사서 쓰면 될 일이죠. 요소수는 10년 전만 해도 우리가 직접 만들어 썼습니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와 가격 경쟁력에 직면한 기업이 생산을 중단하고 수입해 쓰기로 한 겁니다. 수입처 다변화는 좋은 해결책일 수 있겠지요. 결국 국제 분업과 자유무역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① 애덤 스미스가 쓴 《국부론》의 핵심 주제가 무엇인지를 찾아보고 정리하자.

②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개념을 성립시키는 사례를 직접 만들어 보자.

③ 자급자족이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해소하는 방안이 아닌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