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부방
김정호 박사의 시사 경제 돋보기

홍콩사태와 글로벌 정치경제 지각변동 (1)
미국이 '홍콩 특별지위'를 취소하면…
안녕하세요? 오늘은 홍콩사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에 홍콩은 목의 가시 같은 존재입니다. 홍콩 시위대는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거부하는 것을 넘어 독립을 요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시위를 방치하다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미 독립국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대만이 진짜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할지도 모릅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 티벳 자치구 등 무력으로 눌러 놓고 있는 식민지들이 독립 투쟁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중국은 내심 홍콩인들의 시위를 당장 무력을 써서라도 진압하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습니다. 후폭풍이 너무 거셀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성장하면서 홍콩의 경제적 비중 작아져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홍콩과 중국의 경제적 관계가 어떤지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1997년 중국에 반환될 당시 홍콩의 국내총생산(GDP)은 177억달러로, 962억달러인 중국의 17.0%였습니다. 작은 섬에 불과한 홍콩이 경제적으로는 중국 전체의 6분의 1에 해당했습니다. 20년 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2018년 현재 홍콩의 GDP는 3630억달러로서 13조6080억달러인 중국의 2.7%에 불과합니다. 중국이 엄청나게 성장한 결과죠.

홍콩을 중국의 도시들과 비교하면 이런 상황이 실감납니다. 2017년 중국의 도시별 지역총생산을 살펴보면 상하이가 4500억달러로 1위, 2위인 베이징이 4100억달러, 3위 선전이 3400억달러입니다. 홍콩은 3300억달러로 4위입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던 당시에는 당연히 홍콩이 압도적 1위였겠죠.

그래도 무역에서는 홍콩이 아직도 꽤 중요합니다. 2018년 중국의 전체 수출 중에서 홍콩에 대한 수출은 303억달러, 비중은 12.2%입니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중개무역이라고 보면 되죠. 즉 홍콩을 통해서 다른 나라들로 수출 되는 금액이 그 정도인 겁니다. 중국에 반환되던 1997년의 24%보다는 상당히 줄었지만 아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중국 기업 해외 상장 78%는 홍콩에 의존

하지만 금융을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중국 기업의 해외 기업공개(IPO), 해외 상장의 70%가 홍콩에서 이뤄집니다. 2018년 중국 기업이 전 세계에서 상장한 금액은 642억달러입니다. 그중 상하이와 선전 증시를 통한 것이 197억달러입니다. 31%에 불과하죠. 오프쇼어 즉, 해외 상장 금액 445억달러 중 홍콩이 350억달러, 78.6%입니다. 해외 채권 발행도 33%는 홍콩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그러니까 글로벌 투자자들이 홍콩을 떠나면 중국은 달러 자금을 구하는 데 치명타를 입게 됩니다.

중국 본토가 실물 경제에서는 엄청난 발전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은 홍콩을 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제도의 차이 때문입니다. 투자는 신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뤄질 수 있습니다. 홍콩은 바로 그 신뢰를 가지고 있습니다. 홍콩은 영국의 제도를 그대로 이식했습니다. 재산권이 확실히 보장되고 경제 활동에 대한 정부 간섭이 거의 없습니다. 또 분쟁이 생겼을 때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재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법도 사법부도 믿을 수 없습니다. 홍콩인이 누려온 그런 자유를 지금 중국이 빼앗아 가고 있습니다.

미국, 홍콩 특별지위 취소로 중국 압박하지만

미국은 그런 중국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지위를 취소할 것 같습니다. 특별지위란 1997년 중국에 반환되기 이전과 동일하게 대해 주는 제도입니다. 무관세의 자유무역과 자유로운 자본거래, 무비자 입국, 이런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관세도 있고 자본거래, 비자 발급 등에서 제한이 상당히 있습니다. 홍콩에 특별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에도 자유무역과 자유시장, 자본과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데 대한 대가입니다. 그것은 미국에도 이익이죠. 그런데 홍콩이 그 약속을 깨고 홍콩을 중국처럼 만들려고 하니 미국도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폐기하고 상하이나 베이징과 다를 바 없이 그냥 중국의 일부로 대하겠다는 겁니다.

특별지위가 박탈되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우선 홍콩의 수출품에 대한 관세가 높아집니다. 미국은 중국발 수출품과 동일하게 홍콩발 미국 수출품에 대해서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입니다. 2019년 중국의 총 수출 2조5000억달러 중 홍콩의 미국에 대한 수출은 391억달러입니다. 그 전액이 중국 제품이라 가정해도 중국 총 수출에 대한 비중은 1.6%에 불과합니다. 관세를 부과해서 그 모두가 없어진다고 해도 큰 타격은 아닙니다.

수입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는 기술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홍콩은 그런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중국이 아마도 이런 구멍을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요. 그것을 미국이 막아 버린다면 중국이 어느 정도 곤란해질 수 있죠. 하지만 이것 역시 심대한 타격은 아닐 것으로 봅니다. (다음에 계속)

김정호 < 서강대 겸임교수 >

NIE 포인트

① 재화와 용역 등 상품교역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자유무역과 관세 및 규제 등으로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보호무역의 차이점과 장단점은 무엇일까.
② 중국이 일국양제(一國兩制: 하나의 국가에 두 가지 체제를 인정)로 보장하던 홍콩의 자유를 홍콩보안법으로 통제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③ 영국 런던과 비견될 정도로 아시아 지역의 금융허브 역할을 해온 홍콩이 앞으로도 그런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