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59) 1인당 국민소득(GNI)과 중진국 함정
지난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국민계정(확정) 및 2019년 국민계정(잠정)’에서 한국의 2019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미 달러화 기준 3만2115달러로 전년보다 4.3% 감소했다. 2017년 3만1734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인당 GNI 3만달러 시대에 진입했지만, 저성장으로 인해 다시 하락세로 전환한 것이다. 1999년 1만달러, 2006년 2만달러, 그리고 2017년 3만달러를 돌파하면서 선진 경제국가라 할 수 있는 3050클럽(인구 5000만 명 이상이며 1인당 GNI 3만달러 이상인 국가)에 포함됐다. 하지만 계속적인 성장을 할지 하락세로 돌아설지는 다른 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며 교훈을 얻어야 한다.(59) 1인당 국민소득(GNI)과 중진국 함정
성장 대신 포퓰리즘을 선택한 국가의 비극
2차 세계대전 이후 아르헨티나 그리스 필리핀은 세계 순위권에 드는 경제 선진국이었다. 넓은 영토와 풍부한 자원의 아르헨티나, 천혜의 관광자원과 해안을 가진 그리스, 그리고 필리핀은 6·25전쟁 당시 한국에 파병 등을 지원할 정도로 이들은 잘사는 나라였다. 하지만 현재 아르헨티나는 복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과 부채 누적으로 성장이 정체되며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자주 선언하는 나라가 됐고, 그리스 또한 국민이 원하면 다 들어주라는 복지포퓰리즘으로 경제가 쇠퇴했다. 필리핀은 정치 지도층의 부패와 제도 낙후 등의 이유로 한국보다 1인당 GNI가 낮은 나라가 됐다. 경제는 성장을 지속해야 미국·영국·독일 등과 같이 선진국 대열에 오를 수 있다. 잘못된 경제정책은 잘사는 나라도 굶주림에 허덕이게 할 수 있다. 석유 자원 부국인 베네수엘라 또한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석유를 통해 벌어들인 외화를 지속적인 성장이 아닌 현금성 복지지출에 쏟아부었기에 국제 유가가 하락하자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미래는 어떨까?
선진국? 중진국 함정? 갈림길에 선 한국
한국은 1960년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후 기적적인 성장 스토리를 이뤘다. ‘한강의 기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한 해 경제성장률이 10%를 훌쩍 넘은 시기도 있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노동·토지와 같은 물질적인 요소를 투입해 생산활동을 확장해야 한다. 토지를 매입해 공장을 짓고, 근로자를 채용해 생산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 경제 성장률에 녹아들어 있다. 한국은 외환위기 전까지 고성장을 이뤘고 이후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지만, 1인당 GNI 1만달러를 넘어 3만달러에 진입했다. 하지만 2019년 실질 성장률이 2%로 저성장이 고착화되기 시작하면서 3만달러를 넘어 4만달러 시대에 진입할 수 있을지, 아니면 아르헨티나 그리스 필리핀처럼 ‘중진국 함정’에 빠질지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산업구조 개편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
여기서 중진국의 함정이란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성장하다 중진국 수준에 와서는 어느 순간에 성장이 장기간 정체하는 현상을 뜻한다. 중진국 함정에 빠지게 되면 단기 성장을 이끌었던 제도와 사회체계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서 고비용·저효율의 요소로 작용해 경제 성장을 오히려 후퇴하게 한다. 이유를 살펴보면 단기간의 고성장 동안 억제됐던 복지에 대한 요구와 임금 상승 욕구 등으로 비용이 상승하는 반면 생산성은 비용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 또한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가 현재 고임금과 정체된 생산성, 중국의 추격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바이오헬스·플랫폼 등의 신산업을 육성하고 빅데이터·인공지능 등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의 성장에 취하지 않고, 변하는 산업 흐름에 맞춰 규제 개혁과 제도 정비, 관련 인적자본 육성 등을 통해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생산성을 향상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해야 한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