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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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모차르트가 쓴 편지, 천재의 열정이 살아 움직인다
위대한 음악가를 꼽을 때 모차르트는 늘 맨 앞을 장식한다. 35년의 짧은 생애 속에서 남긴 620곡이 세월이 갈수록 더 사랑받기 때문이다. 흔히 모차르트를 천재라고 부르지만 그는 누구보다 노력했고, 수많은 작품을 남기는 동안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다.<모차르트, 천 번의 입맞춤>은 모차르트가 주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책으로, 그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두 달 전에 쓴 내용도 실려 있다. 그가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 토로한 글에는 위대한 작곡가의 치열한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이 책에 실린 첫 번째 편지는 열세 살 때 엄마에게 보낸 것이다. 모차르트는 여섯 살 때부터 연주 여행을 했는데, 첫 편지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전하는 내용에 추신 형식으로 붙였다. “가장 사랑하는 엄마, 전 이번 여행이 얼마나 즐겁고 기쁜지 모르겠어요”라고 시작한 짤막한 편지는 별 내용 없이 “엄마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내는 아들임을 보여드리고 싶어서랍니다”라고 끝냈다.이 책의 제목을 ‘천 번의 입맞춤’으로 지은 이유는 편지의 마지막에 꼭 “천 번의 입맞춤을 보낸다”라고 썼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한다. 모차르트는 어린 시절 자신을 힘껏 지원한 아버지 레오폴트에게 무한한 사랑을 표현했다. 레오폴트의 편지에도 아들에 대한 사랑이 넘쳐난다. 모차르트는 하나뿐인 누나 난네를에게도 아낌없는 사랑을 보냈다.누나에게 게임 얘기 써 보내여섯 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한 모차르트의 창작 열정은 편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열네 살 때 아버지에게 “제 오페라가 잘되도록 빌어주세요”라는 편지를 보냈다. 그런가 하면 발랄한 10대답게 누나에게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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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빠와 사는 호두…가족의 참모습은?
<특별한 호두>의 주인공 김호두는 정말 특별한 환경에 처했다. 제1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독특한 소재를 잔잔하게 풀어내며 깊은 감동을 안긴다. 우리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이혼으로 인해 한쪽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가정이 매년 늘어나는 중이다. 때로는 미혼모나 미혼부가 아이를 키우는 가정도 있다.그런가 하면 아빠만 둘, 엄마만 둘인 가정도 있다. 동성애자 가정을 떠올리게 되지만 김호두를 양육하는 2명의 아빠는 그와 거리가 멀다. 호두와 방과후수업에서 글쓰기를 배우는 지우는 엄마가 재혼하는 바람에 아빠가 둘이 된 케이스다.앞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가족 형태가 생겨날 수 있다. 우리 가정과 다르다는 선입견보다 각자 사정이 있다는 걸 이해하는 아량이 필요하다.<특별한 호두>의 김호두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지 살펴보자. 엄마는 호두를 낳고 얼마 안 되어 세상을 떠났다. 이후 2명의 아빠와 함께 살게 된 호두, 초등학교 입학 후 자신의 처지가 친구들과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가능한 한 자신의 처지를 숨기기 위해 애썼다. 중학교 1학년이 된 지금 새 친구들이 자신의 독특한 상황을 알게 될까 봐 조마조마하다. 둘 중 누구와 살고 싶니?호두는 두 아빠를 큰 아빠, 작은 아빠로 구분한다. 큰 아빠는 외국계 대기업에 다니는 실력자로 차분하고 아는 것도 많다. 동네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작은 아빠는 장사도 잘 안되는 데다 덤벙대고 말이 많다.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큰 아빠는 멋있지만 좀 심심하다. 친구처럼 굴면서 피곤하게 하는 작은 아빠는 좀 귀찮지만 재미있고 만만하다.큰 아빠는 호두를 학원에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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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소설 일곱 편이 만든 '생각의 블랙홀'
활자가 환영받지 못한다지만 작가들은 의미 있고 재미난 작품으로 쉴 새 없이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새로운 작가를 환영하며 지켜보는 독자들이 2024년에 예스24를 통해 선정한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위’는 성해나 작가였다.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성해나 작가는 2024·2025 젊은작가상, 2024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2024 김만중문학상 신인상을 받았다. 그동안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 <혼모노>, 경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을 펴냈다.소설집 <혼모노>는 종합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진입해 독자의 마음을 파고드는 중이다. 올해 3월에 출간해 단 3개월 만에 10쇄를 돌파했다. <혼모노>에는 7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는데, 띠지에 인쇄된 배우 박정민의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라는 말처럼 정말 재미있다.혼모노(진짜)와 니세모노(가짜)를 논하는 표제작 ‘혼모노’에는 흥미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30년간 점을 치고 굿을 해온 문수의 앞집에 스무 살 정도 된 신애기가 이사 온다. 그간 이곳으로 이사 온 무당들이 대부분 몇 달 못 버티고 떠난 음침한 골목인지라 문수는 신애기도 곧 떠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신애기가 문수에게 “신빨이 다했다더니 진짠가 보네. 할멈이 나한테 온 줄도 모르고”라며 조소하더니 살기 어린 눈으로 “하기야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만”이라는 독설을 날린다.진짜와 가짜, 혼모노와 니세모노‘혼모노’ 속에서는 진짜와 가짜가 계속 교차한다. 바나나 우유와 바나나 맛 우유, 보이차 판별법 등도 양념처럼 등장한다. 진짜 따져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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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기 위해 필요한 2가지, 돈과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방>은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과 픽션’을 주제로 한 강연 요청을 받고 쓴 에세이로, 1929년에 발표했다. ‘여성이 창작을 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여성들의 창작 환경은 어떠한지, 어떤 각오로 나서야 하는지’를 담았다. ‘20세기 페미니즘 비평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버지니아 울프는 비평가이기에 앞서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파도> 같은 뛰어난 작품을 발표한 소설가다.당시 영국 여성들의 상황을 소개하며, 이 책은 “1866년 이래 영국에는 여성을 위한 대학이 두 곳 있었고, 1880년 이후 기혼 여성이 자신의 재산을 소유하도록 법적으로 허용되었다. 1909년 여성이 투표권을 얻었고, 대부분의 전문직이 개방된 지는 대략 10년 정도 되었다”고 소개했다.버지니아 울프는 ‘여성과 픽션’ 강연 서두에 “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당시 대부분의 여성은 아이를 낳고 가사를 하며 남편을 도왔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노부인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조화를 만들고, 유치원 아이들에게 철자법을 가르치며 몇 파운드 버는 정도였다.여성의 지위가 형편없어서 도서관 입장도 ‘연구원을 동반하거나 소개장을 소지’해야 가능했다. 힘들게 도서관에 들어간 버지니아 울프는 남성들이 쓴 여성에 관한 엄청나게 많은 책을 보고 경악했다. “대부분의 여성은 성격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라브뤼예르), “여성은 교육받을 수 없다”(나폴레옹), 여성을 경멸한다(무솔리니)는 내용부터 여성을 찬미하는 괴테까지 여성에 대한 상반된 견해가 난무했다. 여성은 남성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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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보다 사랑, 수용자 자녀들의 속마음 이야기
부모들은 행여 자녀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부모가 자녀 일로 노심초사하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다. 문제 많은 부모 때문에 자녀가 고통을 겪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부모가 심지어 감옥에 갔다면 그 자녀의 고심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부모가 감옥에 간 아이들을 ‘수용자의 자녀’라고 부른다. 부모 중 한 명이 감옥에 가도 힘든데 부모 모두 수감되는 일도 적지 않다.<기억함의 용기>는 수용자의 자녀 10명이 마음을 담담하게 털어놓은 고백서다. 다행히 10명의 저자는 아픈 시간을 잘 견뎌내고 대학에 진학해 꿈을 키우거나, 훌륭한 사회인이 되어 빛나는 삶을 살고 있다.이 책은 (사)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의 인권 인식 개선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집필되었다. 세움은 수용자의 자녀를 돕기 위해 2015년에 설립된 단체로, 뜻있는 사람과 단체의 도움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세움의 이경림 대표가 쓴 프롤로그의 “왜 범죄자의 자녀를 돕느냐는 의문과 비난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지금 바로 제 앞에 아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문장이 눈을 찔렀다. ‘죄 없는 아이’를 돕는 걸 비난할 정도면 실제 수용자의 자녀들은 얼마나 큰 핍박을 당했겠는가.하루아침에 부모가 수감되면서 겪는 자녀의 혼란이 <기억함의 용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제까지 당연하던 일을 누릴 수 없게 된 아이들의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친척 집에서 눈칫밥을 먹거나, 받아주는 친척이 없어 노쇠한 할머니와 함께 산 자녀도 있었다. 아빠가 감옥에 가면서 생활이 어려워져 아르바이트에 나선 중학생의 돈을 새엄마가 갈취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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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덮밥·모히토…음식으로 만나는 천재들의 삶
“우리의 모든 식사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이다. 이 책은 그 한 번뿐인 식사를 더 맛있게 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다.”<천재들의 식탁에서 인문학을 맛보다>의 프롤로그를 읽을 때부터 우리가 매일 먹는 식사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울러 매 끼니에 감사하며 의미를 부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을 쓴 조성관 작가는 천재 시리즈 10권을 집필한 천재 연구가로 천재와 관련된 책을 지속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이번에는 천재들을 음식과 함께 소개하며 인문학의 성찬을 펼친다.“천재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미식가라는 점이다. 천재는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다. 예각적인 심미안을 지속시키려면 미뢰를 설레게 해야 한다”고 전제한 저자는 천재 가운데 독일 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를 대표적 미식가로 꼽았다.괴테는 방대한 저작을 남겼는데 그의 작품 중에 미식과 관련된 기록이 상당히 많다. 괴테가 타계하기 2년 전에 완성한 <이탈리아 기행>은 상당 부분이 식도락 이야기로 채워졌다. 괴테의 음식 이야기만 따로 모은 책은 괴테가 자주 말한 “훌륭한 요리 앞에서는 사랑이 절로 생긴다”를 제목으로 삼았다.아스파라거스를 특별히 좋아한 괴테는 평균수명이 50세 전후였던 19세기 초반에 82세까지 장수했다. 조성관 작가는 “제철 음식으로 자양을 하고 호기심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분석했다.음식을 먹다가 음식과 관련된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 현상을 ‘프루스트 기억’이라고 한다. 프루스트 기억은 정신분석 용어로 ‘인발런테리 메모리’, 우리말로는 ‘비자발적 기억’ 혹은 ‘불수의 기억’이라고 한다. 이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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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얽힌 아름답고 재미있는 이야기
<나무 동화>에는 현대 프랑스 문단의 살아 있는 거인 미셸 투르니에와 르 클레지오,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 마술적 리얼리즘의 3대 거장 중 한 명인 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 등 세계적인 작가 12명이 쓴 나무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름다운 나무 이야기를 읽으면 신비한 기운과 함께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미셸 투르니에의 창작 동화 ‘도임링씨네 꼬마의 가출’을 보면 ‘나무의 나라’가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다. 벌목공 감독 도임링 씨는 시골 오막살이 생활을 끝내고 도시의 23층 아파트로 이사 갈 예정이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화를 받고 싶은 아들 피에르는 장화가 필요 없는 도시로 가는 게 너무도 싫다. 그래서 “나는 네온등도 자동 통풍장치도 싫어요. 나는 나무와 장화가 더 좋아요. 영원히 안녕”이라는 이별 편지를 써놓고 가출한다.자동차를 얻어 타고 모르는 동네에 내린 피에르는 밤길을 헤매다 8명의 딸과 함께 사는 오게르 씨의 집에 묵게 된다. 그 집에서 피에르는 오게르 씨가 들려주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 ‘나무’에 대한 얘기를 듣는다.오게르 씨는 최초로 인간이 살게 된 에덴동산을 “나무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고, 서로 멀리 떨어져 드문드문 자라고 있었으며, 서로 다른 나무들이 있었던 정원”이라고 설명한다. 에덴동산을 만든 하나님이 먹지 말라고 한 선과 악을 분별하는 열매를 따 먹은 아담과 이브는 ‘나무가 없는 들판’으로 쫓겨난다.오게르 씨는 “이것이 바로 인간에게 내려진 저주”라며 “인간은 식물의 세계에서 쫓겨나 동물의 세계로 떨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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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에 반전…무더위 날리는 등골 오싹한 이야기
여름이 되면 등골이 오싹하는 추리소설을 찾는 사람이 많은데, 애거서 크리스티 <0시를 향하여>는 두뇌 회전을 하느라 더위를 느낄 틈이 없는 소설이다. 미묘하게 제시되는 복선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스토리가 정신이 휘몰아치기 때문이다.애거서 크리스티는 설명이 필요 없는 작가로, 100권이 넘는 장편소설과 단편집과 희곡을 남겼다. 그녀의 작품은 10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40억 부 넘게 팔려나갔다. 성경과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작가로 꼽히고 있다.많은 작품을 다 읽기 힘드니 애거서 크리스티가 직접 뽑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10편’을 참고하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살인을 예고합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열세 가지 수수께끼> <0시를 향하여> <끝없는 밤> <비뚤어진 집> <누명> <움직이는 손가락>이 작가가 독서를 권하는 ‘베스트 10선’이다.단언컨대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10권을 읽으면 사고가 논리적으로 바뀌면서, 매사를 다각도로 살펴보며 사태의 이면과 사각지대까지 더듬어보는 습관이 생길 것이다.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대개 그렇지만 <0시를 향하여>도 마지막까지 누가 범인인지 추리하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거의 마지막에 가서야 뒤통수가 얼얼해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300페이지에 이르는 이 작품을 읽으며 몇 페이지에서 범인을 알아내는지, 친구들과 경쟁하는 것도 좋은 독서 방법이다.모두 5부로 구성되는데 프롤로그와 ‘문을 열자 사람들이 있었다’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기 다른 사람들의 사연이 소개된다. 이때 등장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