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소영 <오늘도 불안한 엄마들에게>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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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마도 자녀 문제일 것이다. <오늘도 불안한 엄마들에게>는 엄마들이 왜 불안한지, 자녀들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양소영 변호사는 2007년 KBS ‘아침마당’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방송인이기도 하다. 대개 전문가로서 해박한 법 지식을 전하지만, 일반 토크 프로그램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한다. ‘스타 변호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양소영 변호사는 한부모 가정을 돕는 칸나희망서포터즈의 이사장으로 사회 공헌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오늘도 불안한 엄마들에게>는 변호사가 아닌 삼 남매를 서울대에 합격시킨 ‘엄마 양소영’의 이야기를 담았다. 양 변호사의 두 딸은 서울대 경영학과, 아들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25학번으로 입학했다가 최종적으로 미국 MIT를 선택했다. 스스로 생각하고 풀어보기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엄마와 함께 달리며 서울대에 합격한 삼 남매
세 자녀도 사춘기 때 문을 쾅쾅 닫고 자기 방에 들어가 부모 속을 태웠으며,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는 일도 겪었다. 특히 아들은 기면증을 진단받아 엄마가 학기 초만 되면 담임선생님께 “아이에게 기면증 증세가 있어요. 수업 시간에 졸더라도 이해해주시고, 체육·놀이 시간에 힘들어하면 쉬게 해주세요. 공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는 부탁을 써서 보냈다. 아픈 아이니까 공부를 잘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긴 것이다.

그런데 6학년 담임이 “건강 걱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아이가 목표가 생기면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그때부터 수학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아이와 대화하면서 공부를 지원했고, 아들은 영재고등학교와 국제 올림피아드 1등을 거쳐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인 MIT에 합격했다. 목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서울대 삼 남매의 공부 비법 가운데 공통적인 점은 ‘유창성의 착각’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선행학습을 하면 공부한 내용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응용문제를 풀려고 하면 안 되는 경우가 생긴다. 보고 듣는 데서 끝났기 때문이다. 삼 남매는 배운 문제를 ‘다시 한번 스스로 생각하고 풀어보기’를 실천해 유창성의 착각을 넘어섰다.

삼 남매가 성적을 올린 방법은 각각 달랐다. 첫째가 내신 점수를 만점으로 끌어올린 비결은 ‘백지 테스트’였다. 내용을 이해한 뒤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개념을 직접 쓰면서 암기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코로나19로 학원에 가기 힘들었던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인터넷 강의를 주로 들었는데, 인터넷 강의는 시간만 흘려보내면서 유창성의 착각에 빠지기 쉽다는 약점이 있다. 둘째는 급격한 성적 하락을 겪은 뒤 한번 들은 인터넷 강의를 다시 들으며 내용 전체를 정리했다. 특히 수학이 3등급까지 떨어졌을 때 오답 노트를 만들어 왜 틀렸는지, 어디를 놓쳤는지 집중적으로 분석해 3개월 만에 1등급으로 복귀했다. ‘유창성의 착각’을 ‘진짜 실력’으로수학을 좋아하는 셋째는 수학적 개념을 완벽히 이해한 뒤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는 상상을 했다. 손으로 그리는 연습을 병행하면서 수학적 개념을 그래픽으로 시각화해 설명하는 국내외 유튜브를 많이 시청했다.

삼 남매의 공부 비법은 보고 듣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손으로 다시 만들고, 말로 다시 설명하고, 머릿속으로 다시 그려보면서 ‘유창성의 착각’을 ‘진짜 실력’으로 바꾼 데 있다.

이 책에는 세 자녀가 겪은 시행착오도 담겨 있다. 자녀들이 스스로 ‘스마트폰 감옥’을 사서 스마트폰을 넣어놓거나 2G폰으로 교체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엄마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책 읽는 아이들이 되었고, 독서가 세 자녀에게 큰 힘이 된 부분도 감동적이다.

책 마지막 부분에는 세 자녀의 인터뷰가 실려 있는데, 둘째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이근미 작가
이근미 작가
“시간을 소중하게 쓰고 관리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엄마가 감당하는 게 아니라 오롯이 저희가 감당해야 하잖아요. 엄마가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길로 새다가도 다시 정신을 차리고 돌아와서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었어요.”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 노력한 엄마와 보살핌 아래 제 할 일을 한 자녀가 힘을 합쳐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오늘도 불안한 엄마들에게>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으며 방법을 모색하고, 대화를 나누기에 적당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