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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이코노미

    스마트폰과 알고리즘은 어떻게 세상을 바꿔놓았나

    아이폰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2007년 1월 9일 스티브 잡스는 맥월드 엑스포 기조연설 행사에서 애플이 휴대전화를 만든다고 선언했다. 당시에도, 오늘날에도 아이폰은 많은 것을 바꿔놓을 혁명적 제품이 틀림없다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다. 문제는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세상미국의 Z세대는 하루에 약 80번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한다. 밀레니엄 세대는 약 63번,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는 각각 49번과 30번 잠금 해제를 한다고 알려져 있다. Z세대 미국인 96%가 스마트폰 없이 화장실을 가지 않을 정도다.스마트폰 세상이 열리자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모바일과 소셜 네트워크라는 두 가지 힘이 결합하자 그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사람들은 기업의 평가 기준을 수익이 아니라 사용자 수로 바꾸기 시작했고,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디지털 광고가 산업을 지배한다. 오늘날 구글은 37조 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수집해 0.2초 안에 개인 맞춤형 결과를 제시한다. 구글의 아이디어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모두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면서 디지털 광고는 미국 전체 광고 수입의 63%를 차지한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광고 수익이 전체의 80% 이상이며, 메타의 경우 거의 98%다. 이는 소셜 네트워크가 무료이고, 그 흔적들이 디지털 광고의 재료가 되기에 가능했다. 알고리즘 세상스마트폰과 함께 변화를 견인한 요인은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 분석 결과 우리를 화나게 만드는 콘텐츠가 가장 많은 관심을 끈다는 점을 알아냈다. 급속도로 유포되는 뉴스가 감정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와튼 경영대학원은 사회적 전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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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 창업자 소멸과 넘치는 자본이 낳은 시장은?

    돈이 땀보다 귀해졌다. 자본소득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았다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까지 언급하지 않아도, 누구나 현금보다 주식을 소유하는 것이 부를 증식하는 쉬운 방법이라는 점을 안다. 미국 시장을 기준으로 할 때 좋은 소식은 미국 주식의 절반을 일반 가계가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며, 나쁜 소식은 미국 주식의 89%는 가장 부유한 10%가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창업자의 권력 회복이유야 어떻든, 이런 현상 덕분에 투자할 곳을 찾는 자본이 많아졌다. 그 혜택을 많이 받은 대상 중 하는 스타트업일 것이다. 요즘 기술 스타트업은 자본화가 잘 돼 있어 충분한 자본을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시장의 수용성이 높아져 수개월 안에 해당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과거라면 몇 년 혹은 몇십 년 걸릴 일이었다. 이 같은 변화는 창업자의 권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창업자와 자본을 대는 경영진 사이의 긴장감은 대체로 높았다. 원대한 비전을 품은 괴팍한 백인 청년 창업자는 회사 확장을 위해 데려온 나이 들고 노련한 경영자를 이기기 어려웠다. 1985년 스티브 잡스가 괴팍하고 고집스럽고 변덕이 심하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쫓겨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권력은 창업자들에게 돌아왔다.과거에는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가진 천재는 가득하고 자본을 구하기가 어려웠지만, 10년 뒤에는 반대였다. 진정한 천재는 많이 양성되지 못했지만, 이용 가능한 자본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빌 게이츠는 처음으로 창업자가 자기 회사 가치를 1000억달러까지 늘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 스티브 잡스는 회사에서 쫓겨났지만, 그를 대신했던 스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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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세상에서 스타트업이 중요한 이유

    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의 경제상황은 처참했다. 1950년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의 20%에 불과했다. 이는 멕시코나 콜롬비아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식량은 배급제였고, 수많은 사람이 굶주렸다.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구하는 일도 어려웠다. 실제 많은 가정에 문손잡이가 없었다. 쇠붙이는 몽땅 전쟁 물자로 징발됐기 때문이다. 소니의 성공경제상황도 어려웠지만, 재건도 쉽지 않았다. 연합군은 1945년부터 1952년까지 평화 유지 목적으로 일본에 머물면서 생산과 산업정책을 통제했다. 신속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당시에 ‘메이드 인 재팬’은 질 낮은 상품을 일컫는 표시와 다르지 않았다. 도쿄통신공업주식회사가 만든 제품도 대부분 저품질이었다. 딱히 물건을 사줄 소비자도 없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끊임없이 기회를 엿봤다. 이들은 대기업이 포기한 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그중 하나가 1949년 개발한 휴대용 녹음기였다.당시에 녹음은 특수하고 복잡한 기술이었다. 사람들은 휴대용 녹음기에 매료됐지만 구매하진 않았다. 이들은 여기서 기다리지 않았다. 1951년 도쿄레코딩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판매, 유통, 광고, 훈련, 고객 서비스를 담당했다. 전국 학교를 돌면서 제품을 홍보하고, 고객 경험 개선을 목적으로 애프터서비스를 시행했다. 이후 생산이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1955년에는 포켓용 트랜지스터라디오를 만들어 진공관 라디오 시장을 파고들었다. 이렇게 1950년부터 1982년까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제품만 12개가 넘었다. ‘시장은 누군가가 창조했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로널드 코스의 지적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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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대관계·전문성 높을수록 SNS 혜택 많이 받아

    2015년 4월, 히말라야산맥을 만든 단층선에서 리히터 규모 8.1의 지진이 발생했다. 무려 225㎞나 떨어진 에베레스트에서 산사태가 발생할 만큼 강력했다. 수십만 명이 집을 잃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생존자들의 소식은 빠르게 전달됐다. 페이스북의 ‘세이프티 체크’ 기능이 안전을 묻는 알림을 보냈고, 1억5000만 명의 사람이 무사함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SNS의 두 얼굴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같은 SNS는 네팔 지진 사례와 같이 사회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사회운동이 가능하도록 돕기도 한다. 2015년 1월 프랑스에서 있었던 ‘내가 샤를리다’ 운동이 대표적이다. 총기로 무장한 알카에다 요원들이 프랑스 풍자 전문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파리 지부를 공격해 12명이 사망하고 11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테러 공격 이후 트위터에는 #jesuischarlie라는 해시태그가 가장 많이 달렸다. 총격 3일 만에 70만 명의 프랑스인이 거리로 나왔고, 4일째에는 그 수가 200만 명으로 늘었다. 이런 대규모 시위는 협력과 조율 없이는 불가능하다.물론 시위의 확산이 SNS의 역할과 인과관계로 연결돼 있는지는 보다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집트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홍콩 등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사회운동은 SNS 없이도 가능하다. 하지만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SNS는 부정적인 역할도 한다. 2019년 3월 15일 총기로 무장한 인종차별주의자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한 이슬람 사원을 총기로 공격하면서 이를 페이스북에 생중계했다. 사람들은 마치 1인칭 슈팅 게임을 보듯 50명이 죽어가는 장면을 목격해야 했다. 지난 16일 우리나라에서도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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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 6%가 46%의 상품·서비스 구매 유인

    대중의 예측은 정확하다. 서로 실수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황소의 몸무게를 예측할 때 누구는 과대평가하고, 누구는 과소평가할 것이다. 만약 개개인의 예측 오차가 서로의 의견과 관련이 없고, 조직적으로 의도를 가지고 과소 혹은 과대평가한 것이 아니라면 점차 의견은 진실에 가까워질 것이다. 수학적 관점에서 서로 독립적인 의견이 다수라면 이는 사실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독립적이지 않은 대중 의견하지만 다양한 플랫폼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등장으로 대중의 의견은 더 이상 독립적이지 않다. 온라인으로 음식을 주문하거나 물건을 살 때 소비자들은 후기에 영향을 받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의 92%가 후기를 읽고, 그중 46%는 그 후기에 영향을 받아 제품을 구매한다. 후기를 쓰는 비율은 6%에 불과하지만 92%가 읽고 46%가 물건을 구입한다니, 목소리가 큰 소수가 절대다수의 의견에 영향을 미치는 형국이다. 보다 큰 문제는 과거의 평점이 미래의 평점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MIT의 시난 아랄 교수는 뉴스 웹사이트를 활용한 대규모 대중 심리 테스트를 통해 이를 밝혀냈다. 해당 웹사이트에 올라온 동일한 콘텐츠에 한 집단의 경우 임의로 1개의 찬성 평점을, 또 한 집단에는 1개의 반대 평점을 주었다. 통제 집단에는 평점을 주지 않았다. 그런 다음 세 집단의 평점 변화를 살펴보았다. 일반적으로 콘텐츠에는 수백 혹은 수천 개의 평점이 달리므로 임의로 1개의 찬성 혹은 반대 평점을 준 것은 최소한의 조작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찬성 평점으로 긍정적인 조작을 하면 이후에 긍정적인 평점이 32% 늘었고, 평균 평점은 25% 늘었다. 그리고 임의로 찬성 평점 1개를 추가할 경우 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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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한 이민자들이 실리콘밸리에 많은 이유

    1958년 가방회사 에틀랜틱러기지컴퍼니의 데이비드 블룸 이사는 여행용 가방에는 왜 바퀴가 없을까 의아했다. 무거워 허리가 아프고, 때로는 비싼 짐꾼을 고용해야 했다. 게다가 바퀴를 다는 건 생산비용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기존 디자인과 유통망에도 잘 맞았다. 하지만 회장은 블룸의 기대와 달리 도대체 누가 바퀴 단 가방을 사겠느냐며 비웃을 뿐이었다.다이슨과 여행용 가방전문가들은 혁신을 크게 두 형태로 구분한다. 주어진 문제나 전문 분야를 더 깊이 파고드는 예측 가능한 혁신과 예전에는 연관성이 없던 두 분야의 아이디어를 채택해 융합하는 혁신이다. 다이슨은 전자의 대표적인 예다. 제임스 다이슨은 자신이 만든 진공청소기 디자인을 집요하게 수정한 끝에 사이클론 집진기의 크기를 조정해 공기에서 먼지를 분리해내는 방법을 찾아냈다.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그 효율은 높아졌고, 깊이 있는 지식이 쌓여 갔다. 소위 ‘점진적 혁신’이다.블룸의 여행용 가방은 ‘재결합적 혁신’이다. 대개 재결합 혁신은 극적이다. 다른 영역에 존재하던 아이디어를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 때문이다. 과학 작가 맷 리들리는 재결합적 혁신을 유성생식에 빗대기도 한다. 서로 다른 개체의 유전자가 합쳐지면서 발생하는 변이의 누적으로 생물학적 진화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만약 수십억 년 전 미생물이 유전자 교환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이후 동물들이 성적 결합을 통해 이를 지속하지 않았다면 다리나 신경, 뇌를 구성하는 유전자들이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생각의 아웃사이더결합 전에는 각 영역의 독립적 아이디어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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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버의 팁 제도는 왜 실패했을까

    인간은 가장 쉬운 답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회사의 성공 요인을 리더의 훌륭함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성공은 여러 요인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상호작용의 결과임에도 말이다. 리더의 스타일과 성격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기업 성공에 중요한 기본적 요인을 간과하게 된다. 무엇보다 구성원의 동기부여 방식을 놓치게 된다.많은 경우 ‘누가’ 일하느냐보다 ‘어떻게’ 일하느냐가 중요하다. 정확한 인센티브의 설계는 일하는 방식과 관련있다. 인센티브는 구성원으로 하여금 공동 목표를 향해 달려가도록 만드는 힘이다.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만 가득하면 좋겠지만, 조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인센티브가 제대로 설계된다면 구성원 성격에 따라 조직의 성공 여부가 달라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한편, 인센티브는 사람들의 행동과 결과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조직 규모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게다가 인센티브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힘이 있다. 우버의 팁 제도 설계제도 설계에서 인센티브의 중요성은 우버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다.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반이민 행정명령은 큰 반발을 초래했다. 이민자 중심으로 구성된 뉴욕 택시기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들은 항의의 의미로 택시 운전을 중단했다. 문제는 우버였다. 모든 택시가 멈춘 와중에도 영업을 지속했다. 여론은 혼란을 틈타 돈을 버는 기회주의적 행동이라고 비난하며 우버 삭제 운동으로 이어졌고, 운전자가 우버 서비스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우버 입장에서 운전자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요소다.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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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서비스업은 왜 혁신을 받아들여야 할까

    지난 수세기 동안 전문가의 업무는 대부분 수작업이었다. 이들의 서비스는 기성복이 아니라 반맞춤형이었다. 예술가가 작품을 만들 때마다 빈 캔버스에서 시작하듯, 수요자 입장에서 전문가 서비스는 위임받은 신뢰할 만한 전문가가 수작업으로 만든 일회용 제품이었다. 하지만 전문 서비스도 점차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 양복 재단이나 양초 제작 등의 수공업이 그랬듯이 말이다.전문가 우회 현상과거엔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면 전문가에게 의지했다. 전문가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지식이 있었고, 사람들은 전문가로부터 얻은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전문가 외에는 어떤 지식이 문제 해결에 필요한지 몰랐기에, 전문가들은 해당 영역에서 문지기 역할을 했다. 의사 혹은 변호사가 아니면 병원이나 법률 사무실을 개업하지 못하는 형태가 그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이런 설명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전문성을 얻는 다양한 방식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과거 판례 검색은 변호사들의 업무 영역 중 하나였지만, 오늘날 수백만 건의 판례 가운데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는 데 몇 초면 충분하다. 최근 등장한 챗GPT 기술이 도입되면 보다 입체적인 서비스도 가능하다. 경험 공동체도 대안적 형태다. 페이션츠라이크미(Patientslikeme)와 같은 사이트에는 자신이 겪는 질병과 처방 그리고 그 효과에 대한 수기가 가득하다. 이런 경험의 공유를 통해 꼭 전문가에게서만이 아니어도 전문지식을 얻을 수 있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AI 플랫폼이든, 경험을 나누는 사이트든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의사나 변호사, 회계사가 아니라는 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