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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대 맥주기업이 합치니 일자리가 줄어드네
칼도어가 찾아낸 규칙성은 오랜 기간 유지됐다. 헝가리 태생이면서 영국 런던경제대 교수였던 니콜라스 칼도어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노동과 자본이 차지하는 몫은 언제나 각각 3분의 2와 3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경제구조가 농업에서 제조업 중심으로 변할 때도 이 규칙은 변하지 않았다. 경제학에서는 이 놀라운 규칙성을 ‘정형화된 사실’이라고 표현해왔다. 낮아지는 노동의 몫하지만 1980년대를 지나며 다른 양상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65% 수준이었던 노동의 몫은 2017년 59%로 크게 떨어졌다. 이는 특정 국가를 넘어 다른 많은 국가에서 관찰되는 현상이었다. 1980년대 이전까지는 칼도어의 정형화된 사실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경제학자들은 당황했다. 많은 경제학자가 이를 설명하려 했지만, 설득력 높은 근거를 찾지 못했다.하지만 최근 시장지배력이 노동과 자본에 돌아가는 몫을 줄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판매상품에 대해 시장지배력을 지닌 기업은 더 적게 생산해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임금을 낮추고, 채용노동자 수를 줄일 수 있다. 맥주시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세계 맥주산업의 두 거인인 앤하이저부시와 인베브는 합병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높인 뒤 더 비싼 가격에 더 적은 수량의 맥주를 판매한다. 합병 전 앤하이저부시는 ‘버드와이저’를, 인베브는 ‘스텔라 아르투아’를 판매했다. 합병 전 맥주 한 병을 2달러에 판매할 때 버드와이저 수요는 2000병이었고, 스텔라 아르투아 수요는 3000병이었다. 합병 후에는 맥주 가격을 3달러로 올렸다. 그러자 수요는 각각 1500병과 2500병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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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기업, 공짜 서비스 대가로 내 데이터 얻어가죠
돈을 버는 것은 당연히 나쁘지 않다. 기업 설립의 기본적인 목적이며, 자본주의 시스템이 유지되는 동력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문제는 돈을 버는 방법이다. 일부 기업은 고객이 항상 이성적일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돈을 번다. 증명되지 않은 유사과학을 그럴듯하게 소개한 책을 판다거나, 가짜 약을 판매하는 행위는 시장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속임수다.하지만 한 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알아차릴 수 있는 가짜 약 판매 전략과는 달리 오늘날의 정보통신기술력은 기업들의 부정행위가 눈에 띄지 않도록 도와준다. 기업들은 사람의 행동 데이터를 폭넓게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행동편향을 찾아낸다. 최근 찾아낸 소비자 행동편향은 한번 가입하면 좀처럼 서비스를 해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많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제공 기업은 이러한 편향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장기적인 거래유도를 위해 매력적인 제안으로 소비자를 가입시킨 이후 점차 가격을 올린다. 다른 방법으로도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어쨌든 취소하는 것이 맞지만, 소비자는 언제나 합리적으로만 행동하지 않는다. 공짜라는 착각을 주는 서비스기업들이 고객의 행동편향을 활용해 시장 지배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확보가 필수다. 이를 위해 많은 상품을 ‘무료’로 제공한다. 분명 스마트폰에 구글 맵을 설치했을 때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서비스를 누리게 된다. 특히 지역이 낯선 해외라면 더더욱 그렇다. 구글 맵은 실시간 위치기반 정보를 바탕으로 낯선 장소에서도 가고 싶은 장소로 길을 안내해줄 뿐만 아니라 검색창에 주소만 입력하면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의 집 문 앞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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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한 경쟁의 조건은
시장지배력은 기업이 투입한 비용 이상으로 가격을 높이고, 투자와 위험, 혁신에 대해 보상할 수 있는 초과이윤을 창출하는 능력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시장에서는 기업들은 위험이나 기타 비용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적절히 보상하며 자본이익률 정도의 이윤밖에 벌지 못한다. 성공적인 기업들이 항상 경쟁이 적은 시장을 찾는 이유다. 슘페터의 성장과 창조적 파괴기업가의 중요한 역할은 시장에서 일등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위험한 도박에 승부수를 두는 것이다. 이때 빠른 판단과 신기술은 운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혁신경쟁에서 높은 생산성을 구현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점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에 따르면 이렇게 획득한 독점권력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한 기업의 혁신이 기존의 열등한 기술을 파괴하며 시장을 지배하지만, 동시에 경쟁자들이 혁신을 받아들여 자신을 뛰어넘을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기업들의 쫓고 쫓기는 게임은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즉, 독점권력은 혁신과 성장을 부추기지만, 이렇게 획득한 지배력은 일시적이며 경쟁자들이 자신과 비슷해지거나 보다 우월해지면 독점력은 소멸한다. 하지만 슘페터의 주장과 달리 현실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언제나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더 저렴하게 생산하기 위한 목표로 혁신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막고, 여기서 나오는 이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하이에크 vs 조지오웰경제학자는 아니었지만 뛰어난 사상가였던 조지 오웰은 하이에크의 저서 《노예의 길》에서 그가 자유시장경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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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격차는 어떻게 불평등을 야기하는가
역사적으로 부자나 귀족들은 자신들이 우월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배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 귀족공작의 재능이 평균적인 농민보다 낫지 않았고, 그가 가진 우월함이란 당시의 불공정한 법적, 경제적 차별에 기반한 것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의 부상과 생명공학이 결합되면 2100년에는 부유층이 정말로 빈민촌 거주자들보다 모든 면에서 더 재능 있고, 창의적일 수 있다.불평등의 시작을 찾기 위해서는 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3만 년 전, 수렵·채집을 했던 인류는 어떤 사람들을 수천 개의 상아구슬과 보석, 예술품으로 장식된 호화로운 무덤에 안장한 반면 어떤 사람들은 맨땅에 구멍만 파서 묻었다. 농업혁명을 거치면서 불어나는 재산에 비례해 불평등은 더 커졌다. 땅과 가축, 도구의 소유권을 갖게 되면서 엄격한 위계 사회가 출현했고, 소수 엘리트가 대를 이어가며 부와 권력을 독점했다.산업혁명 이후에는 평등이 강조됐다. 공산주의와 자유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의 경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대중이 쓸모 있는 존재로 부상했기 때문이었다. 산업경제는 평민 노동자 대중에게, 산업화된 군대 역시 평민 병사에게 의존했다. 민주주의든, 독재정부든 대중의 건강과 교육, 복지에 대거 투자한 이유다. 이러한 추세는 21세기 초반까지 이어졌다. 계급과 인종, 성별 간 불평등 감소가 이뤄진 것이다. 신기술의 부상하지만 21세기를 지나며 불평등이 심화되는 신호는 뚜렷하다. 최고 부유층 1%가 세계 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문제는 AI와 생명공학으로 대표되는 신기술의 부상이 이러한 경향을 가속화시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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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성패 가르는 요인, 실패 연구에서 찾자
많은 스타트업이 성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한 대답은 간단히 찾을 수가 없다. 린 스타트업의 권위자 에릭 리스는 ‘실패할 수 없다면 배울 수도 없다’고 했지만 스타트업 창업자가 실패를 통해 배우기란 쉽지 않다. 실패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창업자 스스로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많은 경우 스타트업의 실패를 지나치게 단순한 방식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철학자들은 이를 ‘단일 원인의 오류’라고 지칭한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경쟁에서 패한 이유를 ‘경합 선거구에서 표를 얻지 못했기 때문’으로 단순화하거나, 특정 스포츠 팀이 연패에 빠진 원인을 ‘스타 선수의 부상’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사실 이러한 결과는 수많은 요인이 복잡하게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근본적 귀인 오류’에 빠져 원인을 설명하기도 한다. 이는 어떤 대상이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당사자의 ‘기질적’ 요인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즉, 사회적 압력이나 환경적 조건 등의 ‘상황적 요인’을 간과하는 것이다. 새로 창업한 스타트업이 문을 닫게 되면 투자자들이나 직원들은 설립자의 결점을 지적하고, 설립자는 외부 환경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도 근본적 귀인 오류에 빠진 원인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스타트업의 실패 요인토머스 아이젠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러한 오류들로 인해 스타트업의 진정한 실패 원인을 분석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그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스타트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실패 요인을 초기와 후기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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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로라 레이저폰이 반짝 인기에 그친 이유는
인류 최초의 비행사가 될 준비가 끝난 듯 보였다. 스미스소니언협회 고위관료이자 하버드대의 저명한 수학과 교수였던 새뮤얼 피어폰트 랭글리는 하늘을 날기 위한 드림팀을 구성했다. 미국 육군성 역시 그의 프로젝트에 5만달러를 지원했다. 1900년대 초반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였다. 하지만 세계 최초로 하늘을 날게 된 주인공은 라이트 형제였다. 단기적인 의사결정, 조종전략라이트 형제에게 지원금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팀원 가운데 석사나 박사는커녕 대학을 다녀본 사람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1903년 12월 17일, 세계 최초로 하늘을 날았다. 랭글리 팀과 라이트 형제 팀의 목표는 같았다. 하늘을 날기 위한 노력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조직을 이끄는 방식만큼은 크게 달랐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사람 행동에 영향을 주는 방식 차이가 자리잡고 있었다.TED talks에서 ‘WHY’라는 강의로 큰 공감을 받은 사이먼 시넥은 그의 책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를 통해 사람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은 조종하거나 열의를 불어넣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가운데 조종전략은 소비자의 행동에 효과적으로 영향을 미쳐 단기적인 수익 창출에 도움을 주지만, 충성심을 끌어내기는 어려운 전략을 통칭하는 용어다. 최저가 경쟁이나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의 단기적인 호응을 끌어내는 제품 출시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종종 혁신과 참신함을 구분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04년 모토로라의 휴대폰 레이저(Razr)가 대표적이다. 항공기 동체용 알루미늄 외형에 내장형 안테나와 에칭 기법을 활용한 키패드로 무장한 레이저는 두께가 13.9㎜에 불과했다.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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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도 성장기반이지만…기술 발전따라 새 전략 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빚으로 주식에 투자하거나 주택을 구입한다. ‘레버리지’라 불리는 전략으로 빚을 내어 자산을 매입하면 더 큰 수익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인플레이션’이 존재한다. 자산이 주식이든 주택이든 예술품이든 인플레이션은 자산 가치를 높여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득이 증가해 대출금 상환은 쉬워지고, 자산 가치는 상승한다. 부채가 부의 형성으로 이어지는 지금까지의 방식이다. 기술의 발전과 디플레이션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30년 전 무선전화 가격은 오늘날의 노트북 가격만큼 비쌌고, 성능도 보잘것없었다. 10시간가량 충전해야 겨우 30분 남짓 사용할 수 있었다. 통화요금 역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날 휴대폰은 더 저렴해지고 강력해졌다. 휴대폰은 통화는 물론 카메라, 손전등, 지도, 달력, 결제수단 등 수백 가지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무료다. 기술 발전으로 가격 대비 큰 효과를 누리게 된 것이다. 기술산업 전체로 시야를 넓혀도 비슷한 현상을 살펴볼 수 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텐센트, 알리바바 등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무료거나 지속적인 저가 정책 또는 같은 가격이라면 이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즉, 기술 발전으로 더 적은 돈을 내고 더 많은 것을 받는 셈이다. 부채로 유지되는 성장하지만 현실에서는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다. 그 배경에는 신용거래와 부채 증가라는 현상이 존재한다. 신용을 기반으로 한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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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공식 없지만 인적자본 투자는 확실한 밑거름
경제 성장의 근본 메커니즘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수세대에 걸쳐 많은 경제학자가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고 노벨상을 받는 영예도 누렸지만, 그 누구도 부유한 나라에서 다시 성장이 이뤄질지, 그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미국의 성장이 끝났다고 주장하는 로버트 고든 교수나 그렇지 않다는 조엘 모키어 교수의 주장에 누구도 반박하지 못하는 이유다. 성장을 둘러싼 상반된 의견경제학자 로버트 고든은 그의 책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를 통해 ‘미국의 성장은 1973년 10월 16일(혹은 그즈음)에 종말을 고했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거는 ‘총요소생산성’의 성장 둔화였다. 경제학자들은 경제 성장은 ‘노동생산성의 증가’와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기계 즉, ‘자본의 질적 개선’, 그리고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 증가 외에 성장에 기여하는 ‘총요소생산성’에 의해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지난해와 동일한 교육 수준의 노동자가 같은 기계를 활용해 지난해보다 많은 시간당 산출량을 기록했다면 이는 ‘총요소생산성 증가’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와 그 직전 몇십 년간 이뤄진 총요소생산성의 증가는 엄청났다. 1920~1970년의 총요소생산성 증가 속도는 1890~1920년에 비해 네 배가 빨랐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1973년을 기점으로 멈췄다. 이후 25년간 총요소생산성의 성장 속도는 1920~1970년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2018년의 총요소생산성 성장률은 0.94%로, 이는 1920~1970년의 연평균 1.89%보다 낮은 수준이었다.낙관적인 전망도 존재한다. 조엘 모키어 교수는 과학기술을 선도하려는 국가 간의 경쟁이 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