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디지털 경제와 결제

디지털 시대에 결제방식은 새로운 수입원으로 작동. 정부와 기업이 경쟁할 때 빠른 변화에 맞는 제도 수립 가능.
디지털 상품 구매에 많은 지출이 이뤄진다. 게임, 게임 내 아이템 구매 등이 대표적이다. 2021년 소비자들은 디지털 전용 비디오게임에 5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했으며, 게임 내 상품, 의상, 추가 수명 등에 약 1000억 달러를 추가로 지출했다. 그리고 이러한 지출은 인앱 결제로 대표되는 결제 채널을 통해 이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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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앱 결제란 앱 내에서 이뤄지는 결제를 의미한다. 아이폰 혹은 아이패드에서 애플의 앱스토어에 접속해 게임을 다운로드할 경우 게임 판매자는 수입의 30%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무료 게임의 경우 게임 내에서 무기 혹은 추가 수명을 구입할 때 결제를 하게 되는데, 이를 ‘인앱(in-app) 결제’라고 한다. 애플은 인앱 결제 수입에 대해서도 30% 수수료를 부과한다. 구글도 안드로이드의 플레이 스토어에 이러한 수수료를 그대로 적용했다.

사실 수수료 30%는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 분야에 적용되던 수수료 체계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1983년 게임기 제조업체인 남코(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는 팩맨과 같은 게임을 당시 유행하던 닌텐도 버전으로 출시하고 싶었다. 닌텐도는 남코의 게임이 닌텐도 게임기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신 수수료 10%를 부과했다.

또 남코의 게임을 닌텐도가 제조하도록 계약하면서 추가 수수료 20%를 합의했다. 이렇게 정해진 수수료가 30%다. 이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 게임기에 게임팩을 꼽아 플레이하는 대신 디지털 다운로드 방식으로 게임을 제공하면서 훨씬 저렴한 공급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수수료 30% 관행은 그대로 이어져 애플과 구글의 수수료로 활용되고 있다.

애플은 2001년 뮤직 스토어를 론칭하면서 디지털 배포 방식을 도입했다. 이때 적용한 수수료가 30%였으며, 7년 뒤 앱스토어를 만들면서 수수료 체계를 그대로 가져왔다. 애플은 세 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해 수수료를 부과한다. 첫 번째는 물리적 제품과 관련된 거래다. 아마존 앱을 다운로드한 후 아마존 앱 내에서 화장지를 판매해 얻은 수입의 경우는 수수료를 책정하지 않는다. 리더(reader) 앱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 앱을 다운받아 모든 기사를 볼 수 있는 권한을 구독하는 경우나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인터랙티브 앱은 다르다. 게임이 대표적이다. 게임 앱을 구매해 게임 내에서 아이템을 구입할 경우 수수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앱스토어에서 게임이 등장하자 게임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발생했다.

앱스토어가 처음 나왔을 때 게임 산업 규모는 연간 약 500억 달러가량이었다. 모바일 매출은 그중 15억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1년이 되자 모바일은 1800억 달러 규모로 게임 산업 절반을 차지했다. 2020년에는 애플의 iOS 앱을 통해 약 7000억 달러가 지출됐다. 이 가운데 애플이 수수료를 청구한 금액은 10% 미만이었고, 이 10% 가운데 거의 70%가 게임 구매였다.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게임기가 아니고, 게다가 게임 플랫폼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음에도 애플은 인앱 결제를 강제하는 것만으로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인앱 결제는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일단 지나친 수수료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이자를 25%로 제한하는 고리대금 금지법을 시행한다. 가장 비싼 고급 쇼핑몰도 임대료로 수입의 30%를 부과하진 않는다. 일반적인 중소기업의 이윤은 약 10~15%다. 이는 애플과 구글이 디지털 비즈니스나 디지털 판매를 통해 투자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3D 인터넷’이라고 불리는 메타버스가 활성화될 경우 메타버스 내에서의 결제는 사실상 모두 인앱 결제이기 때문에 모든 비용이 30% 높아지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면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생태계는 시작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디지털 생태계가 확산되면서 결제와 관련된 전략도 발전하고 있다. 오늘날 플랫폼 전략은 다양한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도 기업만큼이나 전략을 세세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기업과 경쟁하는 관계라는 시각에서 변화를 바라볼 때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공감을 얻는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