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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과 놀자

    겨울철 바람에 따라 '삼한사미'가 생겨나죠

    언제부터인가 겨울철에 '삼한사온'이라는 표현보다 '삼한사미'라는 표현이 언론에 자주 언급된다. 대부분 알고 있듯이 삼한사미는 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한 한반도의 전통적 겨울 날씨인 '삼한사온(三寒四溫)'에서 유래한 것으로 따뜻할 '온(溫)'자 대신 미세먼지의 '미(微)'를 넣은 것이다.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다'는 뜻으로 우리나라의 최근 겨울철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을 비유하는 신조어다. 실제로 추운 3일간은 북쪽의 추운 지역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을 받아 공기가 깨끗하고 온화한 4일간은 북서/서쪽 지역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을 받아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다.이는 같은 계절에 유사한 양의 대기오염 물질이 오염원에서 배출된다고 하더라고 미세먼지 농도는 바람(풍향과 풍속)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람은 왜 부는 것일까?그렇다면 바람은 왜 부는 것일까? 여러분은 뜨거운 여름 햇살에 도로나 땅 위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추운 겨울 실내 한가운데 놓인 난로 위에서도 아지랑이와 비슷하게 아른거리는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이는 난로 위에서 데워진 공기가 위로 이동하는 것으로, 이런 현상을 통해 열은 실내 전체에 전달된다. 이 공기의 흐름은 공간적인 온도 차이에 의해 발생한다. 이를 지구에 비유한다면, 적도지방은 뜨겁게 데워지는 난로에 해당하고 극지방은 난로로부터 멀리 떨어진 추운 공간에 해당할 것이다. 이처럼 공기는 열에너지를 이동시켜주는 대류 운동을 하며, 대류 운동 결과 나타나는 공기의 이동을 바람이라고 한다. 이런 대류 운동으로 대기순환이

  • 경제 기타

    영토·인구로는 설명 못하는 미국이 강한 이유

    현재 세계 최고의 자본주의 국가는 명실상부 미국이다. 미국이 제1, 2차 세계대전 이후 제일의 경제강국으로 부상하며 지금까지 세계 경제의 맹주로 군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세계 최대의 다인종 국가답게 많은 인구, 세계 3위를 자랑하는 국토 면적. 물론 이 또한 하나의 요인이 될 수는 있겠으나 근본적인 이유는 아닐 것이다. 단순히 그 때문이라면 세계 1위의 국토 면적을 가진 러시아나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중국이 미국보다 경제 발전이 뒤떨어진 것을 설명 할 수 없다.러시아 중국 등 다른 나라가 가지지 못한 것, 설령 따라 하려고 흉내 내도 온전하게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것, 그것은 미국을 세계 경제의 중추로 끌어올린 원동력, 바로 자본주의 정신이다. 미국의 자본주의 정신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사전에는 자본주의가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가 이윤 획득을 위해 생산활동을 하도록 보장하는 사회경제체제’라고 정의돼 있다. 하지만 이것은 자본주의를 형태적 측면에서만 바라본 반쪽짜리 정의다.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자본주의의 형태뿐만 아니라 본질, 즉 자본주의의 정신적인 측면도 함께 성찰해야 마땅하다. 막스 베버는 《청교도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청교도 윤리’가 곧 미국의 자본주의 정신이라고 썼다. 청교도란 16세기 후반, 영국 국교회에 반항하여 생긴 개신교의 한 종파로, 1620년 영국 국교회의 박해를 피해 102명의 청교도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북아메리카로 이주하면서 미국 개척 역사의 서장을 썼다.청교도의 특징은 칼뱅이즘의 철저한 금욕주의적 직업윤리를 물려받은 것이다. 본디 칼뱅이

  • 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해리 포터와 연금술, 미신일까 과학일까?

    조앤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는 1997년 출간된 이후 20년간 세계 67개의 언어로 총 4억5000만 부가 팔렸다. 시리즈물 사상 세계 최대의 베스트셀러다. 등장인물이나 에피소드, 상황 설정 등은 단순히 작가가 공상해서 만든 게 아니다. 영국에서 내려오는 전설, 북유럽 신화와 고대·중세의 연금술, 고딕소설, 모험담 등이 작품에 두루 녹아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이해하려면 연금술을 빼놓을 수 없다. 1편 부제인 ‘현자의 돌(마법사의 돌)’은 연금술의 상징과도 같기 때문이다. 현자의 돌이란 용어는 4세기에 그리스 테베의 조시모스가 처음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대체 연금술은 무엇이고 현자의 돌은 또 뭘까?연금술은 근대과학이 정립되기 이전 단계의 과학과 철학적 시도를 총칭하는 것이다. BC 2000년께 고대 이집트에서 불과 금속을 다룬 ‘불의 사제’가 그 유래다. 이들의 솜씨는 파라오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 같은 화려한 이집트 장식물에서 보듯 수준이 대단히 높았다. 이집트의 연금술은 메소포타미아와 그리스로 전파되었다. 고대 연금술사들은 기술의 신인 이집트의 토트와 그리스의 헤르메스를 숭배했다. 연금술은 6세기 동로마제국을 거쳐 8세기 이슬람권에 전해졌다. 이슬람의 오랜 지배를 받은 스페인과 시칠리아, 십자군원정 등을 통해 연금술은 중세 유럽에도 전파됐다.연금술은 특히 아랍에서 비약적으로 발달했다. 우마이야 왕조 때 이슬람권 최초의 연금술사로 꼽히는 칼리드 왕자는 연금술 연구를 위해 왕위조차 거부했을 만큼 아랍은 연금술에 관심이 많았다. 연금술은 화금석, 즉 현자의 돌을 찾는 과정이었다. 명칭은 돌이지만 실제로 돌은 아

  • 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남·북 중국, 유연, 고구려 등 세력균형 이룬 동아시아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러시아 일본 영국 미국 프랑스 청나라가 벌인 ‘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은 조선의 개항과 멸망, 식민지화를 초래했다. 20세기 중반 미국과 소련이 치른 그레이트 게임은 한민족의 분단과 비극적인 6·25전쟁을 몰고왔다. 최근엔 미국과 중국 간에 ‘새 그레이트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서기 598년, 고구려 영양왕은 말갈병(또는 거란병) 1만을 거느리고 요서지방을 공격했다. 《수서(隋書)》의 또 다른 기사는 이 공격에서 고구려가 해양방어시설을 빼앗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수나라 문제(文帝)는 곧 30만의 수륙군으로 반격했으나 육군은 역병이 창궐해 요하전선을 넘지 못했다. 한편 래호아가 지휘하는 6000명의 산동수군은 평양성을 향해 출항했지만 폭풍우를 만나 배들이 표몰됐고, 죽은 자가 십중팔구였다고 한다(《수서》). 하지만 기상조건들을 분석하면 장산군도 등에 구축한 해양방어체제에 막히고 고구려 수군의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70년 전쟁의 신호탄 ‘고·수전쟁’이렇게 ‘고·수(高·隋)전쟁’의 신호탄이 올랐고, ‘고·당(高·唐)전쟁’을 거쳐 신라가 참여한 이른바 ‘삼국통일전쟁’까지 지속됐다. 전쟁의 목적과 진행과정, 결과 등을 보면 몇 단계로 구성된 ‘70년 전쟁’이었다. 한륙도(한반도와 만주 포함)·중국·일본열도·몽골·알타이·중앙아시아가 포함된 유라시아 세계의 질서가 재편되는 그레이트 게임이었다.유라시아 동쪽은 1세기 이상 분단된 남·북 중국, 몽골 초원의 유연, 동쪽의 패자인 고구려 등 4핵과

  • 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왜에 불교·탈춤·음악 전파…중국엔 도금갑옷 수출

     불교를 정치·경제 목적으로도 倭에 전해백제의 대(對)왜 정책은 6세기에 들어서 불교문화를 정치·경제적인 목적으로 전파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수도를 부여로 옮긴 성왕은 높이 16척의 ‘장육불’을 제작해 왜국에 기증했으며, 노리사치계를 금동불상, 번개(幡蓋·불상 위를 덮는 비단), 경론(經論) 등과 함께 파견했다. 또 588년(위덕왕 35년)에는 승려들과 조불공, 조사공(명주실을 켜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노동자), 노반박사(탑 기술자), 기와박사, 화공 등을 파견해 아스카사를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 본존인 아스카 대불을 제작한 구라쓰쿠리도리(鞍止利)는 백제계라고 한다.교토의 고류지(廣隆寺)에는 옛 국보 1호인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이 있다. 독일 철학자인 카를 야스퍼스는 “인간 실존의 참다운 모습을 이토록 표현한 예술품은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품격이 다른 예술품이다. 제작 주체를 놓고 많은 설이 있었지만, 형태가 우리 것들과 비슷한 데다 목재가 한반도에서 자라는 적송으로 밝혀지면서 백제 또는 신라 제품이거나, 왜국에 정착한 조불사가 만든 것으로 정리됐다. 또 담징의 금당벽화로 유명한 호류지(法隆寺)의 대보장전에는 209㎝의 훤칠한 키와 우아한 손끝으로 옷자락을 살며시 든 7세기께 관음보살상이 전시돼 있는데,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이 불상에는 ‘백제’라는 이름이 붙은 채로 내려왔다. ‘백제’ 이름 붙은 호류지 관음보살상백제는 직조산업이 발달해 6세기께는 베·비단·명주실·마 등을 세금으로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4세기에 재봉기술을 가진 공녀(工女)를 왜국에 보냈고, 418년에는 백색 명주를 10

  • 경제 기타

    '양회'가 뭐길래…국제사회 눈은 베이징에 쏠린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개막했다. 해마다 3월 초 베이징에서 열리는 양회는 우리나라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와 국정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가리킨다. 그해 중국의 주요 정책방향이 양회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매번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다.전인대는 지난 5일, 정협은 4일 시작했으며 열흘 넘게 이어진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시달린 중국은 이례적으로 양회를 5월로 미룬 적이 있다. 양회가 끝날 때 제시했던 경제성장률 목표치도 내놓지 않았다. 올해는 양회 일정을 3월로 원위치했는데, 방역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려는 포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봄마다 열리는 전인대·정협 어떤 역할전인대는 중국의 최고 국가권력기관으로 국가의사결정권, 입법권 등을 갖고 있다. 전인대에서 총리는 업무보고를 통해 전년도 경제상황을 정리하고 그해 경제정책과 사업계획을 발표한다. 정협은 중국 공산당이 정책을 결정할 때 의견을 수렴하는 정책 자문기구다. 전인대에 각종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직접 법을 제정하거나 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다.양회의 역사는 60~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협은 마오쩌둥의 사회주의 국가 선언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이 탄생한 1949년에 처음 개최됐다. 전인대는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이 제정된 1954년 시작했다. 정협과 전인대는 한동안 시기를 달리해 열리다가 1959년부터 함께 개최되고 있다. 과거 양회는 공산당 뜻에 거수기처럼 따르는 ‘요식행위’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올해 양회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사실상

  • 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로마시대도 맹자도 '적정세율은 10%'

    구약시대의 유대민족은 재산이나 소득의 10분의 1을 신에게 바치는 ‘십일조’ 관습이 있었다.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이 왕이자 제사장인 멜기세덱에게 재산의 10분의 1을 바쳤고, 그의 손자 야곱은 하느님이 무엇을 주든지 그 10분의 1을 반드시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이것이 십일조의 기원이다.중세 유럽의 교회는 주민들에게 수입의 10분의 1을 교회세로 징수했다. 유대교 관습에서 비롯된 십일조를 점점 신자의 의무로 강조하다가 아예 세금으로 강제 징수한 것이다. 교회세는 17~18세기 근대에 들어서야 폐지됐다. 1만여 년 전 농업혁명 이후 정착 생활이 시작되면서 적의 침입을 막을 군대가 필요했다. 수시로 전쟁에 동원되는 병사들은 농업에 종사할 수 없기에 공동체에서 이들의 생계를 위해 곡물을 걷어준 것이 세금의 기원이다. 최초의 조세체계는 BC 3000년 이집트에서최초의 조세체계는 BC 3000년께 고대 이집트에서 등장했다. 이집트 고분벽화에는 세금 징수원을 묘사한 그림도 있다. 고대 국가의 백성은 군주의 소유물로 여겨졌고, 백성은 군주에게 공물이나 노역을 바쳐야 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세금을 기꺼이 내는 사람은 없다. 조세 저항을 최소화하는 해법은 세금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세금은 내세와 영혼 구원에 대한 대가였던 셈이다. 종교를 담당하는 사제계급에는 면세의 특권이 주어졌다. 1799년 나폴레옹이 발견한 고대 이집트의 로제타석에 적힌 글귀는 신전의 세금 면제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국가가 세금을 걷을 수 있었던 또 다른 명목은 생명 보장이었다. 전쟁에서 지면 모든 것을 잃고 노예가 됐던 시대에 군주는 백성에게 세금을 걷는 대신 군

  • 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단순 주조품보다 뛰어난 비파형 동검·청동거울…원조선의 정교한 합금·주조 기술 당대 최고였다

    한국은 많은 나라가 선망하는 국가다. ‘한류’는 선진국에서도 인기몰이 중이다. 50년 만에 세계 최빈국을 벗어나 산업화와 부국강병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산업이 발전하고,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나라들이 있었다. 하지만 ‘고대 산업’에 대한 오해, 자기 정체성에 대한 불신과 저평가, 역사학자들의 편협함 때문에 이를 잘 알지 못한다. 베이징 근처에서도 발견된 원조선 유물들원조선은 어떤 종류의 산업이 발달했으며, 기술력은 어느 수준이었을까? 농업과 어업, 임업, 목축업 등 1차 산업과 성을 쌓고 도로를 닦고 거대한 고분 및 고인돌을 만드는 토목업, 조선업 등은 국가의 기간산업이다. 그런데 기술력의 정수, 응용 범위의 확장, 기타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 등을 고려하면 화공(化工)을 이용한 요업(세라믹)과 금속을 이용한 군수산업, 제사산업이 핵심이었다.원조선 전기는 청동기 문화가 발달한 시기였다. 중국 랴오닝성 다롄(大連) 근처의 강상무덤(崗上墓)과 루상무덤(樓上墓), 요하(遼河) 동쪽 지방인 요동의 정가와자 무덤들(선양 정가와자에 있는 유적), 요서의 십이대영자 무덤 등에서는 청동 단검, 청동 도끼, 청동 끌, 청동 화살촉, 수레 부속품, 마구류, 단추 등 각종 청동 제품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그 가운데 원조선의 금속산업과 기술력을 알려주는 유물은 상징성이 강하고, 기능성이 높으며, 난도가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비파형 동검(고조선식 동검 또는 요녕식 동검)과 청동거울(잔무늬 거울, 거친무늬 거울)이다.고대사회에서 칼은 무기로 기능했고 정치력을 의미했으며, 상징성도 강했다. 특히 비파형 동검은 특별한 형태와 표방한 논리로 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