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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문장은 정보들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수단, 그 구조를 이해하자
[가] 한(漢) 초기 사상가들의 과제는 진의 멸망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기초한 안정적 통치 방안을 제시하며, 힘의 지배를 숭상하던 당시 지배 세력의 태도를 극복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제에 부응한 대표적 사상가는 육가(陸賈)였다.(중략)그는 진의 단명 원인을 가혹한 형벌의 남용, 법률에만 의거한 통치, 군주의 교만과 사치, 그리고 현명하지 못한 인재 등용 등으로 지적하고, 진의 사상 통제가 낳은 폐해를 거론하며 한 고조에게 지식과 학문이 중요함을 설득하고자 하였다.[나] 집현전 학자들은 원(元)까지의 중국 역사와 고려까지의 우리 역사를 정리하였다. … 또한 올바른 정치의 여부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다하고 천명이 옮겨 간다는 내용을 드러내고자 기존 역사서와 달리 국가 간 전쟁과 외교 문제, 국가 말기의 혼란과 새 국가 초기의 혼란 수습 등을 부각하였다.이러한 편찬 방식은 국가의 흥망성쇠를 거울삼아 국가를 잘 운영하겠다는 목적 이외에 새 국가의 토대를 마련하려는 의도가 전제된 것이었다. … 유교적 시각에서 고려 정치를 바라보며 불교 사상의 폐단을 비롯한 문제점들을 다각도로 드러냈고, 이를 통해 유교적 사회로의 변화를 주장하였다.7. 윗글에서 ‘육가’와 ‘집현전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드러내고자 한 내용에 해당하는 것만을 <보기>에서 있는 대로 고른 것은?ㄱ. 옛 국가의 역사를 거울삼아 새 국가를 안정적으로 통치하도록 한다.ㄴ. 옛 국가의 멸망 원인은 잘못된 정치 운영에 있지 않고 새 국가로 천명이 옮겨 온 것에 있다.ㄷ. 옛 국가에서 드러난 사상적 공백을 채우기 위해 새 국가의 군주는 유교에 따라 통치하도록 한다- 2022학년도 6월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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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각하'를 밀어낸 토박이말 '님'의 힘
요즘 서울 용산의 대통령 집무실 청사 지하 1층에선 아침마다 기자들의 “대통령님~” 소리가 울려퍼진다고 한다. 우리 사회 주요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생각이 어떤지 직접 들어보기 위해서다. 지금은 대통령에 대한 호칭으로 ‘-님’을 쓰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그리 되기까진 우리말이 지나온 길에 오랜 ‘질곡(桎梏)의 시간’이 있었다. 권위주의 상징 ‘대통령 각하’, 역사적 유물로어느 언어에서나 ‘이름붙이기’는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말에선 특히 호칭(부름말)에 ‘목숨 거는’ 일이 잦다. 존대법이 발달한 우리 문화의 특성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사회의 지도층 인사들도 ‘각하’라는 용어를 버림 직하다. 그리고 ‘님’ 소리 공부도 좀 해 보아야 한다. … 이 나라의 대통령 ‘님’의 경우에도 그 딱딱한 ‘각하’ 대신에 쓰였으면 좋겠다.” 서슬 퍼런 유신 치하였던 1978년 한창기 선생(1936~1997)이 한 말이다. 자신이 발행하던 《뿌리깊은나무》를 통해서다.그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브리태니커백과사전》으로 ‘마케팅 신화’를 쓴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렇게 큰돈을 벌어서는 1970~1980년대 월간지 《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 같은 독보적인 잡지를 창간해 운영했다. 《뿌리깊은나무》는 한국에서 언론이 국한문혼용과 세로쓰기를 당연한 것으로만 여기던 시절 한글 전용과 가로쓰기란 파격을 선보인, ‘대중매체의 혁명’ 그 자체였다. 그 자신도 사업가이면서 국어학자 뺨칠 정도로 우리말에 밝았고 글을 쓸 때는 문법을 철저히 따진 선각자였다.황제의 나라에서 신하들이 황제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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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개념을 나누는 것은 대상의 차이를 발견했기 때문
육가(陸賈)에게 지식의 핵심은 현실 정치에 도움을 주는 역사 지식이었다. 그는 역사를 관통하는 자연의 이치에 따라 천문·지리·인사 등 천하의 모든 일을 포괄한다는 통물(統物)과, 역사 변화 과정에 대한 통찰로서 상황에 맞는 조치를 취하고 기존 규정을 고수하지 않는다는 통변(通變)을 제시하였다. 통물과 통변이 정치의 세계에 드러나는 것이 인의(仁義)라고 파악한 그는 힘에 의한 권력 창출을 긍정하면서도 권력의 유지와 확장을 위한 왕도 정치를 제안하며 인의의 실현을 위해 유교 이념과 현실 정치의 결합을 시도하였다.인의가 실현되는 정치를 위해 육가는 유교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타 사상을 수용하였다. 예와 질서를 중시하며 교화의 정치를 강조하는 유교를 중심으로 도가의 무위와 법가의 권세를 끌어들였다. 그에게 무위는 형벌을 가벼이 하고 군주의 수양을 강조하는 것으로 평온한 통치의 결과를 의미했고, 권세도 현명한 신하의 임용을 통해 정치권력의 안정을 도모하는 방향성을 가진 것이었기에 원래의 그것과는 차별된 것이었다.-2022학년도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통물(統物)과, … 통변(通變)을 제시개념을 나누는 것은 그 차이를 인식했기 때문이라 했다. 하늘과 땅으로 나눈 것은 위와 아래의 차이를 인식했기 때문이고, 남과 여로 나눈 것은 성의 차이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념을 나눠 설명하는 글에선 그 차이를 파악하며 읽어야 한다. 지문에서도 ‘통물’과 ‘통변’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 차이점은 옆의 도식처럼 정리할 수 있다.이에 따르면 통물은 ‘역사 변화’가 아니라 ‘자연의 이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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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야기
뭔가를 가지고 있을 때 쓰는 표현 under one's belt
South Korea’s food and beverage conglomerate SPC Group announced Tuesday it has acquired French casual coffee chain Lina’s Dveloppement.The conglomerate’s European holding company SPC Euro bought a 100% stake in Lina’s Dveloppement.SPC Group has a number of internationally recognizable brands under its belt: namely bakery chains Paris Baguette, Paris Croissant, and ice cream parlor BR Korea. Founded in 1989 in Paris, Lina’s offers sandwiches, salads and specialty coffees at outlets in France with overseas operations in South Korea, Colombia and Lebanon. Some 30 Lina’s locations are spread across the four nations with about a dozen in and around Seoul.With the latest acquisition, the SPC Group will ramp up its global expansion. The bakery behemoth will create a sandwich and salad R&D hub centering around Lina’s; and incorporate French skillsets and recipes in the process. The group will direct its brands, such as Paris Baguette and Paris Croissant, to actively adopt the products developed in France.한국의 식음료 기업인 SPC그룹이 프랑스의 캐주얼 커피 체인인 리나스를 인수했다고 지난 화요일 발표했다. 이번 인수는 SPC그룹의 유럽 지주회사인 SPC유로가 리나스 브랜드를 소유한 리나스 데블로프망의 지분 100%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SPC그룹은 베이커리 체인인 파리바게뜨와 파리크라상, 아이스크림 체인 BR코리아 등 해외에서도 잘 알려진 브랜드를 여럿 거느리고 있다. 1989년 파리에서 시작한 리나스는 샌드위치, 샐러드, 스페셜티 커피 등을 판매하며 한국과 콜롬비아, 레바논 등에서 해외 사업도 펼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4개국에 30여 개 영업점이 있으며 한국엔 서울과 인근 지역에 10여 개의 점포가 있다.SPC그룹은 리나스 인수로 해외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프랑스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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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如鳥數飛 (여조삭비)
▶한자풀이如 : 같을 여鳥 : 새 조數 : 셀 삭飛 : 날 비새가 자주 하는 날갯짓과 같다쉬지 않고 배우고 익힘을 비유 - 《논어(論語)》배운 자가 부족함을 안다. 그러니 배운 자가 더 배운다. 세상은 아는 만큼만 보인다.공자는 평생 배우고 익힘을 강조했다. 《논어》는 ‘배우고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로 시작한다. 공자에게 익힘은 배움의 실천이다. 말만 번지르르한 게 아니라 배움을 몸소 행하는 게 인(仁)이다. 낮잠 자는 재여를 꾸짖는 공자의 말은 준엄하다. “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고, 썩은 흙으로 친 담은 흙손질을 할 수 없다. 내가 이제까지는 너의 말만을 믿었지만 앞으로는 너의 행실까지 살펴야겠구나.” 배움의 자세와 지행합일(知行合一)의 뜻이 오롯이 담긴 꾸짖음이다.《논어》 학이편에는 여조삭비(如鳥數飛)라는 말이 나온다.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수없이 날갯짓을 해야 하는 것처럼 배움도 쉬지 않고 연습하고 익혀야 한다는 뜻이다. 주자(朱子)는 익힐 습(習)을 ‘어린 새의 반복된 날갯짓’으로 풀이했다. 배움과 익힘은 반복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십벌지목(十伐之木). 열 번 찍어 아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고 했다. 한걸음에 천 리를 가지 못하고, 날갯짓 한 번으로 하늘로 치솟지 못한다.노력과 연관된 사자성어도 많다.분골쇄신(粉骨碎身)은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진다는 뜻으로,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하는 것을 일컫는다. 남을 위해 고생을 아끼지 않음을 비유하기도 한다. 불철주야(不撤晝夜)는 낮밤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쉬지 않고 어떤 일에 힘씀을 이른다. 백절불굴(百折不屈)은 백 번 꺾여도 굴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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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다항함수가 중근을 가지면 언제나 접선일까?
수학Ⅱ와 미적분을 배운 학생이라면 ‘중근=접선’이라는 결과적 지식을 잘 알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이 이미 결과적인 지식으로 알고 있던 내용을 논리적으로 다시 설명하라고 하면 많은 학생이 막막함을 느낀다. 여기에 더해 위 명제의 역에 해당하는 ‘접선이면 언제나 중근을 가질까?’라는 질문을 연계된 하위 문항으로 출제하면 정답률은 더 떨어진다. 이처럼 당연한 지식으로 알고 있던 내용을 논리적인 답안으로 작성하려면 훨씬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아래 관련된 예시 문항을 통해 위 질문에 대한 논리적인 답안 작성 과정을 살펴보자. 포인트다항함수에서 f(a)=0이면 반드시 (x-a)를 인수로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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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盤根錯節 (반근착절)
▶한자풀이 盤 : 서릴 반根 : 뿌리 근錯 : 섞일 착節 : 마디 절서린 뿌리와 얼크러진 마디복잡하게 얽혀 해결이 매우 어려움 - 《後漢書(후한서)》후한(後漢)의 안제(安帝)는 열세 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어린 임금의 처지가 대개 그렇듯 그 또한 수렴청정하는 등(鄧)태후와 군권을 쥔 대장군 등즐(鄧)의 권세에 눌려 한낱 허수아비 왕에 불과했다. 그 무렵 서쪽 변방은 티베트 계열인 강족이 자주 침범하고 선비족과 흉노족까지 호시탐탐 영토를 노려 병주 양주 두 지역 상황이 긴박했다. 등즐은 나라 창고가 빈 데다 양쪽을 동시에 지키는 건 무리라는 구차한 이유로 양주를 포기하려 했다. 낭중(郎中) 우후(虞)가 극력 반대했다.“양주는 옛날부터 유능한 선비와 장수를 많이 배출한 곳일뿐더러 그곳을 잃으면 당장 서울이 위험해집니다. 대체로 서쪽 지역 사람들은 생활 자체가 군병(軍兵)이나 다름없기에 적도 두려워하는데, 그곳을 포기해 그곳 사람들이 내지로 이주해 오면 또 다른 분쟁의 불씨가 될 게 뻔합니다.”우후가 조목조목 양주 포기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중신들마저 이구동성으로 동조하고 나서자 등즐은 마지못해 자기 복안을 철회했다. 그 일로 등즐은 우후를 혼내줄 기회를 기다렸는데, 마침 하남의 조가현이라는 지방에 비적(匪敵: 무장하고 떼지어 다니며 사람을 해치는 도둑)이 들끓어 현령이 살해됐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등즐은 우후를 신임 현령에 임명해 비적 소탕을 명했다.“대장군이 저번 일로 앙심을 품고 공을 욕보이려는 수작이니 조심하시오.” 우후는 주위의 걱정에 태연했다. “걱정들 마시오. ‘얽히고설킨 뿌리와 마디(盤根錯節)’에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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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자유분량일 경우 몇 개의 키워드에 집착 말고 글의 의미와 논리 더 깊이 생각 후 답안 구상해야
지난 시간에 제공했던 이화여대 최근 기출 논제(2021학년도 수시 1교시) 중 부분 문제의 해설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답은 자유 분량이므로, 시간 안에 쓸 수 있다는 전제하에 풍부하게 풀어낼 수 있으면 더 좋겠죠. 따라서 제시문에서 몇 개의 핵심어만 찾아 기계적으로 답안을 쓰려 하지 말고, 글감을 바탕으로 글의 의미나 논리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고 답안을 구상해야 합니다.1. 제시문 [가]의 ‘복종’의 의미를 설명하고, 이와 관련된 두 가지 감시 기제를 제시문 [나]에서 찾아 비교하시오. (분량 자유)첫 번째 유형은 적용 설명과 비교의 융합형 문제입니다. 이런 형태는 이화여대 논술에서 잦은 빈도로 출제되는 유형이며, 동시에 비교를 출제하는 많은 학교(대표적으로 연세대 등)에서도 나오므로 익혀두면 쓸 곳이 많습니다.제시문 [가]는 ‘마녀사냥’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유럽 근대화 초기에 수많은 약자를 희생양으로 만든 이 비합리적 광풍은, 역사책의 한구석을 장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대 세계에서도 나타납니다. 왜 그럴까요? 지문에 따르면 그것은 중세의 특수한 역사적 조건 때문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한 집단이 권위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행사하는 자의적 처벌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즉 근대의 핵심 주체인 ‘국가’는 복종을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하므로, 마녀사냥은 지금도 자행되는 ‘근대적 현상’이라는 것이죠. 이런 시선으로 역사적 사건을 이해하는 경우가 있죠. 예를 들어 조선시대의 계급제도는 현대 자본주의 시대에도 ‘부’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을 뿐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현상이라고 보는 관점이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