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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董狐之筆(동호지필)

    ▶ 한자풀이董:감독할 동狐:여우 호之:갈 지筆:붓 필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권세를 두려워하지 않으며역사 기록을 그대로 써서 후대에 남긴다는 뜻-<춘추좌씨전>춘추시대 진나라 임금 영공(靈公)은 포악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정경대신 조순은 임금의 그런 행태를 몹시 우려했다. 그래서 기회 있을 때마다 충정으로 직언하고 바른 정사를 펴도록 호소했는데, 그것이 도리어 왕의 미움을 사는 빌미가 되었다.영공은 자객을 보내 조순을 죽이려 했다. 그러나 자객은 가까이에서 조순을 본 순간 그의 인품에 감명받아 감히 어쩌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분이 안 풀린 영공은 도부수를 매복시킨 술자리에 조순을 불러냈다. 조순은 호위병 하나가 가는 도중에 함정을 알아차리는 바람에 그 길로 모든 것을 팽개치고 국경 쪽으로 도망쳤다.악행은 끝이 있는 법. 영공은 조천이라는 자에 의해 시해됐다. 국경을 막 넘으려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조순은 급히 도성으로 되돌아왔다. 그런데 사관(史官)인 동호(董狐)가 공식 기록에다 이렇게 적었다.‘조순, 군주를 죽게 하다.’조순은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했다. 하지만 동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반박했다.“물론 상공께서는 임금을 직접 시해하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벌어졌을 때 국내에 있었고, 조정에 돌아와서는 범인을 처벌하려고 하지도 않았잖습니까? 국가 대임을 맡은 대신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직무를 하지 않았으니, 그것이 직접 시해와 무엇이 다른지요?” 날카로운 지적에 조순도 할 말이 없었다.후에 공자는 이 사건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법도대로 ‘올바르게 기록한 동호’는 훌륭한 사관이다.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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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누각(空中樓閣)

    ▶ 한자풀이空:빌 공中:가운데 중樓:다락 누(루)閣:집 각공중에 세워진 누각이란 뜻으로 근거가 없는 가공의 사물을 이름-<몽계필담>송나라 학자 심괄이 쓴 <몽계필담>에는 공중누각(空中樓閣)의 어원이 되는 대화가 나온다. 대화의 배경은 등주라는 고장으로, 사방으로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지방이다. 경관이 뛰어나 사람들이 즐겨 찾았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다.“여보시게, 저기 내 손가락 끝에 아물거리는 게 무엇인가?” “이 사람 참, 자네 손끝엔 앞산밖에 더 있나. 보이긴 뭐가 보인다는 거야?” “아니, 이쪽으로 와서 좀 보시게. 저 하늘 끝에 도시가 보이지 않는가?” “거기에 무슨 도시가 있겠나. 자네에게 헛것이 보이는 거지.”이런 다툼이 생긴 것은 봄과 여름이 되면 태양의 방향에 따라 큰 도시와 높은 건물의 모습이 저 멀리 하늘가에 아련히 비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비친 풍경을 등주 사람들은 바다위에 세워진 도시라는 뜻으로 ‘해시(海市)’라고 불렀으며, 허공에 세워진 집이라고 해서 공중누각이라고도 했다. 공중누각은 대기 속에서 빛의 굴절 현상에 의하여 공중이나 땅 위에 무엇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으로 요즘말로 ‘신기루(蜃氣樓)다. 신(蜃)은 무명조개를 가리키며, 용의 일종인 이무기를 이르기도 한다. 옛 사람들은 바다의 신기루를 보고, 이것이 바다 속에 사는 무명조개나 이무기가 토해내는 기운이 뭉쳐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기초가 허약해 오래가지 못하는 것을 뜻하는 사상누각(沙上樓閣)도 의미가 비슷하다.공중누각이나 신기루는 근거가 빈약한 상상력이다. 빛의 굴절이 만들어낸 허상(虛像)일 뿐이다. 노력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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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吳越同舟(오월동주)

    ▶ 한자풀이吳:나라이름 오越:나라이름 월同:한가지 동舟:배 주오나라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타다이해 관계로 적과도 뭉치는 경우를 비유-<손자>춘추시대 오나라 손무는 <손자>라는 병법서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단순히 병법 이론가가 아니라 오왕 합려 때 서쪽으로는 초나라 도읍을 공략하고, 북방의 제나라와 진나라를 격파한 명장이기도 하다.<손자> 구지편(九地篇)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병(兵)을 쓰는 방법에 아홉 가지의 지(地)가 있는데, 그 마지막이 사지(死地)다. 과감히 일어서서 싸우면 살 수 있지만 기가 꺾여 망설이면 패망하고 마는 필사(必死)의 지다. 그러므로 사지에 있을 때는 싸워야 살길이 생긴다.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지경이 되면 병사들은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싸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유능한 장수의 용병술은 상산에 서식하는 솔연이란 큰 뱀의 몸놀림과 같아야 한다. 머리를 때리면 꼬리가 날아오고, 꼬리를 때리면 머리가 덤벼들며, 몸통을 치면 머리와 꼬리가 한꺼번에 덤벼든다. 이처럼 힘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예전부터 사이가 나쁜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한배를 타고(吳越同舟)’ 강을 건넌다고 치자. 강 한복판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강풍이 불어 배가 뒤집히려고 한다면 그들은 평소의 적개심을 접고 서로 왼손과 오른손이 되어 필사적으로 도울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전차를 끄는 말들을 서로 붙들어 매고 차바퀴를 땅에 묻고서 적에 대항하려고 해봤자 그것이 마지막 의지(依支)가 되지는 않는다. 그 의지는 오로지 죽을 각오로 똘똘 뭉친 병사들의 마음이다.”<손자>에서 유래한 오월동주(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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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과천선(改過遷善)

    ▶ 한자풀이改:고칠 개過:허물 과遷:옮길 천善:착할 선지난 허물을 고치고 선한 사람이 됨-보서(普書)중국 남북조시대 진나라에 주처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몸가짐이 좋지 않아 모두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처음부터 망나니는 아니었다. 그는 뼈대 있는 가문 출신이었는데 열 살 무렵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조금씩 삐뚤어져 온갖 나쁜 짓을 다했다.다행히 주처는 자라면서 철이 들기 시작했다. 하루는 마을 사람들에게 물었다. “지금 세상이 태평한데 왜 그리 얼굴을 찡그리십니까?” 한 사람이 답했다. “우리 마을에 세 가지 해로움이 있는데 어찌 태평한 세상이라 하겠는가?” “세 가지 해로움이라뇨?” 주처가 되묻자 그가 답했다. “하나는 남산에 있는 사나운 호랑이요, 또 하나는 다리 아래 사는 교룡이요, 마지막은 바로 주처 자네일세. 이 세 가지 해로움 때문에 우리는 얼굴을 펴고 살 수 없다네.”주처는 그 말을 듣고 새사람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두고 보십시오. 제가 그 세 가지 해로움을 반드시 없애겠습니다.” 이튿날 주처는 남산에 올라가 호랑이를 잡아 없애고, 사흘 밤낮을 교룡과 싸워 죽이고 돌아왔다. 하지만 주처를 본 마을 사람들은 별로 반갑게 여기지 않았다.‘아직도 나를 미워하는구나.’ 주처는 새사람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잡고, 당시 대학자로 이름을 날리던 육기와 육운 형제를 찾아갔다. “이제 뜻을 세워 새사람이 되려 하는데 너무 늦은 듯해 두렵습니다.” 주처의 말에 형제는 이렇게 격려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하지 않나? 자넨 아직 젊네. 굳은 의지를 가지고 개과천선(改過遷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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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고(推敲)

    ▶ 한자풀이推:밀 퇴敲:두드릴 고원래는 미는 것과 두드리는 것이란 뜻으로글을 지을 때 문장을 가다듬는 것을 이름-당나라 가도의 시당나라의 유명한 시인인 한유(768~824)가 경조윤이란 벼슬을 지낼 때의 일이다. 가도(779~843)라는 시인이 장안 거리를 거닐면서 한참 시 짓기에 골몰하고 있었다. 초안의 내용은 이랬다.이웃이 드물어 한적한 집(閑居隣竝少)풀이 자란 좁은 길은 거친 뜰로 이어져 있다(草徑入荒園)새는 연못가 나무 위에서 잠들고(鳥宿池邊樹)스님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리네(僧敲月下門)그런데 결구(結句)를 밀다(推)로 해야 할지, 두드리다(敲)로 해야 할지 고민하다 자신을 향해 오는 고관의 행차와 부딪쳤다. 바로 한유의 행차였다. 하인들의 호통에 깜짝 놀란 가도가 고개를 들어 사죄하자 한유가 물었다. “어찌된 연유인고?” 가도가 길을 막게 된 자초지종을 말했다. 한유는 그를 나무라기는커녕 시를 다시 한번 읊어보라고 한 뒤 말했다. “내 생각에는 ‘두드리네(敲)’가 좋을 듯하군” 하며 그를 불러 시를 논한 뒤 둘은 더없는 시우(詩友)가 됐다.이 고사에서 연유해 퇴고(推敲)는 문장을 다듬는다는, 원문의 뜻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 개고(改稿) 고퇴(敲推) 윤문(潤文)도 같은 의미로 쓰인다.농단(壟斷)도 원문과 뜻이 다른 의미로 쓰이는 고사성어다. 원래는 ‘깎아지르듯이(斷) 높이 솟은 언덕(壟)’이란 뜻이지만 지위를 이용해 정보를 독점, 어떤 이익 등을 독차지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옛날 한 남자가 시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에 올라 시장 움직임을 두루 살핀 뒤 물건이 가장 잘 팔리는 좋은 자리를 잡아 큰 돈을 벌었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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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隨珠彈雀(수주탄작)

    ▶ 한자풀이隨:따를 수珠:구슬 주彈:쏠 탄雀:참새 작수후(隨侯)의 구슬로 참새를 쏜다는 뜻 작은 것을 얻기 위해 귀한 것을 버림-<장자>수주(隨珠)는 수후의 구슬이라는 뜻이다. 춘추전국시대 수나라 제후가 큰 상처를 입은 뱀을 구해준 보답으로 받은 야광주를 일컫는다. 화씨지벽(和氏之璧)과 함께 수주화벽(隨珠和璧)으로 불리며, 천하제일의 보물로 비유된다.노나라 군주 애공은 구슬을 가진 안합이 도(道)를 터득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보물을 빼앗을 요량으로 사신을 시켜 예물을 들고 가서 모셔오게 했다. 안합은 누추한 집에서 삼베 옷을 입고, 소에게 여물을 먹이고 있었다. 사신들이 안합의 집에 이르자 안합이 몸소 맞이했다. 사신들이 예물을 바치자 안합은 사람을 잘못 찾아온 것인지도 모르니 돌아가서 다시 한번 확인해 보라고 했다. 사신들이 돌아가 확인한 뒤 다시 와서 안합을 찾았으나 그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장자> 양왕편에 실린 고사다.이 고사를 소개한 장자는 몸을 위태롭게 하고 생명까지 버리면서 부귀공명을 좇는 자들이 많은 세상을 한탄한다. “무릇 성인은 마음이 향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을 미리 잘 살핀다. 지금 여기에 어떤 사람이 있는데, 그가 수나라의 매우 귀중한 구슬로 천 길 벼랑 위를 날고 있는 참새를 쐈다고 한다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비웃을 것이다. 이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건 그가 사용한 것은 귀중하고 그가 취하려는 것은 하찮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 생명의 귀중함을 어찌 수주의 구슬에 비하겠는가.” ‘수주의 구슬로 참새를 쏜다’는 의미의 수주탄작(隨珠彈雀)은 여기에서 나온 고사성어로, 작은 것을 취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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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두구육(羊頭狗肉)

    ▶ 한자풀이羊:양 양頭:머리 두狗:개 구肉:고기 육양 머리에 개고기라는 뜻으로 겉과 속이 일치하지 않음을 의미-<오등회원> <양자법언>춘추시대 제나라 영공(靈公)은 여인들이 남장하는 것을 보기 좋아했다. 그의 특이한 취미가 온 나라에 전해지자 제나라 여인들이 온통 남자 복장을 하기 시작했다. 이를 전해들은 영공은 남장을 금지시켰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당대 명성 있는 사상가인 안자(晏子)를 우연히 만나 금지령이 지켜지지 않는 까닭을 물었다. 안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군주께서는 궁궐 안에서는 여인들의 남장을 허하면서 궁 밖에서는 못하게 하십니다. 이는 곧 문에는 소머리를 걸어놓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懸牛首於門, 而賣馬肉於 也). 어찌하여 궁 안에서는 금지하지 않으십니까? 궁중에서 못하게 하면 밖에서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이 말을 듣고 영공은 궁중에서도 남장을 금하게 했고 한 달이 지나 제나라에 남장하는 여인이 없게 되었다. 송나라 때 지어진 <오등회원(五燈會元)> 등에 전해지는 얘기다.이후 여러 문헌과 구전에 의해 원문의 소머리는 양머리로, 말고기는 개고기로 바뀌어 쓰이고 있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은 이처럼 겉으로는 좋은 명분을 내걸고 있으나 알고 보면 실속 없이 졸렬한 것을 말한다. 양두마육(羊頭馬肉) 표리부동(表裏不同) 명불부실(名不副實)은 비슷한 의미의 사자성어이고, 명실상부(名實相符) 명불허전(名不虛傳)은 반대 뜻의 사자성어다.세상에는 속과 겉, 명분과 실제가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애국’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집단의 이익만을 위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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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자우환(識字憂患)

    ▶ 한자풀이識: 알 식字: 글자 자憂: 근심 우患: 근심 환서서(徐庶)는 유비에게 제갈량을 소개한 인물이다. 유비가 제갈량은 얻기 전에는 유비의 군사로 있으면서 조조를 많이 괴롭혔다. 위나라 조조에 비해 세력이 크게 약했던 촉나라 유비가 ‘삼국’이라는 입지를 강화한 것은 제갈량의 공이 컸고, 그를 소개한 서서 역시 삼국의 지형을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조조는 모사꾼인 정욱의 계락에 따라 서서가 효자라는 것을 알고, 그의 어머니를 이용해 서서를 어머니에게 돌아가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학식이 깊고 명필인 데다 의리가 있는 서서의 어머니 위부인은 아들을 불러들이기는커녕 어머니 걱정은 말고 현군인 유비를 끝까지 한 임금으로 섬기라고 격려했다.조조가 꾀를 냈다. 중간에 사람을 넣어 교묘한 수법으로 위부인의 필체를 알아낸 뒤, 서서에게 어머니의 위조 편지를 전달하게 했다. 필체에 속아 서서가 집에 돌아오자 위부인은 어찌된 영문인지를 몰라 의아해했다. 아들에게 자초지종 설명을 들은 뒤 이 모든 것이 서서의 효심과 거짓편지 때문이란 것을 안 위부인은 “여자가 글씨를 안다는 것부터가 걱정을 낳게 한 근본 원인이다(女子識字憂患)”라고 한탄했다. <삼국지>에 나오는 얘기다.소동파의 시에도 “인생은 글자를 알 때부터 우환이 시작된다(人生識字憂患始)”는 구절이 있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은 말 그대로 ‘아는 글자가 되레 근심이 된다’는 뜻으로 너무 많이 알면 쓸데없는 걱정도 그만큼 많이 하게 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또는 어쭙잖은 지식 때문에 일을 망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한국 속담에 ‘아는 것이 병이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