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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비육지탄 (脾 肉 之 嘆)

    ▶ 한자풀이脾: 넓적다리 비肉: 고기 육之: 어조사 지嘆: 탄식할 탄꿈은 뜻대로만 펼쳐지지 않는다. 유비도 큰뜻을 품었지만 처지는 녹록지 않았다. 사실 제갈량 없는 유비는 조조보다 한 수 아래였다. 조조에게 쫓기던 유비가 형주지사 유포에게 수년간 몸을 의지했다. 극진한 예로 환대하던 유포가 하루는 연회에 유비를 초대했다. 한데 연회장 화장실에서 무심코 자신의 넓적다리를 본 유비는 마음이 무거웠다. 오랜 세월 놀고먹기만 한 탓에 허벅지가 너무 굵어져 있었다. 한때 천하를 꿈꾸던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절로 눈물이 났다.눈물 자국을 본 유포가 연유를 물었다. 유비가 답했다. “저는 언제나 몸이 말 안장을 떠나지 않아 넓적다리에 살이 붙을 겨를이 없었습니다. 한데 요즘은 말을 타는 일이 없어 허벅지가 다시 굵어졌습니다. 세월은 달려가니 머잖아 늙음이 닥쳐올 텐데 이룬 공이 없어 그것을 슬퍼한 것입니다.” ‘넓적다리에 살이 붙음을 슬퍼한다’는 비육지탄(脾肉之嘆)은 《삼국지》에 나오는 이 장면이 그 유래다. 유비에게 넓적다리 살은 ‘헛되이 보낸 세월’이다. 뜻은 여물지 못하고 몸에만 살이 붙은 허송세월이다. 영혼은 허해지고 육체는 무거워진 시간이다.모든 출발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후회와 각오, 희망과 절망은 모두 내게서 말미암는다. ‘비육(脾肉)’은 유비 자신을 돌아보게 한 자극, 스스로를 다잡게 한 촉매다. 유비는 살이 붙은 자신의 넓적다리를 보며 다시 뜻을 세우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갔다. 깨닫지 못하면 늘 그 자리다. 쓰지 않으면 무거워진다. 움직이지 않으면 몸이 무거워지고, 쓰지 않으면 머리가 탁해진다. 늘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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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설지공 ( 螢 雪 之 功 )

    ▶ 한자풀이螢: 개똥벌레 형雪: 눈 설之: 갈 지功: 공 공동진(東晉·317~419)은 중국 역사상 문화가 가장 화려하게 꽃핀 나라다. 무릉도원을 시로 노래한 도연명, 중국 회화사에서 인물화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고개지, 서예를 예술로 승화한 왕희지는 모두 동진 출신이다. 조선에서도 1500년을 앞뒤로 채 100년도 안 되는 시기에 서경덕, 이황, 이이, 기대승 등 내로라하는 사상가들이 활약했다.동진에 차윤(車胤)이라는 선비가 있었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지만 집안이 가난해 불에 쓸 기름조차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차윤은 여름이 되면 수십 마리의 반딧불이(螢)를 주머니에 잡아넣어 그 빛으로 밤새워 책을 읽어 마침내 이부상서(조선시대 이조판서 격)가 됐다.같은 시대 손강(孫康) 역시 성품이 곧고 어려서부터 배움에 큰 뜻을 두었지만 집이 가난해 기름을 살 돈이 없었다. 그는 겨울밤이면 하얀 눈(雪)에 글을 비추어 책을 읽었고, 뒤에 벼슬이 대사헌까지 올랐다. 한자를 즐겨 쓰는 사람들이 흔히 책상을 설안(雪案)이라 하는 것은 손강의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두 얘기 모두 《진서》에 전해온다.형설지공(螢雪之功)이나 형창설안(螢窓雪案)은 어려운 처지에서도 뜻을 꺾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다. 형창설안은 ‘반딧불 창에 눈 책상’이란 뜻이다. 형설지공을 형설(螢雪)로 줄여쓰기도 쓴다.인간은 위대함 자체보다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에 더 감동한다. 땀의 가치를 아는 까닭이다. 재능은 노력을 이기지 못한다. 세상에는 재능으로 성공한 사람보다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이 훨씬 많다. ‘천재’라는 이름을 달고 시작한 자 중에 끝까지 그 이름을 단 자는 많지 않다. 남을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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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본색원 (拔 本 塞 源)

    ▶ 한자풀이拔: 뽑을 발, 무성할 패本: 근본 본塞: 막힐 색, 변방 새源: 근원 원주나라 주공(周公)은 공자가 평생 흠모한 인물이다. 유가들이 고대 중국의 최고 성인으로 추앙하는 주공은 문왕의 넷째 아들이며 주나라를 세운 무왕의 동생이다. 문왕은 강태공이라는 책사를 얻어 망조가 짙어가는 은나라 지배에서 벗어나 독자적 세력을 키웠고, 그의 아들 무왕은 동생 주공을 책사로 중용해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세웠다.무왕은 주나라를 세운 뒤 6년 만에 어린 아들 희송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세상을 떠난다. 주나라 2대 왕 성왕이 바로 희송이다. 주공은 모든 권력을 쥐었지만 어린 조카의 왕위를 넘보지 않고 ‘조카’를 충(忠)으로 보필했다. 주공은 7년 섭정을 마친 뒤 성왕에게 온전히 권력을 넘겨줬다. 피비린내 풍기는 권력 찬탈의 시대를 산 공자는 이런 주공을 평생 흠모했다.<춘추좌씨전>에 전해오는 성왕의 말은 그가 주공을 얼마나 의지했는지를 오롯이 보여준다. “나에게 백부(伯父)는 옷에 갓과 면류관이 있으며, 나무와 물에 근원이 있고, 백성에게 지혜로운 임금이 있는 것과 같다. 백부께서 만약 갓을 부수고, ‘근본을 뽑고 근원을 틀어막아(拔本塞源)’ 지혜로운 임금을 버리신다면 비록 오랑캐라 할지라도 어찌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있겠는가.”성왕의 발본색원(拔本塞源)은 원래 ‘근본을 뽑고(拔) 근원을 틀어막다(塞)’는 뜻이니, ‘폐단의 원인을 뿌리째 없앤다’는 현대적 의미와는 뜻이 다소 어긋난다. 현대에는 잘못의 근본, 잘못의 근원을 뿌리 뽑고 틀어막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참고로 색(塞)은 가로막다는 뜻이고, 변방이란 의미로 쓰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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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산지목(牛 山 之 木)

    ▶ 한자풀이牛: 소 우山: 뫼 산之: 갈 지木: 나무 목맹자는 본래 인간의 심성이 선하다고 믿었다.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은 인의예지의 단초다. 인간은 사단(四端)을 품고 있기에 본성이 선하다는 게 맹자의 생각이다. 이른바 성선설(性善說)은 인간을 바라보는 맹자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어느 날 맹자는 제자들에게 본성이 선한 인간이 사는 세상이 왜 이리 혼탁해졌는지, 그 까닭을 들려줬다. “옛날 우산의 나무(牛山之木)는 원래 아름다웠다. 한데 큰 나라 수도의 교외에 있는 까닭에 도끼로 그 나무들을 찍어댔으니 아름다워질 수가 있겠는가. 밤낮으로 자라나고, 우로(雨露)를 받아 싹이 돋기도 하지만 다시 소와 양을 끌어다 자라는 족족 먹이니 저리 빈둥해진 것이다. 사람들은 지금 민둥산을 보고는 원래 거기에는 나무가 없었다고 생각한다.”우산지목(牛山之木)은 말 뜻 그대로 ‘우산의 나무’지만 ‘인간 본래의 선함’을 비유한다. 인간의 본성은 원래 선하고 우산의 나무처럼 아름다운데 이기심·탐심·권력욕이란 도끼로 연일 본성을 찍어대니 어찌 선함이 유지될 수 있겠느냐는 거다. 맹자는 탄식했다. “사람은 자신이 기르던 가축이 집을 나가면 온 집안이 다 찾아나서지만 정작 양심이 마음을 떠나면 찾아나서는 사람이 없다”고.맹자는 속세의 낮에 생긴 사특한 기운을 고요한 밤에 걸러내면 타고난 선이 간직되지만, 밤사이에도 그 기운이 걸러지지 않으면 인간은 하루하루 짐승에 가까워진다고 했다. 인간은 물질이나 권력을 얻으려고 ‘인간’을 잃어가기도 한다. 작은 이익을 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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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종연횡(合 從 連 衡)

    ▶ 한자풀이合: 합할 합從: 좇을 종連: 잇닿을 연衡: 가로 횡중국 전국시대 강대국 진(秦)·연(燕)·제(齊)·초(楚)·한(韓)·위(魏)·조(趙)의 ‘전국칠웅(戰國七雄)’은 한 해가 멀다하고 전쟁을 치렀다.서쪽 대부분을 진나라가 차지하고 나머지 여섯 나라가 동쪽을 분할한 시기. 귀곡자에게 수학한 소진(蘇秦)과 장의(張儀)는 세 치 혀로 명성을 날렸다. 소진이 동쪽 여섯 나라를 돌며 설득했다. “약한 나라가 뭉치지 않으면 바로 망합니다. 여섯 나라가 한마음으로 맞서면 진도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이치 있는 논리였다. 남북 나라들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의 합종(合從)으로 군사동맹을 성사시킨 소진은 그 공로로 여섯 나라 재상직을 겸했다.1 대 6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을 때 장의가 연횡(連衡)을 들고 나왔다. 장의는 약한 나라들끼리 손을 잡는 것보다 강한 진나라와 화친을 맺어야 백성이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고만고만한 남북의 종(從)보다 강자와 손을 잡는 동서의 횡(衡)이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였다. 이 또한 이치 있는 설득이었다. 장의의 ‘개별격파’가 먹혀들면서 소진의 합종책은 곳곳에서 균열이 생겼다. 외교술이 탁월한 사람을 종횡가라고 부르는 것은 《사기》에 나오는 합종연횡(合從連衡)이 뿌리다. 전쟁에선 혀보다 칼이 더 위력이 센 법이다. 진은 합종을 무너뜨린 뒤 여섯 나라를 차례로 멸망시켜 중국 천하를 거머쥐었다.합종연횡은 흔히 정치권이 이해관계에 따라 뭉치고 흩어지는 것을 일컫는다. 기업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거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손을 잡는 경우에도 자주 쓰인다. 제휴도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다. 하지만 뭉치고 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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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망치한(脣亡齒寒)

    ▶ 한자풀이脣:입술 순亡:잃을 망齒:이 치寒:찰 한춘추시대 말엽 진나라 헌공은 괵나라를 공격할 야심을 품고 우공에게 우나라를 지나가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진나라와 괵나라 사이에 우나라가 있어 우나라 땅을 통과하지 않고는 괵나라 공격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우나라의 현인 궁지기가 헌공의 속셈을 꿰고 우왕에게 간언했다. “괵나라와 우나라는 한몸이나 다름없어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망할 것입니다. 수레의 덧방나무와 바퀴는 서로 의지하고(輔車相依),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고 했습니다. 이는 바로 괵나라와 우나라의 관계를 말한 것입니다. 결코 길을 빌려줘서는 안 될 것입니다.”하지만 우왕은 진나라의 뇌물 공세에 판단이 흐려졌다. “진나라와 우나라는 동족의 나라인데 진이 어찌 우리를 해치겠소.” 우왕은 궁지기의 충언을 한쪽 귀로 흘려버렸다. “우나라는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다.” 궁지기는 이 말을 남기고 후환을 피해 가족과 함께 우나라를 떠났다. 궁지기의 예언은 적중했다. 진나라는 그해 괵나라를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까지 침공해 우왕을 사로잡았다. 우왕은 궁지기를 그리며 땅을 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공자가 편찬한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얘기다.입술(脣)이 망가지면(亡) 이(齒)가 시리다(寒). 그건 입술과 이가 둘이 아니라 하나인 까닭이다. 덧방나무(輔)와 바퀴(車)는 서로 의지해야 수레가 제구실을 한다. 새는 두 날개가 있어야 날고, 만물은 음양이 조화를 이뤄야 번성한다. 입술과 이, 수레의 덧방나무와 바퀴처럼 하나가 망가지면 다른 하나가 무용지물이 되는 관계는 세상에 무수하다. 이 시대의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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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모삼천(孟母三遷)

    ▶ 한자풀이孟: 맏 맹母: 어미 모三: 석 삼遷: 옮길 천맹자는 유가의 중심 인물이다. 그는 유학에서 성인 공자 다음가는 아성(亞聖)으로 학문이 깊고, 뜻이 크고 강했다. 그가 주창한 호연지기(浩然之氣)는 자신의 기상이기도 하다.맹자는 어렸을 적에 홀어머니 손에 자랐다. 처음엔 묘지 근처에 살았는데 어린 맹자는 상여 메고 곡하는 흉내를 내고 놀았다. 맹자 어머니는 자식 기를 곳이 못 된다 여겨 시장 근처로 이사했다. 한데 이번엔 장사꾼 흉내만 내고 다녔다. 이곳 또한 아니다 여겨 서당 근처로 이사했다. 맹자가 글 읽는 흉내를 내므로 어머니는 자식 교육에 합당한 곳이라 여기고 이곳에 정착했다.나이가 들어 고향을 떠나 공부하던 맹자가 불쑥 집으로 돌아왔다. 베틀에 앉아 길쌈을 하던 맹자 어머니가 기쁜 마음을 억누르고 물었다. “공부는 마쳤느냐?” “아직 마치지 못했습니다.” 맹자의 대답에 어머니는 베틀의 날실을 끊어버리고 아들을 꾸짖었다. “네가 공부를 중도에 그만두고 돌아온 것은 지금 내가 짜고 있던 베의 날실을 끊어버린 것과 같다. 그런 마음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느냐.” 맹자는 어머니 말에 크게 깨달아 다시 스승에게로 돌아가 배움에 매진했다.첫 번째 글은 맹자 어머니가 자식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했다는 맹모삼천(孟母三遷)에 관한 얘기고, 두 번째는 날실을 끊어 맹자에게 깨달음을 줬다는 단기지교(斷機之敎)에 관한 얘기다. 공통어는 스승(어머니)·환경·교육이다. 출처는 《열녀전》이다.타고난 유전자는 어쩔 수 없다. 비관적 유전자는 좀처럼 낙관적 유전자로 바뀌지 않는다.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타고난 그대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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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다익선(多多益善)

    ▶ 한자풀이多: 많을 다多: 많을 다益: 더할 익善: 좋을 선건국 스토리는 비슷하다. 믿을 만한 신하들의 힘을 빌려 나라를 세운 뒤 그들을 하나둘 숙청한다. 막강 공신의 힘은 자칫 군주를 향한 비수가 되는 까닭이다. 천하를 통일한 한나라 고조 유방도 왕실 안정을 위해 개국 공신을 줄줄이 내쳤다.항우군 토벌에 결정적 공을 올려 초왕이 된 한신은 한의 왕실에는 매우 위험한 존재였다. 그는 본래 항우 수하에 있다가 한나라에 귀순했다. 제나라를 정복한 뒤 스스로 제왕에 올랐다. 이제 유방에게 한신은 ‘사냥을 마친 개’였다. 한신 자신의 표현처럼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한고조 유방이 계락을 써 한신을 포박 압송해 회음후로 좌천시키고 도읍 장안을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방이 한신에게 물었다. “과인은 얼마나 많은 군대의 장수가 될 수 있는가?” “황송하오나 폐하는 10만 명을 거느리는 장수에 불과합니다.” “그럼 그대는 어떠한가?” “신은 많을수록 좋습니다(多多益善).” “많을수록 좋다, 그럼 그대는 어찌 10만 명의 장수감에 불과한 과인의 포로가 됐는가?” “그건 폐하는 병사의 장수가 아니라 장수의 장수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신이 포로가 된 이유의 전부입니다.” 《사기》 회음후열전에 나오는 얘기다.‘많을수록 좋다(多多益善)’는 말로 고조의 의심을 더 산 한신은 결국 자신은 물론 삼족이 죽임을 당했다. 어쩌면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다다익선에 매몰돼 사는지도 모른다. 많이 가지면 행복하다는 믿음에 평생을 움켜쥐다 되레 불행하게 사는 사람도 많다.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