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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移木之信(이목지신)
▶ 한자풀이移 : 옮길 이木 : 나무 목之 : 갈(어조사) 지信 : 믿을 신나무를 옮기기로 한 믿음이란 뜻으로약속을 지키는 신의와 신용을 일컬음 - <사기(史記)>상앙(商)은 전국시대 진나라 명재상으로 제자백가(諸子百家)의 한 사람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한 부국강병책을 추진해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 데 주춧돌을 놓은 정치가다. 그는 법의 제정과 시행에 매우 신중했는데, 한번은 법을 제정해 놓고도 즉시 공포하지 않고 뜸을 들였다. 그를 신임하던 효공이 그 까닭을 묻자 상앙이 답했다.“법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백성이 조정을 믿고 잘 따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백성이 조정을 믿지 못해 법을 우습게 알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저는 백성의 믿음을 어떻게 얻을까 그걸 고민하고 있습니다.”방안을 고심하던 상앙이 한 가지 생각을 냈다. 다음날 도성 남문 근처에 커다란 나무 기둥 하나를 세우고 그 옆에 방을 붙였다. “누구든지 이 기둥을 북문으로 옮겨 놓는 자에게는 십 금(十金)을 주겠노라.”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나무가 크고 무거워 보이기도 했거니와 그것을 옮긴들 상을 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튿날 상앙은 상금을 오십 금으로 올려 다시 방을 붙였다. 그러자 반응이 달라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힘 좀 쓰는 사람들이 달려들어 나무 기둥을 둘러매고 북문으로 옮겼고, 호기심이 생긴 사람들은 그 뒤를 따라갔다. 나무 기둥이 북문에 도착하자, 상앙은 약속대로 그 남자에게 오십 금을 내주었다. 그런 다음 법령을 공포하자 백성들은 조정을 믿고 법을 잘 지켰다.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의 상군열전(商君列傳)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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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鳴驚人(일명경인)
▶ 한자풀이一 : 한 일鳴 : 울 명驚 : 놀랄 경人 : 사람 인새가 한 번 울면 놀란다는 뜻으로한 번 시작하면 큰일을 함을 비유 - <사기(史記)>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 위왕(威王)은 30세가 채 안 된 젊은 나이에 즉위했다. 그는 국사를 팽개친 채 매일 주연을 벌였으며, 밤을 새우는 일 또한 잦았다. 조정에 나갈 즈음에야 겨우 잠자리에 들기도 했지만, 신하들은 서슬 퍼런 왕을 어쩌지 못했다. 이렇게 3년이 지나자 국정은 혼란스러웠고, 국경 분쟁도 생겨 나라 꼴은 안팎으로 엉망이 되어갔다. 뜻있는 신하들의 근심은 컸지만, 감히 왕에게 간(諫)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 이때 대부(大夫) 순우곤이 왕을 배알하고 아뢰었다.“이 나라에는 큰 새가 한 마리 있습니다. 3년간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습니다. 왕께선 혹시 이 새가 무슨 새인지 아십니까?” 순우곤의 숨은 말뜻을 알아챈 왕이 말했다. “이 새가 비록 날지 않지만, 한 번 날면 하늘을 찌를 것이네. 또한 우는 법이 없지만, 한 번 울면 천하가 놀랄 것이네(此鳥不飛則已 一飛沖天 不鳴則已 一鳴驚人).” 왕의 뜻을 헤아린 순우곤이 물러나자 위왕은 술잔을 내던졌다.다음날 왕은 신하들과 함께 국내를 순시했다. 먼저 즉묵(卽墨)에 갔다. 논밭이 잘 경작되어 있었으며, 작황도 순조로워 백성의 얼굴이 여유로웠다. 왕은 즉묵의 대부를 불러, “이리 잘하는데도 그대를 비난하는 소리가 높은 것은 내 측근에게 뇌물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말하고 1만 호의 봉토를 내주었다. 다음에 간 아(阿)는 논밭이 황폐하고 백성의 얼굴 또한 어두웠다. 왕이 대부를 불러 꾸짖었다. “이런 지경인데도 그대를 칭찬하는 소리가 내 귀가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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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者樂山(인자요산)
▶ 한자풀이仁 : 어질 인者 : 놈 자樂 : 좋아할 요, 즐길 락山 : 뫼 산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뜻으로지혜로운 이는 물을 좋아한다와 함께 쓰임 - <논어>공자의 가르침의 핵심은 인(仁)과 예(禮)다. 인은 마음에 품어야 하는 따뜻한 심성이다. 공자 사상을 이어받은 맹자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은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타고난 착한 마음이다. 인은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이른바 성선설의 바탕이기도 하다. 예는 바른 몸가짐이다. 맹자의 사양지심(辭讓之心)은 겸손하여 남에게 양보할 줄 아는 마음이다. 부끄러움(수치)을 아는 수오지심(羞惡之心), 옳고그름을 가리는 시비지심(是非之心)과 더불어 인간의 본성에 선한 씨앗이 있다는 사단지심(四端之心)의 핵심이다.단(端)은 실마리이자 단서다. 정성으로 가꾸면 꽃도 피고 열매도 맺는 씨앗이다. 어짊과 예의는 절로 자라고, 절로 갖춰지는 게 아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꾸준한 수양이 따라야 한다.“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智者樂水),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仁者樂山).” <논어> 옹야(雍也)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로, 요산요수(樂山樂水)는 이를 줄인 것이다. 흔히 즐겁다는 뜻으로 쓰이는 낙(樂)이 좋아한다는 의미로 쓰일 때는 ‘요’로 읽힌다. 앎이 많아 지혜로운 사람은 사리에 밝아서 마치 물이 흐르듯이 막힘이 없+다는 뜻이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와 의미가 통한다. 노자 사상에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서로 다투지 않는 세상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본이다.인자(어진 자)는 몸가짐이 진중하고 심덕이 두터워 그 심성이 산과 같다는 의미다. 덕(德)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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疑心暗鬼(의심암귀)
▶ 한자풀이疑 : 의심할 의心 : 마음 심暗 : 어두울 암鬼 : 귀신 귀의심을 품으면 없던 귀신도 생긴다의혹이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는 뜻 - <열자(列子)>어떤 사람이 아끼던 도끼를 잃어버렸다. 도둑맞은 게 틀림없다고 생각되자 이웃집 아이가 수상쩍었다. 그 아이 동태를 유심히 살펴볼수록 의심은 더 커졌다. 길에서 마주치면 슬금슬금 피하는 듯했고, 안색이나 말투 역시 뭔가 미심쩍었다.“아무래도 내 도끼를 훔쳐간 놈은 저놈이 분명해.” 그렇게 믿고 있던 어느 날, 얼마 전 나무하러 갔다가 도끼를 산에 놓고 온 일이 떠올랐다. 급히 달려가 보니 도끼는 산에 그대로 있었다. 도끼를 들고 집으로 와 그 아이를 보니 태도가 예전과 달라보였다.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의심을 품을 만한 구석이 없었다. <열자>에 나오는 얘기로, ‘의심을 품으면 귀신도 생긴다’는 뜻의 의심암귀(疑心暗鬼)는 이 고사에서 유래했다. <열자>에는 비슷한 얘기가 또 있다.어떤 사람의 집에 말라죽은 오동나무가 있었다. 이웃 사람이 말했다. “여보게, 집 안에 말라죽은 나무가 있으면 재수가 없다네. 그걸 베어버리지 왜 그냥 놔두나?” 기분이 찜찜해진 오동나무 주인이 그 나무를 베어버렸다. 이웃 사람이 다시 나타나 땔감이 부족하니 좀 빌려달라고 했다. 주인은 속았다는 생각에 버럭 화를 냈다. “자네는 땔감이 필요해서 나를 속였군. 이웃에 살면서 어쩌면 그리 엉큼한 거짓말을 할 수 있나.” 이웃 사람은 아무런 꿍꿍이 없이 죽은 오동나무를 베어내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오동나무 주인이 제풀에 의혹을 품은 것이다.암(暗)은 어둡다는 뜻이지만 ‘어리석음’이란 의미로도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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龍頭蛇尾(용두사미)
▶ 한자풀이龍: 용 용頭: 머리 두蛇: 뱀 사尾: 꼬리 미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라는 뜻으로시작은 거창하나 끝이 초라함을 이름-<벽암록(碧巖錄)옛날 중국의 용흥사라는 절에 진존숙이라는 명승이 있었다. 진존숙은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고 나면 지푸라기로 짚신을 삼았다. 그는 짚신을 한 켤레씩 짝을 맞춰 산길의 나뭇가지에 매달아 두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궁금해서 물었다. “스님, 왜 짚신을 만들어 매달아두시는지요?” 스님이 답했다. “먼 길을 가다 보면 짚신이 낡아 발이 불편한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그들의 발을 편하게 하고자 함이지요.”어느 날 용흥사에 낯선 스님이 찾아왔다. 진존숙은 그와 선문답을 하게 되었는데, 첫마디를 건네자마자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진존숙은 속으로 ‘도가 깊은 스님이신가’하고 다시 말을 건네니, 또다시 버럭 역정을 냈다. 진존숙이 그에게 말했다. “겉보기에는 용의 머리를 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뱀의 꼬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얼굴을 붉히며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용두사미(龍頭蛇尾)라며 그 스님을 비웃었다. 송나라 때 불교 서적 <벽암록(碧巖錄)>에 나오는 얘기다.용두사미(龍頭蛇尾)는 ‘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라는 뜻으로, 시작은 거창하지만 끝이 보잘것없고 초라함을 일컫는다. 흔히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무리다. <시경>에는 ‘백 리 길을 가는 자는 구십 리를 절반으로 친다(行百里者半九十)’는 말이 있다. 천하통일을 앞둔 진왕(후에 진시황)이 자만에 빠져 국정을 소홀히 하자 구순의 어느 노인이 찾아와 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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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惑(불혹)
▶ 한자풀이不: 아니 불惑: 미혹할 혹마음이 흐려져 갈팡질팡하지 않음 나이 마흔을 이르는 말-<논어><논어> 위정편에는 공자가 자신의 학문 수양 과정을 회고하는 대목이 나온다. 내용은 이렇다. “나는 15세가 되어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30세에 학문의 기초를 확립했다(三十而立). 40세가 되어서는 미혹하지 않았고(四十而不惑), 50세에는 하늘의 명을 알았다(五十而知天命). 60세에는 남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였고(六十而耳順), 70세에 이르러서는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를 어기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세계 4대 성인으로 불리는 공자의 배움이 나이가 들수록 어떻게 익어갔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공자가 말하는 배움(學)은 단지 지식의 습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의 배움에는 그 배움을 몸소 실천하는 행(行)이 함께 담겨 있다. 진정한 학문은 지행합일(知行合一)인 것이다.공자가 나이 마흔에 이르러 몸소 체득했다는 불혹(不惑)은 세상일에 현혹되어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가게 됐다는 의미다. 공자의 이 말에 따라 15세를 지학(志學), 30세를 이립(而立), 40세를 불혹(不惑), 50세를 지천명(知天命), 60세를 이순(耳順), 70세를 종심(從心)이라고도 부른다. 이 외에 약관(弱冠)은 남자 나이 20세를, 방년(芳年)은 꽃다운 나이로 여자 나이 20세 안팎을 뜻한다. 고희(古稀)는 70세, 산수(傘壽)는 팔순(八旬), 즉 80세를 이르는 말이며 졸수(卒壽)는 구순(九旬), 즉 90세를 이르는 말이다. 망백(望百)은 백세(百歲)를 바라본다는 뜻으로 91세의 별칭이다. 상수(上壽)는 하늘이 내려준 나이, 100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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殃及池魚(앙급지어)
▶ 한자풀이殃: 재앙 앙及: 미칠 급池: 연못 지魚: 물고기 어재앙이 연못 속 물고기에 미친다는 뜻으로관계가 없는 듯해도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음-<여씨춘추>중국 송(宋)나라 사마(司馬) 환(桓)이 귀한 구슬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죄를 지어 형벌을 받게 되자 도망을 치려고 했다. 왕이 사람을 보내 그를 붙잡아 구슬이 있는 곳을 물으니 사마 환이 말했다. “연못에 던져버렸습니다.” 이에 연못의 물을 다 퍼내 마르게 해서 구슬을 찾았으나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물고기만 다 죽고 말았다. <여씨춘추>에 전해오는 이야기로, 여기서 유래한 앙급지어(殃及池魚)는 재앙이 연못의 물고기에 미친다는 뜻으로 연관이 없는 뜻하지 않은 화를 일컫는 고사성어다. 지어지앙(池魚之殃)으로도 쓴다. 뜻밖에 닥쳐온 불행을 의미하는 횡래지액(橫來之厄), 횡액(橫厄)도 뜻이 비슷하다.이 이야기는 후대에 내용이 가감되고 재구성되어 전해졌는데, 송나라 때 편집된 역대 설화집 <태평광기>에는 비슷한 얘기가 실려 있다.“성문에 불이 붙으면 그 화가 성 근처 물가의 물고기에게까지 미친다(城門失火, 殃及池魚)는 말이 있다. 옛날 전하는 말에 ‘지중어(池仲魚)라는 이름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송나라 성문 근처에 살았는데, 성문에 갑자기 불이 나더니 불이 그의 집까지 퍼져 지중어는 불에 타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송나라 성문에 불이 났는데 불을 끄려던 사람이 성 외곽의 물을 길어다 불을 껐다. 결국 성 외곽의 물은 바닥이 났고 그 속에 살던 물고기는 모두 죽었다’고 한다.”민간에 구전되는 이야기로 문헌에 기술된 형태도 다양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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西施?目(서시빈목)
▶ 한자풀이西: 서녘 서施: 베풀 시, 옮길 이?: 찡그릴 빈目: 눈 목미인 서시가 눈살을 찌푸린다는 뜻으로남의 흉내를 내다 비웃음을 산다는 의미-<장자(莊子)>중국 월나라의 절세미녀인 서시는 가슴앓이병이 있어 언제나 미간을 찌푸리고 다녔다. 그랬더니 그 마을의 추녀가 이것을 보고 그 어여쁨에 감탄해 자기도 가슴에 손을 대고 미간을 찡그리며 마을을 돌아다녔다. 그러자 그 마을 부자들은 대문을 굳게 잠그고 나오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처자를 이끌고 마을에서 도망쳤다. 이 추녀는 미간을 찡그린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만 마음에 두었을 뿐, 찡그림이 아름다운 까닭은 알지 못했다. 즉, 서시는 본래 아름다우므로 자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장자(莊子)> ‘천운편(天運篇)’에 나오는 고사다.여기에서 유래한 서시빈목(西施目)은 ‘서시가 눈살을 찌푸린다’는 뜻으로,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함부로 남의 흉내를 내는 것을 빗대는 말로 쓰인다. 효빈(效), 서시봉심(西施捧心)도 같은 뜻이다.장자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제도나 도덕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춘추시대 말엽의 난세에 태어난 공자가 그 옛날 주왕조의 이상정치를 그대로 노나라와 위나라에 재현하려 하는 것은 마치 추녀가 서시를 무작정 흉내 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꼬았다.<장자> ‘추수편’에 나오는 한단지보(邯鄲之步)도 뜻이 서로 맞닿는다. 수릉의 한 젊은이가 조나라 수도 한단에 가서 그곳의 걸음걸이를 배웠는데 한단 걸음걸이를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본래의 걸음걸이마저 잊어버려 기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뜻으로, 이 또한 제 분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