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타초경사(打草驚蛇)
▶ 한자풀이
打 : 칠 타
草 : 풀 초
驚 : 놀랄 경
蛇 : 뱀 사


풀을 두드려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을(乙)을 징계해 갑(甲)을 깨우침을 비유 - 《유양잡조(酉陽雜俎)》

당나라의 한 현령(縣令)이 온갖 명목으로 세금을 거둬들여 사복을 채웠다. 견디다 못한 백성들은 일부러 현령에게 그 부하들의 부정부패 사실을 일일이 열거해 고발장을 올렸고, 이를 읽던 현령은 “너희는 비록 숲을 건드렸지만, 나는 이미 풀숲 속에 숨어 있던 뱀처럼 놀랐다 (여수타초 오이경사: 汝雖打草 吾已驚蛇)”고 했다. 백성들이 자기 부하들의 비리를 고발한 것은 곧 우회적으로 자신의 비리를 고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을(乙)을 징계해 갑(甲)을 깨우치게 하려 한 백성들의 의도가 달성된 것이다. 당나라 단성식(段成式)의 수필집인 《유양잡조(酉陽雜俎)》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의 병법서 《삼십육계》에도 타초경사(打草驚蛇)가 나온다. 뱀을 잡기 위해서는 스스로 놀라는 척하며 풀밭을 두드리라는 것이다. 즉, 변죽을 울려 적의 정체를 드러나게 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삼십육계》에 나오는 타초경사의 대표적 사례는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오쩌둥은 반공사조(反共思潮) 완화정책으로 명방운동(鳴放運動)을 펴 지식인과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준다고 선포했다. 명방운동은 ‘온갖 꽃이 같이 피고 많은 사람이 각기 주장을 편다(백화제방 백가쟁명: 百花齊放 百家爭鳴)’는 구호로 표현되었다. 중국 공산당은 또 “말한 자는 죄가 없고 들은 자는 반성해야 한다”며 잘못이 있다고 생각되면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과감히 비판하라고 독려했다. 이를 믿고 공산당을 비판하자, 마오쩌둥은 반공(反共)적 지식인들을 체포해 정풍운동(整風運動)이란 명분 아래 줄줄이 숙청했다. 백화제방과 백가쟁명이란 미끼로 뱀으로 비유되는 지식인들을 숲에서 끌어낸 것이다.

작가/시인
작가/시인
타초경사는 풀을 두드려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을(乙)을 징계해 갑(甲)을 깨우침을 비유한다. 《삼십육계》의 경우처럼 변죽을 울려 적의 정체를 드러나게 하거나 공연히 문제를 일으켜 화를 자초하는 것을 이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