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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이코노미

    의료서비스에 AI를 활용해도 최종결정은 인간이 해야죠

    2016년 11월 『미국의학회저널(JAMA)』에는 당뇨성 망막변증 진단에 대한 논문이발표되어 주목을 받았다.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 안과 전문의보다 더욱 정확한 판독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의학 전문 학술지에 인공지능 기술의 우수함을 증명한 논문이 게재된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보다 놀라운 점은해당 논문의 연구자가 의사가 아니라 구글의 엔지니어였다는 점이다.평균적인 전문의보다 높은 성적의 인공지능구글의 엔지니어들은 당뇨성 망막변증을 진단하는 영상 판독 과정에서 안과 의사들 사이에도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부분의 의사가 동일하게 병의 수준을 진단하는 환자가 있는 반면 의사에 따라 질병이 없다는 진단부터 병이 심각하다는 해석까지 편차가 큰 환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원인은 다양하다. 의사들의 경험 차이일 수도 있고, 착각일 수도 있으며, 환자의 케이스가 매우 특이해서일 수도 있다.인간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구글은 안구 사진을 진단할 수 있는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을 구현했다. 인도와 미국의 안과 전문의 및 레지던트 54명을 고용하여 약 13만 장의 안저 사진을 3~7회 중복 판독시켰다. 인간 의사들 사이에 존재하는 편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이렇게 결론이 도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학습시켰다. 학습 이후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안저 사진을 판독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를 구글이 고용한 54명의 의사 중 가장 일관된 판독을 보여주었던 7~8명의 진단 결과와 비교했다. 결과는 매우 우수했다. 인공지능의 정확도를 측정하는 AUC(Area Under the Cur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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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이 환자 진단하고 효과적 치료법도 제시해요

    “나는 새로운 종류의 ‘사고하는’ 기계에 의해 밀려난 최초의 지식근로자가 될 것입니다.” 미국의 유서 깊은 퀴즈쇼인 ‘제퍼디(Jeopardy)’에서 74연승이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쌓던 켄 제닝스가 IBM의 인공지능 왓슨(Watson)에게 패하고 난 직후 ‘슬레이트(Slate)’에 기고한 글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동시에 그는 ‘퀴즈쇼 참가자’는 왓슨에 의해 밀려난 최초의 직업이지만 결코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그는 왓슨이 폐암 진료분야에 진출했다는 점을 알고 있진 않았다.왓슨과 의료분야퀴즈쇼 ‘제퍼디’에서는 다양한 주제에 관한 텍스트 형식의 문제가 출제된다. 무엇보다 언어유희와 지식이 묘하게 결합돼 일반인이 풀기 어려운 문제가 출제된다는 점에 프로그램의 매력이 존재한다. 언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지식의 양이 아무리 많아도 정답을 찾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제퍼디 컴퓨터’라 불리던 초기 왓슨은 IBM의 박사급 인력 25명이 투입됐음에도 ‘제퍼디’에 출제되는 문제의 답을 도출하는 데만 두 시간이 걸릴 정도로 개발의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후 거듭된 발전을 통해 결국 우승하며 대중 앞에 화려하게 데뷔할 수 있었다.이후 언어를 이해하고, 지식을 결합해 답을 도출하는 왓슨의 능력은 의료분야에 적용됐다. 암과 관련한 60만 건의 의학적 근거와 42개의 의학 학술지 그리고 임상시험 데이터로부터 200만 쪽 분량의 자료를 학습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왓슨의 탁월한 ‘자연어’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1500여 개의 실제 폐암 치료 사례와 2만5000개의 치료 시나리오, 진료기록, 검진 결과 등을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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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와 접목한 '스마트 서비스'가 새로운 가치 만들어요

    엘리베이터 업계가 변하고 있다. 신규 주택건설 시장의 침체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엘리베이터의 신규 설치 수요 역시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업계는 이에 대비해 설치에 집중했던 자원을 유지·보수로 옮기고 있다. 부차적인 활동으로 여겨졌던 유지·보수 서비스가 기존 설치에서 발생하는 수입을 보완할 수 있는 배경에는 엘리베이터와 접목된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등의 첨단 정보기술(IT)이 존재한다.IT 기술과의 결합으로 높아지는 서비스의 가치현대엘리베이터와 오티스, 티센크루프와 같은 엘리베이터 시장의 주요 기업들은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를 결합해 원격으로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 이상 유무를 판별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소모품 교체와 고장 시기도 미리 예상해볼 수 있어 고장률을 큰 폭으로 낮출 수 있다.이처럼 IT는 서비스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 IT를 통한 제조와 서비스의 융합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독일기계설비산업협회의 통계는 이런 현상을 뒷받침한다. 2015년 기계 및 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업의 매출은 80%가 ‘기계판매’에서 발생하고, 나머지 20%만 ‘판매 후 서비스’ 부문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이익률은 ‘판매 후 서비스’가 60%, ‘제품 판매’가 40%였다. IT와 결합된 서비스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스마트 서비스를 통한 새로운 가치창출스마트 서비스의 개념은 2005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처음 소개됐다. 하버 리서치(Harbor Research)의 두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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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 팩토리'는 자국으로 공장 돌아오게 하죠"

    2016년 9월, 아디다스는 독일 안스바흐 공장에서 생산한 첫 번째 신발을 공개했다. ‘퓨처 크래프트 M.F.G’라는 이름의 신제품은 신발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1993년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생산거점을 옮긴 후 23년 만에 자국 공장에서 생산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M.F.G(made for Germany)라는 신발 명칭도 제조 패러다임의 변화를 암시하고 있다.스마트 팩토리와 리쇼어링산업의 자국 유턴 현상은 신발 분야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혼다, NEC, 파나소닉 등도 중국과 대만 등지에 있던 생산거점을 일본으로 옮기고 있다. 미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애플(Mac)과 오티스, 포드 등도 미국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이들 기업의 자국 회귀(re-shoring) 이면에는 저렴했던 중국 및 중남미 국가들의 인건비 상승이 있지만, 무엇보다 스마트 팩토리가 중심이 된 제조 혁신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결정이다.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는 2011년 공식 발의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구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첨단기술 전략인 ‘하이테크 전략 2020’의 실행계획으로 추진된 인더스트리 4.0의 목표는 개인맞춤형 제품을 고객이 수용할 만한 가격에 제공하는 게 목표다. 대량맞춤 생산이 아니라 개인 맞춤형 생산을 지향하는 것이다. 미시간대의 요람 코렌 교수는 그의 논문 ‘The Global manufacturing Revolution’에서 대량맞춤과 개인맞춤형을 이미 준비된 모듈이 수용할 수 없는 고객의 추가적인 요구를 생산에 반영할 수 있는지 여부로 구분한다. 개인맞춤형 생산은 개인의 다양한 요구를 모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스마트 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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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시대도 오류와 진화의 역사적 과정 거쳐요"

    2013년 일론 머스크의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모터스는 모델 S를 출시했다. 새로운 모델명인 S는 세단(Sedan) 혹은 설룬(Saloon)의 약자지만, 특별한 역사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 헨리 포드의 모델 T보다 알파벳 순서가 앞선 S를 사용함으로써 휘발유차 이전에 전기차가 있었음을 강조한 것이다.반복되는 과거의 아이디어전기자동차는 최근에 등장한 기술로 알고 있지만, 그 역사가 휘발유 자동차보다 깊다. 최초의 전기차는 1834년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앤더슨이 발명했다. 이후 더욱 실용적인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19세기 말 런던에는 전기차 택시들이 운행되었다. 19세기 말 미국에 등록된 전기차가 3만 대 이상이었다는 점에서 당시의 전기차의 인기를 엿볼 수 있다. 전기차는 휘발유 자동차보다 조용했고, 오염물질의 배출도 적어 인기가 높았다. 현대의 전기차가 신기술로 인해 상품성이 높아졌을 뿐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님을 알 수 있다.사실 오늘날에 새롭게 발견된 것으로 간주되는 많은 발명이 과거에 토대를 두고 있다. 과학철학자인 파이어아벤트는 그의 책 《Against Method》에서 어떤 발명도 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근 유해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전자담배도 마찬가지다. 2003년 중국의 약사인 한리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자담배에 대한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이보다 반세기 앞선 1965년 미국의 허버트 길버트가 최초로 발명한 것이었다.기술만 옛것에 토대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발생하는 경제 현상도 과거의 반복인 경우가 존재한다. 2007년 전 세계를 덮친 금융위기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부와 소득이 자의적으로 불평등하게 분배된 결과라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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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시대에도 정부는 혁신 조력자로서 할 일 많죠"

    1977년 설립된 애플컴퓨터는 2007년 기업명을 ‘애플’로 변경했다. 이후 출시한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는 5년간 순매출액의 폭발적 증가에 기여한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011년 애플의 수익(764억달러)은 미국 정부의 운용 현금잔액(737억달러)을 넘어설 정도였다. 이는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1990년 8달러에 불과했던 애플의 주가는 700달러로 급상승했다.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의 출시로 애플은 미국 최대 기업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애플의 생산성은 다양한 기술 통합의 결과애플의 성공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은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판매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율은 꾸준하게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등 13개 경쟁사와의 비교에서도 두드러진다. 5년간의 평균치 자료에서도 13개 기업 가운데 열 번째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는 애플이 효율적인 연구개발을 수행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적은 R&D 비용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높은 생산성은 효율성의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 석세스대학 과학기술정책대학원의 마리아나 마추카토 교수는 그의 책 《기업가형 국가》에서 이는 애플이 독창성 있는 기술과 부품 개발이 아니라 획기적인 시스템 구축에만 전념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주요 기술과 부품은 정부가 이미 개발한 결과물에 의존했다는 것이다.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애플의 주요 제품은 경쟁 제품과 차별화되는 열두 가지의 기술이 통합된 결과물이다. CPU, RAM, 마이크로 하드드라이브, 액정화면, 리튬이온전지, GPS, 음성인식기술 등이 그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기술이 모두 국가 주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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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 발달로 시장 커지고 전문 영역도 함께 넓어져요

    2012년 영국의 주 간지 ‘The Economist’에는 흥미로운 신간에 대한 리뷰가 실렸다.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의 2012년 신간인 ?비용질병: 컴퓨터는 비용이 점점 저렴해지는데, 의료비는 왜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비평이었다. 보몰은 그의 책에서 생산성이 낮더라도 임금이 증가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의료부문의 이런 현상은 디지털 기술로 인한 일자리의 대체가 가속화될 수 있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세대의 고용 스펀지 역할을 담당했던 의료분야마저 기술발달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이다.비용질병과 일자리 대체보몰이 주장한 ‘비용질병’은 노동생산성의 증가가 없는 직군에서 임금이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임금이 노동생산성과 비례한다는 일반적인 경제학의 설명과 배치된다. 경제학에서는 노동자의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기업의 임금 지급 능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임금과 노동생산성은 비례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보몰은 산업마다 상이한 생산성의 증가가 비용질병 현상을 초래한다고 설명한다. 즉, 제조업의 경우 기술 발전으로 인해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해 생산성과 임금이 비례할 수 있지만, 서비스업은 그럴 수 없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져도 이발사가 한 번에 열 명의 머리카락을 자를 수 없고, 치과 의사가 다섯 명의 충치를 동시에 치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의 특성상 생산성 증가는 매우 느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발사나 치과의사는 과거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는다. 이를 두고 보몰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노동자 모두 같은 노동시장에 속한 결과라고 설명한다.제조업의 임금은 오르는데 서비스업은 그대로라면 서비스업 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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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진화는 옛 일자리 없애지만 새 일자리 더 많이 만들죠

    1811년 영국 노팅엄셔의 노동자들은 방직기를 부숴버렸다. 방직기의 등장으로 인해 숙련공들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고, 개량된 방직기와 저임금의 여성 및 미성년자들이 그들의 자리를 대신했다. 1805년에서 1833년 사이 직조공의 평균 임금은 주급 23실링에서 6실링3페니로 급감했다. 결국 사람들은 횃불을 들었고, 몇 달 동안 1000대가 넘는 기계가 파괴되었다. 노팅엄셔에서 시작된 기계 파괴는 랭커셔, 요크셔, 체셔 등 섬유업이 발달했던 북부로 확산되었다. 러다이트 운동은 이렇게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일자리의 대체효과와 소득효과인류가 걸어왔던 지난 시기를 되돌아보면, 기술진보나 산업혁명은 결국 생산성 혁명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생산성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해 더 적은 비용으로 이전과 동일한 혹은 더 많은 생산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생산방식의 변화는 부상하는 집단과 몰락하는 계층을 만들어냈다. 공장 소유자들은 자본가 계급 수준을 넘어 기업가 계급으로 부상했다. 상인과 숙련공이 주도하던 공장제 수공업이 몰락하고, 소수 자본가가 대규모 인력을 고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계제 공업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한편 방직공과 같은 일자리는 사라졌다. 기술 진보의 결과물인 기계에 의해 사람 일자리가 대체된 결과였다.하지만 과거의 역사는 일자리 대체가 곧 고용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일자리 대체는 더 높은 효율을 추구한 결과다. 그리고 높은 효율은 새로운 부(富)를 창출했다. 새로운 부의 창출은 소비수요의 증가로 이어졌다. 늘어난 소비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으며, 경제 전반의 고용은 증가되었다. 제조 부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