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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이코노미

    알고리즘을 모형처럼 표준화하면 복잡한 원리가 쉬워져요

    보스턴 레드삭스의 강타자 테드 윌리엄스가 타석에 들어서자 클리블랜드 수비수들은 오른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선수 겸 감독인 루 부드로가 좌타자이면서 당겨치기의 명수인 윌리엄스의 타구가 주로 오른쪽으로 치우친다는 점을 파악해 내린 지시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많은 안타성 타구가 수비수들의 글로브에 걸려들었다. 1946년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그의 수비전략을 사람들은 ‘부드로 수비(Boudreau shift)’라고 불렀다.알고리즘과 수학모형부드로 감독은 관찰을 통해 타구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분석해 윌리엄스의 타구 방향을 예측해냈다. 승리를 위한 간단한 ‘모형’을 만들어 낸 것이다. 야구는 수학적인 예측 모형을 구축하기에 아주 이상적인 소재다. 엄격히 통제된 상황에서 거의 1년 내내 방대한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야구 경기의 특성으로 인해 보다 정교한 모형을 만들어낼 수 있다.기본적으로 모형이란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한 개념이다. 모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 가운데 모형에 포함시켜야 할 중요한 정보를 선택하고 단순화해야 한다. 모형을 구축하는 이유가 복잡한 세상을 쉽게 이해하고, 중요한 사실과 행동을 추론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형에 포함되지 않은 변수를 살펴보면 개발자의 판단기준과 우선순위를 살펴볼 수 있다. 이는 모형의 개발과정에 개발자의 목표와 이념이 반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데이터를 수집할지, 어떤 변수를 모형에 넣을지 혹은 넣지 않을지 등의 과정에 가치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모형을 이루는 알고리즘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알고리즘의 공정성과 오남용미국시민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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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이 진화할수록 윤리적 문제는 더 생겨요

    젊은 경찰 간부 키니는 로봇 경찰관에 의해 사망한다. 로봇 경찰관 ED-209는 거듭 경고를 받고도 무기를 버리지 않는 범죄자들에게 발포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다. 키니는 ED-209의 시연회에서 기꺼이 범죄자 역할을 맡았다. 총을 버리라는 무뚝뚝한 로봇 음성이 나오자 그는 총을 버렸다. 총을 버렸음에도 시스템 오작동으로 인해 경고는 두 번 더 이어졌고, 이후 로봇은 지체없이 총을 난사한다. 1987년 영화 ‘로보캅’의 한 장면이다.로봇의 도덕률로봇은 진화하고 있다. 더 똑똑해지고 자율화 수준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로봇 도덕률의 발전은 자율화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로봇은 프로그래밍에 의해 작동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복잡한 상황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는 능력이 부족한 탓이다. 자율주행차의 사고 상황을 가정하면 로봇 도덕률 문제의 심각성이 더 직접적으로 이해된다. 충돌 사고로 인명 손실이 불가피한 경우 어린아이와 노인 혹은 소수와 다수, 엄마와 아빠 가운데 누구를 보호하도록 판단하게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로봇의 윤리문제는 약 80년 전에 이미 제기됐다.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1942년 발간한 SF소설 《런어라운드》에서 로봇의 윤리적 지침이 될 ‘로봇 3원칙’을 제시했다. 로봇은 인간을 보호하고, 명령에 복종해야 하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해당 원칙은 인간과 로봇 사이에 갈등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오늘날 로봇이 인간의 감독을 벗어나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 시작하면서 아시모프가 제시한 간단한 도덕적 지침조차 지키기 어려워졌다. 2007년 남아프리카 군대에 배치된 반자동 로봇 대포의 오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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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이 발전하면 '구입'보다 '구독'하는 물건이 많아지죠

    ‘구입’하는 물건보다 ‘구독’하는 물건이 많아지고 있다. 음악을 듣기 위해 CD를 구입하는 대신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하고, 영화를 보기 위해 DVD를 구입하는 대신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에 가입한다. 소프트웨어도 다르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오피스 프로그램도 이제는 구입하지 않고 ‘오피스 365’에 가입해 매년 서비스를 갱신한다. 데이터의 저장 역시 물리적인 하드디스크를 구입하는 대신 드롭박스, 구글드라이브, 원드라이브, 박스 등 클라우드 서비스에 가입해 해결한다.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 되는 회원제 기반 사업‘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혹은 ‘멤버십(membership)’이라 불리는 회원제 사업 모델의 역사는 최소한 신문이나 잡지에 버금간다. 전혀 새롭지 않은 회원제 사업 모델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신기술로 인한 효율성 증진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인해 단순해진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 및 유통 과정이 단순해지면서 소비자를 소유와 관리 부담에서 벗어나 편리함만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회원관리 기반의 사업 모델로 인해 회원들은 상품을 소유할 때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폭넓은 선택권을 갖게 된 것이다. 넷플릭스나 왓챠가 대표적이다. 월 1만원 전후의 이용료만 지불하면 몇 만 편의 영화를 마음대로 시청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회원들의 평가를 살펴볼 수 있고,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회원 개개인의 취향을 고려한 영화나 드라마 추천 서비스에 활용돼 회원의 만족도는 높아진다. 기업 역시 회원제 기반 사업 모델을 통해 이득을 얻는다. 고객 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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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시대에는 개인 정보가 남용될 우려가 있죠

    우버는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수집한 정보로 규제당국의 함정 수사를 피했다. 우버를 허용하지 않는 지역에서 호출이 있을 경우 ‘그레이볼’이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이용자가 진짜 손님인지, 손님을 가장한 단속 경찰관인지 가려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우버는 이를 위해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활용했다. 위치 정보는 물론 신용카드 정보를 활용하고, 심지어는 소셜미디어의 프로필 정보를 검색해 단속 경찰관 여부를 가려냈다.풀 방식에서 푸시 방식으로 변화하는 세상개인 정보가 약탈적 정보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디지털 세계가 풀(pull) 방식에서 푸시(push) 방식으로 변하는 점에 근거한다. 과거에는 ‘맛집’을 검색하면 이용자의 위치라는 단순한 정보에 근거해 인접한 식당들을 보여줄 뿐이었다. 이 가운데 내 취향이 반영된 맛집을 고르는 일은 검색자 역할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푸시 방식으로 바뀐 세상에서는 플랫폼이 내 취향에 맞는 정보를 먼저 제안한다. 과거의 이용 정보를 바탕으로 내가 원하는 정보를 플랫폼이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플랫폼이 특정 질문에 대해 하나의 답만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거나, 심지어는 묻지도 않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하지만 고음질의 헤드폰 구입을 고려하는 소비자에게 특정 헤드폰을 제안하는 것과 정서적·재정적 취약함이 파악된 사람들에게 특정 대부업체를 소개하는 광고는 다르다. 또한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한 고도의 큐레이션 대상이 상품이 아니라 정보가 되는 경우 악위적인 허위 정보 즉, 프로파간다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정보수탁자 의무의 부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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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술은 기존 생태계와 대립·경쟁하며 뿌리 내리죠

    첨예하게 이해가 대립된 카풀과 택시가 마침내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럼에도 결과는 충분하지 않은 듯 보인다.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합의 거부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스타트업 진영에서는 연일 우려의 목소리를 표현하고 있다. 카풀과 택시의 갈등은 운송산업을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과 기존 생태계의 새로운 대립 양상을 보여준다. 즉, ‘할지 말지’의 문제를 넘어 생태계의 문제로 발전되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신기술과 기존 생태계기술은 ‘언제’의 문제, 즉 구현될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지 못하면 두각을 나타내기 어렵다. 대부분의 기술은 그 자체만으로 잠재력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이 생태계와 보완관계를 맺고 있음을 의미한다. 4K 화질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더라도 고화질 카메라, 새로운 방송 기준, 고용량 파일을 처리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발전 등이 동반될 때 비로소 소비자의 시청 경험으로 이어진다. 기술 자체가 가진 잠재력과 무관하게 생태계의 준비 없이는 기술은 구현되기 어렵다. 반면 기존기술은 신기술보다 생태계 의존도가 낮다. 이미 생태계에 정착한 이상 핵심 기술에 대한 혁신 없이도 개선을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RFID는 바코드 기술에 비해 뛰어난 기술이지만,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무선환경, 보안기술 등의 생태계 발전이 필요한 반면 바코드는 그 자체의 기술혁신 없이 정보통신환경 등의 단순한 인프라 강화만으로도 활용범위를 넓혀 힘을 키울 수 있었다. 지난 20년간 기술의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RFID의 활용이 저조한 이유이다.신기술 생태계와 구기술 생태계의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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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결망 발달로 다양한 대중의 수평적 참여가 확산되죠

    “전문가들이라면 지긋지긋하다.”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성을 주도한 영국 하원의원 마이클 고브는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이 같은 발언으로 대중의 정서를 자극했다. 브렉시트 논쟁이 한창이던 당시 많은 전문가는 유럽연합 잔류를 주장했다. 경제계와 문화계, 관료 집단은 이런 발언에 분개하며,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전문적인 논리로 일관했다. 이는 ‘평범한 당신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는 우리를 따르라’는 태도로 여겨져 대중의 공감을 받지 못했다. 이는 결국 유럽연합 탈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일반 대중의 부상오늘날 사회연결망을 구축하는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등장한 플랫폼은 전 세계 사람을 참여자로 만들었고, 지리적 제약과 무관하게 아이디어를 확산시켰다. 이는 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조직과 문화 형성의 기반이 됐다. ‘전문가’라는 대표성을 가진 특정 개인(혹은 집단)이 주도하는 과거의 하향식 문화와 달리 ‘비전문가’들의 수평적 참여가 중심이 된 문화가 생겨난 것이다.과거 모델에서 일반인들은 거대 관료 집단이나 기업이 만든 세상에서 중요하지만 표준화된 작은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는 참여와 공유, 협력, 집단지성을 통해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과 그 안에서의 역할을 규정한다. 전문가 대신 공감하는 다수가 중요해진 것이다. 유명 여행전문가의 안내서보다 실제 여행을 다녀온 뒤 남긴 보통 사람들의 옐프 리뷰가 더 신뢰를 얻는 이유다. 오늘날 사람들은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주제를 송출하는 프로그램 대신 유튜브를 시청하며, 고위급 심사위원들로 구성된 상벌위원회의 결정보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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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D 프린팅은 대량·맞춤형 생산을 가능하게 하죠

    “어떤 색이든 마음대로 고르세요. 검은색 중에서.” 이는 포드사의 핵심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모델 T의 대량생산으로 중산층도 구입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었던 헨리 포드는 다양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별 선호도에 맞게 자동차를 고객 맞춤화했다면 조립라인은 느려지고,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지 못해 저렴한 자동차를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규모의 경제란 생산량이 많아질수록 평균비용이 감소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총비용이 1조원인 조립라인을 이용해 반도체 10만 개를 만들 때보다 100만 개로 생산을 늘릴 경우 생산 장비의 비용이 훨씬 더 많은 반도체에 분산된다. 이는 많이 만들수록 개당 단가를 낮출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많은 양을 생산한다는 것은 저렴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저렴하다는 것은 수익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들은 오랜 기간 특정 선도 산업에서 동일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데 필요한 품질과 속도, 효율성을 신속하게 달성함으로써 규모의 경제가 주는 혜택을 누려 왔다.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생산방식의 문제는 경직성이다. 대량제조 방식은 표준화한 제품에 특정된 기계를 대량으로 설치해야 하는 탓에 자본집약적이고 유연하지 못하다. 한 번 갖춰진 설비를 다른 설비로 바꾸기 위해서는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제조 방식은 작업의 범위가 매우 좁았다. 한편, 광범위한 부품 및 제품을 생산할 능력을 갖춘 기업이 광범위한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함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비용상의 이점을 ‘범위의 경제’라고 한다.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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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혁신은 '협력적 공유사회'의 토대가 되죠

    자본주의는 성공에 의해 실패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성공은 효율의 극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효율적인 경제체제란 소비자가 한계비용만큼만 값을 지불하는 체제라고 설명한다. 한계비용은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증가로 낮아진다. 문제는 생산성 증가가 최대로 이뤄졌을 때다. 효율성이 최고조에 이른 경제는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진다. 이는 소비자들이 치르는 대가가 공짜에 가까워짐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지면 기업은 투자에 대한 수익이나 주주를 만족시킬 만한 이윤을 확보할 수 없다.한계비용 제로 사회시카고대학 경제학 교수인 오스카르 랑게는 《On the economic theory of socialism(1936)》을 통해 기술의 발전이 무한한 경제적 진보를 촉진할지 아니면 어느 단계에서 그 시스템의 성공 자체가 더 이상의 진보를 막는 족쇄로 작용할지 의문을 제기했다.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역시 공동논문인 《정보 경제 시대의 경제 정책》을 통해 경제적 효율성의 기본조건은 가격과 한계비용이 동일해지는 상태이며, 정보 경제 시대에 한계비용은 제로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오늘날 인터넷을 통해 거의 무료로 책을 생산하고 배포할 수 있으며, 3D 프린팅을 이용해 사용할 물건을 매우 낮은 한계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다. 개방형 온라인 강좌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유수의 대학강의가 제로에 가까운 한계비용으로 운영된다.경제적 이윤을 얻기 위해서는 한계비용보다 높은 가격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독점의 지위를 갖는 경우에 가능하다. 독점이 기업혁신의 유인책인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바람직하지 않다. 독점은 경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