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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이코노미

    데이터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장난감을 소개하는 채널 ‘라이언스 월드’의 라이언은 2년 연속 가장 큰 수입을 올린 유튜버다. 올해 아홉 살이 되는 라이언은 작년 한 해 26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303억원을 벌었다. 일반인의 기준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돈을 광고 수익만으로 벌어들이는 것이다. 아마도 디지털 경제를 살아가는 사람 가운데 자신이 생산하는 데이터로 가장 큰돈을 창출하는 사람일 것이다.데이터 축적을 위한 노력오늘날 데이터가 디지털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다. 데이터 없는 인공지능 로봇이나 개인맞춤형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다. 과거 산업혁명을 이끈 주요 자원이 석유와 석탄, 전기라면 오늘날에는 데이터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지식정보산업과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데이터가 정보로 전환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기존의 생산 요소인 토지, 자본, 노동이 데이터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토지는 도메인으로, 자본은 오픈소스나 무료 플랫폼 등으로 대체되고, 정보의 생산과 복제에 노동은 거의 필요하지 않게 됐다. 게다가 데이터 활용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하지만 이는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토지인 플랫폼을 가진 기업은 많지 않으며,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자본금을 투자한다. 페이스북이 2014년에 와츠앱을 100억달러에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구글은 이미 2006년 유튜브를 16억5000달러에 인수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2016년에 링크트인을 262억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모두 데이터 축적을 위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노동으로서의 데이터, 자본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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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가 기술보다 시장을 더 파괴해요

    《혁신기업의 딜레마》(1997)가 발간된 이후 ‘파괴적 혁신’은 많은 기업의 핵심 키워드였다. 이들은 시장의 파괴자가 되기 위해서 혹은 파괴당하지 않기 위해서 ‘신기술’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오늘날 기술혁신과 시장파괴는 생각만큼 밀접하지 않다. 여객운송시장을 파괴하며 등장한 우버는 미국 3대 자동차회사의 시가총액을 합한 것보다 높은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들이 사용한 기술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에어비앤비 역시 마찬가지다. 남는 공간을 다른 누군가에게 중개해주는 사업으로 호텔산업의 위기를 불러왔지만, 여기에 어떤 대단한 기술이 숨어 있지 않다. 오늘날 이런 현상은 업종, 지역, 시장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소비자의 욕구변화에 의한 시장파괴《디커플링(Decoupling)》의 저자인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탈레스 테이셰이라 교수는 오늘날 시장을 파괴하는 요인은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라고 주장한다. 소비자의 세분화되는 욕구가 시장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과거 소비자들은 물건의 평가와 선택, 구매를 모두 한 장소에서 해결했다.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고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구입하는 것이 편했다. 하지만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전자상거래의 등장 이후 많은 소비자는 구경은 매장에서, 구입은 더 저렴한 온라인으로 구분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실제 구입은 온라인사이트에서 이뤄지는 ‘쇼루밍’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테이셰이라 교수는 이처럼 소비사슬을 끊어내는 과정을 ‘디커플링(decoupling)’이라고 정의한다. 디커플링으로 많은 변화가 발생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은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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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가 쌓이면 제품 대신 서비스를 팔아요

    ‘설거지한 만큼만 내세요!’ 독일의 업소용 식기세척기 업체 빈터할터(Winterhalter)의 홍보 문구다.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기업이 자신의 제품에 대한 고객의 사용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되면서 자사 제품을 이전과 다른 측면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유형의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 측면에서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이라고 한다.사물인터넷으로 시작되는 서비타이제이션서비타이제이션이란 모든 제품의 서비스화를 의미한다. 제품에 사물인터넷이 부착돼 고객이 제품을 어떤 빈도로, 얼마나 사용하는지에 대한 데이터 수집이 이뤄지면서 유형의 제품에서 무형의 서비스 창출이 가능해졌다. 식기세척기 업체 빈터할터가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설거지’라는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이유이다. 식기세척기에 부착된 사물인터넷이라는 ‘눈’과 ‘귀’가 고객의 사용 패턴에 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해준다. 고객은 온라인으로 얼마나 설거지를 할지 결정하고, 해당 빈도만큼만 결제해 식기세척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서비스를 통해 제조사는 제품을 판매한 이후에도 고객과 지속적인 접점을 형성하며, 고객이 경쟁사 제품에 눈을 돌릴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안정적인 수입으로 이어지고, 고객 역시 초기에 목돈을 들여 식기세척기를 마련할 필요가 없다. 제품을 사용할 때만 비용을 내므로 보다 적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데이터, 서비타이제이션의 핵심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를 판매한다는 의미는 기업이 고객의 경험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이다.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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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유와 협업은 초연결시대의 가치를 극대화해요

    앨런 튜링은 게이였다. ‘튜링 테스트’를 개발해 오늘날 컴퓨터 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튜링은 자신의 성 정체성과 인간의 본질 사이에서 괴로워하다 결국 스스로를 버리고 말았다. 튜링은 그의 논문에서 인간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보여준다. 컴퓨터가 인간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전형적인 인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는 이를 통해 진정한 인간됨이란 당시에 만연했던 인간에 대한 좁은 이해를 초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동성애가 인간 속성의 하나로 인정되는 오늘날 고든 브라운 당시 영국 총리는 동성애를 탄압했던 정부를 대신해 튜링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변화하는 인간의 본성기술로 인한 환경의 변화는 인간을 대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사회학 및 경영학 교수들이 참여한 저서 《초연결》의 저자들은 MIT 미디어랩 과학자들의 면접조사 사례를 바탕으로 이를 설명한다. 결과 중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하는 아이들의 경우 자기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는 인격이 등장할 때까지 말을 건다는 것이다. 다양한 인격을 가진 인간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어려웠지만, 아이들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다양한 인격과 어울리는 법을 학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MIT 연구원들은 이를 두고 AI 기술이 익숙한 우리 아이들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전혀 새로운 유형의 인간과 선입견 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한다.기술의 변화가 인간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는 현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으로 대표되는 1인 미디어 환경이 대표적이다. 이들 매체는 인간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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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술 시대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더 중요해져요

    4차 산업혁명 시대, 많은 기업이 파괴되고 있다. 전자제품 화장품 등의 유통 영역에서, 방송·자동차·운송 영역에서 신생 기업의 등장으로 기존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심지어 규제로 인한 독점 영역인 금융 영역도 이런 추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파괴가 신기술로 무장한 신생 기업의 특징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이 사용한 무기는 그 누구도 확보하지 못한 신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로 구현이 가능해진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에 있었다.기술 발달로 변해가는 소비자기술은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그 효과가 무한하지 않다는 점이다. 처음 100만 화소의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했을 때 50만 화소의 카메라는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했다. 200만 화소가 등장하자 100만 화소 카메라가 같은 처지에 놓였다. 사람들은 더 선명한 카메라를 사용하기 위해 1, 2년에 한 번씩은 카메라를 교체했다. 기술 자체가 경쟁우위를 창출하던 시기다.이후 1000만 화소, 1200만 화소까지 기술이 발달하자 사람들은 예전만큼 자주 카메라를 바꾸지 않았다. 일반인 눈에 1000만 화소인지, 1200만 화소인지 여부는 더 이상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화소 기술이 충분해지자 소비자들은 단순하게 찍고, 쉽게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편리함에서 집중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카메라 제조 시장을 이끄는 주체가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애플인 이유다.비즈니스 모델 변경을 통한 경쟁력 확보오늘날 새롭게 등장하는 기업들은 이런 소비자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했다. 반면 기존 기업은 성공을 가져다준 과거의 전략을 하루아침에 버리기 어려웠다. 미국 최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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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화폐·가상화폐 모두 진화중이죠

    4차 산업혁명으로 표현되는 오늘날의 환경 변화는 ‘초연결’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된다는 의미다. 기존의 성숙된 분야와 새로운 혁신이 뒤섞인다는 것이다. 이는 가상화폐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법정화폐가 주는 안정성과 가상화폐의 창의성이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닮아가고 있다. 가상화폐 개발자들은 기존 네트워크와 제도를 활용해 확장성을 높이려 하는 한편 중앙은행은 자체적으로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소수에 의한 관리’와 ‘다수 참여를 통한 인증’이라는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지고 출발했지만, 현실에서는 극단적인 쏠림보다 법정화폐와 가상화폐가 서로 절충하며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해가고 있는 것이다.법정화폐 본딴 가상화폐, 스테이블 코인중개인 없이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가상화폐는 그 자체로 새로운 가치 창출의 잠재력을 지니지만, 화폐가 가져야 할 기본적 속성인 거래의 매개와 가치의 저장 그리고 가치 척도 수단으로서의 속성을 충족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가치가 안정적이지 않다. 2016년 1000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2018년 2만달러로 약 20배 이상 폭등했고, 이후 반절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화폐의 안정성을 반영해 가상화폐를 화폐로 쓰고자 하는 목적으로 등장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달라지는 가상화폐의 한계를 극복하고 ‘1코인=1달러’를 공식화한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페이스북의 ‘리브라’가 대표적이다. 리브라는 ‘리브라 리저브’로 불리는 예치자산으로 인해 가치가 담보된다. 예치자산의 재원은 투자자와 사용자로부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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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생산요소

    미국 흑인들의 문화적 공헌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현대 미국 문화의 한 축인 음악과 춤을 규정짓는 여러 중요한 요소들이 흑인 공동체에서 유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공헌은 전문적이지 않고 여가를 위한 것이라고 취급돼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 반면 백인 기업가들은 이를 이용해 영리 활동을 활발히 수행했다. 미국뮤지션연맹이 1896년 창설돼 아티스트들의 권리를 보호했지만, 흑인들의 지식재산권이 보호받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이후다. 오늘날 사람들이 데이터를 제공하는 행위가 흑인들의 문화적 공헌과 닮아 있다. 누군가는 이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지만, 데이터 제공에 대한 보상은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데이터 제공에 대한 보상인터넷의 시작은 정부, 군대, 학계의 협업을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상업적이거나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한 목적과는 거리가 멀었던 탓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행위에 대해 동기나 보상을 제공하기보다는 참여의 장애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기업가들과 사회운동가들은 정보는 공짜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오랜 기간 사용자들로 하여금 온라인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형성되었다. 벤처 기업 역시 사업의 수익모형을 확립하고 시작하기보다 불확실하더라도 고객들을 빠르게 확보해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사업에 집중했다. 온라인 음악 공유 프로그램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냅스터’ 같은 법적 경계가 불투명한 서비스가 등장한 것도 이 시기다. 지식재산권의 확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대가를 지불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문을 닫지 않기 위해 대안을 찾아야만 했고,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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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 쇼핑 시대…오프라인 유통업은 위기감 커요

    오프라인 리테일(소매 유통업)의 위기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2017년 미국에서는 연 매출 5000만달러 이상인 리테일러 중 26개 브랜드가 파산했다. 중소기업까지 포함하면 2017년 한 해에만 총 662개 브랜드가 파산했다. 영국 역시 패션과 풋웨어 매장을 중심으로 2017년 한 해 5855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영국에서는 하루 평균 11개 매장이 문을 열고 16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독일과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독일 카르슈타트 백화점은 매장 축소를 결정했고, 프랑스 완구업계의 2위 기업인 라그랑레크레는 2018년 파산했다.모바일 쇼핑의 증가모바일 쇼핑의 증가세는 오프라인 리테일러들이 겪는 어려움과 대비된다. 모바일 쇼핑의 증가세는 온라인 쇼핑보다 가파르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16년 전체 온라인 커머스 매출 가운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통한 매출은 34.5%였으나, 이 비중은 2019년 50%를 넘어섰으며 계속 증가해 2023년에는 약 6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2017년 3분기 기준으로 모바일 디바이스로 상품을 구입한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58%를 기록한 한국이었다. 모바일 쇼핑의 연간 매출이 2014년 10조원을 넘어선 13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2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에서 모바일 쇼핑이 차지하는 비율은 62.7%, 매출은 6조7307억원이다.스마트폰과 모바일 페이는 이런 모바일 쇼핑의 증가를 견인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전 세계 가구 중 68% 이상이 한 대의 스마트폰을 보유한다는 통계는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상품 정보를 검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모바일 쇼핑은 모바일 웹이 아니라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