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4차 산업혁명과 공유가치
효율의 극대화는 한계비용 낮춰
공유는 자원 활용의 효율성 높여
교환과 공유로 상호 시너지 발생
자본주의는 성공에 의해 실패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성공은 효율의 극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효율적인 경제체제란 소비자가 한계비용만큼만 값을 지불하는 체제라고 설명한다. 한계비용은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증가로 낮아진다. 문제는 생산성 증가가 최대로 이뤄졌을 때다. 효율성이 최고조에 이른 경제는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진다. 이는 소비자들이 치르는 대가가 공짜에 가까워짐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지면 기업은 투자에 대한 수익이나 주주를 만족시킬 만한 이윤을 확보할 수 없다.효율의 극대화는 한계비용 낮춰
공유는 자원 활용의 효율성 높여
교환과 공유로 상호 시너지 발생
한계비용 제로 사회
시카고대학 경제학 교수인 오스카르 랑게는 《On the economic theory of socialism(1936)》을 통해 기술의 발전이 무한한 경제적 진보를 촉진할지 아니면 어느 단계에서 그 시스템의 성공 자체가 더 이상의 진보를 막는 족쇄로 작용할지 의문을 제기했다.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역시 공동논문인 《정보 경제 시대의 경제 정책》을 통해 경제적 효율성의 기본조건은 가격과 한계비용이 동일해지는 상태이며, 정보 경제 시대에 한계비용은 제로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오늘날 인터넷을 통해 거의 무료로 책을 생산하고 배포할 수 있으며, 3D 프린팅을 이용해 사용할 물건을 매우 낮은 한계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다. 개방형 온라인 강좌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유수의 대학강의가 제로에 가까운 한계비용으로 운영된다.
경제적 이윤을 얻기 위해서는 한계비용보다 높은 가격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독점의 지위를 갖는 경우에 가능하다. 독점이 기업혁신의 유인책인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바람직하지 않다. 독점은 경쟁자의 혁신을 방해하면서 유지되기 때문이다. 잠재적 경쟁자가 생산성 향상을 통해 한계비용을 낮추려는 시도를 막을 때 기존 독점기업은 한계비용 이상의 이윤을 경험할 수 있다.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책 《한계비용 제로 사회》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들은 자본주의를 극단적 효율과 독점으로 양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협력적 공유사회의 등장
리프킨은 신기술 등장으로 자본주의 한계가 보이는 현 시점에서 ‘협력적 공유사회’의 등장을 강조한다. 신기술이 주도하는 극도의 생산성으로 인해 재화와 서비스가 거의 무료 수준인 시대에는 ‘공유’가 경제생활을 조직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사실 공유의 효과는 역사적으로 입증됐다. 강력한 영주가 농민을 약탈해 부를 축적하던 봉건시대, 공유는 농민들이 부족한 자원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자원을 공동으로 이용함으로써 자원의 부족함을 극복한 것이다. 공장주가 봉건 영주의 자리를 대신했던 산업화 시기에는 공유의 형태가 자선단체와 학교, 병원, 노동조합, 협동조합 형태로 나타났다. ‘비영리 부문’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하던 공유사회는 오늘날 ‘소셜 공유사회’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오늘날 공유사회가 다시 부상하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 플랫폼이 협력과 시너지를 모색하고, 사회적 경제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이 대표적이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사람과 그들의 활동이 수평적으로 연결되고, 이를 통해 공유 가능한 사회적 자본의 급속한 성장이 가능해졌다.
교환가치와 공유가치의 협력
자본주의 시장이 이기심에 기초한 물질적 이득에 의해 이뤄졌다면, 공유사회는 공동의 이익에서 동기를 부여받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에 의해 주도된다. 급속도로 확산되는 자동차와 주택, 옷 등의 공유서비스는 공유가치에 대한 공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오늘날의 글로벌 저성장 기조 역시 공유가치의 확산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계비용이 제로 수준에 도달한 부문이 늘어남에 따라 이익이 축소되고, 공유로 인해 늘어난 재화의 사용주기가 국내총생산(GDP)의 손실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등장한 공유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은 상호의존성이 높아진 새로운 세계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아직은 공유사회를 일부에서만 찾아볼 수 있지만, 그 추세는 분명 뚜렷해지고 있다. 교환과 공유의 가치는 때로는 협력을, 때로는 대립관계를 형성할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교환의 가치를 중시하는 자본주의 체제는 노련해지고, 세련미가 높아질 것이다. 동시에 공유의 가치 역시 보다 많은 분야에서 자본주의를 보완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자본주의 그 자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