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기술진보는 인간 일자리 빼앗지만
연관된 더 많은 일자리 새로 창출해
기업 생산성 높이고 부(富)도 증가시켜
기술 선순환 위한 다양한 노력은 필요
한국경제신문, 한양대 경영대학, 프리미엄패스인터내셔널이 공동으로 주최한 ‘4차 산업혁명 혁신포럼(HUBS FIT 포럼)’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한양대 경영대학, 프리미엄패스인터내셔널이 공동으로 주최한 ‘4차 산업혁명 혁신포럼(HUBS FIT 포럼)’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1811년 영국 노팅엄셔의 노동자들은 방직기를 부숴버렸다. 방직기의 등장으로 인해 숙련공들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고, 개량된 방직기와 저임금의 여성 및 미성년자들이 그들의 자리를 대신했다. 1805년에서 1833년 사이 직조공의 평균 임금은 주급 23실링에서 6실링3페니로 급감했다. 결국 사람들은 횃불을 들었고, 몇 달 동안 1000대가 넘는 기계가 파괴되었다. 노팅엄셔에서 시작된 기계 파괴는 랭커셔, 요크셔, 체셔 등 섬유업이 발달했던 북부로 확산되었다. 러다이트 운동은 이렇게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일자리의 대체효과와 소득효과

인류가 걸어왔던 지난 시기를 되돌아보면, 기술진보나 산업혁명은 결국 생산성 혁명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생산성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해 더 적은 비용으로 이전과 동일한 혹은 더 많은 생산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생산방식의 변화는 부상하는 집단과 몰락하는 계층을 만들어냈다. 공장 소유자들은 자본가 계급 수준을 넘어 기업가 계급으로 부상했다. 상인과 숙련공이 주도하던 공장제 수공업이 몰락하고, 소수 자본가가 대규모 인력을 고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계제 공업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한편 방직공과 같은 일자리는 사라졌다. 기술 진보의 결과물인 기계에 의해 사람 일자리가 대체된 결과였다.

하지만 과거의 역사는 일자리 대체가 곧 고용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일자리 대체는 더 높은 효율을 추구한 결과다. 그리고 높은 효율은 새로운 부(富)를 창출했다. 새로운 부의 창출은 소비수요의 증가로 이어졌다. 늘어난 소비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으며, 경제 전반의 고용은 증가되었다. 제조 부문의 일자리는 감소했지만, 더 많은 일자리가 서비스 부문에서 생겨난 것이다. 방직기를 파괴했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후손이 당시 여왕보다 많은 옷을 갖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어려움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경제

기술의 진보는 일자리 대체와 소득효과를 통한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에 기여했다. 문제는 기술진보의 선순환이 저절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술 진보에 의한 일자리 대체가 빠르게 진행되거나 혹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지연될 경우 실업이 증가하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등 선순환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한편 디지털 경제를 견인하는 기술은 영향력의 범위와 깊이가 이전 시대의 기술진보와는 다르다. 기계에 의한 대체가 인간의 육체를 넘어 지능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그 어느 시기보다 기술 변화로 인한 일자리 변화에 대해 극단적인 의견이 만연한 이유이다.

과거에도 기술 진보가 초래할 현실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존재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모습으로 성장한 경제는 당시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경제학자 케인스는 1930년에 발표한 그의 에세이 ‘우리 손자들이 맞이할 경제’에서 당시의 대공황이 지난 시절이 남긴 류머티즘이 아니라 너무나 빠른 변화에 따른 성장통, 한 경제 시대에서 다른 경제 시대로 넘어가는 고통스러운 재조정이라는 표현으로 당시 만연해 있던 비관주의를 비판했다. 케인스는 고통스러운 기간을 ‘기술적 실업’이란 표현으로 설명했다. 그는 기술적 실업이란 노동력의 새로운 쓸모를 찾아내는 속도가 노동력을 쓰지 않아도 될 길을 찾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상태라고 정의했다.

기술진화의 선순환을 위한 노력 필요

물론 잠시의 부적응일지라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기술진보로 인한 양극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방책을 논의하거나 원활한 노동력의 재배치를 위한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방안, 새로운 일자리에 걸맞은 인재 양성 교육 등이 이에 해당한다. 미국의 벤처사업가이자 억만장자로 유명한 닉 하나우어는 인간 사회가 번영한다는 것은 인간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쌓이고 있다는 뜻으로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문제가 바닥나지 않는 한 일거리는 결코 바닥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다양한 분야에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과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등장했을 때 소프트웨어산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크리스턴슨 교수는 하나의 제품이 가치를 잃으면 다른 무언가가 가치를 얻는다는 ‘매력적인 이윤보존의 법칙’을 통해 파괴적 기술의 진보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함을 설명했다. 새로운 경제 규칙 속에서 기술 진보로 인한 일자리 변화를 바라봐야 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