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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기타

    법인세는 기업만? 근로자·소비자도 나눠 부담

    월세 50만원짜리 임대주택이 있다. 정부가 집주인의 월세 소득에 대해 10만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집주인은 그 다음 달 월세를 60만원으로 올렸다. 그리고 10만원의 세금을 냈다. 세금을 낸 사람은 분명 집주인이다. 그런데 이 돈은 누구 주머니에서 나온 것일까.세금을 ‘내는’ 것과 ‘부담하는’ 것은 다르다. 세금이 ‘내는 사람’에게서 ‘부담하는 사람’에게로 옮겨가는 것을 ‘조세 귀착’이라고 한다. 조세 귀착은 법인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법인세는 기업이 내는 세금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 ‘치킨세’를 부과할 때 벌어질 일예를 더 들어보자. 요즘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은 음료와 배달비 등을 합해 한 마리에 3만원 정도다. 정부가 치킨 업체에 마리당 5000원의 ‘치킨세’를 부과한다고 가정하자. 치킨 업체의 비용이 늘어났으니 시장에선 치킨 공급이 감소한다. 공급이 줄어든 만큼 가격은 오른다. 다만 세금 5000원이 모두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기는 어렵다. 가격을 너무 많이 올리면 수요가 줄어 치킨 업체에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치킨 가격을 3만3000원으로 올렸다고 하자. 이제 소비자가 3만3000원을 내면 치킨 업체는 5000원을 세금으로 내고 2만8000원을 가져간다. 세금이 없을 때와 비교하면 소비자는 3000원, 치킨 업체는 2000원의 손해를 본다. 소비자가 3000원, 치킨 업체가 2000원의 세금을 부담한 것이다. 정부는 분명 치킨 업체에 세금을 부과했는데 실제로는 소비자도 세금 일부를 부담했다.흥미로운 것은 치킨 업체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세금을 부과해도 결과는 같다는 점이다. 소비자에게 세금이 부과되면 치킨 수

  • 경제 기타

    산업보호 위한 관세, 경제 무너뜨릴 '자폭' 우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고 충격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방으로 던지고 있는 ‘관세 폭탄’ 얘기다. 캐나다, 멕시코, 유럽에 이어 한국을 향해서도 폭탄이 날아오고 있다. 관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레버리지다. 관세가 무엇이기에 그것을 지렛대로 삼아 위대한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것일까. 관세는 과연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을까.원조는 트럼프가 아니다관세는 오랜 옛날부터 유용한 세금이었다. 부과하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소득세를 매기려면 소득을 파악하고 재산세를 부과하려면 재산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전근대 시대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반면 관세는 국경과 항구 길목만 지키고 있으면 부과할 수 있다.기원전 2000~3000년에 이미 관세가 존재했다. 당시 메소포타미아 지역 상인은 국경을 넘을 때 오늘날의 관세와 비슷한 통행세를 내야 했다. 소득세가 19세기, 법인세와 부가가치세가 20세기에 와서야 등장한 것과 비교하면 역사가 매우 긴 세금이다.근대 이후 무역 규모가 커지면서 관세는 보호무역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조가 아니다.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은 유치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며 그 수단으로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제안했다. 18~19세기 후발 산업국인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이 산업혁명의 선두주자 영국을 겨냥해 고율 관세를 매겼다.20세기 들어선 한국과 대만이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자국 산업을 육성했다. 다만 이 같은 유치산업 보호 정책이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대만은 예외다.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는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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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도·효율 높여라"…반도체업체 사활 건 승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6세대 HBM)에서는 절대 작년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은 19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HBM3E(5세대 HBM) 12단 제품 생산을 고객 수요에 맞춰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2025년 3월 20일 자 한국경제신문-최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의 ‘화두’는 HBM이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HBM 분야에서 경쟁사 SK하이닉스에 뒤처지면서 사상 처음으로 양사의 연간 실적(영업이익)이 역전되기도 했지요.인공지능(AI) 산업의 개화로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이를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로 주목받는 것이 HBM입니다. HBM의 가능성을 일찍 엿본 SK하이닉스가 개발 경쟁에서 앞서나가면서 부동의 메모리 반도체 1위로 여겨지던 삼성이 후발 주자로 추격에 나서는 이례적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오늘은 최근 반도체 시장과 우리 경제를 이해하는 데 필수 상식이 된 HBM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HBM은 AI에 필수적 반도체 기술로 꼽힙니다. ‘고대역폭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HBM은 대역폭이 넓은 메모리 반도체를 의미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데이터가 오가는 길이 기존엔 왕복 2차선 샛길이었다면 HBM에선 16차선 고속도로가 된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먼저 컴퓨터의 ‘두뇌’라 할 수 있는 반도체는 기능에 따라 메모리(memory) 반도체와 비(非)메모리 반도체로 나뉩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의 저장, 비메모리 반도체는 연산을 담당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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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TO 체제 이후 실질적 보호무역 수단 됐죠

    비관세장벽은 외국 상품의 수입을 규제하는 관세 이외의 수단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세계는 자유무역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해짐에 따라 여러 차례 국제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인하했다. 무역을 제한하는 실질적 수단으로서 관세의 영향은 약화되었다. 1995년에 전 세계의 자유무역 추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세계무역기구(WTO)는 각 나라들에 관세율을 더 낮추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외국 상품의 수입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비관세장벽이 유용한 규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 비관세장벽은 크게 무역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방식과 간접적으로 무역 제한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방식으로 구분된다. 이 글에서는 효과가 명확한 직접적 비관세장벽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수입할당제 수입할당제(import quota)는 수입쿼터제라고도 한다. 어떤 상품에 대해 일정 기간 수입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을 미리 정해 놓고 그 이하로만 허용하는 정책이다. 할당된 수입량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자유무역을 하지만 할당량이 차면 그때부터 수입이 전면 금지된다. 관세 부과가 수입품의 가격을 올려 수입량을 줄어들게 하는 것이라면 수입할당제는 수입량을 직접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수입할당제로 수입량이 줄어들면 수입품과 국내에서 생산되는 동일한 상품의 가격은 올라간다. 관세율을 적절히 높여 수입할당제로 인한 가격 상승폭만큼 수입품 가격을 올린다면 관세부과나 수입할당제에 따른 수입량은 동일해지므로 두 방식의 수입 억제 효과 또한 같아진다. 하지만 관세율을 상황에 따라 자주 변경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쉽지 않으므로 정부가 직접 수입량을 통제하는 수입할당제가 더 강력한

  • 경제 기타

    기업이 사업 키우거나 구조조정 위해 실시하죠

    증자와 감자를 들어보셨나요. 먹는 감자 아닙니다. 자본시장에서 증자와 감자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EBS 수능특강에도 등장한 적 있는 개념이죠. 이해하면 쉬운데, 처음 보면 헷갈리는 부분이 있어요. 비문학 지문 출제 가능성을 염두하고 공부해두면 좋겠죠.증자는 기업이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서 자본금을 늘리는 겁니다. 돈을 더 모아서 사업을 키우려는 거죠. 예를 들어 치킨집을 운영하는 고 씨가 있다고 해봐요. 고 씨는 치킨을 튀길 튀김기도 더 사고 직원도 더 채용하고 싶어요. 하지만 목돈이 없어서 다른 사람에게 투자를 해달라고 해요. 투자자는 치킨집에 대한 지분을 갖고 투자하죠. 이걸 ‘유상증자’라고 합니다.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고 주식(지분)을 주는 거죠. 주식회사는 새로 발행한 주식을 주주들이 사서 이 거래가 이뤄져요.기존 투자자들 입장에선 어떨까요? 자신의 주식 수는 변하지 않았는데 새로 주식이 추가되면서 지분이 낮아지겠죠? 표면상으로 보면 지분율이 떨어지고 주식 가치가 떨어지는 일입니다. 하지만 꼭 가치가 떨어진다고 보긴 어려워요. 회사가 어떤 이유로 돈이 필요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치킨집 고 씨가 치킨집 장사가 너무 잘돼서 가게를 확장하는 것이라면 기존 투자자들이 들고 있던 치킨집 지분 가치도 높아질 것입니다. 반대로 치킨집 장사가 너무 안 돼서 운영비를 위해 투자받았다면 기존 투자자들은 손해겠죠. 상황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뜻입니다.투자하고 싶다고 다 돈을 받아주는 건 아니겠죠? 그 때문에 배정 방식에 따라 나뉘기도 해요. 투자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모두 새로운 투자를 받기도 하고, 주주만 대상으로 하기도 하고, 특정 주주만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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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국 산업 지키려 관세, 무역의 이득은 줄어

    보호무역을 위해 나라마다 자유무역에 규제를 가한다. 무역규제를 하면 수입품 가격은 상승하고 수입량은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근래 들어 무역규제 방식은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가장 대표적인 것은 관세(tariff)다.관세는 무역을 통해 수입하는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재정관세와 보호관세로 구분한다. 재정관세는 정부 재정이 부족한 저개발 국가에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세금을 수입품에 부과하는 걸 말한다. 물론 선진국에도 재정관세가 있지만 저개발 국가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에서 관세는 거의 보호관세 위주다. 관세는 수입품과 경쟁하는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하는 가장 대표적인 보호무역정책이다. 이번 주에는 우선 관세의 효과에 대해 살펴보고, 다음 주에는 관세 이외의 보호무역 수단에 관해 설명할 것이다. 유무역과 관세 부과두 나라가 자유무역을 할 경우 외국 생산 상품이 국내 생산 상품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도 좋다면 국내로 수입될 것이다.수출국의 상품은 수입국의 동일한 상품보다 수출국에서 낮은 가격에 판매되므로 수출을 통해 더 높은 가격을 받으면서도 더 많은 생산이 가능하다. 국내 수입품 증가로 해당 상품 가격이 하락해 만족도가 높아진다. 이처럼 어떤 상품에 대해 국가 간 교역이 발생하면 수출국의 소비자는 상품 수출로 국내 판매가 감소하여 가격이 오르고 소비량이 줄어드니 불만이 생기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전체 생산량이 늘어나 무역의 이득이 발생한다.수입국의 경우 수입되는 상품과 동일한 상품의 국내 생산량은 감소하지만, 수입이 많아져 소비자는 낮은 가격으로 더 많은 소비를 하게 되므로 무역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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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 비쌀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불가리가 한국에서 판매하는 시계 가격을 다음 달 평균 8% 올리기로 했다. 까르띠에는 지난달 제품 가격을 약 6% 인상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연례행사처럼 가격을 올린다. 그래도 매출은 꺾일 줄 모른다. 고가 명품은 비쌀수록 잘 팔리는 경향마저 보인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감소한다는 수요 법칙의 예외적 현상이다. 인간은 가성비를 따지는 경제적 동물이지만, 체면과 평판을 중시하는 사회적 동물이기도 하다는 점에 이런 현상을 이해하는 열쇠가 있다. 변호사들이 고급 수입차를 타는 이유노르웨이 출신 미국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은 이미 120여 년 전 오늘날 명품시장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은 현상을 이론화했다. 그는 1899년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상류층 신사들은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기 위해 비싼 상품을 소비한다”고 했다.베블런은 그 배경에 ‘서민층과 구별되려는 욕구’가 있다고 했다. 고가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부와 지위를 과시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가격이 비싼 상품일수록 서민은 구입하기 어렵고, 서민과 구별되려는 부자들의 욕구를 잘 충족한다. 따라서 이런 상품은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늘어난다.이처럼 고가 상품 시장에서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을 ‘베블런 효과’, 그런 재화를 ‘베블런재(Veblen goods)’라고 한다. 베블런재는 가격이 내려가면 오히려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누구나 살 수 있는 상품이 돼 버리면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수단으로서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 행태는 고급 승용차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중엔 고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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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 의도' 가격상한제 '나쁜 결과' 공급부족 낳죠

    생활 물가가 품목을 가리지 않고 오르고 있다. 올해 들어 라면, 과자, 냉동만두 등 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다. 대중교통 요금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 종종 정부는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다. 겉으로는 요청이지만, 기업들은 ‘압박’으로 느낀다. 물가를 잡을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보면 시장 가격에 대한 정부 개입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가격 통제하면 암시장 형성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 상한선을 정한다고 해 보자. 가격 상한선이 시장 가격보다 높게 정해지면 의미가 없다. 대개는 시장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가격 상한선이 정해진다. 그렇게 하면 단기적으로는 가격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생산자들은 공급량을 줄인다.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반면 가격이 내린 만큼 수요는 증가한다. 공급은 줄고, 수요가 늘어나니 시장에서는 심각한 공급 부족이 발생한다. 그런데도 가격을 올릴 수 없으므로, 공급 부족은 갈수록 악화한다. 소비자들은 암시장을 찾는다. 가격이 통제되는 상황에서 제값을 받고 싶어 하는 생산자와 비싼 값을 치르고라도 상품을 구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곳이 암시장이다. 지하경제가 커지는 것이다.그뿐만이 아니다. 가격상한제는 재화와 서비스의 품질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 생산자는 어차피 가격을 비싸게 받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굳이 양질의 상품을 공급할 이유가 없다. 이전까지 무료로 제공하던 상품이나 서비스가 유료로 바뀌는 것도 가격상한제가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