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脫北民)’은 ‘북한을 탈출한 사람’이란 뜻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정식 단어이다. 최근 통일부가 ‘북향민(北鄕民)’이라는 단어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새터민’이란 말을 썼다가 흐지부지된 실패를 돌아볼 때다.
“휴전 후 북한 괴뢰군에서 탈출한 의거 귀순용사 가운데 미혼자 60명의 합동결혼식이 오는 27일 국민회당에서 거행된다. (하략)” 1962년 3월 20일 자에서 한 신문이 자유를 찾아 월남한 ‘귀순용사’들의 합동결혼식 소식을 전했다. 이 말은 한국전쟁 이후 쓰이기 시작해 1980년대까지 언론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특히 1983년 미그기를 몰고 온 이웅평 대위의 귀순 사건으로 ‘귀순용사’란 말이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했다.
‘귀순(歸順)’은 사전에서 “적이었던 사람이 돌아서서 복종하거나 순종함”으로 정의한다. 1957년 완간된 <조선말큰사전>에 이 말이 표제어로 올라 있으니 대략 한국전쟁 이후 이 말이 꽤 사용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용사(勇士)’는 말 그대로 용감한 병사다. 그러니 ‘귀순용사’는 북에서 남으로 넘어온 군인을 가리키던 말이다. 과거 냉전기에 쓰이던, 이념적 대립의 유산이었다. 하지만 ‘귀순용사’는 단어로 자리 잡지 못했다. ‘귀순자’ ‘귀순병’이 국어사전에 올라 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귀순용사 대신 탈북한 사람이란 뜻을 담은 ‘탈북자’가 널리 쓰였다. 1997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북한이탈주민’이 공식 용어로 등장했다. 이 ‘북한이탈’을 줄인 게 ‘탈북’이다. 그러니 ‘탈북민’은 곧 ‘북한이탈주민’인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탈북자’가 ‘탈북민’으로 교체됐는데, 이는 ‘-자(者)’보다 ‘-민(民)’을 더 대접하는 듯한 사회적 인식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말 변천의 역사에서 이미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되면서 ‘장애자’를 ‘장애인’으로 바꾼 게 그런 사례다. 이어 ‘당선자→당선인’ ‘노숙자→노숙인’ 등도 다 같은 연장선에서 이뤄진 언어적 변화다.강요된 순화어는 성공하지 못해2005년 들어 정부는 ‘탈북’의 어감이 부정적이라며 탈북자 또는 탈북민을 대체하는 새로운 용어를 제시했다. ‘새터민’이 그것이다. 새터민은 ‘새로운 터전에서 살게 된 사람’이라는 뜻으로, 법정 용어인 ‘북한이탈주민’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새터’라는 순우리말에 한자어 접미사 ‘-민(民)’을 붙여 만들었다. 하지만 생경한 단어라 현실 언어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특히 북한이탈주민 간에는 ‘새터’라는 말이 오히려 차별적 표현이라는 이유로 반발이 컸다. 의미적으로 ‘새터’는 새로운 터전을 말하는데, 굳이 탈북민이 아니더라도 새 터전에서 삶을 꾀하는 일반인이 많다는 점에서 ‘탈북’을 대체하기에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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