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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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 경영진단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 각 계열사와 사업부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작년 11월 말 신설한 삼성글로벌리서치 산하 경영진단실이 실시하는 첫 감사·컨설팅이다. -2025년 3월7일자 한국경제신문-

요즘 들어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시장에서 자주 들립니다. 여전히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압도적 세계 1위 기업이지만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으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선데요.

반도체 업계에선 지난해부터 AI의 성장을 중심으로 핵심 도구인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며 가격이 우상향하는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차세대 HBM 개발과 비메모리 분야 투자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입니다.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AI발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얼마나, 어떻게 타는지가 삼성전자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반도체 사이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은 반도체 산업이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 사이클은 보통 4~5년을 주기로 나타나는데요, 이런 사이클이 발생하는 이유를 경제학 개념을 적용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이클은 기본적으로 ‘수요-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만들어집니다. 반도체 산업은 아이폰 등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2010년대 초반 슈퍼사이클을 맞은 바 있습니다. 전화와 컴퓨터, 사진기가 결합한 스마트폰의 등장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해 두뇌 격인 모바일 AP 등 시스템반도체까지 산업 전반의 수요 폭증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 라인 증설에는 최소 1~2년, 많게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론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니 반도체 가격은 급등하게 됩니다. 이 기간이 2년가량 이어질 정도로 수요가 강할 때 업계에선 이를 ‘슈퍼사이클’이라 부릅니다.

사이클의 끝은 업체들이 공장을 증설하며 늘린 공급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하며 공급과잉이 일어나면서 나타납니다. 공급과잉 국면에선 제품 가격이 하락하게 되고, 불황기에 진입하지요. 불황기에 진입하면 기업들은 심하면 적자를 보게 되고, 자연히 투자를 줄이며 버티기에 들어갑니다. 그러다 또 수년이 흐르고, 경제가 성장하고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혁신이 이뤄지면 또다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며 호황기가 찾아오지요.

메모리는 반도체 중에서도 사이클의 낙폭이 큰 편입니다. 2016년 2분기 1달러대 초반에 그쳤던 D램 고정 거래 가격은 클라우드와 서버 시장의 개화와 함께 점점 높아지다 2018년 3분기 8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삼성전자는 2018년 3분기에만 반도체 부문에서 13조6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D램 가격은 2019년 4분기 2달러대로 급락하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도 3조6400억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한 번 지으면 가동을 멈추기 어려운 메모리 공장의 특성 때문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공장은 생산 공장 하나를 짓는 데 20조원가량이 들어갈 정도로 어마어마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미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 지라 기업들은 수익이 조금이라도 나는 한 생산을 줄이기보다 최대한 생산량을 늘려 비용을 충당하려 합니다. 경제학적으론 한 단위 추가 생산에 따른 이익(한계 이익)이 0이 될 때까지 생산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결국 가격 하락세는 심화하고, 봉우리가 높은 만큼 골짜기도 깊은 사이클이 만들어집니다.

최근 거론되는 새로운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AI의 발전이 원동력입니다. 챗GPT 등 생성형 AI의 성장과 이를 위한 데이터센터 건설이 가속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수요는 빠르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시장조사업체 IBS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산업 매출은 2030년에 약 1조2000억달러(약 1650조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아직 슈퍼사이클을 낙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AI 기업 딥시크가 챗GPT의 5.6%에 불과한 비용으로 미국 빅테크 기업 수준의 모델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적은 투자만으로도 수준 높은 AI를 구현할 수 있기에,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적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퍼진 결과입니다.NIE 포인트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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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반도체 산업에서 사이클이 만들어지는지 알아보자.

2. 반도체 사이클의 진폭이 큰 이유를 분석해보자.

3. 최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을 사이클을 바탕으로 해석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