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64) MAGA
지난 11월 미국 제47대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트럼프)은 선거 유세 기간 ‘MAGA’가 표시된 모자를 썼습니다. ‘Make America Great Again(MAGA)’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로 미국인에게 향수를 주는 문구죠. 바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하 레이건)이 선거 때 외친 구호이기도 하고요. 미국인에게 마가는 어떤 의미일까요? 세계 중심에 선 레이건 시절
로널드 레이건
로널드 레이건
레이건 재임 기간(1981∼1989년)은 소련과의 대결에서 힘의 우위를 점하고, 미국이 세계의 중심이 된 시기였습니다. 감세정책은 레이건의 대표적 경제정책으로 최고 70%이던 소득세율을 28%로, 법인세율은 48%에서 34%로 낮춰 경제성장을 촉진했지요.

하지만 무역정책에서는 보호주의 행태를 보입니다. 당시 일본이 급성장하면서 미국은 이를 견제할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일본·독일·프랑스·영국 재무장관을 불러 미국 달러화 약세와 일본 엔화, 독일 마르크화 강세를 유도하는 1985년 플라자합의를 이끌었지요. 또한 미국 제조업이 붕괴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미국으로 수입하는 일본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1988년에 통과한 ‘슈퍼 301조’도 레이건 시기의 법입니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수입 장벽을 두는 국가에 폐지를 요구하고 해당국이 개선하지 않으면 반드시 보복 조치를 발동하는 법이지요.

하지만 레이건은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개선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교역을 지지했습니다. 그래서 세계무역기구(WTO)의 설립으로 이어진 다자간 무역 협상인 우루과이라운드도 1986년 레이건 정부가 시작이었죠. 이 시기 미국은 국제 질서를 주도하면서 미국인에게 자긍심을 심어주었지요. ‘아메리카 퍼스트’의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트럼프도 레이건의 정책과 비슷해 보입니다. 트럼프 1기에 내린 법인세율 21%를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기업에 최대 15%까지 인하, 초과근무수당·사회보장급여·팁에 대한 세금 면제 등 감세정책을 준비 중이지요.

하지만 무역정책을 보면 레이건과 닮은 듯 다른 행태를 보이지요. 레이건 시절과 달리 상대는 중국입니다. 트럼프 1기처럼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당연하고 최고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요. 또한 모든 수입품에 10∼20%에 달하는 보편 관세를 부과하면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할 것이라 주장합니다. 이전보다 훨씬 강도 높은 보호무역정책이 예상됩니다. 트럼프는 WTO 무용론도 주장하면서 자유무역 체제를 흔들고 있지요.

또한 트럼프는 세계 경찰국가로서 미국의 역할을 부정하지요. 미국도 힘든데 다른 나라의 전쟁에 개입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지요. 레이건과 달리 미국만 생각하는 ‘아메리카 퍼스트’지요.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트럼프의 정책이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을 과거와 비교·분석해보는 것도 유익한 공부가 될 것입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