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62) 루이스 전환점
지난달 27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시중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했습니다. 은행이 고객에게서 받은 예금 가운데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인 지급준비율을 낮춰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죠. 중국 경제는 어떤 상황일까요?저임금 근로자가 바탕이 된 양적 성장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농촌의 값싼 노동력이 도시로 이동하고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생산·수출하여 경제성장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경제발전 초기에는 노동·토지·자본 등 양적 투입을 늘려 산출량을 늘릴 수 있지만,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수확체감의 법칙으로 성장이 정체됩니다. 그리고 농촌의 잉여 노동력이 고갈하면서 도시 근로자는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비용 압박에 기업은 생산을 줄이면서 경제성장이 꺾이는 순간이 오지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서 루이스는 이를 ‘루이스 전환점’이라 했습니다.(162) 루이스 전환점
루이스 전환점은 중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이 성장하면서 겪는 과정이지요. 이 순간을 극복하지 못하면 ‘중진국 함정’에 빠져 주저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미국을, 한국이 일본의 기술을 습득해 산업 수준을 높여 루이스 전환점을 통과했듯, 중국도 한국이 강점을 지닌 조선·철강·석유화학 등의 산업을 빠르게 쫓아와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산업 수준을 높였지요. 그리고 막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사회기반시설 건설이나 부동산 개발로 성장률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이러한 성장 방정식도 흔들리게 됩니다.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중국은 2021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 그룹의 파산 위기를 시작으로 경기침체가 시작됐지요. 건설 산업은 전후방 산업 효과가 크기에 경기부양에 큰 효과가 있었죠. 하지만 이 사태 이후 부동산 경기가 흔들리면서, 과잉생산 문제와 부채 리스크가 터졌습니다. 경제주체들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하는 과정에서 각종 경제지표가 하락하면서 현재까지 침체가 이어진 것이죠.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는 침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것입니다.
하지만 침체를 이겨내고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중요합니다. 어떤 산업이든 성숙기가 지나면 해당 산업은 도태되고 새로운 산업에 자리를 뺏기는 상황이 오지요. 과거 철강·조선·석유화학 등의 산업에서 현재 인공지능(AI)·로봇(사진)·바이오·우주·전기차 등 새로운 산업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를 선점하면 성장률을 높이고 새로운 루이스 전환점을 통과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GDP 규모로는 세계 2위이지만, 1인당 국민소득으로는 아직 1만 달러대의 중진국 수준이기에 새로운 산업의 선점이 중요하지요. 그래서 중국도 ‘차이나 테크의 공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망 산업에 대한 기술력을 높이려는 것입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지요. 한국도 강 건너 불구경할 상황이 아닙니다. 중국과 경쟁 분야가 상당 부분 겹치기에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을 빠르게 선점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벽을 돌파하는 ‘퀀텀 점프’를 준비해야 합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